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56)
〈 56화 〉 056. 코드: XTK
056. 코드: XTK
밤 10시.
나는 래플스와 약속한 카페에 들어섰다. 서울의 어느 골목길에 있는 카페였다.
카페에 들어서자 한 남자가 나를 맞이했다. 얼굴에 검은 복면을 쓴 남자는 기계 눈으로 나를 훑어본 뒤 말했다.
“네가 테이커냐?”
“맞아. 내가 테이커야. 1시간 늦은 건 미안. 중요한 일이 생겨서. 근데 댁이 애니띵?”
“애니띵은 내가 아니라 리더다. 품속에 권총을 하나 가지고 있군.”
“……겉으로 봐서는 모를 거라 생각했는데. 투시 능력이라도 있나?”
“엑스레이다. 넌 사이보그가 아니군. 스마트폰은 왜 가지고 있는 거지? 그런 골동품을 좋아하나?”
“스마트폰은 가장 완벽한 물건이야. 친구.”
“헛소리꾼이었군. 따라와라. 리더가 기다린다.”
“댁은 이름이 뭐야?”
“재키다.”
“아. 외국인이었나.”
“한국인이다. 재키는 내가 사용하는 가명이다. 우리에게 있어 이름 따윈 아무래도 좋은 것에 불과하다.”
“그럼 나도 테이커로 활동해야겠네.”
나는 재키를 따라 카페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꽤 넓은 회의실이 있었다.
그곳에서 총 8명의 인원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데려왔다. 겉으로 보기엔 노말이고 가지고 있는 무기는 권총 한 자루가 전부다.”
재키가 말했다. 그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한다.
모두가 사이보그다.
남자가 6명이고 여자는 단 2명밖에 없었다. 2명의 여자는 내 취향과 좀 거리가 있었다. 전혀 꼴리지 않는다.
중심에 있는 남자가 나를 향해 다가오며 말했다.
“어서와. 내가 래플스의 리더인 손정후야. 너와 대화한 애니띵이 나야. 동료들은 날 그냥 리더라고 불러.”
애니띵. 아니, 손정후는 게임 캐릭터의 딱딱한 말투와 다르게 부드러운 분위기를 가진 남자였다. 입고 있는 옷도 평범한 캐주얼 차림이다. 대학생이라 해도 믿을 정도다.
나이는 20대 중후반으로 보였고, 겉으로 보기에는 노말로 보인다.
‘근데 실상은 뇌를 제외한 모든 몸이 기계인 사이보그지.’
손정후는 래플스에서 가장 위험한 놈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웃으면서 어린아이나, 노인을 학살할 수 있는 놈이다.
“테이커야. 본명은 성유진. 나도 오늘부터 래플스의 일원이 되는 거지?”
“조금 미심쩍지. 우리는 지금 처음으로 만나는 거잖아? 그래도 나는 널 래플스에 받아들일 생각이야. 네 능력이 너무 탐나거든.”
손정후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와 천천히 악수를 하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원작에서 손정후는 자기 동료도 믿지 않는 놈이야. 래플스에서 몇 년이나 같이 활동한 동료라도 필요가 없어지면 가차 없이 버리지.’
손정후는 믿을 수 없는 놈이다. 웬만하면 엮이지 않는 게 좋다.
나는 최단기간으로 일루시터를 얻기 위해 래플스에 접촉하는 것이다. 일루시터를 얻은 후에는 바로 자동 진행으로 유희를 끝낼 것이다. 이 유희에 별다른 흥미는 없으니까.
현실보다 훨씬 발달된 기계? 그건 다른 창작물에서도 얻을 수 있다. 겨우 그런 것 때문에 굳이 코드: XTK에 집착할 필요는 없었다.
“잠깐 리더. 래플스에 새로운 일원을 받을 때는 우리 의견도 참고한다고 전에 말했잖아.”
선글라스를 낀 모히칸 스타일의 남자였다. 이름은 무단. 발바닥에 바퀴가 달려 있다.
“…음. 그렇지. 무단의 말도 맞아. 미안. 조금 독선적이었네. 테이커가 우리랑 함께 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 있어? 손 들어봐.”
손정후의 말에 무단을 포함한 3명이 손을 들었다.
“우린 웬만하면 다수결로 정하기로 했으니…. 테이커가 우리 일원이 되는 건 확정이네. 그래도 소수의 의견은 묵살할 수 없지. 무단, 트레인, 현지. 반대의 이유가 뭐야?”
먼저 무단이 말했다.
“믿을 수 없어. 수상해도 너무 수상하잖아. 다른 조직의 스파이 일지도 모르고, 정부의 개일지도 모르지.”
“그러네.”
손정후가 나를 쳐다봤다. 그가 내 두 눈을 빤히 보며 내게 물었다.
“혹시 스파이야?”
“아니. 기계 부품 만드는 공장의 직원인데.”
“래플스의 일원이 되려는 이유가 뭐야? 우리가 누구인지 안다면… 우리의 일이 위험하다는 것도 알 것 아니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내 해킹 능력이 너무 아까워. 난 내 능력을 써서 활약하고 싶어. 시시한 인생은 질색이야.”
“그건 굳이 래플스를 선택한 이유가 되지 않아. 정부나 경찰이라도 네 능력을 환영할 거야. 다른 범죄 조직도 마찬가지고.”
“정부는 못 믿어. 애들을 납치해 인체 실험한다는 소문도 있잖아. 그리고 다른 범죄 조직은 시시해. 내가 들어갈 거니 최소한 래플스 정도는 돼야지.”
손정후는 나에게 한 번 미소를 보이고는 시선을 돌렸다. 그의 시선이 향한 인물은 상의를 벗고 웃통을 내보이고 있는 큰 체격의 남자였다. 복부에 전선이 휘감겨 있다. 트레인이다.
“트레인. 너는?”
“목적이다. 우린 제각각 목적을 가지고 래플스에 활동하고 있다. 아직 저 녀석의 목적을 듣지 못했어.”
“테이커. 들었지? 목적이 뭐야?”
이것도 이미 예상하고 있던 질문이었다. 부모의 원수, 정부에 대한 증오, 범죄에 대한 동경 등등 이유는 많다. 하지만 나는 가장 심플한 이유를 댔다.
“돈. 나는 내 해킹 능력으로 돈을 벌고 싶어. 은행을 터는 시시한 짓은 제외하고 말이야. 래플스는 내 목적에 어느 정도 부합한다고 생각해.”
“맞아. 우린 소수 정예고 몫은 정확하게 나누니까, 청부 의뢰를 받기도 하고 가끔은 강도짓도 해. 시시한 일은 거의 없지. 잘 찾아 왔어.”
“……조금 의심스럽다만. 뭐, 됐다. 리더는 아무래도 좋은 모양이군.”
트레인이 중얼거리듯 말하고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내게 별다른 관심은 없는 모양이다.
“현지. 너는?”
“약해 보이잖아.”
책상 위에 걸터앉아 있던 짧은 머리의 여자가 나를 향해 걸어왔다. 헤어스타일은 반삭이고, 얼굴 절반과 양팔이 기계다.
현지는 세 걸음이면 닿을 거리에서 나를 관찰하듯 쳐다봤다.
“몸은 단련한 것 같긴 한데. 그것뿐이야. 겉으로 보기엔 돌연변이가 아니라 그냥 노말이잖아. 우린 소수 정예인 만큼 개인 전투력도 어느 정도 있어야지. 해킹 말곤 재주 없는 이런 비실이를 어디에 써?”
“내가 약하다고? 너 따윈 5초 안에 죽일 수 있어.”
“…오. 꼴에 패기는 있다?”
현지가 오른팔을 들었다. 손목에서 칼날이 툭 튀어나온다. 위이이잉. 그녀의 팔에서 기계음이 들린다. 나는 단번에 눈치 챘다. 저 칼은 흔히 말하는 초진동 블레이드다.
“내 말을 안 믿나 보네.”
“믿어. 믿으니까 실력 한 번 보여 달라구, 신입!”
“신고식 한 번 엄청나군.”
내가 말하며 웃었다.
이 상황은 오히려 내가 바라던 바다. 내 능력을 더 확실하게 저들에게 각인시켜줄 수 있으니까.
현지의 오른팔은 내가 아니라, 그녀 자신의 목으로 향한다.
“…어?”
현지가 당황해 왼손으로 오른 팔목을 잡았다. 그러나 오른팔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목 앞에 진동하는 칼날이 있었다.
“사실 5초도 안 걸려.”
“말도 안 돼! 사이보그를 해킹 할 수 있다고? 내 팔은 네트워크에 연결 따윈 되지 않았다고!”
“내 해킹은 통상적으로 말하는 해킹이 아니야. 초능력이라고.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든, 차단되어 있든… 기계라면 해킹 할 수 있어.”
“뭐야! 그거! 진짜라면 사이보그는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는 거잖아!”
“맞아. 그리고 이 세계에서 사이보그는 흔하지. 이젠 내 능력에 대해 좀 알려나? 전투력은 걱정하지 마. 해킹이 없더라도 너희들 발목 잡을 정도는 약하지 않으니까.”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어느새 래플스의 일원들이 나를 포위하고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살벌해졌다.
그들의 몸에 달린 기계들은 모두 양산형 따위가 아닌 특수 제작품이다. 내 해킹 능력은 기계가 복잡하거나, 고급일수록 유지 시간이 크게 떨어진다.
‘여기 있는 인원들을 전부 해킹한다면… 3초? 대충 그 정도가 한계인가.’
온전한 기계였다면 해치울 수 있었다. 그냥 전원을 꺼버리면 되는 일이니까. 그러나 그들은 몸의 일부만 기계인 사이보그다. 해킹을 이용해 3초 안에 쓰러뜨리는 건 불가능하다.
“자. 자. 진정해. 이건 그냥 신고식이야. 현지가 먼저 시비를 걸었잖아? 심각해질 필요는 없어.”
래플스의 리더, 손정후가 끼어들었다.
그는 나와 현지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더니, 내 어깨에 양손을 얹었다.
“그만해. 테이커. 현지도 이 정도면 알아들었을 거야. 그리고 너의 뛰어난 초능력도 모두가 알게 됐어. 능력적인 면에서 래플스의 일원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어. 나는… 아니, 우리는 네 능력이 꼭 필요해.”
나는 해킹으로 빼앗은 현지의 오른팔의 권한을 포기했다. 현지의 팔이 아래로 내려갔다. 그녀는 여전히 나를 보며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노려보고 있다.
“현지도 진정하고. 너희들도 총 집어넣어. 오늘 우리의 동료가 된 테이커를 환영해주자.”
“…….”
손정후의 너스레에 대답하는 일원은 없었다. 그들은 나를 겨누던 총기를 내리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음. 일은 정리가 됐지만. 혹시나 싶으니 물어볼게. 테이커가 래플스의 일원이 되는 걸 인정 못하는 사람 있어?”
“…….”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손도 들지 않았다.
그들은 내 능력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이 세상을 뒤져도 찾을 수 없는 희귀하면서도 뛰어난 초능력을.
“분위기가 딱딱하네. 피자라도 시켜 먹을까?”
•••
나는 포테이토 피자를 우물거렸다. 현실이나 여기나 피자 맛은 별 차이가 없었다.
“신입. 잘 먹는데? 피자 좋아해?”
염소수염이 난 아저씨가 내 옆에서 말을 걸었다. 그의 이름은 유근태. 등에 산소통 같은 걸 들고 다니는 불임성 좋은 아저씨다.
“그냥저냥?”
이 불임성 좋은 아저씨 덕분에 래플스의 일원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그래봤자 이름을 말하는 것 정도가 전부였지만.
“자. 먹으면서 들어.”
잠시 어딘가로 사라졌던 손정후가 들어오며 말했다. 그는 스마트 워치로 벽 한쪽에 스크린을 비추었다.
“방금 전에 의뢰가 들어왔어. 내용은 암살이고, 목표의 정보는 보이는 대로야.”
스크린을 쳐다봤다.
대충 50대로 보이는 인상 험악한 남자 사진이 있었다. 옆에 있는 내용을 보자면 이름은 목신수고 서울에서 활동하는 마피아 패밀리인 우드갓의 보스다.
“의뢰금은 총 150억. 선수금으로 50억을 받았고, 남은 대금은 목표물의 사망을 확인한 뒤에 보내줄 거야.”
의뢰금을 들은 유근태가 휘파람을 불었다.
“150억? 좀 세네!”
“우드갓은 구로구를 지배하고 있는 마피아니까. 그리고 기간이 내일까지야. 내일이 지나기 전에 죽여 달래. 그래서 말인데 이번 의뢰는 신입에게 주려고.”
그에 반발한 것은 현지였다.
“아니. 잠깐. 왜 갑자기 신입에게 주는 거야? 평소에는 지원자부터 받잖아.”
“신입의 실력 테스트야. 물론 혼자 시킬 생각은 없어. 3명을 더 붙일 생각이야. 이거 할 사람?”
마침 3명이 손을 들었다.
유근태, 현지, 울라.
“딱 맞네. 테이커. 어때? 할 생각 있어? 의뢰금은 당연히 너희 4명이서 나눠가지는 거야.”
“나야 돈을 벌 수 있으면 좋지. 근데 돈이 딱 안 나눠 질 것 같은데?”
“그건 너희들끼리 협의하는 거야. 정 협의가 안 되면 날 불려. 내가 중재해줄게.”
“그렇다면야 뭐…. 근데 울라는 쟤지? 어려 보이는데 괜찮아?”
내가 뒤쪽에 있는 울라를 가리켰다. 현지와 같은 성별인 여자다.
커다란 회색 코트를 입은 여자인데 키가 1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후드를 깊게 쓰고 있어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다.
물론 나는 그녀의 정체를 알고 있다. 나이는 30대 후반이고, 손정후와 마찬가지로 뇌를 제외한 온몸이 기계다. 겉으로 보이기엔 어린 여자아이라 원작의 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내 취향은 절대 아니었다.
“울라는 뛰어난 스나이퍼야. 무려 6Km 밖에서도 저격을 할 수 있다고?”
“아. 그래.”
내가 감흥 없다는 듯이 말했다. 실제로 그녀에게 관심 없었다.
내 계획대로라면 이놈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30일도 되지 않는다.
‘일단 이번 일에 전력을 다해야 해. 손정후가 내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날에 날 데려가지 않을 수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