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52)
〈 52화 〉 052. 뱀파이어 형사
052. 뱀파이어 형사
나는 최근 3일 동안 단독주택에서 살면서 최선미와 뒹굴었다.
일단 최선미의 몸이 좋았고, 최선미의 배신에 대한 약간의 불안감도 있었다. 겉으로는 내 아래에 깔려 앙앙 소리를 질러도, 속으로는 배신을 계획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원작의 드라마에서도 흑십자회를 배신하는 여자니까.’
어느 정도 대비 장치는 마련해뒀다.
우선은 섹스 영상. 헛짓거리를 할 경우 고화질로 촬영된 섹스 영상을 한국은 물론이고 해외에 까지 뿌려버린다고 협박했다.
최선미는 자신의 목숨 하나는 최고로 생각하는 여자였다. 그리고 그만큼 성공에 대한 열망도 가지고 있다. 섹스 영상이 유포되면 자신의 인생이 박살나니 무엇보다 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순종적이야. 진짜 스톡홀름 증후군인가?’
나는 오늘 아침까지 최선미와 함께 뒹굴었던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쳐다봤다. 최선미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오고 있었다.
최선미 – 유진 님의 명령대로 노팬티로 출근했어요.
근무지 화장실에서 사진을 찍어 내게 보냈다. 타이트스커트를 위로 올리고 커피색 팬티스타킹에 감싸인 사타구니를 찍은 사진이다. 거기에는 팬티가 없었다. 스타킹에 눌린 옅은 음모와 커다란 소음순이 고스란히 찍혀있다.
‘얜 뭐지. 진짜 노예 기질을 타고난 건가?’
내가 시키면 뭐든지 한다. 농담 하지 않고 최선미는 내 명령을 성실히 이행했다. 거부하기는커녕 저항하는 기색도 없었다.
내가 화장실에서 자위를 하는 영상을 요구하면, 진짜 화장실에서 자위를 하고 영상을 보내온다.
최선미 – 유진 님. 보지가 너무 욱씬거려요. 빨리 유진 님 자지가 먹고 싶어요….
지금에 와선 이런 메시지를 간간히 보내고 있었다. 내가 억지로 시킨 것도 아니었다. 스스로의 의지로 보내는 메시지다.
‘…하. 그냥 원래 음탕한 년이었나?’
나는 최선미에게 자위나 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서, 그녀가 이전에 알려준 흑십자회의 정보를 떠올렸다. 최선미는 적광 전담부에 속해 있으면서도 흑십자회 본부에서도 일한다. 전담부는 겉만 그럴싸한 곳이기 때문이다.
‘흑십자회는 내 능력에 대해 이미 유추하고 있어.’
적광의 초능력을 기계 조작, 즉 해킹에 대한 정보를 꽤나 상세하게 조사하고 분석했다.
내가 다 놀랄 정도였다. 해킹을 고작 몇 번 쓴 것뿐인데 벌써 이렇게나 파악하다니.
‘적광의 협력자라…. 이건 헛짚었군.’
흑십자회는 적광의 협력자가 존재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흑십자회는 현재 적광과 그 협력자를 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뱀파이어 사냥은 일시적으로 멈춘 상태다. 적광 하나를 잡기 위해 총력을 다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적광을 잡기 위한 함정도 계획했지.’
노을 피트니스 클럽같은 뱀파이어 헌터들의 훈련소를 만든다. 그리고 은근슬쩍 뒷세계에 정보를 흘리고 있다. 실력에 자신 있는 미친놈인 적광이라면 또 다시 습격하리라 판단 내린 것이다.
‘음. 최선미가 함정이라는 말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갔을 지도.’
뱀파이어 헌터의 숫자를 줄일 수 있는 기회로 밖에 안 보인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뱀파이어 헌터 100명이 있더라도 다 쓸어버릴 자신이 있었다.
‘근데 이게 잘 준비한 함정이란 말이지.’
한국 흑십자회가 제대로 빡친 모양인지 함정 주위에 저격수를 배치하는 것은 물론이고, 폭탄까지 몰래 건물 곳곳에 설치했다.
웃긴 건 날 잡기 위해 재블린 미사일까지 동원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다.
‘그거 대전차 미사일이잖아. 서울에서 그딴 걸 쓰겠다고?’
흑십자회가 얼마나 나를 죽이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근데 안 가면 그만이지.’
나는 자만하지 않는다. 내가 확실히 뱀파이어 헌터를 학살할 정도로 백병전 실력이 뛰어난 건 맞다. 그러나 무적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저격. 내가 모르는 곳에서 쏘아지는 총알은 피할 수 없다. 그리고 넓은 장소에서 포위 된 경우다. 나를 둘러싸고 총을 갈겨대면 아무리 나라도 벌집이 되어 죽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뱀파이어 헌터는 줄여 둬야 돼. 이제 얼마 안 남았어.’
나는 최선미에게 뭉치지 않고 따로 행동하는 뱀파이어 헌터에 대한 정보를 받았다. 내 목표는 그들을 암살하는 것이다. 최선미의 정보가 확실하다면 위험한 일은 없을 것이다.
우우웅.
메시지가 왔다. 최선미인가 했는데 아니었다. 문지혁이다.
문지혁 – 테이커. 찾았다.
테이커 – 오. 나보다 먼저 찾을 줄이야. 누군데?
문지혁 – 지안석 상사. 5개월 전에 이라크에서 부상을 입어 퇴역한 특수부대 출신의 군인이다.
문지혁 – 동기가 있다. 공장을 운영하던 하나 뿐인 아버지가 대기업의 괴롭힘에 자살했다더군.
문지혁 – 조사해보니 새벽 그룹이 자금압박을 하는 동시에 조폭까지 동원해 지안석의 아버지를 오랜 시간 괴롭혔다. 지안석은 퇴역하기 직전에 그 사실을 알았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답이었다.
“확실히 문지혁은 능력이 좋아. 설마 진짜로 찾을 줄이야.”
문지혁이 못 찾는다 싶으면 그냥 알려 줄 생각이었다. 그 편이 더 이용하기 편하니까.
테이커 – 맞아. 지안석. 나도 의심하고 있던 사람이야. 근데 확신이 없어서 말은 하지 않았어. 지안석은 3개월 전에 멕시코에 갔어.
테이커 – 멕시코에서 브로커를 만나 무기와 폭탄을 구한 거겠지. 문제는 지안석의 지금 위치가 전혀 파악되지 않는다는 거야.
문지혁 – 지안석의 위치를 알 수 없다고?
테이커 – 나도 만능은 아니야. 그리고 지안석은 내가 의심하고 있던 후보 중 한 명에 불과했으니까. 아직 제대로 파지 않았어.
테이커 – 지안석에 대해 제대로 조사하고 난 뒤에 연락할게.
문지혁 – 시간이 없다. 테이커.
테이커 – 알아. 재촉하지 마. 재촉한다고 달려지는 건 없어. 오히려 냉정해야 놈을 막을 수 있어.
테이커 – 쉬면서 기다려. 놈을 잡는 건 뱀파이어이자 형사인 댁이 해야 할 일이니까. 괜히 싸돌아다니다가 부상 입지 말고.
문지혁 – 알았다.
나는 히죽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지혁이 지안석에게 빠져 있을 때… 뱀파이어 헌터를 좀 죽여두기로 할까.’
나는 광대 가면을 쓰고 적광이 되어 따로 행동하는 뱀파이어 헌터를 암살하기 시작했다.
최선미가 제공한 정보에 거짓은 없었다. 그녀는 정말로 내게 굴종한 것이다.
•••
일요일.
문지혁은 오랜만에 휴식다운 휴식을 취하기로 마음먹었다.
최근에는 일에 쫓겨서 제대로 된 휴식을 전혀 취하지 못했다. 육체야 뱀퍼이어의 몸이니 큰 부담은 없었지만, 정신적으로 좀 피폐해진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이 집 부대찌개 진짜 맛있죠?”
문지혁의 맞은편에 앉은 양정민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문지혁은 그녀의 미소를 보고 저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그동안 느꼈던 정신적인 고생은 싹 잊혀 진다. 피폐해진 정신세계에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꽃을 피우는 듯한 느낌이다.
문지혁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눈앞에 있는 여자, 양정민을 사랑하게 됐다.
단지 눈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편안하고 행복감을 느끼게 될 줄이야. 스스로에게 깜짝 놀라면서도 나쁘지 않은 감각이다.
“예. 진짜 잘 하네요. 1시간이나 줄서서 기다린 보람이 있어요.”
“TV에 나온 집이니까요. 인천 부대찌개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해요.”
“정민 씨랑 같이 먹어서 더 맛있게 느껴지네요.”
문지혁은 말하고도 아차 했다.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낯간지러운 말이었기에.
“정말요? 저도 마침 그렇게 생각했는데. 우리 뭔가 통하는게 있나 봐요.”
양정민이 환하게 웃었다. 문지혁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 순수한 미소가 자신을 설레게 만든다.
우우웅.
눈치 없는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마음 같아선 그냥 무시하고 싶으나, 직업 특성상 그럴 수 없었다. 급한 전화나 문자 메시지가 가끔씩 오기 때문이다.
“하아.”
“전 괜찮아요. 확인해봐요.”
“네. 그럼 좀 실례하겠습니다.”
전화는 아니고 메시지였다. 그것도 요즘 자주 연락하고 있는 테이커의 메시지.
테이커 – 큰일 났음! 지안석은 이미 한국에 밀입국한 상태고, 지금 현재 새벽 그룹 본사로 차로 가고 있어! 지금 새벽 그룹 본사로 향하는 중! 거기다 지금 새벽 그룹 본사에서 창립 60주년 기념행사로 사람들이 모여 있어!
문지혁의 얼굴이 급속도로 굳어졌다. 양정민이 그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처음 보는 심각한 얼굴이었다.
“……급한 일인가 봐요?”
“예, 예. 죄송합니다. 정민 씨. 바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건인가 보내요. 어쩔 수 없죠. 제가 태워드릴게요.”
오늘은 양정민의 차를 타고 왔다. 인천 부대찌개 맛집으로 오자고 한 것은 양정민이었기 때문이다.
“아뇨. 괜찮습니다. 택시를 타고 가면 됩니다.”
“택시보다 제 차가 더 빨라요.”
“…위험한 일입니다.”
“저도 경찰이에요.”
문지혁은 결국 그녀의 도움을 받기로 정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교통과의 운전 실력을 보여드리죠!”
문지혁은 양정민과 함께 새벽 그룹의 본사로 향했다.
‘먼저 새벽 그룹 본사에 도착해서 지안석을 잡아야 한다!’
조수석에 타고 있는 그의 다리가 초조함으로 달달 떨렸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현재 새벽 그룹 본사는 창립 60주년 기념행사로 인해 최소 만 명이 넘는 일원이 본사에 모여 있었다.
이 행사에는 회장 일가가 모두 모인다. 지안석은 회장뿐만이 아니라 그 일가까지 싸그리 죽일 생각이다.
‘제기랄. 너무 안일 했다! 지안석이 설마 일반인들까지 끌어들여서 복수 할 줄이야! 놈은 이미 복수에 제정신을 잃었어!’
지안석은 이미 자신의 목숨마저 도외시하고 있었다.
양정민은 초조함을 숨기지 못하는 문지혁에게 물었다.
“지혁 씨가 그렇게 당황 할 줄이야….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테러입니다. 퇴역 군인이 새벽 그룹에 테러를 저지르려 하고 있어요!”
“네?!”
깜짝 놀란 양정민은 이내 입술을 깨물고는 엑셀을 더욱 밟기 시작했다.
문지혁은 스마트폰을 들고 오정진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뭐야. 문형사? 갑자기 전화를 하고 웬일이야.
“팀장님! 테러입니다! 퇴역 군인 지안석이 새벽 그룹 본사에 폭탄 테러를 일으키려 하고 있습니다! 경찰특공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빨리요!”
>뭐? 갑자기 그게 무슨….
“테러라고요 팀장님! 늦으면 수 천 명이 죽을 겁니다!”
>제길. 확신한 정보 맞지?
“확실합니다! 지안석의 아버지가 새벽 그룹의 압박으로 자살했습니다! 지금 놈은 새벽 그룹의 본사로 향하고 있습니다! 본사 근처 길목을 통제 할 필요가 있습니다!”
>씨발. 대한민국에서 뭔 폭탄 테러야…. 빌어먹을.
뚝.
전화가 끊어졌다. 아무리 오정진이 대충 일한다고 하더라도 테러와 관련된 이상 제대로 일할 것이다. 아마 지금쯤 상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을 것이다.
문지혁 – 테이커! 놈의 정확한 위치는?
테이커 – 나도 몰라! 대포 트럭을 타고 있다는 것만 알아.
문지혁 – 트럭이라고? 차번호는 모르나?
테이커 – 6734!
귀한 정보였다. 문지혁은 재빨리 오정진 팀장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도착했어요!”
“감사합니다! 정민 씨는 여기에서 기다려 주세요!”
벌컥. 차문을 열고 내린 문지혁이 주위를 둘러봤다. 정면에는 본사 앞에서 기념행사가 진행 중이다. 전문 가수까지 초대해서 설치된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저 멀리서 수 십대의 경찰차가 이곳으로 달려오는 게 보였다.
‘놈은 어딨지? 경찰차가 오는 걸로 봐선 아직 잡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문지혁은 곧 수상한 남자를 발견했다. 검은색 자켓을 입고 야구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가 본사 안으로 걸아가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알았다.
‘지안석! 놈이다!’
문지혁이 본사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