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37)
〈 37화 〉 037. 뱀파이어 형사
037. 뱀파이어 형사
[악마의 광대 가면악마의 힘이 서린 광대 가면.]
나는 우선 가면을 써봤다. 처음 쓰는 거라 조금 힘들 줄 알았는데 얼굴에 가져다 대자 가면이 알아서 내 얼굴에 붙었다. 깜짝 놀라서 가면을 뗐는데 곧바로 떼졌다.
‘…악마의 힘이 서렸다는 게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나.’
약간의 꺼림칙함을 뒤로하고 다시 광대 가면을 썼다.
쓰고 나니 가면이 보통이 아니란 걸 알았다. 가면을 쓰면 특유의 답답함이 느껴지기 마련인데 이건 그런 감각이 전혀 없었다. 가면을 쓴 것 같지 않았다. 슬쩍 눈알을 굴려 봐도 시야가 가면에 방해 받지 않는다.
‘과연. 악마의 광대 가면.’
나는 거울을 마주보고 입을 벌렸다. 광대 가면의 입부분 열리고 내 입안이 드러났다. 입을 다물면 광대 가면의 입부분도 닫혔다. 가면을 쓰고 음식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눈도 마찬가지다. 눈을 감으면 광대 가면의 눈 부위가 감겼다.
툭툭. 손가락 끝으로 가면을 건드려봤다. 가면 특유의 딱딱함이 느껴졌다.
‘엄청나군.’
나는 손을 뻗어 가면 끝을 잡고 벗기려고 했다. 그러나 벗겨지지 않았다.
‘내가 벗을 생각이 없으니 벗겨지지 않아.’
자연스레 벗겨질 위험은 없을 듯 싶었다.
마지막으로 꼬물거리는 빨간 가발을 건드려봤다. 이 가발 때문에 내 머리카락은 전혀 노출되지 않는다. 한 가닥을 잡고 강하게 당겼는데 빠지지 않는다. 물론 고통은 없다.
‘끝내주네.’
나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킬킬 웃었다.
광대의 입이 쭈욱 찢어졌다.
•••
나는 적당한 곳에서 옷을 갈아입고 훔친 차를 타고 역삼동에 있는 ‘노을 피트니스 클럽’ 앞에 주차했다.
내 얼굴에는 빨간 가발이 달린 광대 가면이 덮어져 있다.
옆 좌석에 있는 화련비도를 장갑 낀 손에 쥐었다. 검은색 칼집에 들어 있으니 겉으로 보기엔 영락없는 검은 막대기로 보였다. 창포검의 원래 용도가 이거다. 창포검은 암살을 위한 칼이다.
‘옷은 CCTV를 의식해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갈아입고 적당한 시점에 가면을 썼지. 차는 길거리에 있는 걸 대충 해킹으로 훔쳤지. 도망갈 때도 내 능력과 인벤토리를 이용하면 추적당할 일은 없어.’
낄낄하고 웃음이 나왔다.
드라마나 영화나 만화 대부분에서 헌터는 존재하지 않는 걸 가정한다. 강력한 힘을 가진 헌터가 존재하면 이야기 자체가 재미없어지기 때문이다. 헌터가 가진 강력한 힘으로 사건을 해결해버리니까.
현실의 절대다수의 사람은 일반인이었고, 일반인을 공감시키기 위해선 헌터가 없는 설정이 더 잘 먹혔다.
그리고 그건 내게 아주 천운이다. 이 세계에 헌터가 없다는 것은 나를 막을 이가 없다는 뜻이니까.
“해볼까.”
주위에 거리를 걷던 사람들이 나를 힐끔거리며 쳐다봤다. 누군가는 몰래 스마트폰 카메라로 날 찍고 있다.
풀어헤친 검은 정장을 입고, 뽀글거리는 빨간 가발이 달린 광대 가면을 쓴 남자. 일반인들은 보통 이벤트나 코스프레를 생각 할 것이다.
나는 그들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찍으려면 찍으라지.
“저기요. 사진 한 장 같이 찍어주시면 안 돼요? SNS에 올리게요.”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조….”
나는 반사적으로 ‘좆까’라고 말하려다 그녀가 제법 뛰어난 미녀란 걸 뒤늦게 깨달았다.
“좋아. 자. 찍어.”
“조금만 고개 숙여 주세요.”
그녀의 얼굴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향기로운 화장품 냄새가 확 풍겨왔다.
찰칵!
“감사합니다.”
“아니. 뭘. 그보다 SNS에 지금 당장 올려. 내일이면 SNS 스타가 되어 있을 거야.”
“네? 네. 근데. 가면 퀄리티가 무척 뛰어나네요. 직접 만드신 건가요?”
“뭐. 그렇지. 그럼 난 할 일이 있어서.”
나는 작별 인사로 그녀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옷 너머로도 알 수 있을 정도의 탱탱한 엉덩이였다.
“꺄아앗?!”
그녀가 비명을 지르든 말든, 나는 노을 피트니스 클럽의 입구로 걸어갔다.
완전 회원제로 운영되는 ‘노을 피트니스 클럽’의 실상은 한국 뱀파이어 헌터들의 훈련 장소다. 직원 모두 흑십자회 소속이고, 이곳에서 운동하는 자들은 모두 뱀파이어 헌터다.
나는 자동으로 열리는 유리문을 굳이 있는 힘껏 발로 찼다.
와장창!
유리문이 박살나고, 유리 조각들이 바닥을 수놓았다. 나는 유리조각을 밟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카운터를 보고 있던 여직원이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이내 사무용 전화기를 들어 누군가에게 말했다.
“노을 피트니스에 습격 발생! 빠른 지원 부탁드립니다! 빨리!”
아마도 흑십자회 본부 혹은 위에 운동하고 있는 뱀파이어 헌터들을 부르는 거겠지.
“안녕. 너도 제법 미녀네. 근데 미안.”
다급한 얼굴의 여직원은 제법 예뻤다. 그도 당연한 게 원작 드라마에서 단역을 맡은 여배우다. 마음 같아선 연락처라도 얻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할 일이 있다.
그녀는 내가 다가가자 서랍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리볼버다. 그리 놀랍지는 않다. 뱀파이어 헌터들이 주로 사용하는 무기가 권총이다.
“내가 좀 바쁘거든.”
영천류 실전기. 서광(曙光).
칼집에서 뽑아져 나온 칼이 허공에 붉은빛의 궤적을 남기며 여직원의 머리를 베어냈다. 그녀의 피가 내 몸에 튀었다.
서광은 사전 동작이 크다는 단점이 있지만, 제대로 휘두르면 헌터라도 반응하기 어려운 쾌검이다.
“꺄아아아아아악!”
“사, 살인이다!”
“아아아아아!!”
뒤에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유리문을 발로 차 부순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구경하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내가 저지른 살인에 혼비백산이 되었다. 다만, 그 중 일부는 대담하게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하여간 현대인들이란.’
나는 여직원의 목 없는 시체를 지나쳐 피트니스 2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를 탈까 하다가 그냥 계단으로 올라갔다.
2층은 사우나 겸 탈의실이다. 남탕과 여탕이 나뉘어져 있다.
나는 자연스레 여탕 쪽으로 움직였다.
‘이건 본능이지.’
그러나 막상 문을 열자 나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여자가 한 명도 없었다. 생각해보면 뱀파이어 헌터 대부분이 남정네 들이다.
“쯧.”
혀를 차고 여탕 옆의 남탕 쪽 문을 열었다.
마침 상의를 벗고 있던 건장한 체격의 남자와 시선이 부딪혔다.
“씨발. 남자 몸이라니. 개같네.”
내가 그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는 당황하지도 않더니 빠르게 가방에서 리볼버를 꺼내 나를 겨눴다. 훈련된 움직임이다.
“너 뭐하는 놈이야?! 뱀파이어냐! 가면 벗어!”
“가면 벗을 거면 아예 처음부터 안 썼지.”
“다가오지 마! 이거 은탄이다! 뱀파이어라면 은탄의 위력을 알고 있을 테지!”
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냥 쏘지 그래?”
“이 자식이!”
탕!
내가 살짝 몸을 틀었다. 총탄은 내 어깨를 노리고 있었다. 나를 죽이지 않고 붙잡아 심문이라도 할 생각인가 보다.
탕! 탕탕! 탕!
나는 몸을 움직여 총을 피했다. 영천류의 실전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내 시야 밖에서 총을 쏜다면 모를까. 바로 정면에서 쏘는 이상 나를 맞출 수는 없다.
탕! 팅!
마지막 한 발은 칼을 휘둘러 옆으로 튕겨냈다.
“오, 이게 되네.”
에이 설마, 하는 느낌으로 총알을 피하면서 한 번 시도 해본 건데 성공했다. 참고로 내 칼은 멀쩡했다.
무려 SS등급 몬스터인 레드 드래곤의 비늘로 만든 검이다. 고작 평범한 은탄에 흠집이 나기엔 그 이름이 너무 아깝다.
“이, 이런 제길…!”
놈이 곧바로 등을 돌려 도망친다.
“싸울 때 등보이지 말라고 안 배웠나?”
나는 뛰어가 놈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내 칼이 놈의 상체와 하체를 분리 시켰다. 피와 내장이 바닥에 쏟아졌다.
나는 피를 피해 걸으며 목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뜨거운 습기와 함께 알몸의 남자 3명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총소리를 듣고 매복하고 있었나.’
내 칼을 빼앗으려고 한다. 그건 나를 너무 우습게 본거다.
영천류를 모르는 나였다면 당했을 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나는 아니다.
영천류 실전기 유선(流線).
내 칼이 허공을 유려하게 움직이며 남자들을 베어낸다.
칼이 남자들의 피를 물감으로 삼아 허공에 그림을 그린다. 남자들이 시체가 되어 움직이지 않게 될 때가지 선은 끊기지 않는다.
유선은 다수를 상대하기 좋은 실전기다.
칼이 멈췄을 때는 주위의 남자 3명이 토막 난 상태였다. 내 몸은 남자들의 피로 샤워를 한 것 마냥 엉망이었다.
“이런.”
괜히 앞에 있는 남자의 머리를 발로 찼다. 머리통은 커다란 온탕 안에 들어갔다. 깨끗하던 욕탕의 물이 빨갛게 변한다.
나는 한 차례 욕탕을 둘러봤다.
‘남아 있는 놈은 없군.’
욕탕 밖으로 나왔다.
음료 냉장고가 눈에 띄었다. 바나나 우유를 꺼내 입안에 들이 부었다.
“목욕탕에서 먹는 바나나 우유는 각별했지.”
통은 대충 아무데나 버렸다. 입은 떼고 마셨으니 DNA가 검출 될 일은 없다.
3층. 운동기구가 늘어서 있는 헬스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진하게 미소 지었다. 내 앞에는 족히 20명이 넘는 뱀파이어 헌터들이 제각각 무기를 들고 나를 보고 있다.
“이런 미친 새끼를 봤나.”
“진조 아니야?”
“그 우스꽝스러운 광대 가면은 또 뭐야.”
“죽이지 마. 어쩌면 버스 테러랑 관계있을지도 몰라.”
“팔, 다리는 자르고 잡아서 심문해야 돼. 어떻게 여길 찾았는지, 소속이 어딘지 정보를 불게 만들어.”
23명의 남녀.
많다. 하지만 전혀 두렵지 않다. 오히려 두려워해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저쪽이다.
나는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살(殺)판났네.”
내가 먼저 움직였다. 적들 중에는 권총을 가진 놈들이 절반 이상이었기에 적당한 방패가 필요했다. 그게 놈들의 동료면 딱 좋다.
탕탕탕탕!
총성이 울린다. 그러나 내 몸에 닿기는커녕 스치는 총알도 없다. 나는 총탄을 피해내고, 피할 수 없는 건 운동기구를 방패삼아 막아냈다.
“총 쏘지 마! 총탄에 우리가 맞겠어! 그냥 접근해서 상대해!”
“그냥 쏘는 게 더 좋을 텐데?”
나는 그들을 비웃었다. 내가 마음껏 날뛰지 못하는 이유는 총 때문이다.
내 육체가 일반인에 비해 뛰어나긴 하지만 총알을 맞고 멀쩡한 정도는 아니다. 내 몸은 피륙으로 이루어져있다.
먼저 겁도 없이 나를 향해 다가온 놈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단검을 들고 있는 게 좀 자신 있는 모양인데… 어림도 없지.’
일반인 기준으로는 빠른 움직임이지만, 내 기준으로는 전혀 위험이 되지 않는다.
“1대1은 자제해! 놈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놈을 둘러싸서 포위해라!”
누군가 커다랗게 외쳤다. 그에 뱀파이어 헌터들의 움직임에 질서가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에게 명령을 내린 중년 남자를 쳐다봤다.
‘임부전. 여기에 있었나. 설마 조장급을 여기서 죽일 수 있을 줄이야. 운이 좋군.’
임부전은 뱀파이어 헌터 중에서 상위급 실력을 가진 놈이다. 전투력도 전투력이지만 머리가 좋다. 여기서 미리 죽여 두는 게 내겐 이득이다.
뱀파이어 헌터들이 내 주위를 포위했다. 칼, 창, 둔기, 권총 등이 나를 겨눈다.
“…이봐. 광대. 하나 물어보자. 이런 무모한 짓을 벌인 이유가 뭐야?”
임부전이 두 눈을 형형하게 빛내며 내게 물었다. 오른손에는 잘 관리된 손도끼가 들려있다.
“너희들은 내가 할 일에 방해되니 치우려고”
“……우리가 방해 된다라…. 대한민국을 뱀파이어의 나라로 만들 생각이냐?”
“뱀파이어의 나라라. 나쁘지 않네.”
불가능한 일이다. 뱀파이어들이 나서봐야 기껏해야 한국의 마피아 조직이 되는 게 전부다. 뱀파이어 나라를 만들 거라면 차라리 서아시아 쪽으로 가는 게 더 나을 거다.
“네놈의 짓거리는 우리들에… 아니, 한국에 대한 선전포고 일 뿐이다. 너의 섣부른 행동으로 인해 한국의 뱀파이어들은 앞으로 수없이 죽어 나갈 거다.”
“아. 그건 좀 곤란한데. 어쩔 수 없지. 더 적극적으로 너희들을 죽일 수밖에.”
내가 움직였다. 가장 가까운 쪽에 있는 여자를 향해 칼을 들고 달려들었다.
“……!”
여자가 양손에 쥔 칼을 휘두른다. 한층 빨라진 내 움직임에 반응하는 것만으로도 뛰어나지만, 가속을 사용한 내겐 너무 느리다.
가슴 중심에 칼을 쑤셔 넣어 심장을 찌르고, 한 손으로 여자의 목을 잡아 옆의 남자에게 던졌다.
동료의 시체를 매몰차게 쳐내지 못한 남자의 유약함을 노려 목을 꿰뚫어 죽였다.
10초도 지나지 않아 2명이 죽었다.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칼을 휘둘렀다. 가까이 있는 놈부터 죽여 댔다. 놈들의 공격은 내 옷깃을 스치는 게 전부다.
“이런 빌어먹을! 놈을 그냥 죽여! 생포 할 수 있는 놈이 아니야! 총 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