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97)
〈 97화 〉 097.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097.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나는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성유진레벨: 34
근력: 21 체력: 21 민첩: 22 지능: 12 정력: 30] [사용가능 포인트: 173]
포인트가 제법 많이 쌓였다. 오늘은 이 모아둔 포인트들을 사용할 생각이다.
‘우선 영천류지.’
[120 포인트를 사용해 영천류(影天流) Lv.6의 레벨을 상승시키겠습니까?]무려 120 포인트다. 조금 망설여졌다.
영천류의 고급기, 뇌광과 암영을 전혀 몰랐다면 굳이 영천류의 레벨을 올리지 않으려 했을지도 모른다.
‘유리아 오러 익스퍼트에 도달해서 계속 성장하고 있는데… 나만 멈춰 있잖아.’
내겐 마나에 대한 재능이 전혀 없었다. ‘백환’ 세계에서 말하는 마나불감증이 바로 나였다. 나는 아무리 마나 호흡법을 수련해도 몸안에 마나를 쌓을 수 없다. 마나 각성 포션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마나 각성 포션을 사려면 돈이 한참 부족해.’
마탑에서 판매하는 마나 각성 포션의 가격은 약 400억 네르. 어지간한 귀족도 함부로 생각할 수 없는 돈이다.
‘프루커스 가문에 돈을 빌리는 것도 불가능하지.’
400억 네르는 프루커스 가문도 쉽게 생각 할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쓰려고 한다면 쓸 수 있겠지만, 문제는 내 재능에 있었다. 프루커스 가문이 투자를 생각할 정도의 검에 대한 재능이 없다.
나는 현재 저택 내에서 발명 천재라고 불리고는 있으나, 프루커스 가문은 결국 무가(武家)였다. 그 근본은 검술에 있었다.
‘그렇다고 내 실력을 공개할 수는 없어.’
영천류는 암살검술이다. 프루커스 가문이 좋아할 리 없었다. 거기다 나는 마나를 사용하기는커녕 몸에 쌓지도 못하니 실력을 공개하나마나다.
실력을 공개한다면 내 몸이 정상이라는 것도 눈치 채게 될 것이다.
‘병약한 귀족이라는 타이틀도 놓치기 아깝고 말이야.’
심장병을 가지고 있으니 여러 가지 특혜를 받는다. 예를 들자면 몸이 안 좋다는 이유로 사교 파티 같은 공식적인 행사에 간단히 빠질 수 있다.
‘후. 마법에라도 재능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마나는 둘째 치더라도 나는 마법에 대한 재능이 전혀 없었다. 하센트와 유리아에게 배우려고 했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그건 지금까지 내가 배워온 현대의 상식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으며 색다른 개념이었다. 마법보다 현대의 과학이 더 쉽게 느껴졌다.
‘마나에 너무 연연해선 안 돼. 결국 내 능력의 근본은 마나가 아니라 유희 생활 어플이니까.’
영천류의 레벨을 올렸다.
영천류 레벨이 7이 되는 순간 내 머리에 이제껏 모르던 지식 하나가 새겨졌다. 나는 눈을 감으며 그 지식을 최대한 수용했다.
영천기공(影天氣功).
마나를 영천류에 알맞게 다루는 방법이다.
‘백환’ 세계관에서 불리는 마나 호흡법과 비슷하다. 호흡을 통해 마나를 쌓을 수도 있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지식이 있으면 뭐해. 결국은 마나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세영이 누나의 말대로 마나를 느끼지 못하면 아무 쓸모 없구만.’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기에 큰 충격은 없었다. 다만 약간 짜증이 나긴했다.
[성유진레벨: 34
근력: 21 체력: 21 민첩: 22 지능: 12 정력: 30] [사용가능 포인트: 53]
남은 포인트는 53. 나는 고민하다가 능력치를 좀 올리기로 했다.
[성유진레벨: 34
근력: 23 체력: 23 민첩: 22 지능: 20 정력: 30] [사용가능 포인트: 17]
나머지는 랜덤 뽑기다.
“인생은 한방이지.”
인생은 한방 맞다.
나는 유희 생활 어플을 각성하고 인생 자체가 바뀌었다. 유희 생활 어플이 없었다면 여전히 집에서 딸이나 잡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랜덤 뽑기에서 마나 각성 포션이 나올 지도 모르는 일이지.’
나는 힘차게 17번 연속 랜덤 뽑기를 실행했다.
그리고 역대급 대박이 터졌다.
모든 상처를 회복하고, 모든 상태이상에서 회복됩니다. 선천적인 장애와 질병 역시 모두 회복됩니다.
가격: 15,000 포인트
※주의
병에 담긴 엘릭서가 정량입니다. 정량을 한 번에 복용해야 제대로 효과를 발휘합니다.] [젊음의 샘물
마시면 5년 젊어진다.
가격: 1,000 포인트
※주의
8살 이하의 아이에게는 효과가 없다.] [인연 레벨 상승권
한 캐릭터의 인연 레벨을 강제로 상승 시킬 수 있습니다. 단, 인연 10레벨 미만이어야 합니다.
가격: 1,000 포인트]
“이얏아아아아아아호!”
나는 기쁨의 환성을 내지르며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었다. 나머지는 죄다 망해버렸지만, 젊음의 샘물이야 말로 진짜 대박인 물건이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1,000 포인트를 모으는 것쯤은 어렵지 않다.
마시면 5년 젊어진다. 거기다 젊음의 샘물의 가격도 무척이나 착한 1,000 포인트다.
다시 말하자면 내겐 수명의 의미가 사라진다는 뜻이니까. 집밖에 나가지 않고 안전하게 산다는 가정하에 천년이고 만년이고 살 수 있다.
“영원히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니! 시발! 내가 바로 엘프 성유진이다! 크하하하하!”
부모님에게 선물한다면 이 이상 없을 정도로 효도 선물이 될 것이다. 이걸 사람들에게 판매한다면 억만장자가 되는 건 일도 아닐 테고. 물론 아직은 상상뿐인 생각이다. 지금은 일단 집안 깊숙한 곳에 모셔둘 생각이다.
“엘릭서도 엄청나지.”
말과는 다르게 내 얼굴은 시큰둥했다.
엘릭서도 엄청난 물건이다. 선천적인 질병이나 장애를 회복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내겐 완전 회복 스킬이 있다. 나 자신에게만 사용할 수 있지만, 12시간 마다 끊임없이 사용할 수 있다.
“뭐, 엘릭서는 엘릭서 대로 장점이 있어. 남에게 사용할 수 있잖아.”
이걸 사용하게 될 때가 올지는 모르겠다.
다음은 인연 레벨 상승권.
솔직히 말하자면 이건 좀 애매했다. 나는 아직까지 인연 레벨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아리송했기 때문이다.
‘확실한 건 인연레벨이 높을수록 상대가 나를 더 의미 깊게 생각한다는 거지.’
호감도와 비슷하지만 다르다.
유리아와 하센트로 예를 들어보자.
하센트의 인연 레벨은 5다.
그 날, 하센트가 내게 충성을 맹세한 날에 한 번에 인연 레벨이 1에서 5가 되었다.
나는 인연 레벨이 천천히, 차근차근 오르는 것인 줄 알았으나 그렇지 않았다. 무언가 조건을 만족한다면 인연 레벨은 단번에 오를 수 있는 모양이다.
현재 유리아와 나의 인연 레벨은 8이다. 얼마 전에 유리아와 섹스를 하면서 인연 레벨 8을 달성했다.
‘놀라운 건, 섹스하기 전에 레벨 6이었다는 거지.’
유리아의 경우 첫 만남에 인연 레벨이 2였다. 내가 그녀에게 한 거래 제안이 의미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 후로 그녀를 조교하면서 레벨 6이 되었다. 이 부분은 별로 특이하지 않다. 나는 최선미 이상으로 유리아에게 공을 들였으니까.
‘인연 레벨 6에서 곧장 8이 되었다는 건, 그 날 섹스가 유리아에겐 아주 특별했다는 거지.’
그러다 몸을 부르르 떨었다. 깨달음이 왔다.
어쩌면 내가 유리아를 조교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동안 유리아를 조교하며 삽입만은 하지 않았다.
‘과연…! 조교를 통해 인연 레벨을 급상승시킬 수 있다는 건가!’
아무튼 인연 레벨 상승권도 보류다. 인연 레벨 10 미만에만 쓸 수 있다면, 인연 레벨 9 일 때 사용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니까.
‘근데 인연 레벨이 높으면 좋은 거 맞지?’
인연 레벨이 상승하면 포인트를 주는 걸 빼고는 체감되는 이득은 없었기에 확신할 수 없었다.
•••
하센트는 프루커스 영지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프터스 영지에서 멀리 떨어진 어느 시골 마을에 도착했다. 이미 하늘에는 해 대신에 둥근 달이 떠있다.
하센트는 나무 위에서 조용히 마을을 살펴봤다. 조용하다. 해가 저물었으니 마을 사람 대부분이 집에 들어가 수면을 취하기 시작했다. 도시와 다르게 늦게까지 운영하는 상점도 별로 없다.
‘유진 공자님은 마을에 있는 유일한 도축업자라고 하셨다.’
하센트가 움직였다. 그의 구둣발 밑에 시커먼 그림자가 꿈틀거린다. 발소리를 지우는 마법이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나뭇잎을 밟더라도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다.
하센트는 최대한 모습을 감추며 마을 내부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찾았다. 여기서 짙은 피냄새가 나는군.’
마을 외곽쪽에 위치한 낡은 오두막집이었다. 하센트는 집을 둘러보다가 창문을 통해 내부로 침입했다.
하센트는 곧 인상을 찌푸렸다.
피냄새 뿐만이 아니라 부패의 냄새가 진하게 났다. 집안은 엉망이었다. 낡고 더러운 옷과 천이 벽에 아무렇게나 걸려 있고, 테이블 위에는 피에 젖은 도축 도구들이 있다.
‘더러운 놈. 제 정체대로 행동하는군!’
자신이 직접 도축하더라도 이런 백정에게 일을 의뢰하고 싶지 않았다.
하센트는 바닥의 그림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림자가 일렁이더니 롱소드가 스르륵 위로 올라온다.
하센트는 고른 숨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침대 위에 한 남자가 골아 떨어져 있었다. 이불은 흐트러져 있고 팔과 다리가 침대 밖으로 삐져나와 있다.
이상한 광경이었다.
지금은 겨울의 초입이다. 난로에 나무를 떼서 난방을 하는 것도 부족할 지경인데, 저 남자는 얇은 이불을 덮고 자면서도 춥다는 기색이 전혀 없다. 오히려 이불이 거추장스럽다는 자세로 자고 있다.
‘이 더러운 악마놈!’
검은 어떠한 소리도 없이 휘둘러졌다. 그 검날에는 시커먼 오러가 맺혀 있다.
침대위의 남자가 돌연 옆으로 굴러 검을 피해내며 바닥에 일어섰다.
“암살자? 누가 보냈지?”
남자의 몸이 꿀렁이더니 변하기 시작한다. 두 눈의 흰자가 검게 변하고 눈동자가 피를 머금은 듯한 붉은색으로 변한다. 피부는 잿빛으로 변하며 미아에 두 개의 뿔이 솟아오른다.
“악마놈. 그동안 잘도 숨어 있었군.”
“날 보고 놀라지도 않아?”
남자의 목소리가 갈라진다. 사람의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기괴한 목소리다.
“내가 악마라는 걸 알고 찾아왔구나! 어떻게 알았지?! 교단이 보낸 것이냐?!”
“알 필요 없다. 얌전히 죽음을 맞이하라. 불결한 것!”
“미물 따위가.”
악마가 달려들었다. 그 손에는 날카로운 손톱이 20cm가량 늘어나 있었다.
악마가 하센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도중에 있는 침대가 그의 몸에 부딪혀 박살난다. 무식하면서도 빠른 돌진이다.
‘다른 건 몰라도 저 손톱. 독이 있을 가능성이 있군.’
놈은 하급 악마. 오러 익스퍼트 중급 이상의 실력을 가졌다. 결코 방심해도 좋을 상대가 아니다.
“흐읍!”
하센트가 숨을 한껏 들이켜며 검을 휘둘렀다. 악마의 어깨를 베어낸다. 그러나 악마의 돌진은 멈추지 않았다.
“팔과 다리를 자른 뒤에 천천히 알아내주마!”
악마가 그의 코앞에 다가온 순간, 바닥에 있던 그림자가 벽처럼 솟구쳐 악마를 쳐냈다. 악마는 뒤로 날아가 나무 벽을 박살내며 더러운 흙바닥을 몇 번이나 굴렀다. 악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입가엔 붉은 피가 주르륵 흐른다.
“보, 보통 놈이 아니구나!”
악마는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면서 뒷걸음질 쳤다. 도망칠 방법을 모색했다.
“어딜.”
퍽! 검이 날아와 악마의 종아리를 꿰뚫고 바닥에 꽂혔다.
“아악! 이 인간 놈이!”
악마가 비명을 내지르며 서둘러 검을 뽑아냈다. 하센트는 어느새 악마의 바로 앞에 있었다. 악마의 입가가 쭈욱 찢어졌다.
“켈켈켈. 멍청한 놈. 가까이 온 순간부터 네놈은 죽은 거다!”
악마의 입이 쩌억 벌려지며 검녹색의 연기가 뭉게뭉게 나온다. 독연이다. 하센트는 망설임 없이 손을 휘둘렀다. 손에 맺힌 그림자 칼날이 악마의 목을 베어냈다.
악마의 몸이 바닥에 허물어진다. 허나 독연은 멈추지 않고 잘라진 목에서 피와 함께 나오고 있다.
“켈켈켈. 20년의 노력이 이렇게 수포가 되었지만… 네놈 같은 강한 인간을 죽일 수 있었으니 나는 만족이다!”
목이 잘렸음에도 입이 움직였고 목소리가 나왔다.
하센트는 팔짱을 꼈다. 도망을 가지도 않고 싸늘한 눈초리로 악마를 내려다봤다.
“뭐, 뭐냐. 왜 멀쩡한 거냐?!”
“고작 이 정도의 독은 이 세계에 널리고 널렸다.”
하센트는 마법과 검술을 익히고 있지만 본직은 어디까지나 암살자다. 독을 사용하고, 그 내성을 몸에 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이익!”
악마가 이를 악물며 분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완전히 죽은 듯 활동이 멈췄다.
“흠. 악마의 시체는 반드시 챙기라 하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