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85)
〈 85화 〉 085.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085.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21마리의 군마가 내달린다.
이 세계의 군마는 특수한 방법으로 단련되어 현실의 말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스펙을 자랑한다. 일반적인 말보다 빠른 것은 물론이고 체격과 가진 힘도 장난이 아니다.
오러를 다루는 기사가 군마를 타고 전장을 질주하면 평범한 보병으로선 절대로 막을 수 없다.
그리고 현재 군마는 고삐 하나를 제외한 어떠한 장비도 걸치지 않은 채 달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주변 풍경이 획획 바뀐다. 다그닥 거리는 소리가 사뭇 위협적이다.
‘씁. 이거 타기 힘드네.’
나는 집사장 하센트와 함께 말을 타고 있다. 하센트가 내 등 뒤에서 고삐를 잡아 말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나는 아직 승마에 대해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장을 차고 있음에도 말이 달릴 때마다 반동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내 체구가 작은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군마가 거칠게 질주하기 때문이다. 나는 말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하체에 꽉 힘을 주었다.
‘차라리 바이크를 타고 싶군.’
문제는 바이크를 운전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었다. 바닥에는 울퉁불퉁한 돌이 박혀 있고, 얼마 안 있어 숲을 가로질러 가야한다. 여러모로 말이 딱이다.
‘마음 같아선 헬리콥터를 가져오고 싶은데….’
불가능한 일이었다. 헬리콥터를 구하는 거야 ‘뱀파이어 형사’ 세계에서 훔치면 그만이다.
다만 인벤토리에 들어가는 건 내가 들 수 있는 물건에 한정된다. 물건의 부피가 아무리 크더라도 내가 들 수 있다면 인벤토리 안에 넣을 수 있다. 반대로 부피가 아무리 작더라도 내가 들 수 없다면 인벤토리에 넣지 못한다.
“유진 공자님!”
바로 뒤쪽에 있는 헨트가 나를 불렸다. 아르텔 마을로 가는 정확한 길을 알고 있는 건 하센트라서 우리가 가만 앞에서 내달리고 있다.
“무슨 일인가?!”
“우리가 이렇게 내달려야 할 정도로 아르텔 마을이란 곳이 그렇게 중요한 곳입니까?”
궁금할 만도 했을 것이다. 우리는 다짜고짜 내달리고 있으니까.
“비록 변방에 있는 작은 마을이라곤 하나 우리 프루커스 영지에 속한 마을이네. 마을이 공격받고 있다면 당연히 우리가 나서야 하지 않겠나!”
내가 적당히 둘러댔다. 플룬 기사단이 평민 출신이 대다수고, 헨트가 용병이라곤 하나 기사인 이상 기사도를 무시할 수는 없다. 아니, 오히려 평민 출신이기에 더욱 기사도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습니다! 영지민들을 지키는 것! 그게 바로 우리 기사들의 일이지요!”
헨트가 좋아했다. 하긴 간만에 하는 기사다운 일이다. 잘 생각해보면 이 일은 기사단의 미담이 되기에 충분하다.
‘아르텔 마을 자체는 중요하지 않아.’
아르텔 마을은 도망자들이 모여서 만든 마을이다.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 작은 마을이다. 내가 아니었으면 프루커스 가문은 아르텔 마을이 있었다는 사실을 끝까지 몰랐을 것이다.
그런 작은 마을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더라도 프루커스 영지내의 사람들은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건 아르텔 마을에 있는 사람이지.’
유리아 그레이스. 후반부에 등장하는 카일의 적이다.
원작에서 작가 공인으로 소개된 세계관 최고의 천재이자 암살자.
그 재능만큼은 주인공 카일도 감히 못 따라간다고 한다.
카일이 유리아 그레이스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은, 카일이 기연의 도움을 얻어 성장했기 때문이다. 기연 없이 똑같은 조건이었다면 카일은 유리아 그레이스를 죽일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팬들의 분석이다.
‘원작에서 유리아 그레이스의 과거가 약간 나오지. 아르텔 마을에서 사는 그녀는 이 사건을 계기로 뒷골목의 암살자가 된다.’
젊은 나이에 오러 마스터가 되어 공작 일가를 암살해버릴 정도로 터무니없는 실력자가 된다. 원작에서 나오는 별명은 암제(暗帝).
‘요컨대 그거지. 파워 인플레.’
이런저런 설정이 붙긴 했는데 급조한 티가 나는 캐릭터였다.
내 목적은 아직 뒷골목의 암살자가 되지 않은 유리아 그레이스를 내 전용 암살자를 기르는 것이다. 내 명령을 군말 없이 수행하는 암살자가 있다면 무척이나 일이 편해질 것이다.
또한 혹시나 내 일이 틀어져 카일과 대적하게 되었을 때를 대비한 일종의 보험이기도 했다.
“내가 간다! 기다려라!”
“오오! 공자님의 정의심이 불타신다!”
“기사된 자로서 저희도 질 수 없습니다!”
“프루커스의 정의를 위하여!”
기사들은 돈도 안 되는 명예에 환장하는 생물이었다.
•••
아르텔 마을은 ‘악원의 수해’의 외곽 지역에 존재하는 마을이다.
악원의 수해란 대륙인이라면 누구나가 알고 있는 금지다. 시시때때로 몬스터가 튀어나오고, 그 중심부로 향한 모험가 중 누구도 그 비밀을 밝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악원의 수해는 사람들의 꺼림을 받기에 도망자들에겐 있어 최적의 장소라 할 수 있다.
아르텔 마을은 온갖 도망자들이 모여서 이룬 마을이다. 범죄자, 빚쟁이, 수배범, 불구자, 노예 등등.
가끔씩 숲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걸 제외하면 누구도 찾아올 일이 없기에 아주 평화로운 마을이라 할 수 있었다.
방금 전. 해가 지기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아르텔 마을은 혼비백산이었다. 여기저기서 전투 소리와 비명 소리가 울러 퍼진다. 마을 곳곳에 불길이 치솟기도 한다.
프프렉 용변단. 아니, 정확하게는 용병단의 탈을 쓴 도적단이 마을을 습격한 것이다.
아르텔 마을이 비록 범죄자 마을이긴 하나, 인구수는 100명도 되지 않고 전투를 할 수 있는 인물은 20명도 되지 않는다. 가난한 마을의 특성상 가지고 있는 장비도 썩 좋지 않았다.
반면에 프프렉 도적단은 30명이 넘는 전문 전투원들이다. 아르텔 마을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리아!”
넬 린스가 급하게 집에 들어왔다. 검은 머리에 꾀죄죄한 몰골을 하고 있는 그녀는 굉장히 말라 있었다.
“네. 어머니.”
넬이 시킨 대로 독서를 하고 있던 유리아 그레이스가 차분히 대답했다. 그녀의 얼굴은 무척이나 무기질 적이었다.
푸석푸석하고 검댕이 묻어 있는 머리카락. 뺨은 홀쭉하고, 피부 가죽은 뼈에 달라붙어 있다. 넬과 마찬가지로 좋은 몰골이 아니었다. 다만 유리아의 푸른색의 두 눈만큼은 고요하게 빛나고 있다.
“도적들이 마을을 습격했다. 무척이나 위험한 상태다.”
“…….”
“리아. 이 어미가 만일의 사태 때 어떻게 행동하라 가르쳤지?”
“비상금을 가지고 집 뒤의 나뭇더미에 숨어 기회를 틈타 숲으로 도망쳐라 배웠습니다.”
“잘 알고 있구나. 리아! 지금이 그 만일의 사태니 당장 행동해!”
“……어머니는?”
“나는 여기서 놈들을 막겠다. 함께 도망치기에는… 너무 늦었구나. 숨어 있을 필요는 없다. 리아. 당장 숲으로 도망치거라!”
유리아가 머뭇거리자 넬이 인상을 찌푸리며 언성을 높였다.
“어서!”
유리아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움직였다. 나무 바닥에 숨겨진 구멍을 열고 비상금을 챙긴 다. 언젠가 라펠리 왕국에서 벗어나, 남쪽 끝의 왕국으로 가기 위해 모으고 있던 돈이다.
유리아는 이어서 침대 옆에 있는 배낭을 챙겼다. 항상 구비되어 있는 비상 배낭이다. 식량이나, 단검같은 것들이 들어 있다.
“어서 가거라! 어서!”
넬이 유리아를 재촉했다. 유리아는 뒤쪽에 있는 나무 창문을 통해 집밖으로 나갔다. 이대로 쭈욱 내달리면 숲이 나온다. 몬스터가 나오는 숲이며, 익숙하지 않다면 길을 잃기 십상인 숲이기에 추적자를 따돌리기에 최적이다.
“리아. 내가 가르쳐준 것들을 잊지 않는다면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을 거다.”
넬은 창문을 통해 점점 멀어져가는 딸의 모습을 보고는 이내 집안에서 난동을 부려 방안을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딸의 흔적을 최대한 지우기 위해서다. 설령 완전히 지우지 못하더라도 잠깐의 시간은 벌 수 있을 것이다.
넬은 구석에 있는 장롱을 열었다. 낡은 옷들 사이에 숨겨져 있는 검을 꺼낸다. 갑옷은 팔아도 검만은 팔지 못하고 꾸준히 관리해왔다.
검을 손에 쥔 그녀는 문밖을 쳐다봤다.
“하하하하하하하! 약탈해라! 남자는 죽이고 여자는 범해라!”
•••
유리아 그레이스는 숲속으로 도망치려다가, 다시 되돌아왔다. 집의 뒤편, 나뭇더미에 조용히 숨었다. 숨을 죽이고 조용히 벽 틈에 눈을 가져다댔다.
그녀가 어머니의 말대로 곧바로 도망가지 않은 것은 도적단의 얼굴을 똑똑히 머릿속에 새겨두기 위해서다. 말수가 적다고해서 감정까지 없는 건 아니었다. 유리아의 눈에 증오심이 담겼다.
또한 언제든지 도망칠 자신이 있었다. 곧 있으면 해가 완전히 저물고 밤이 찾아온다. 어두운 숲속으로 도망치면, 아무리 거친 도적단이라 하더라도 낯선 숲길을 따라 자신을 추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유리아는 어머니가 장롱 속에서 검을 꺼내는 걸 보았다. 어쩌면 어머니가 도적단을 전부 죽여 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어머니는 기사 출신의 대단한 검술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하하하하하하하! 약탈해라! 남자는 죽이고 여자는 범해라!”
도적의 불쾌한 목소리가 울린다. 그 뒤를 따라 다른 도적들의 웃음소리가 마을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아우러진다. 혼란스럽다.
“오. 뭐야? 검든 여자가 있잖아?”
“삐쩍 말라서 별로구만. 뭐, 이런 가난한 마을이 다 그렇지.”
“좀 잘 봐봐. 얼굴은 나름 괜찮잖아. 노예로 팔면 제법 짭짤하게 얻을 수 있을 거다.”
넬은 검을 들고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갔다.
“날 노리고 찾아왔나?”
6명의 도적들이 서로를 쳐다봤다. 그들은 이내 배를 부여잡고 폭소를 터트렸다.
“크하하하하!”
“노리고 찾아와? 자기가 무슨 공주님인 줄 아나?”
“낄낄낄. 정신병 있는 년이군. 하긴 이딴 마을에서 생활하는데 정신병이 없으면 더 이상하지.”
“검은 내려놓고 얌전히 박히지 그러냐? 어차피 결과는 정해져 있으니 괜히 서로 힘 빼지 말자고.”
제각각의 무기를 손에 쥔 도적들은 넬을 향해 다가갔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포위하는 형식이다.
“단순히 약탈을 위해 마을을 습격한 건가…. 불행 중 다행이군.”
“미친년. 다행 같은 소리하고 있네. 덮쳐!”
도적들이 일사분란하게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훈련된 움직임이다.
넬은 호흡에 신경 쓰며 양손으로 검을 잡고 휘둘렀다. 앙상한 팔에서 나온 것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힘으로 검을 휘두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넬의 검에 푸르스름한 아지랑이가 맺힌다.
“이런 미친! 오러다!”
검기. 다르게 오러라 불리는 그것은 마나가 유형화된 힘이다.
“오러 익스퍼트?!”
“이 미친년! 도망 기사였나!”
도적들이 깨달았을 땐 늦었다. 이미 너무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넬이 본격적으로 검을 휘두른다. 오러가 일렁이는 검은 너무나도 간단히 사람의 몸을 베어버린다.
“아아아아아악!”
“씨발년이!!”
도적들이 악을 쓰며 전투를 이어갔다.
그들은 비록 익스퍼트의 경지는 아니지만, 마나를 어느 정도 느낄 수는 있었다.
허나 역부족이다. 비록 넬이 오랫동안 검을 들지 않았다곤 하나, 기사로서 살아온 삶과 경험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도적 다섯이 죽고 한 명만 남았다. 남은 도적은 몸을 덜덜 떨며 도망칠 궁리를 했다.
“뭐하냐.”
붉은 머리의 도적이 나타났다. 한쪽 귀가 없는 인상이 더러운 도적이었다.
프프렉 도적단의 두목인 짝귀의 프프렉이다.
“두, 두목! 저 망할 년이 오러 익스퍼트입니다!”
“그래 보이네.”
곧이어 마을 곳곳에 흩어져 있던 도적들이 다가왔다. 그들의 손에는 머리채를 휘감은 여자들이 있었다. 약탈품이다.
프프렉은 날카로운 눈으로 넬을 노려봤다.
“드디어 찾았군. 넬 린스.”
“넌…….”
“자식이 있을 거라던데 어딨어?”
“누가 보냈지? 그가 보냈나? …아니면 그녀가?”
“어차피 뒤질 년이 질문하기는.”
프프렉은 넬의 주위를 둘러봤다.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이미 빼돌린 것 일터다. 넬의 집은 마을에서도 가장 구석진 곳에 있었던지라 좀 늦었으니까.
“뭐. 됐어. 자식은 대충 죽였다고 보고하면 돼.”
정보 길드가 자신들의 정체를 눈치 챈 것 같으니 돈만 받고 튈 생각이었다.
거기다 자신에게 넬 린스를 죽여 달라고 의뢰한 그놈은 뒤가 구린 게 확실하니 적당히 으슥한 곳에서 죽이려들 테지. 토사구팽을 당하기 전에 돈을 받고 도망쳐야 한다.
“어, 두목. 우리 그냥 이 마을 털려 온 게 아니었습니까?”
“알면 다쳐. 뭐해. 저년 죽여.”
“아니. 아니. 두목. 저 정도면 이 마을에서 최상급 아닙니까? 죽이긴 너무 아깝죠.”
“죽이라고. 아니면 니가 대신 죽을래?”
“……죽이겠습니다.”
“너무 실망하지 마. 정하고 싶으면 죽이고 난 뒤에 하면 되잖아.”
“헤헤. 그렇죠.”
도적들이 넬을 사방에서 포위하기 시작했다. 기사라고 해서 무적인 건 아니다. 준비만 철저히 한다면 기사라도 피해 없이 죽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