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45)
〈 45화 〉 045. 뱀파이어 형사
045. 뱀파이어 형사
“초능력…! 진조였냐!”
놀라운 일은 아니다. 뱀파이어 진조는 의외로 많다.
뱀파이어가 같은 뱀파이어 다섯의 피를 빨면 진조로 각성하니까. 이를 야생 진조라고 하는데, 결국은 동족 포식에 의한 각성이기에 같은 뱀파이어에게서도 혐오 받으며 노려진다. 일반 뱀파이어가 진조의 피를 빨면 진조로 바로 각성하기 때문이다.
“그래. 근데 넌 정말 인간이냐? 어떻게 내 공격을 다 쳐낼 수 있는 거지? 그건 인간의 반사 신경이 아니다.”
바닥에 축 늘어진 채찍 나이프가 다시 줄어들었다.
늘이는 것과 줄이는 것. 자유자재로 가능한 모양이다.
다시 놈이 내게 나이프를 휘두른다. 나이프의 날이 채찍처럼 늘어난다. 두 개의 나이프를 동시에 다루는데 숙련도가 장난 아니다.
캉! 카앙! 캉!
칼을 이리저리 세워 나이프 채찍을 쳐내는 건 어렵지 않다. 문제는 다가가기 힘들다는 것. 가까이 다가가려 하면 원을 그리며 휘어진 나이프가 올가미처럼 나를 감싼다.
‘젠장. 귀찮게. 그냥 모험 좀 해봐? …아니다. 쉽고 빠르게 가자.’
나는 일단 뒤로 물러났다. 가속 상태가 아니었다면 그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도망치는 거냐?”
“누가 도망쳐.”
나는 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유희를 종료해 현실로 돌아가 인벤토리에 넣은 물건을 다시 꺼낸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빈틈이 발생했는데 다행히 놈도 태세를 가다듬는 상황이라 다행이었다.
“……리볼버? 스마트폰에서 꺼냈다고? 무슨 속임수냐.”
“속임수는 없어. 보는 대로야.”
나는 리볼버를 놈에게 겨누었다. 뱀파이어 헌터의 무기다. 리볼버의 탄환은 뱀파이어의 약점인 은탄. 아무리 신체능력과 초능력을 가진 진조라 하더라도 은이 약점인건 변하지 않는다.
탕탕탕탕탕탕!
나는 리볼버의 6발을 전부 쏘아냈다.
딱 한 발. 한 발만 제대로 맞춘다면 놈은 에프킬라를 정면으로 맞은 모기 꼴이 될 것이다.
놈이 몸을 움직이며 총알을 모조리 피해냈다. 이어 바닥에 떨어진 총알을 본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은탄… 인가.”
“……새끼, 존나 잘 피하네.”
“정면에서 쏜다면 피하지 못할 것도 없지. 그리고 네가 못 쓰는 거다. 내가 피하지 않더라도 명중하는 건 2개 정도였다. 어떻게 이 거리에서 그렇게 못 맞출 수가 있는 거지?”
“총은 처음 쏘는 거라….”
“처음이더라도 절망적인 수준이군. 넌 고강한 검술에 비해 사격에 대한 재능은 전혀 없군.”
“아. 예. 그렇습니다.”
나는 대충 대답하며 그를 향해 핀을 뽑은 수류탄을 던졌다.
“성스러운 수류탄이다!”
특수 제작된 세열 수류탄으로 내부에는 작은 은구슬이 가득 들어있다. 뱀파이어에겐 무척이나 치명적이다. 나는 뒤쪽 계단으로 빠르게 올라가 폭발 범위에서 벗어났다.
콰앙!
수류탄이 터졌다. 다시 지하로 내려갔다. 아무리 놈이라고 해도 이곳은 좁았다. 피할 곳이 마땅히 없는 만큼 수류탄에 맞을 수밖에 없다.
‘평범한 수류탄도 아니고 대 뱀파이어용 수류탄이다. 아무리 진조라 해도 최소 중상이지.’
그러나 놈은 내 예상과 다르게 멀쩡했다.
나이프의 칼날을 벽처럼 크게 만들어 수류탄의 폭발을 막은 것이다.
“길이뿐만이 아니라 넓이도 자유자재로 조절 할 수 있었나…!”
“그래.”
놈이 자세를 잡았다. 아까와는 기세가 달라졌다. 수동적이었던 놈이 능동적으로 변했다.
“상대하면서 정보를 캐낼 생각이었다만…. 넌 내 생각보다 더 위험한 놈이군. 이제 그만 전력을 다해 죽여주마.”
나를 향해 달려온다. 가속을 쓴 나보다 약간 느린 정도다. 가속의 남은 유지 시간은 4분. 충분하다.
놈에게 벽계(碧溪)를 사용한다.
캉!
나이프가 내 칼을 쳐냈다. 절반 정도는 통했다. 다만 놈의 전투 감각과 반사 신경이 생각이상으로 뛰어났다.
“뭐지? 초능력… 아니, 검술인가. 거리감을 흔들게 하다니… 이런 검술도 존재 했었나. 재밌군.”
놈이 웃었다. 놈은 전투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웃음이 나올 정도는 아닌데 좀 재밌긴 했다.
‘위에 있던 놈들이 지나치게 시시했지.’
놈은 나보다 약하지도, 강하지도 않다. 비슷하다는 게 맞다. 피지컬은 저쪽이 약간 더 뛰어나지만, 내겐 가속과 영천류가 있다.
‘아예 손도 쓸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면 바로 도망쳤겠지만… 저 정도는 해볼 만하지.’
놈은 근접전을 하지 않고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나이프를 채찍처럼 휘두른다. 내 검술, 영천류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증거다.
‘…저 능력. 진짜 귀찮네.’
갑자기 쑤욱 늘어나거나, 갑자기 줄어든다. 방심할 수가 없다. 놈의 나이프를 시야에서 놓치는 순간, 길어진 칼날이 내 몸을 휘감을게 분명하다.
‘그걸 써볼까. 이런 건 쓸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영천류 실전기 연자무(燕子舞).
내 움직임이 변했다. 이전에는 최속으로 놈에게 접근하려는 것에만 신경 쓰느라 몸이 좀 움츠려들었는데 지금은 등허리가 떳떳하게 퍼졌다.
나는 마치 춤을 추듯 움직인다. 이전처럼 마냥 날카로운 기세는 없으나, 부드러움 속에 날카로움이 숨어있다.
캉! 카앙! 카카캉!
놈의 나이프를 쳐내면서 천천히 접근한다.
“…음?”
놈이 당황한 듯 재차 나이프를 휘두른다. 나이프의 속도가 빨라졌으나, 나는 그것마저 모조리 피해내거나 쳐냈다.
연자무는 회피와 방어에 집중된 기술이다. 보법과 신법을 최대한 집중해서 사용한다. 그 때문인지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은 모양이 된다.
진세영이라면 공격에도 연자무를 사용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겐 아직 그 정도까지의 숙련도가 없다.
나는 어느새 그의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이런 어이없는….”
내 칼이 그의 몸을 가른다. 놈이 비틀거리면서도 나를 향해 나이프를 휘둘렀다. 허리를 숙여 몽둥이처럼 커다래진 나이프를 피하며 다시 칼을 휘둘렀다.
칼이 그의 다리를 자르고 어깨를 벤 뒤, 심장에 꽂혔다.
“크으억!”
그가 바닥에 쓰러졌다. 그럼에도 팔을 휘두르려고 하기에 운동화로 손목을 밟았다.
“혹시 해서 물어 보는데. 금고 비밀번호 뭔지 알아?”
“49685817361.”
“……오. 진짜 말해줄 줄이야. 그거 구라지?”
“비밀번호는 진짜다. 지문인식과 홍채인식이 추가로 필요할 뿐이지. 너 혼자서 금고를 옮기는 건 불가능하고, 여기서 금고를 파괴하려해도 시간이 걸린다. 그때쯤이면 이미 지원군은 도착해서 널 벌집으로 만들어 놓겠지.”
“크크.”
죽어가면서도 진지하게 그런 말을 지껄이는 놈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왔다.
“뭐가 웃기지?”
“하늘이 날 도와주는 것 같아서 말이야.”
철컥.
거대한 금고의 문이 열렸다.
“뭐?!”
“지문인식이든 비밀번호든 상관없었어. 그냥 한 번 물어 본거야.”
나는 칼을 휘둘렀다. 놈의 목이 잘려나갔다. 놈은 바지 주머니 속에 숨겨둔 날붙이의 길이를 늘려 반격을 꾀할 생각을 가진 듯한데. 나는 놈이 은근슬쩍 움직이는 것을 보고 일찌감치 예상하고 있었다.
나는 놈의 시체를 발로 차 저리 치우고는 금고를 쳐다봤다.
무려 현실의 내 자취방 절반 정도의 크기였다.
금고 통째로 인벤토리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 인벤토리의 조건은 내가 들 수 있는 물건에 한정된다. 크기가 아무리 커도 내가 들지 못하면 인벤토리 안에 들어가지 않는다. 예전에 확인했다. 반면에 크기가 커도 내가 들 수 있다면 인벤토리 안에 들어갔다.
5M가 넘는 거대한 스티로폼 상자를 인벤토리에 넣었을 땐 상당히 신기했었다.
“오오미….”
금고 안에 들어선 내가 감탄사를 흘렸다.
금고 내부에는 현금만 있는 게 아니었다. 그림이나, 도자기 같은 예술품을 비롯해 보석과 금괴가 있다. 쌓여 있는 지폐는 원과 달러. 두 가지다.
“와 1kg 골드바가 몇 개야. 200개가 넘네.”
가격은 자세히는 모르는데 예전에 TV에서 1kg 골드바의 가격이 6천만 원 어쩌고 했던 게 기억난다.
“골드바는 현실에서 팔아야지. 나도 슬슬 자취방은 탈출해야지.”
물건들을 챙기면서 사용할 곳을 생각했다.
일단 이사 갈 곳은 고급 오피스텔이다. 헤라의 집에 익숙해졌는지 고급 오피스텔이 자꾸만 끌린다.
보석들은 일단 묵혀 둘 것이고, 달러는 원화로 바꾼다. 나는 미국에 갈 생각이 없었다.
‘미술품은… 강욱성한테 찾아가야겠군.’
이건 결국 장물이니까 대놓고 처리하기 곤란하다. 돈을 좀 떼이더라도 전문 브로커에게 맡기는 게 안전하고 편하다.
금고 내의 물건들을 전부 챙긴 나는 마을 회관 앞에 주차되어 있던 벤츠에 몸을 실었다. 차 키는 현관문 근처에 놓여 있었기에 시체를 뒤지는 일은 없었다.
“돈 벌기가 이렇게 쉽다! 크하하하하!”
나는 마을 밖을 나갈 때, 손을 창문 밖으로 쭉 빼서 CCTV 카메라를 향해 뻑큐를 날려주었다. 김춘석이 이걸 보고 많이 분노해줬으면 좋겠다.
‘와. 이래서 사람들이 외제차, 외제차 하는 구나.’
약간 운전을 해본 나는 모든 면이 국산차보다 뛰어나다는 걸 알았다.
‘캬. 이거 재밌네.’
산길이 구불구불했는데 나는 시속 70km를 유지하며 헤드라이트로 앞길만 겨우 본채 내려갔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내 반사 신경은 위험한 산길 운전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조금만 실수해도 차는 전복되거나 나무에 처박을 것이다. 어쩌면 저 밑으로 굴러 떨어질 수도 있고.
‘그 점이 스릴을 느끼게 하는 거지.’
나는 아까 뱀파이어 진조 놈과 칼부림을 할 때만큼 집중했다.
끼이익 쿵!
커브를 도는데 무언가 튀어나와 차에 부딪혔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두운 밤. 그것도 산길의 커브를 도는데 갑자기 튀어나오니 반응 자체를 할 수가 없었다.
“이런 미친!”
깜짝 놀란 내가 차를 바로 세우고 밖으로 나왔다.
“씨발. 고라니 새끼!”
다리와 목이 작살난 고라니가 혀를 빼물며 죽어 있었다. 나는 인상을 와그작 구겼다.
강원도 고라니가 유난히 지랄을 떤다더니.
‘이건 지랄 수준이 아니잖아. 시발.’
차의 앞부분이 크게 찌그러져 있었다. 나는 강하게 혀를 차고선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갔다. 고라니 때문에 운전 속도를 늦출 생각이었다.
차는 30초 정도 가다가 느닷없이 시동이 꺼져버렸다.
“어? 왜이래?”
차키를 돌려 다시 시동을 걸어본다. 그러나 차는 묵묵부답이다. 아까 고라니 때문에 어딘가 맛이 간 게 틀림없다.
몇 번 더 시도해본 나는 결국 차에서 내렸다. 해킹도 쿨타임이라 사용이 불가능했다.
‘다시 올라가기엔 너무 늦었고… 걸어서 내려가는 수밖에.’
다행히 산길은 그리 긴 편이 아니라서 조금만 내려가면 내가 타고 왔던 차가 나온다.
“빌어먹을 모기 새끼들. 다 잡아서 태워 죽여 버리고 싶네. 고라니 저것들도 다 잡아내 찢어 죽여야 돼. …개시발.”
도중에 좆같아져서 현실에서 자전거를 구입해 가져와 타고 내려갔다.
원래는 바이크를 사려고 했는데 면허증이 없었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내려가던 중, 고라니를 발견했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권총을 꺼내 고라니를 향해 방아쇠를 갈겼다.
탕탕탕탕!
총구가 불을 뿜고 탄피가 바닥에 떨어진다. 17발을 한 번에 쐈는데 한 발도 맞추지 못했다.
“……씁.”
고라니가 이리저리 피하는 것도 있지만, 내 사격 실력이 형편없는 것도 있었다. 아까 뱀파이어 놈이 말했던 대로다. 나는 사격에 대한 재능이 없었다.
“어휴. 뭐하는 짓이냐. 이게.”
현자 타임이 강하게 온 나는 그냥 고라니를 무시하고 가려 했다.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다. 고라니 따윈 너그럽게 봐줄 수 있다.
그런데 이 망할 고라니 놈이 도망은 가지 않고 나를 보며 히죽 웃었다.
내 피해망상이 아니다. 진짜 웃었다. 진짜 히죽하고 비웃었다.
“십새끼가!”
결국 한국의 유구한 전통이 서린 K-2 돌격소총을 꺼내고 말았다.
지금은 밤이고, 여기는 나무가 가득한 숲이다. 그리고 고라니는 의외로 빨랐다. 나는 결국 탄창 5개를 소모한 뒤에야 놈을 잡을 수 있었다.
진짜 절망적인 사격 실력에 한숨을 푹 내쉬며 총을 인벤토리에 집어넣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냈다.
“이건 당연히 필요하지!”
나는 당연히 특성을 개방하려다가 포인트가 12개 밖에 없는 걸 보곤 보류를 선택했다.
‘영천류보다 3배나 더 많이 필요하네.’
그 이유는 조금만 생각해보자 답이 나왔다.
영천류 특성은 무술인 영천류에 한정된다. 그러나 사격은 총기뿐만이 아니라 무언가를 발사하거나 쏘는 행위 전체가 포함된다. 영천류보다 사격이 활용되는 범위가 더 큰 것이다.
‘빨리 포인트 모아서 특성 개방해야지.’
기분이 좋아졌다. 돈도 벌었고, 고라니도 잡았고, 사격 특성도 포인트만 모으면 바로 개방 할 수 있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모기 새끼가 거슬리긴 했지만 관대해질 수 있었다.
빌어먹을 고라니 새끼를 한 번 더 만나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