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79)
〈 79화 〉 079.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079.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유진 프루커스. 전속 하녀를 겁탈하려 했다는 게 사실이느냐?”
적갈색 머리칼의 여자가 집무실 책상 앞에 앉아 가만히 서있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엘라인 카시로트.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윤기가 흐르는 적갈색의 머리카락을 고풍스럽게 틀어 올려 목선을 드러냈다. 입고 있는 푸른색 드레스와 무척이나 잘 어울리고 가슴도 D컵으로 크다. 무엇보다 티 한 점 없는 투명한 피부가 매력적이다.
‘과연. 판타지 소설. 현실에선 보기도 힘든 미녀잖아.’
프루커스 백작이 없는 현재, 저택에서 가장 높은 권력을 가진 여자다.
주인공 카일 프루커스의 어머니이자, 나의 둘째어머니다.
“다물고 있지 말고 말 하거라.”
차가운 적갈색 눈동자와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녀의 미모에 몰입해 있었다.
“…사실입니다.”
내가 순순히 인정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렉시는 비명을 내지르며 저택을 달렸고 많은 하인들이 상황을 보았다.
거짓말을 해봤자 상황 조사를 하면 금방 결과가 나온다.
‘이건 의외로 별일이 아니야.’
물론 잘못된 일이다. 내 평판이 깎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어리고, 미수에 끝났다. 아직 큰일은 아니다.
‘한국이나 여기나 어리다는 것 자체가 벼슬이지. 벼슬. 크크.’
그리고 나는 엘라인의 성격에 대해 알고 있다. 그녀는 차가워 보이는 외모와 다르게 합리적이며, 따뜻함을 가지고 있는 여인이다. 원작의 주인공 카일은 그런 어머니를 무척이나 존경스러워했다.
“그 전속 하녀는 엠비스 경의 하나뿐인 딸이다.”
“예. 알고 있습니다.”
“……그런 짓을 저지른 이유가 무엇이느냐?
당연히 시발 꼴려서 그랬죠. …라고 할 수는 없었다.
“섹스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책에서 보니 섹스는 매우 기분 좋은 행위라 하더군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
엘라인이 입을 다물고 나를 쳐다봤다. 그 완벽한 포커페이스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분명 지금 나이가 30대 중반이었나? 중급 마법사라 그런가.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네.’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자니 엘라인이 입을 열었다.
“……그래. 너도 그런 나이가 되었구나. 작년에 성인식을 치르고 남자로 인정받았으니 성에 흥미가 생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 하지만 네가 본 책은 잘못되었다.”
“네?”
“성욕이 해소되면 쾌락을 느끼는 건 맞다. 허나, 책에서 나오는 만큼의 엄청난 쾌락은 없다. 책을 너무 맹신하지는 말거라.”
“…네.”
대답하면서도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저 말의 의미는 뭐지. 제대로 된 섹스를 해본 여자라면 저런 말을 할 리가 없었다. 적어도 나와 섹스를 한 여자들은 실신까지 할 정도로 좋아 죽었으니.
‘…아. 맞다. 엘라인은 프루커스 백작이랑 정략결혼이었지.’
원작을 보면 프루커스 백작은 엘라인을 그렇게 깊게 사랑하지 않는다는 묘사가 있었다.
‘섹스 경험이 적다는 거군. 크크큭.’
어떻게 하면 엘라인을 따먹을 수 있을까.
덮치는 건 언어도단이다. 엘라인은 중급 마법사다. 지금의 나 정도는 순식간에 제압당할 것이다.
“엠비스 경과 그 딸에게는 내가 사과 해두었다. 엠비스 경은 네게 무척이나 실망했더구나.”
“…못난 모습을 보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이런 일은 없을 겁니다.”
“알면 됐다. 너는 프루커스가의 직계다. 행동하기 전에 항상 자신의 위치를 생각하고, 주위를 신경 쓰거라. 너의 추태가 프루커스의 추태가 된다.”
“명심하겠습니다.”
엘라인은 어떻게 따먹어야 할까. 엘라인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다. 정에 기대서 성적인 관계로 발전하는 건 불가능 할 것이다.
적당한 때에 미약을 쓰는 것도 한 방법이다.
‘미약은 너무 아깝지.’
나는 내 능력을 믿었다. 시간은 걸리더라도 미약의 도움 없이 내 능력만으로 엘라인을 따먹을 것이다. 꼭 먹을 것이다.
“엠비스 경의 딸에게는 휴식을 주었다. 그리고 네 전속 하녀 위치에서 물러날 것이다. 당분간은 신입 집사가 네 시중을 들것이다.”
“…신입 집사요?”
내 얼굴이 구겨졌다.
내 몸, 유진 프루커스는 선천성 심장병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이 있다. 그 때문에 저택 내에서 여러 가지 배려를 받는다.
그 중 하나가 전속 하인이 만일을 위해 바로 내 옆방에서 생활한다는 것이다. 내 방 한 구석에는 하인의 방과 바로 연결된 문이 있다.
이 문은 잠그지 않는다. 내가 병 때문에 쓰러지거나 하는 등의 긴급 상황 때 문을 열고 내 방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이다.
‘내 옆방에 남자새끼가 들어온다고? 이런 미친!’
남자의 시중을 받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설령 손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더라도 예쁜 여자의 시중을 받고 싶은 게 내 의지다.
“괜찮습니다. 당분간은 혼자 지내고 싶습니다.”
남자의 시중을 받을 바엔 그냥 혼자 지낸다. 남자가 내 곁으로 다가와 내 옷매무새를 정리한다?
우욱씹. 상상만으로도 구역질이 날 지경이다.
“허락할 수 없다. 너의 몸을 생각하면 하인의 시중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어머니. 전 정말 괜찮습니다. 제 얼굴을 보십시오. 요즘 혈색도 좋아지지 않았습니까?”
나는 내 건강함을 어필했다.
심장병이 나았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런 좋은 핑계거리를 구태여 지금 버릴 필요가 없다.
“……확실히. 최근 한 달간 발작을 했다는 보고를 듣지 못했구나. 이리 와서 손을 내밀어보거라.”
엘라인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엘라인의 섬섬옥수가 내 손을 잡는 순간이었다. 내 손 밑에 작은 푸른빛의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시원한 공기가 내 몸을 쓸고 지나갔다.
‘마법이군. 무슨 마법이지?’
위험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몸이 건강해졌구나. 허나 심장병은 언제 다시 발작할지 모르는 일이다.”
마법으로 내 몸을 검사한 모양이다. 심장병이 나았다는 걸 확신하지 못하는 걸 보면 다행히 정밀하게 검사하는 마법은 아닌 듯하다.
“어머니. 전 정말 괜찮습니다.”
“그저 일시적으로 몸이 건강해진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엘라인은 물러설 생각이 없어보였다. 나는 고민하다가 이참에 그녀를 속이기로 한다.
“어머니. 사실…. 서재에서 고대 유물을 발견했습니다.”
“고대 유물이라고?”
엘라인이 적잖게 놀란 듯 되물었다.
이 세계에서 고대 유물이란, 고대 문명의 힘과 지식이 담긴 물건을 뜻한다. 그냥 오래된 물건은 고대 유물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냥 유물이다.
“예. 서재에서 구석에 있는 오래된 고서를 발견했습니다. 고서를 읽으려고 책을 펼쳤고, 어느 부분에서 갑자기 빛이 쏟아지더니…. 고서는 사라지고 고대 유물이 나타났습니다.”
“왜 말하지 않았느냐?”
고대 유물은 마법 이상의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세상에선 고대 유물을 둘도 없는 보물이다.
“개인적으로 고대 유물을 조사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고대 유물을 가졌다고 말한다면… 제게서 가져가실 테니까요.”
“…….”
엘라인이 침묵했다. 침묵은 곧 긍정이다.
“고대 유물 중에는 위험한 힘을 가진 것들이 있다. 페릴 자작의 대한 이야기는 너도 들어봤겠지.”
페릴 자작.
이건 나도 알고 있다. 원작에서 언급되기 때문이다.
미궁에서 고대 유물을 얻은 페릴 자작은 함부로 고대 유물을 다루어 온몸이 썩는 저주를 받았다. 저주는 일주일 동안 서서히 페릴 자작의 몸을 썩게 만들었다. 마법, 포션, 축복 등 온갖 방법을 썼으나 저주는 풀리지 않았다. 페릴 자작은 일주일 동안 저주받다가 죽었다.
고대 유물, 다룰 수 없는 보물에 대한 위험성을 알려주는 일화다.
“페릴 자작의 고대 유물처럼 위험한 물건이 아닙니다. 한 달이나 지났습니다. 근데 제 몸은 보시다시피 오히려 건강해졌죠.”
“네가 요새 이상하면서도 신기한 물건들을 만들어 낸다고 들었다. 그것도 고대 유물의 힘이더냐?”
“예. 맞습니다.”
보니까 내 말을 믿는 눈치다.
프루커스 백작가는 왕국이 건국될 때부터 존재했던 유서 깊은 귀족 가문이다. 서재는 도서관 수준이라 고서도 제법 많다.
이건 한 순간에 나온 거짓말이 아니다. 나는 미래를 생각하며 이 거짓말을 생각했고, 당위성은 이미 검토했다.
“그 고대 유물을 한 번 볼 수 있겠느냐?”
“물론이지요. 아, 근데 이건 저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하인들에게 만지게 해봤는데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더라고요.”
“그런 위험한 짓을 하인들에게 했다고?”
“……죄송합니다. 문제는 없었습니다. 진짜로요.”
나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엘라인에게 건넸다. 엘라인은 스마트폰을 받아 들고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마법을 사용해 검사해보기도 했다.
어쩌다 전원을 누르더라도 상관없었다.
해킹 스킬로 인해 스마트폰의 사용 권한은 온전히 내게 있으니까.
“특이하게 생겼구나. 마나나 마법에도 반응하지 않고… 이게 정말 고대 유물이느냐?”
“네.”
“어떻게 사용하느냐?”
“이리 줘보십시오. 아까 말했듯이 이게 제 손에만 반응하거든요.”
나는 스마트폰을 잡고 그 표면에 손가락을 대고 문질렀다. 스마트폰이 빛을 내며 켜졌다.
“이게 고대 유물, 스마트폰이 가동된 상태입니다.”
“스마트폰?”
“여기 보시면 언어가 적혀 있지 않습니까.”
해킹으로 글자를 화면에 띄웠다.
-엘라인 쒸불뇬. 존나 따먹고 싶네!
뭐, 대충 이런 내용의 글이었다.
“이 고대 유물의 이름이 스마트폰이라고 적혀 있지요.”
“……처음 보는 글자구나. 지금껏 발견된 고대 문자와는 전혀 달라.”
나는 뻔뻔하게 거짓말을 했다. 당당하게 말하면 신뢰성이 생기는 법이다.
“고대 문명에 있었던 물건에 대한 지식을 알 수 있다라…. 그게 사실이라면 엄청난 물건이다.”
“아. 어디까지나 한정된 지식입니다. 고대 문명에 존재했던 마법에 관해선 전혀 모릅니다.”
“그게 그 스마트폰의 능력이냐?”
“물건을 넣어둘 수 있고, 일정 시간 마다 고대 물건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습니다.”
“…뭐?”
“고대 물건이라고 해서 엄청난 힘을 가진 물건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이걸로 만들 수 있는 건 잡동사니에요. 잡동사니. 보여드릴게요.”
나는 유희 생활 어플을 열어 인벤토리에서 물건을 꺼냈다. 아, 참고로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유희 생활 어플이 보이지 않는다. 현실에서 유희 생활 어플을 만지다가 오준혁에게 들켰었는데, 스마트폰을 키지도 않고 손가락만 움직이냐고 술취한 놈 취급만 받았다.
쿵.
인벤토리에서 에어컨 리모컨이 떨어졌다.
“…이건 무엇이냐?”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조사해봐야 알겠죠.”
엘라인은 리모컨을 만지작거리고 조사하더니 이내 내게 건네주었다.
“그 고대 유물에 관해선 비밀로 하는 게 좋겠구나. 나 또한 오늘 본 것은 잊겠다. 너도 반드시 주의 하거라.”
엘라인이 말했다. 엘라인은 비록 나와 피가 이어지지 않았지만 믿을 수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자기 자식만 편애하는 계모같은 인물이 아니다.
원작에서도 장남과 차남이 후계자 자리를 두고 다툴 때. 카일의 편을 들어주지 않고 평등한 시선으로 지켜봤다. 괜히 주인공이 존경스러워하는 게 아니다.
“네. 아, 어머니! 어머니에게 드리고 싶은 선물이 있습니다.”
“선물?”
“네.”
원래 계획보다 빠른 시점이지만… 문제가 될 거라고는 별로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한다.
나는 일단 현실에 돌아가서 준비해둔 물건들을 인벤토리에 넣고 그녀의 책상 위에 물건을 하나 꺼냈다.
엘라인은 물건을 곧바로 알아봤다.
“손목시계?”
여성용의 고풍스러운 손목시계다. 대충 시장에서 구입한 싸구려다. 브랜드 따윈 없다.
다만 겉모습은 꽤 그럴싸하다.
“네. 그런데 마법 시계가 아닙니다.”
“고대 문명은 마법뿐만이 아니라, 지금은 쇠락한 공학 또한 발달한 시대였지. 이건 공학으로 만들어진 시계인가 보구나. 귀한 선물이다. 고맙구나.”
그렇게 기뻐 보이지는 않는다.
엘라인 정도가 예쁘장한 시계에 크게 기뻐하면 그게 더 이상하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물건을 하나 더 꺼냈다.
“…예쁜 유리 장식품이구나. 안에 들어 있는 물은 무엇이냐?”
“이건 장식품이 아니라 향수입니다.”
동그란 모양의 하늘색 유리병이다.
이 세계는 유리 자체는 쉽게 구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유리 공예품은 상당히 값이 나간다.
“고대 문명 시절의 향수입니다. 어머니에게 선물로 드리고 싶습니다.”
“고맙구나. 어떻게 사용하느냐?”
이번엔 흥미를 보였다. 그녀는 나와 마찬가지로 태어날 때부터 귀족이다. 몸을 꾸미는 일에 관심이 없을 리가 없었다.
“아.”
자스민 향수의 냄새를 확인한 그녀가 작게 탄성을 흘렸다. 최적의 비율로 만들어진 현대의 향수다. 매혹되지 않을 리가 없다.
‘현대의 뛰어난 물건을 팔아 돈을 모은다. 이게 내 뛰어난 계획이지!’
그렇게 모은 돈으로 마나 각성 포션을 모조리 구매할 것이다.
진짜 100점 만점에 120점의 계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