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81)
〈 81화 〉 081.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081.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유진 공자님. 무슨 일이십니까?”
나는 내 앞에 반듯하게 서있는 노집사를 쳐다봤다.
하센트 포트안.
남작의 작위를 가지고 있는 프루커스가의 집사장이다.
나이는 60대이며 새하얗게 세버린 머리카락을 깔끔하게 이마 뒤로 넘겼다.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주름이 가득했지만, 그가 입은 검은 집사 복에는 주름 하나 찾아 볼 수 없다.
하센트는 선대 가주 때부터 크루커스 백작가의 집사 일을 해왔던 남자다. 현 가주는 물론이고 가신들 중에서도 그를 막대할 수 있는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선대 가주의 더러운 일을 묵묵히 수행한 암살자이기도 하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암살단 ‘페이탈 스팅’의 마스터였다.
‘원작에서는 대단히 강하다는 묘사는 나오는데 별 활약 없이 은퇴해버린 캐릭터지.’
은퇴의 이유는 나이가 들어서라는 것이 전부다. 그 이후로 원작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하센트 집사장. 부탁할게 있습니다.”
하센트는 가문 내의 정치에는 관심 없는 중립적인 인물이지만, 무시 할 수는 없다. 하센트에게 밉보여 내 적으로 돌변한다고 생각하면… 그 만큼 끔찍한 일은 없다.
“저에게 말입니까?”
“네. 사실 서재에서 책을 읽다가… 하센트 집사장의 정체를 알게 됐습니다.”
나는 여기서 긴장했다. 하센트가 불쾌감을 표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하센트는 눈썹하나 꿈틀거리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담백한 대답이었다. 아예 감정조차 없는 게 아닐지 의심이 될 정도다.
그러나 이어진 그의 말에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유진 공자님은 암살자가 되고 싶으신 겁니까?”
“…네?”
“공자님의 걸음걸이에서 살짝 암살자의 분위기가 풍기더군요. 제 착각이었다면 죄송합니다.”
그의 착각이 아니다.
나는 요즘 영천류의 기은보를 응용해 사용하며 돌아다닌다. 진세영이 일상 속에서 수련하는 방법이라며 알려줬기 때문이다. 수련 효과는 별로 없는 것 같아서 때려치울까 생각중이다.
“…암살자에 흥미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만, 그런 일로 집사장을 부른 건 아닙니다.”
“그럼 무슨 일로 부르셨는지요?”
“집사장은 뒷세계에 대해 잘 알고 계십니까?”
“…공자님. 뒷세계는 그리 좋은 곳이 아닙니다. 혹시 누군가 죽여버리고 싶은 대상이 있으신 겁니까?”
하센트는 살벌한 말을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아뇨. 그런 게 아니라. 개인 적으로 정보 길드를 이용하고 싶습니다.”
내 말에 하센트의 눈빛이 조금 변화가 생겼다. 처음으로 보는 그의 변화였다.
“……정보 길드는 썩 좋은 곳이 아닙니다. 그곳을 이용했다는 것만으로도 구설수에 오를 수 있습니다.”
안다.
말이 정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길드지. 현실은 범죄자 집단에 불과하다. 귀족이 정보 길드를 이용했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그 자체가 명성에 흠이 가는 일이다.
‘근데 웃기는 건 대외비적으로 죄다 정보 길드를 이용한다는 거지. 어느 귀족은 아예 정보 길드를 후원하기도 하고.’
결론은 들키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거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정보 길드만큼 편리한 곳은 없지 않습니까? 집사장. 전 저택이 너무 답답합니다. 바깥에 대한 정보도 알고 싶습니다.”
“공자님이 원하신다면 하인들이 바깥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릴 겁니다. 모험가나 용병을 불려 이야기를 듣는 방법도 있습니다.”
“깊이 없는 얕은 이야기들이겠지요. 전 세상 깊숙한 곳에 대한 이야기까지 알고 싶습니다.”
“…….”
집사장이 나를 쳐다봤다. 회색의 눈동자는 날카롭게 벼린 단검같다.
“……알겠습니다. 정보 길드를 이용하길 원하시니… 제가 직접 정보 길드에 찾아가 공자님이 원하시는 정보를 구매해오겠습니다.”
“집사장이 직접 움직이시겠다고요? 저는 집사 한 명 붙여주면 그걸로 됩니다만.”
“유감스럽게도. 제 밑에 있는 집사들 중에서 신뢰할 수 있는 집사는 몇몇 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제가 직접 움직이는 편이 낫습니다.”
좀 의외의 말이었다. 허나 나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웬만한 놈들보다 집사장 쪽이 더 믿을 수 있는 건 당연하다.
“다만 정보 길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돈이 필요합니다.”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나는 품에서 돈주머니를 꺼냈다. 주머니를 살짝 열어 그 내부를 그에게 보여준다. 주머니 안에는 반짝이는 금화와 청은화가 들어있다.
금화 1개가 50만 네르고 청은화 1개는 30만 네르다.
금화 8개. 청은화 4개. 모두 합쳐서 520만 네르다.
중산층의 월 소득이 250만 네르 정도란 걸 감안하면 꽤 큰돈이다.
“꽤 큰돈이군요. 출처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플룬 기사단 소속 기사들에게 제가 발명한 물건들을 팔았습니다.”
담배와 맥주를 팔았다. 특히나 담배의 경우 생각했던 것 보다 인기가 너무 좋았다. 담배 한 갑에 5만 네르.
‘현실 돈으로 따지면 담배 한 갑을 대충 8만 원 정도에 판 거지.’
내가 볼 때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이었지만 기사들은 별 불만 없이 사갔다. 애초에 이 세계에는 궐련 담배가 없었기에 적정 가격을 모르는 것이다.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었어. 근데 담배는 기사뿐만이 아니라 중산층 고객들에게 팔리는 물건일 테니….’
담배는 한 번 중독되면 답이 없으니 꾸준히 팔릴 거다. 될 수 있다면 하루에 10갑씩 피워줬으면 한다.
“…이 정도면 그럭저럭 괜찮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어떤 정보를 원하십니까?”
“우리 라펠리 왕국의 현재 정세와 헬브리트 공작가에 대한 정보를 원합니다.”
“왕국의 정세는 괜찮습니다만… 헬브리트 공작가의 정보는 이정도 돈으로 알아낼 수 있는 건 적습니다. 기껏해야 겉으로 알려진 정보뿐입니다.”
“그걸로 충분합니다.”
내가 원하는 게 딱 그거였다. 왕국의 은밀한 정보 따윈 관심 없다. 지금 얻어 봤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나는 원작을 통해 웬만한 건 알고 있다.
마탑은 아직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사람을 구하고 싶습니다.”
“사람이라시면?”
“전문 고문 기술자를 원합니다.”
“……네?”
하센트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 말이 정말 의외인 모양이었다.
“고문 기술자를 고용하고 싶습니다. 백작가가 아닌 제 개인으로서 말입니다.”
“고문 기술자가 필요한 일이… 있습니까?”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건 마님께 보고해야 할 일입니다.”
“어머니에겐 제가 말하겠습니다.”
한소리 듣겠지만 문제는 없다. 원래 어느 정도 세력을 갖춘 귀족가에는 고문 기술자가 존재하니까.
물론 프루커스 백작가에도 고문 기술자가 존재한다. 다만, 현재 저택에는 없고 가주인 프루커스 백작을 따라 변경인 우트렌 성에서 생활하고 있다.
“알겠습니다. 추가로 시키실 일은 없으십니까?”
“아르텔 마을과 프프렉 용병단의 위치를 알고 싶습니다.”
“처음 듣는 이름들이군요.”
“아르텔 마을은 악원의 수해의 최외곽 지역에 위치한 도망자 마을입니다.”
“도망자 마을? 도련님은 그 마을에 대해 잘 알고 계신가 보군요.”
“……이름만 지나가듯이 들어 알고 있을 뿐입니다.”
내가 대충 둘러댔다. 하센트는 깊게 캐묻지 않고 고개를 그떡였다.
“알겠습니다. 다만 돈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더 필요합니까?”
“프프렉 용병단의 실력에 따라 다르겠지요.”
“대단한 놈들은 아닙니다. 기껏해야 C급이죠.”
“그럼 300만 네르 정도가 추가로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나는 또 다른 돈 주머니를 바로 꺼냈다. 안에 있는 돈은 500만 네르다. 아까 하센트에게 준 것 까지 합쳐서 내 전재산이라 할 수 있다.
“300만 정도면 충분합니다.”
“나머지는 집사장이 가져도 됩니다.”
돈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벌 수 있다. 고작 몇 백만 네르로 집사장의 호감을 얻을 수 있다면 무척이나 싼 편이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잔금은 확실히 반납하도록 하겠습니다.”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아. 집사장. 기사단 훈련장 근처에 감옥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있긴 합니다만… 40년 전부터 사용하지 않는 곳입니다.”
원래는 일루시터를 이용해 몰래 혼자 가려고 했다. 그런데 감옥의 입구에서부터 막혔다. 입구가 잠겨 있었고, 열쇠는 하센트가 관리하고 있었다.
“한 번 구경하고 싶습니다.”
“가끔씩 청소는 합니다만, 어디까지 의례적입니다. 위생적으로 썩 좋은 곳이 아닙니다.”
“그냥 한 번 둘러보고 싶을 뿐입니다. 저택 내에서 제가 가보지 못한 곳은 감옥뿐입니다.”
“…….”
하센트가 나를 의심스럽게 쳐다봤다. 방금 고문기술자를 휘하에 두고 싶다고 말했는데 이제는 감옥에까지 가보고 싶다고 했으니…, 의심하는 것도 당연했다.
“……알겠습니다. 대신. 집사 한 명과 동행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집사장.”
•••
“유진 공자님. 둘러보고만 가시는 겁니다. 여기 오래 머물면 제가 하센트 님에게 혼납니다.”
감옥 앞에서 젊은 집사가 말했다. 기껏해야 17살 전후로 밖에 보이지 않는 사내였다. 겁도 많은지 감옥 앞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이해한다. 지하로 내려가는 감옥문은 방치되어 음산한 분위기를 풀풀 풍기고 있으니까.
“알았어. 나도 그냥 한 번 둘러보고 나올 생각이야.”
“약속하신 겁니다.”
젊은 집사가 문에 열쇠를 꽂아 놓고 자금을 해제했다. 그는 낑낑거리면서 감옥의 철문을 밀어 젖혔다. 의외로 힘이 셌다.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제대로 된 빛 하나 없어서 어두컴컴하다.
“으. 2년 전에 왔었는데 달라진 게 하나도 없네요.”
집사가 램프를 들고 계단 아래로 천천히 내려간다.
찍찍.
쥐 한 마리가 갑작스런 사람의 등장에 놀라 후다닥 밖으로 튀어나갔다.
“으아악!”
집사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나는 짧게 혀를 찼다. 하센트는 왜 이런 얼빵한 놈을 내게 붙여준거지? 엿먹이는 건가? 내가 그에게 뭔가 잘못했나?
“고, 공자님. 위험한 곳이니 손을 잡는 게 어, 어떨까요?”
집사가 나를 돌아보며 묻는다. 나는 헛소리 말고 계속 가라는 뜻으로 손을 휘저었다.
“빨리 가.”
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짜증을 담아 말했다. 남자 새끼랑 손잡으라고? 내가 대가리에 총 맞은 것도 아니고 그런 짓을 할 리가.
“으으….”
집사는 결국 울상을 지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내려갈수록 분위기는 더 칙칙해졌다. 통풍은 어느 정도 되는 모양이지만, 워낙 관리를 안하다보니 벌레나 쥐새끼들이 많았다. 특히 벽이나 바닥에 기어 다니는 바퀴벌레와 거미가 많았다.
가끔 날 잡아서 청소를 한다고 해도 대충할 것이 틀림없다. 어차피 사용하지 않는 곳이니까.
‘영지에는 따로 경비대나 재판소 쪽에 감옥에 있으니까.’
대부분의 범죄자는 경비대와 재판소 감옥에 끌려가서 처리 된다. 교도소 같은 건 따로 없다. 흉악한 놈은 사형이고, 경범죄의 경우 대부분 벌금으로 끝난다. 사형하기에 애매하면 노예로 신분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귀족의 입장에선 노예형이 좋지. 노동력은 귀한 자원이니까.’
내가 이 감옥을 찾아 온 것은 둘러보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 감옥 깊숙한 곳에 있는 고대 유물을 얻기 위해서다.
‘본래는 주인공인 카일 프루커스가 처음으로 얻는 고대 유물이지.’
난 이걸 내가 가지고 원작 시점에서 가끔씩 빌려줄 생각이다. 이건 나름 카일에게 중요한 물건이니까.
‘카일을 답 없는 먼치킨으로 만드는 건 피해야 돼.’
그렇다고 카일의 무력을 제외하면 쓸데가 딱히 없다. 카일이 어느 정도 강해져야지 장남인 젠트에게 대적할 수 있다.
‘그들이 서로 싸울 때. 나는 어부지리의 이득을 취한다. 크으읏~! 완벽한 계획 이구만!’
프루커스 영지가 내 손에 들어오는 상황이 상상된다.
우선 프루커스 백작의 이름으로 초야권을 실시해서 영지 내의 미녀란 미녀는 다 따먹고….
“공자님! 어느 정도 둘러본 것 같은데 돌아가면 안 되겠습니까?”
행복 회로가 멈췄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집사를 못마땅하게 쳐다봤다.
“아직 끝까지 안 들어갔잖아. 계속 들어가.”
감옥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 더러워지고 있다. 하인들이 대충 청소했다는 증거다.
그리고 얼마 안가. 가장 깊은 곳에 도착했다.
원작의 카일이 갇히게 되는 감옥이다. 현재 감옥 중에서 가장 큰 감옥이기도 했다.
녹슨 철창은 잠겨 있지 않고 열려 있었다. 제대로 감옥의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뭐, 원작의 카일도 그저 형식적으로 갇히는 것 뿐이니까.’
나는 감옥 안으로 들어갔다.
“공자님?!”
“아니. 감옥이 어떤 기분일까. 하고 말이야. 너도 들어와 봐. 꽤 신기한 기분이야.”
“아, 아닙니다. 전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겁에 질린 집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구석 쪽으로 향했다. 다행히 램프의 빛이 닿지 않는 곳이다.
‘벽에 틈이 있을 텐데.’
찾았다.
나는 작은 손을 뻗어 틈속에 있는 작은 열쇠를 품안에 넣었다.
“감옥이 이렇게 생겼구나~. 대충 알겠어. 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