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36)
〈 36화 〉 036. 뱀파이어 형사
036. 뱀파이어 형사
“우우욱…!”
“아, 씹! 야 신입! 토하려면 나가서 해! 여기에 토하면 내 손에 죽는다!”
오정진 형사 팀장의 고함소리가 아파트 내에 쩌렁쩌렁 울렸다.
얼마 전에 형사가 된 젊은 신입은 새파래진 얼굴로 입을 막고 복도를 뛰어나갔다. 문지혁은 신입의 멀어지는 등을 보았다.
아련한 기억이 떠오른다. 자신도 처음에 시체를 보고 안색이 창백해졌고, 한동안 고기류를 잘 먹지 못했다.
이건 문지혁이 어떻게 도와줄 수 없는 부분이다.
형사 일을 하다보면 이보다 더한 광경을 봐야 할 때가 있다. 토막 난 시체는 보는 일은 드물지만 분명 존재한다. 스스로 극복하며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익숙해지겠지. 내가 그랬던 것처럼.’
문지혁은 다시 사건 현장을 쳐다봤다.
새오늘 아파트 A동 603호의 참상.
아침 7시경. 운동을 목적으로 계단을 이용해 내려가던 한 아저씨가 복도의 피웅덩이를 발견했다. 603호의 현관문 밑으로 나온 피가 복도에 고인 것이다.
현재 아침 8시. 오정진과 문지혁을 비롯한 경찰과 과학수사대가 603호를 점거하고 수사 중이다.
발견 된 시체는 총 6구.
특이한 점은 시체 중 3구는 일본도 같은 긴 날붙이의 흉기로 살해되었고, 그 중 한 명은 목이 참수 되었다.
다른 3구는 안방에서 발견되었는데 딱 보기에도 조폭으로 보였다. 흔적을 보면 사시미로 살해당했다.
“하…. 씨발. 도대체 어떻게 목을 벤 거야?”
오정진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남자의 머리를 보며 얼굴을 구겼다. 절단면을 보면 지나치게 깔끔하다.
이건 사람의 힘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사람의 목을 베어내는 일이 전문이었던 망나니도 단숨에 사람 목을 베어내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렇다고 여기에 단두대를 가져오거나, 절단 기계를 가져 왔을 리는 없다.
“이토록 깔끔하게 목을 베는 게 사람의 힘으로 될 리가 없어.”
깊이 고민하고 있는 그를 보며 문지혁은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뱀파이어다. 뱀파이어의 힘이라면… 단숨에 사람 목을 베어버릴 수 있다.’
다만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시체들의 상태다. 피를 빨아먹은 흔적이 없다.
‘피가 아니라 다른 게 목적이라면…?’
우선 이 시체의 신원을 알아 내는 게 먼저다.
“팀장님. 근처 집들을 탐문해서 피해자의 신원을 알아왔습니다.”
박형사가 오정진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그래?”
“일단 이 집의 주인은 장성민으로 대충 1년 전부터 살았다고 합니다.”
“목이 베인 놈이군.”
피해자의 이름은 이미 알아냈다. 지갑이나 스마트폰이 그대로 남아 있었으니까.
“근처 주민들의 말로는 4명이 같이 살았다고 합니다.”
“……4명?”
“예. 직업은 잘 모르고 4명이서 같이 자주 행동했다고 합니다. 주민들과 대화를 한 적은 없고, 문제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살았다고 합니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사람은 없어?”
“모른답니다.”
진짜로 모르는지, 아니면 모른 척 하는지는 알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건에 관여되는 걸 꺼리기 때문이다.
“그 나머지 1명이 조폭이었나?”
“안방에 있는 시체들은 아닙니다. 금발로 염색하고 귀에 피어싱을 한 양아치같은 남자라고 합니다.”
“……셋은 죽었는데 하나는 살았다라…. 누가 봐도 용의자군. 잡아.”
“네.”
박형사가 바로 수사에 나섰다.
“문 형사.”
“예.”
“근처 CCTV랑 블랙박스 전부 확보해.”
“알겠습니다.”
문지혁이 움직였다. 그는 603호에서 멀어지면서도, 이번 사건의 범인이 뱀파이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
“CCTV에 뭐 찍힌 거 있어?”
사무실에 앉아 노트북으로 CCTV 영상을 돌려보고 있는 문지혁에게 오정진이 다가왔다.
“아뇨. 특별한 건 없습니다. 다만 신경 쓰이는 남자는 한 명 있습니다.”
“신경 쓰이는 남자?”
오정진이 노트북의 영상을 쳐다봤다.
“이거 화면 왜 이래?”
화면 일부가 깨져있다.
“아파트 앞에 있던 CCTV입니다. 고장나있는 줄 알았는데 카메라 앞부분만 좀 파손되어 있고, 영상은 제대로 찍히고 있었습니다.”
문지혁은 노트북을 조작해 영상을 조금 되돌렸다.
“이 남자야?”
정장을 입은 남자였다. 몸의 태가 굉장히 좋았다. 다만 깨져있는 부분 때문에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몸에는 특별한 특징이 없으니 신원을 확인하기 무척이나 힘들다.
“예. 왠지 모르게 이 남자가 범인이란 생각이 듭니다.”
“촉이야?”
“……예.”
문지혁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이건 단순한 촉에 불과했다.
“문 형사. 우린 점쟁이가 아닌 거 알지? 아무리 이놈이 범인 같더라도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돼. 증거가 없으면 그냥 누명이야. 그리고 아무리 봐도 이놈은 아니잖아.”
오정진이 모니터를 손등으로 툭툭 건드렸다.
“범인은 최소 2명 이상이야. 조폭 놈들은 다른 곳에서 죽였다가 여기로 옮긴 걸로 보고 있고, 시체 주위에 잘라진 파이프가 있다는 건 전투가 있었다는 것도 되지. 도대체 어떻게 파이프를 자르고 목을 잘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 혼자서 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야.”
‘만약 사람이 아니라 뱀파이어라면 어떻습니까?’
라는 말이 문지혁의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 했다. 그러나 꾹 참았다. 뱀파이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오정진에게 괜히 의심받을 만한 말은 해선 안 된다.
오정진은 믿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리고 말이야. 이놈은 아무것도 안 들고 있잖아. 칼은커녕 나이프도 없어. 가방 같은 것도 없지. 뭐, 요술 주머니같을 걸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이놈이 범인일리는 없어.”
“…….”
문지혁은 다르게 생각했다.
만약에 이 남자가 뱀파이어 진조라면? 물건을 숨기는 종류의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아니. 너무 나갔다. 저 남자가 뱀파이어라는 증거도 없고, 진조가 이런 사건을 벌일 것 같지도 않다.’
문지혁은 잡념을 털어냈다.
촉에는 자신 있지만 촉만으로 수사를 진행 할 수는 없다. 문지혁은 화면 속의 남자를 용의선상에서 제외했다.
“아, 맞다. 장성민의 신원 정보 나왔다. 알고 보니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운영하던 새끼더라. 오늘 붙잡은 걔 동료 양아치 말로는 옷장에 48억을 넣어놨다던데. 너도 알다시피 돈 한 푼 발견되지 않았지. 아마 돈 때문에 이 사단이 난 게 아닐까 싶다.”
“…결국 돈입니까.”
“새삼스러울 건 없지. 범죄에 돈이 관련되어 있는 건 흔한 일이니. 그리고 조폭 3명은 배원파 소속이던데, 저번에 있었던 골목길 피웅덩이 사건 알지? 그 피의 주인들이 걔들이야.”
“예? 자, 잠깐.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상하지. 알아보니까 실종 상태더라. 그런데 오늘 딱 시체로 발견 된 거지. 배원파 두목 새끼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고 있고, 걔들이 일하던 룸도 모르는 일이라 하고 있어.”
“……그 골목길의 피는 4명의 것이라 들었습니다. DNA 분석으로 나온 다른 한 명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까?”
“20대 초반의 건강한 남자라더라. 피의 양을 보면 칼에 베인 건 확실해. 박형사가 근처 병원을 대충 뒤져봤는데 칼에 베여서 찾아온 20대 초반 남자는 없다더라.”
“조폭들은 바로 어제 살해당한 것 입니까?”
“그래. 과학수사대 쪽이 그렇게 말했어. 아주 싱싱한 상태라더라. 고문 흔적은 딱히 없는데 마봉천 놈은 고환이 터져 있더라. 고자로 죽다니… 불쌍한 새끼.”
“다른 조직이 붙잡아 감금했다? 아니…. 그런 일을 할 이유가 없고…. 이거 도대체 뭡니까?”
“몰라 인마. 이 사건은 파면 팔수록 이상해. 상식적이지가 않아. 범인이 마법사라는 말도 나올 지경이다.”
“…어쩌면 진짜 마법사 일지도.”
“너까지 왜 그래 인마. 아무튼 이거 적당히 조사하고 자료 모아서 특수부에 넘겨줘.”
특수과.
정확하게는 특별수사과. 특별한 사건을 담당하는 곳이다.
“또 특수과입니까? 얼마 전에 미라 사건도 그쪽으로 넘어갔는데 또 넘겨야 합니까?”
“위에서 까라는 데 어쩌겠어. 이런 분야는 특수과가 전문이란다.”
문지혁은 특수과로 넘어가는 사건들의 공통점을 어렵지 않게 예측했다.
뱀파이어.
특기관은 뱀파이어가 연관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건은 대부분 특수과로 넘어가고 있다.
“오늘 안에 정리해서 보내줘. 그 CCTV 영상도. 안 보내면 또 지랄할거다.”
“…예.”
문지혁은 무력감을 느끼면서 간신히 대답했다.
고작 일개 형사인 그가 할 수 있는 없었다.
‘……형사로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개인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
나는 여자의 달콤한 향기가 배인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몸이 찌뿌듯했다. 어제 전설의 밤을 써내리고 모텔이 아니라 헤라의 집으로 와서 그녀와 둘이서 뒤풀이 섹스를 했다.
‘뱀파이어 형사’의 내 인생은 그야말로 섹스러운 인생이었다.
‘내일은 미영이 집에 잘까.’
나는 몇몇 아가씨들과 섹스 파트너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녀들도 성욕이 쌓이면 나를 찾고, 나도 한 번씩 그녀들을 찾으며 관계를 가진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관계는 가진 게 헤라였다. 헤라는 내 예상 이상으로 성욕이 강했다.
헤라는 영혜정에 출근해 이 집에 있는 건 나뿐이다.
벌컥.
냉장고를 열어 음료수 캔을 꺼내 소파 쪽으로 걸어갔다.
헤라는 고급 오피스텔에서 자취하고 있는데 어지간한 호텔 이상으로 넓고 깔끔하다.
TV를 키자 마침 7시 뉴스가 방송 중이다.
-오늘 아침. 서울의 한 주택가에서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화재는 주위에 있던 주택 5채를 태웠습니다. 3명의 사망자와 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소방관들의 활약으로 화재는 빠르게 진압되었습니다. 화재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조사 중입니다만, LPG 가스통 폭발이 가장 유력합니다.
“아. 이거 그 에피소드군.”
뉴스에 나오는 화재 사고는 사실 방화다. 방화범은 뱀파이어로 단지 재밌다는 이유로 방화를 하고 다니는 또라이다.
이 에피소드가 나왔다는 건 현재 시점이 드라마 중반부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문지혁이 뱀파이어 방화범을 잡게 되고, 뱀파이어 조직인 칸트라가 뱀파이어가 인간이 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정보를 듣게 된다.
“그리고 방화범은 뱀파이어 헌터한테 죽지.”
동시에 뱀파이어 헌터에 대한 위험성을 시청자들에게 알려주는 에피소드다.
-어제 새벽, 박물관에 총성이 울려 퍼졌습니다. 경찰들은 조폭의 항쟁이 벌어졌다고 설명하며 총기를 보유한 조폭들을 절대로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어 경찰차장은 서울 시민들은 가급적 밤의 출입을 삼가는 게 좋다고 말했으며…….
“뭐?”
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박물관 전투.
이건 지금 시점이 아니라 조금 지난 뒤에 나오는 에피소드다.
경찰은 조폭간의 항쟁이라 설명했지만 실상은 뱀파이어와 뱀파이어 헌터간의 전투다.
“……시발.”
내가 욕설을 지껄였다.
이건 뱀파이어와 뱀파이어 헌터간의 본격적인 전쟁을 올리는 도화선이다. 그리고 그 도화선은 이미 점화되었고, 며칠 내로 터질 것이다.
서울 시민들이 모르는 밤은 전쟁터가 된다.
‘이야기가 어느 정도 뒤틀어질건 예상했어. 하지만 이건… 너무 빠르잖아.’
이래서는 최악의 경우 생명의 구슬을 맺는 생명의 꽃이 한국에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건 진짜 최악이다.
‘뭐가 문제였지? 장성민을 죽인 거? 아니…. 그건 아니야.’
그건 그저께 저녁에 저지른 일이다. 그 사건이 영향을 끼치기엔 시간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버스 테러.”
답은 그것 밖에 없었다.
그 일 때문에 뱀파이어 헌터들이 서울에 모여들었고, 흑십자회는 핏발이 선 눈으로 테러를 저지른 범인을 찾아다닌다.
‘그 와중에 박물관에 근처에 살던 뱀파이어 무리를 발견한 거겠지’
원래는 좀 더 늦게 발견하는데, 버스 테러로 흑십자회가 제대로 빡친 모양이다.
‘젠장. 지금 상태에서 뱀파이어가 움츠러들면… 생명의 꽃이 한국에 안 올수가 있다.’
생명의 꽃은 지금 뱀파이어 조직인 칸트라의 간부 중 한 명이 가지고 있다. 얼마 후에 한반도의 정기를 흡수시키기 위해 그가 가져올 것이다.
근데 흑십자회가 대한민국에서 판을 벌이고 있다면? 병신도 아니고 당연히 한국에 오지 않는다.
삼백년 만에 분출 되는 한반도의 정기가 아깝긴 하지만 생명의 구슬을 뱀파이어 헌터에게 뺏기는 것보단 나으니까.
내 계획은 문지혁이 손에 넣기 전, 생명의 꽃이 생명의 구슬이란 열매를 맺었을 때 가로채는 것이다.
‘생명의 꽃이 한반도에 없다는 건 있어선 안 돼.’
30분 이상 고민을 거듭하던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뱀파이어 헌터를 좀 많이 줄여 놔야겠다.”
나는 현실에서 한 물건을 가져왔다. 랜덤 뽑기를 했을 때 나왔던 물건이다.
하얀색 바탕의 광대 가면. 입과 코는 빨갛고, 왼쪽 눈 부위는 초록색 별 문양이, 오른쪽 눈에는 파란색 십자 문양이 있다.
광대 가면에는 빨간색의 구불거리는 가발이 달려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제법 유치한 디자인이다.
악마의 힘이 서린 광대 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