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42)
〈 42화 〉 042. 뱀파이어 형사
042. 뱀파이어 형사
모텔에서 정오 무렵에 깨어난 우리는 서로 껴안고 누워있었다.
모텔에 들어온 우리는 짐승이 되었다. 술은 조금도 입에 대지 않았는데, 남자와 여자가 아닌 수컷과 암컷이 되어 새벽까지 뒹굴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아주 엉망이다. 비단 침대에서만 떡을 친 게 아니기 때문이다. 화장실, 욕실, 책상, 의자, 현관…. 거의 온갖 장소에서, 온갖 체위로 성기를 휘둘렀다. 지금 헤라의 보지를 보면 빨갛게 부어있다.
“오빠. 나 영혜정을 그만둘 거야.”
“어?!”
내가 깜짝 놀랐다.
“왜 그렇게 놀라?”
“아니. 난 네가 계속 영혜정에서 일할 줄 알았지.”
“영혜정이 좋은 곳이긴 해. 마담도 우릴 배려해주고, 다른 곳에 비해 돈을 많이 받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평생직장으로 하기엔 좀 그렇잖아.”
“…그렇긴 하지.”
룸에서 일하는 아가씨들 대부분이 돈 때문이다. 단기간에 빠르게 돈을 모으기엔 유흥업소가 좋다. 다만 사회적인 평가와 미래를 생각하면 오래 다닐 곳은 못 된다.
내가 놀란 것은 헤라가 이렇게 빨리 그만둘 줄 몰랐다는 점이다.
“오늘부터 그만두는 거야?”
“아니. 이번 달 까지만 일하는 거야. 마담에겐 이미 말해뒀어.”
“일은 그만두면 뭐하게?”
“부모님은 얼른 결혼하라고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30대도되지 않았는데 결혼하고 싶진 않아. 모은 돈으로 옷가게를 차릴 거야.”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새삼스레 깨닫는 게 있었다.
‘……내겐 있어 이 세계는 드라마지만, 이 세계의 사람들에겐 여기가 현실이지.’
그리고 궁금한 게 있었다.
현실의 신혜진의 부모님과, 헤라의 부모님은 서로 똑같이 생겼을까? 진짜 확인해보고 싶은데 신혜진의 부모님 얼굴을 모른다.
“그럼 나랑 섹스 파트너 관계도 끝?”
솔직히 그녀를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억지로 범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이미 떡정이 들대로 들어버렸다. 헤라가 원한다면 놓아줄 생각이다.
“…음. 아니. 오빠 자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못 잊을 것 같아. 지금도 보지가 아픈데… 오빠 자지 생각만 하면 찌릿 거린다니까.”
“나도 네 보지는 못 잊을 거야.”
이 말도 진심이다. 헤라의 보지는 내 좆이랑 궁합이 딱이다. 분명 그녀보다 더 잘 조이는 보지가 있는데도, 막상 하고나면 그녀보다 못하다고 느껴진다.
“가게 차리면 불려줘. 기념으로 박아줄 테니까.”
“오빠는 기념이 아니더라도 박을 거잖아.”
“그렇긴 하지.”
내가 실실 웃었다.
•••
나는 룸을 끊지 못한다. 이미 중독 상태인 것이다.
여기가 유희 세계가 아니라 현실이라면 룸을 끊었을 것이다. 룸은 즐겁지만 그와 동시에 생활을 망치는 유흥이니까.
그러나 여긴 현실이 아니다. 이 세계의 내 생활 따윈 알바 아니다. 그리고 룸을 다니는 것이 내 목적에 방해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요컨대. 나는 내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룸을 끊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문제는 돈이군.’
룸에 가고 싶은데 돈이 없었다.
강유진의 컴퓨터 앞에 앉은 나는 생각에 잠겼다.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일을 하면 된다. 하지만 단번에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적었다.
강유진이 모은 정보 중 팔 수 있는 건 진즉에 팔았고, 남은 자료들은 다루기 위험하다. 그렇기에 정보 판매로 돈을 모을 수는 없다.
은행을 터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괜히 경찰을 자극하고 싶지는 않다.
‘남은 건 역시… 이전처럼 범죄자 놈들의 돈을 가져가는 건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운영자를 찾는 건 해킹을 이용하면 어렵지 않다. 불법적인 일을 하는 놈들이다 보니 돈을 현금으로 준비해두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가만. 내겐 광대 가면이 있잖아.”
원래는 뱀파이어 헌터 놈들을 죽일 때만 광대 가면을 착용하려고 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냥 막 나가자.’
나는 강유진의 컴퓨터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강유진은 꼭 공직자의 비리 관련 정보만 모으는 건 아니었다. 강유진은 흥미로운 정보가 있으면 일단 저장하는 바람직한 습관이 있었다.
“…찾았다.”
내가 찾은 것은 한 국회의원에 대한 정보다. 이름은 김춘석. 6선 의원으로 하늘당의 원내대표다.
원작에서도 비리 정치가로 언급되는 놈이다. 다만 워낙 가진 권력이 강해서 문지혁도 어떻게 하지 못했다. 단지 이런 위험한 정치가도 있다는 식으로 언급되는 게 전부다.
대한민국에 있는 공직자들 중에서 가장 더러운 놈이다.
얼마나 더러운 놈인가 하면 다른 정치가에 비해 저장된 자료양이 최소 5배 이상이다.
뇌물 청탁은 기본이고, 정치 깡패를 아예 제 수족처럼 부린다. 청부 살인을 했다는 의심 자료도 있다.
의외인 점은 최근에 영혜정 같은 유흥업소를 잘 찾지 않는다는 점이다. 7년 전에는 유흥업소 관련으로 스캔들이 난 양반이.
‘…아니. 의외가 아니군.’
영등포 쪽에 남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별장이 하나 있다. 강유진은 근처 CCTV를 해킹해 그 별장 쪽으로 들어가는 인물들을 파악했다.
대부분 대기업 임원들이다. 청탁이 이곳에서 이루어진다는 걸 눈치 챌 수 있었다.
그리고 유명한 연예 기획사 사장과 연예인도 있었다.
성접대다.
성관계 영상은 없지만 연예인이 굳이 김춘석의 비밀 별장으로 들어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모르면 오히려 병신이다.
연예인의 출입 빈도는 일주일에 한 번이다. 이 비밀 별장 안에 들어간 연예인은 며칠 후에 영화를 찍거나, 갑자기 좋은 기사가 떠오른다. 이 정도면 거의 확신할 수밖에 없다.
영혜정을 비롯한 유흥업소를 찾지 않는 이유가 비밀별장 자체가 놈의 유흥장소 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놈은 일본과 중국의 로비스트를 가끔씩 만나고 있다.
매국노 짓을 해서 국민과 언론에 몰매를 맞고 있는 국회의원? 걔는 김춘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김춘석은 최소 10년 전부터 꾸준히 뇌물과 청탁을 받아온 걸로 짐작된다.
‘진짜 현실에 김춘석같은 놈이 없어서 다행이다.’
정말 현실에 김춘석같은 놈이 없을까? 나는 그 질문에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다. 아니라고 믿고 싶을 뿐이다.
‘이놈이 한 달에 한 번씩, 보좌관을 시켜 확인하는 장소가 있지.’
참고로 김춘석의 보좌관은 정치깡패 출신이다. 김춘석의 수족으로 살인도 여럿 저질렀을 것이다. 김춘석과 같은 중학교 출신이다. 김춘석이 자기 마누라보다 신뢰하는 놈이다.
‘보좌관이 매번 확인하는 장소는 정황상 비자금을 숨긴 장소일 확률이 100%지.’
강유진은 보좌관의 휴대폰과 컴퓨터를 해킹해서 그 장소를 알아냈다. 보좌관이 카드 내역을 확인하며 그 위치를 유추한 것이다.
강유진은 이 정보를 봉인했다.
일개 해커가 김춘석의 비자금을 훔치기엔 너무 위험했기 때문이다. 비자금은 놈이 애용하는 정치 깡패… 백전파가 지키고 있을게 뻔하다. 참고로 백전파는 표면적으로 하늘당의 지지모임인 ‘대한하늘회’를 칭하고 있다.
‘비자금의 크기는 최소 2,000억 이상? 시발. 구린내가 너무 나서 토할 것 같네.’
비자금 장소에 있는 건 현물화 된 것들이다. 현물화 되지 않은 것들까지 합하면 6천억은 넘을 것이다.
‘이 정도로 해먹고 있는데 그냥 내버려둔다고?’
국정원은 김춘석의 비리를 알고 있다. 그러나 침묵했다.
지금 괜히 김춘석을 건들었다간 피 보는 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대한민국 정부가 마비될 수도 있다. 그 만큼 김춘석과 얽힌 국회의원과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그리고 거기엔 당연히 국정원도 포함 된다.
‘이 정도면 나라가 돌아가는 게 신기할 지경이네.’
나는 고민했다.
당장 비자금이 있는 장소로 쳐들어가서 돈들을 챙기는 게 옳을까? 아니면 그냥 포기하는 쪽이 좋을까?
‘……준비를 하고 털자. 이번 기회에 그냥 대한민국을 뒤집어 버리자.’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김춘석같은 놈이 아무렇지 않게 패악질을 하며 제 배를 불리는 꼴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같은 심정은 아니었다.
내 세금이 저딴 새끼한테 들어간다니…. 라는 심정도 아니었다. 애초에 난 세금도 내고 있지 않다.
솔직히 말하자면.
‘존나 날로 먹고 사네. 십새끼. 그리고 연예인 성접대라니… 존나 부럽다.’
연예인 성접대는 용서할 수가 없었다.
‘배알이 꼴려 죽겠다. 시발….’
•••
[해킹 Lv.6전자 기기를 해킹 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전자 기기 일수록 해킹 유지 시간이 줄어듭니다. 해킹하려는 전자 기기가 최대 60M내에 있어야 합니다. 복수의 전자기기를 해킹 할 수 있습니다. 단, 해킹 유지 시간이 크게 줄어듭니다.
쿨타임: 3시간]
내가 가지고 있던 포인트를 해킹 스킬에 투자했다. 내가 지금 저지르려는 일에는 해킹 스킬의 활용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대 배경인 이곳에선 특히나 쓸모가 많지.’
마음 같아선 10레벨까지 올리고 싶은데, 레벨을 더 올리기 위해선 무려 25 포인트가 필요했다.
‘내가 지금 가진 건 겨우 3포인트.’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능력치를 올리거나 나중을 위해 모아두는 것.
‘영천류처럼 갑자기 특성을 개방하게 될지도 모르지.’
생활하다보면 돈이 갑자기 필요하게 되는 일이 생기듯, 앞으로 갑자기 포인트가 필요하게 되는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근데 결국 포인트는 다시 쌓으면 되는 일이잖아.’
나는 고민하다가 가장 낮은 능력치를 올리기로 정했다. 어차피 결국 능력치를 올리게 될 것이라면, 차라리 지금 올려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또 다른 능력치에 비해 너무 낮다는 점도 좀 거슬렸다.
그리고 가장 낮은 지능 능력치를 올리면 정말로 내가 똑똑해지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레벨: 19
근력: 14 체력: 12 민첩: 12 지능: 5 정력 15]
지능을 올린 나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가만히 있었다.
“……뭐가 달라졌지?”
머리가 개운해지거나, 세상이 달라 보이거나 하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나는 몇 가지 실험해보기로 했다.
숫자 몇 개를 무작위로 떠올리고 그걸 더하거나, 빼거나, 곱했다. 결과적으로 암산력이 이전보다 좋아진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암기력이 좋아진 것 같기도 하다.
‘지능을 검색해보면… 학습 능력, 인지 능력… 뭐, 여러 가지가 나오는군.’
지능을 괜히 올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던 나는 뒤늦게 유희 생활 어플 구석에 있는 새로운 창을 발견했다.
“씨발.”
내가 보자마자 내뱉은 말이었다.
지능.
생각해보면 게임에선 스킬과 관련된 능력치다. 게임에선 지능이 높으면 스킬 위력이 높아진다.
“아오. 진즉에 지능을 올릴 걸.”
0.1%.
다른 사람에겐 몰라도 내겐 결코 적은 퍼센트가 아니다. 과거 폰 게임에 미쳤던 적이 한 번 있는데 그때 0.3% 확률을 믿고 30만원을 사용한 적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목표를 달성 할 수 있었다. 그때 알게 된 게 0.3%는 할 만하다는 것이다.
“지능을 올리면 퍼센트가 더 오르겠지.”
1%만 되어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 그리고 스킬과 특성의 효과가 미약하게 상승했다는 말이 자꾸 신경 쓰인다.
‘안 그래도 영천류랑 해킹의 효과가 끝내주는데 더 좋아진다는 거잖아. 앞으로는 지능도 신경 써서 올려야겠어.’
지능이 올라감에 따라 내 가치관이나, 성격 등이 변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 영혜정에서 여자랑 뒹굴고 싶다.’
아무래도 그런 건 아닌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