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46)
〈 46화 〉 046. 뱀파이어 형사
046. 뱀파이어 형사
“으아아아아아아아!”
쨍그랑!
1,500만 원이 넘는 난초가 바닥에 떨어졌다.
난초를 구둣발로 마구 짓밟은 김춘석은 멈추지 않고 주위에 있는 물건들을 벽에 던지거나 바닥에 내팽개쳤다.
TV가 박살나고 컴퓨터 부품이 비산했다. 사무실 내의 물건들이 점점 박살나고 있다.
사무실의 한 쪽, 김춘석의 보좌관인 장태전은 가만히 서서 묵묵히 그 광경을 지켜봤다.
김춘석이 화를 못 이겨 물건을 부수는 일은 1년에 4~5번 정도 있는 일이다. 특이할 건 없다. 다만 오늘 박살난 물건은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피해액으로 따지면 대충 2억이 넘는다.
‘운동도 하지 않고 늙은 주제에 힘이 장사군.’
장태전은 그런 생각을 하며 묵묵히 그의 화가 풀리기를 기다렸다.
5분 정도 지났을까. 사무실에는 소파를 제외하면 멀쩡한 물건이 하나도 없게 되었다. 책상과 책장은 골프채로 인해 박살났고, 소파 앞에 있던 탁자는 다리 한 쪽이 부서져 있다.
“……장 보좌관. 내 돈 훔친 그 빌어먹을 새끼…. 적광이라 했나? 그 새끼 지금 어딨어?”
“경찰과 흑십자회가 수색 중입니다.”
“수색 중? 빌어먹을! 오늘 새벽에도 그 소리를 들었지! 무능한 새끼들! 백전파 놈들을 움직여!”
백전파는 김춘석이 애용하는 정치 깡패다. 불법적인 일을 할 때면 항상 백전파를 움직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다.
“새벽에 백전파의 일원 절반 이상이 죽었습니다. 한강준도 죽는 바람에 백전파의 통솔이 힘듭니다. 거기다 경찰이 백전파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한강준. 김춘석과 계약한 뱀파이어 진조다. 금고를 지키는 경비 일을 맡겼는데 적광에 의해 죽었다.
“씨발! 경찰은 무시해! 통솔은 보스인 네가 직접 하면 될 텐데?!”
“몇 년 전의 일입니다. 지금의 전 의원님 보좌관입니다. 제가 나서면 오히려 일이 복잡해지는 건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무리 김춘석의 권력이 막강하다 하더라도 경찰이 주시하고 있는 지금은 불법적인 일을 대놓고 저지를 수는 없다.
“으아아아아아!”
김춘석이 비명 같은 소리를 내지르며 구석에 쓰러져 있는 탁자를 발로 퍽퍽 차댔다.
우우웅.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보좌관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메시지를 보던 그의 표정이 곧 심각하게 굳어지더니 창백해지기까지 했다.
“의, 의원님! 도망쳐야 합니다! 어서!”
“뭐? 갑자기 무슨 말이야?!”
“지금 광화문에서 의원님의 성접대 영상이 유포되었습니다!”
“장 보좌관. 나랑 지금 농담….”
“직접 보십시오!”
장태전이 스마트폰을 보여주었다. 유명 영상 사이트에서 생방송으로 광화문을 촬영하고 있었다.
지금은 토요일 저녁이다. 광화문에는 김필중 국회의원의 퇴진 시위를 위한 집회가 열리고 있다. 그 숫자만 해도 3만 명이 넘는다. 일본에 대한 반발심이 가장 큰 시기다 보니 이렇게 모인 것이다.
그리고 집회의 중심에 커다란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다. 시위를 위해 설치 된 그 스크린으로부터 김춘석이 여자 아이돌 걸그룹의 성접대를 받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모자이크 따윈 전혀 없었다. 김춘석의 얼굴이며 여자 아이돌의 얼굴이 완벽하게 드러나 있다.
“이, 이게….”
-그만. 너희들 전원 침대에 눕거라. 한 번 뿐이니. 모두 한 번씩 맛봐야겠구나.
-…….
-최근에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았는데 너희들의 몸으로 보신을 하니 힘이 나는구나.
김춘석의 목소리가 광화문에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김춘석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어지러움을 느끼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태전아. 이거 꿈이냐?”
김춘석의 정치 인생은 끝났다. 그가 가진 막강한 권력은 이젠 없다.
“현실입니다. 의원님. 도망쳐야 합니다.”
“그, 그래! 빨리 도망쳐야지!”
김춘석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날 때였다. 문이 부서지더니 무장을 한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경찰들은 순식간에 그들의 몸을 붙잡고 수갑을 채웠다.
“이런 미친 새끼들이! 내가 누군지 알아?! 나 김춘석이야! 이거 놔! 다 뒤지고 싶어?! 너희 어디 출신이야!”
김춘석이 고래고래 소리 질렀으나, 경찰들은 묵묵히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했다.
뚜벅뚜벅.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오랜만입니다. 이렇게 다시 뵙게 되어 유감입니다. 김춘석 의원… 아니, 김춘석.”
장태전은 그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김춘석과 악연이 있는 국정원 요원이었다.
“이, 어린 새끼가! 내가 누군지 알고!”
“누구긴. 극악무도한 범죄자지. 아직도 자기가 권력자인 줄 아나?”
그는 피식 웃으며 김춘석의 앞으로 걸어가 두 눈을 마주쳤다.
“이봐. 김춘석 씨. 방금 빨간 광대가 하나가 대한민국을 뒤집어 버렸어. 이건 대통령도 못 막아. 아니, 대통령도 위험해. 대통령이 살려면 당신과 관련된 놈들을 죄다 죽여야 하지. 댁은 감옥에서 평생 썩는 게 확정이고.”
“이, 이. 이…! 태전아! 뭐해! 이 새끼들 죽여 버려!”
김춘석이 시뻘게진 얼굴로 외쳤다. 그러나 장태전은 두 눈을 감았다.
“…춘석아. 이미 끝났다.”
이미 광화문에서 3만이 넘는 국민들이 섹스 영상을 봤다. 그걸 덮을 방법은 없었다.
•••
“하아….”
문지혁이 한숨을 내쉬었다.
적광 전담 수사부.
적광을 잡기 위해 전문가들이 모인 부서다. 그러나 실제로는 제대로 된 수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형사들과 흑십자회에서 파견된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흑십자회 쪽에서 그들을 멀리하고 있다. 애초에 함께 일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전담부에 들어오면 적광을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건 오히려 형사과에 있을 때보다 못했다. 다른 형사들과 잘해보려고 해도 그들은 딱히 적광을 잡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휴가를 즐긴다는 기분으로 느긋하게 일을 한다.
‘……적광이 아예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은 범죄자 같아서지.’
얼마 전에 난리가 났다.
김춘석 국회의원의 연예인 성접대 영상이 공개 된 것이다. 그 원본이 되는 영상은 해외 사이트에 공공연연하게 떠돌고 있고,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일요일 광화문 앞에는 수 십 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 시위를 할 정도다.
정부든, 경찰이든, 국민이든 김춘석을 주목하고 있다. 적광은 뒤로 밀려난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결코 멍청하지 않지.’
사람들은 이미 광화문 스크린 해킹 사건의 범인이 적광임을 유추하고 있다. 적광 본인이 아니라 그 동료가 뛰어난 해커라는 추측 글이다.
그 근거가 되는 건 신호등 해킹이다. 적광이 도망치면서 신호등이 개판이 되었고, 그 탓에 경찰은 추적할 수 없게 되었으니까. 운 좋게 신호등 여러 대가 고장 났을 리 없으니, 해킹을 의심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
‘김춘석의 비자금을 적광이 털었다지? 적광은 지금도 계속 활동하고 있어. 노을 피트니스 클럽은 뱀파이어 헌터들을 노린 거였고, 이번 김춘석은 비자금을 노린 것이겠지.’
다행히 흑십자회는 적광과 관련된 정보는 공유해준다. 형식적으로나마 협력은 하는 것이다.
‘돈을 노리는 건 군자금으로 쓰기 위해? 아니, 굳이 장성민의 현금이나, 김춘석의 비자금을 털 필요가 있었나?’
적광의 능력이라면 강도짓을 해도 된다. 그러나 적광은 구태여 더러운 돈을 가져갔다.
‘……정의심을 가지고 있는 건가.’
지금으로선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인터넷에서 적광을 다크 히어로로 취급하며 칭송하는 자들이 있었다.
‘적광은 계속해서 활동 할 거다. 그 활동 무대가 서울이 아니라 지방이 될 수도 있어. 놈이 무슨 사건을 일으킬지 예상해야 한다.’
정의심을 가지고 있다면, 범죄조직이 적광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적광은 뱀파이어 헌터를 적대한다.’
흑십자회와 범죄조직.
흑십자회는 문지혁이 어떻게 할 수 없다. 괜히 흑십자회에 뭔가를 하려다가 자신이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들킬지도 모른다.
‘범죄조직…. 현재 서울에서 가장 세력이 강한 조직이 투성파였나?’
문지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생각하기에 현재 가장 적광의 타겟이 될 확률이 높은 건 뱀파이어 헌터와 투성파였다.
‘투성파에 촉이 온다. 오정진 팀장은 촉만으로 움직이지 말라고 했지만…. 지금 상황에선 딱히 촉 말고는 답이 없어.’
일단 투성파의 뒤를 캐 정보를 수집할 생각이었다.
•••
-분노한 대한민국! 광화문에 집결한 국민들!
-김춘석에게 성접대를 한 연예인은 여자 아이돌만이 아니다? 기획사 사장은 묵묵부답!
-김춘석의 아들, 차에서 내리다가 대학생에게 얻어맞다.
-검찰에 송치된 김춘석! 아직까지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김춘석의 보좌관 장태전曰 “많은 사람들이 얽혀 있다.”
-민심을 잃은 하늘당. 이대로 무너지나.
-광화문 스크린을 해킹해 영상을 공개한 건 붉은 광대?
-대기업 회장, 야반도주하다 경찰에 붙잡혀.
-국회의원들에게 떨어지는 검찰의 출석 요구장. 검찰, 이번 일은 반드시 끝까지 조사해 부정부패를 뿌리 뽑겠다.
-김춘석. 과거 언론에 압력을 넣은 증거가 발견되어…….
나는 우후죽순으로 나타나는 기사들을 훑어보며 피식 웃었다.
“아주. 화났네. 화났어.”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김춘석을 욕하는 댓글 밖에 없었다. 이미 증거가 확실하니 빠꾸 없는 욕설들이 가득했다.
“네티즌들이 알아서 김춘석에게 성접대 한 여자 연예인들을 찾고 있고…. 검찰도 이번에 제대로 칼을 뽑았군.”
아마도 대한민국은 김춘석의 재판이 끝날 때까지 시끄러울 것이다.
“흐흐. 그럼 영혜정이나 가볼까.”
현금 300억.
김춘석의 금고에 있던 현금이었다. 금고 안에 있던 에술품들은 강욱성에게 처리를 부탁했다. 수수료로 40%나 뜯겼지만 이해했다. 예술품, 그것도 장물을 처분하는 건 보통일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1,200억이지. 크크크.”
현금까지 합하면 총 1,500억. 나는 부자가 되었다.
“영혜정에 100억 정도 쓰면…. 뭘 할 수 있을까? 참신한 게 안 떠오르네.”
•••
“우선 골드바부터 처리하자.”
현실로 돌아온 나는 눈앞에 쌓여 있는 골드바를 보며 중얼거렸다.
골드바의 앞면에는 문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순도는 999.9%고 영어 문자가 적혀 있다. 대충 알아본 바로는 미국 은행 쪽에서 발행한 골드바인 모양이다. 인터넷으로 확인해보니 현실에도 존재하는 미국 은행이다.
“금거래소에 가서 팔면 되나? 보자… 6,500만원? 금값 또 올랐네.”
내가 가진 골드바는 214개다. 일단 14개를 팔고 이사를 한 뒤에 면허증을 따고 차를 살 예정이다.
‘차가 있으면 편하겠지.’
골드바를 대량으로 팔아도 금거래소에서 날 의심하진 않을 거다.
나는 헌터다.
어지간한 일은 헌터증을 보여주는 것으로 넘어갈 수 있다.
“오. 여기 좋은데? …어? 이 오피스텔은 분명….”
인터넷으로 괜찮은 오피스텔을 알아보던 중 국천대학교 근처에 있는 고급 오피스텔을 발견했다.
내가 놀란 것은 이 오피스텔에 내 첫사랑이라 할 수 있는 한하린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정보를 알게 된 건 우연이다. 과내에서 그녀가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걸 우연히 엿듣다가 이 오피스텔에 산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자세한 주소는 모른다. 단지 이 건물에 살고 있다는 것만 알뿐이다.
‘대학교랑 가까워서 좋네. 가격은 전세 8억? …음. 골드바 20개 팔아야겠다.’
전용주차장도 있고, 교통도 편리하다. 거기다 근처에 식당도 많다.
결코 한하린 때문에 이곳으로 이사하려는 건 아니다.
‘근데 걘 몇 층이려나? 옆집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