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to scoundrel Studies RAW novel - Chapter (152)
망나니학 개론-152화(152/300)
#152
츠츠츠츳-.
눈부신 빛 무리가 시커먼 어둠을 베어 가르며 바포메트에게 부닥친다.
이때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위력. 그것은 아무리 고대 악마인 바포메트라 할지라도 경시할 수 없는지 신중한 태도로 커다란 대검을 끌어당겨 자신의 앞을 막았다.
파아아앗-!
레이오스의 전신을 태우고 치명상을 입혔던 지옥의 불꽃이 대검 위로 일어나 빛 무리와 격돌한다.
그것은 그 여파만으로 주변 공간이 일렁거릴 정도로 큰 충격파를 내뿜었지만, 이내 흔적도 없이 불타 사라지고 말았다.
“…바포메트라 했던가. 고대 악마라는 존재는 역시 다르군.”
시커먼 어둠 한가운데서 검 위로 넘실거리는 빛을 피워 올리고 있던 검성은 침중한 낯빛으로 중얼거렸다.
“수다떨 여유 있으면 한 번이라도 더 공격해. 이대로 가다간 우리가 먼저 탈진할 수도 있어.”
그 뒤에 있던 크리스가 얼굴을 찌푸리며 그를 재촉했다.
레이오스가 쓰러진 뒤로 벌써 두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현세와 이어진 마기의 운무는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검성이 전력으로 베어도, 크리스가 마법을 이용해 충격을 줘도 그 잠깐만 일렁거릴 뿐 곧 제 모습을 되찾는다. 그것에 그녀는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바포메트의 존재 자체가 입구의 중심이 되어 있는 거야. 저 녀석을 이 공간에서 쫓아내야 해.”
하지만 바포메트는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잠깐이라도 틈이 생긴다면 끈질기게 제 몸을 들이밀었고, 마기를 풀풀 피워 올리며 중간계를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그렇기에 그들은 초강수를 두었다.
바로 그 마기의 운무 안으로 돌입한 것.
크리스는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긴 싫었지만, 애초에 그 방법밖에 없을뿐더러 검성을 앞세운다면 설사 위험이 닥쳐와도 어떻게든 도망칠 수 있을 거란 계산하에 작전을 개시했다.
다만, 그녀의 예상과는 다르게 그 운무는 입구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커다란 통로였다.
‘아마 차원의 틈이겠지.’
딛고 선 바닥이 있다고 의식할 순 있었지만, 옆으로는 얼마나 넓고 위로는 얼마나 넓은지 감조차 오지 않는다. 검성 역시 마찬가지였기에 처음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주위를 살폈다.
“…저기 끝이 마계인가.”
통로의 반대편, 그 끝에 핏빛 하늘의 모습이 보인다.
지금 세상에서 그 누가 마계의 풍경을 본 적이 있었겠는가. 그렇기에 호기심이 쏠렸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먼저 눈앞의 악마를 쫓아내는 것이 우선이었다.
꽈아악.
검성은 다시금 제 검을 다잡았다.
차원의 틈의 여파는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는다. 그렇다는 것은 즉, 자신도 전력을 낼 수 있다는 것.
운무로 들어올 당시, 주위에 있던 이들이 싸움의 여파에 휘말릴까 걱정되어 그러지 못했지만, 조금 전의 공격으로 이곳에서의 여파가 밖에까지 닿지 않는 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마 별개의 공간이라 그럴 터.’
그렇기에 그는 사양할 것 없이 자신의 힘을 뽐냈다.
자랑인 검성류 오의부터 시작해, 평생을 갈고 닦아온 검의 정수가 펼쳐진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우위는커녕 동수를 이르는 것이 한계였다.
‘그녀가 와주지 않았더라면 정말로 최악의 결과밖에 없었겠군.’
그의 검에 주춤한 바포메트가 다시 움직일 찰나, 그 위로 수많은 마법진이 생겨난다.
크리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시퍼런 뇌전이 내리꽂히는 것을 시작으로 수많은 마법이 일시에 그 위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후.”
검성은 그 짧은 틈에 호흡을 가다듬으며 나지막한 감탄을 흘렸다.
이때것 살아오는 동안 수많은 마법사를 만나보았지만, 그녀처럼 힘 있고 탄력 있게 마법을 사용하는 이는 보지 못했다.
아마 제국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나단 마도사를 데려다 놓아도 저것의 3할도 펼쳐내지 못할 터.
“묶는다!”
파여 나가는 살갗에 위기감을 느낀 것인지 바포메트가 다시금 지옥의 불꽃을 피워 올리며 집채만 한 대검을 휘두른다.
그것을 본 크리스가 날카롭게 외칠 찰나, 검성은 이미 바닥을 박차고 앞으로 뛰쳐나갔다.
촤르르륵-!
곧 녀석의 사방에서 생겨난 마법진 위로 보랏빛 사슬이 솟구친다.
그것은 일전에 지옥대공 알로켄을 구속했던 그녀의 비전 마법. 그때와 마찬가지로 바포메트를 휘감기 시작해 이윽고 그 전신을 옭아맸다.
우우우우우웅-.
제 움직임을 방해당한 녀석이 기묘한 울음을 토해낸다.
하지만 이미 그것으로 레이오스의 상태가 이상해진 것을 보았던 검성이나, 미리 대비를 해두었던 크리스는 어렵지 않게 그 충격을 흘려내었다.
“베여라.”
그 틈을 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고 녀석의 앞으로 다가선 검성이 수직으로 검을 휘두른다.
곧 바포메트의 전신에 세로로 기다란 혈선이 그어졌지만, 그것은 고작 표면을 베는 것에 그쳤다.
“…더럽게 단단하군.”
지금껏 베지 못했던 것이 없었던 그의 검조차 바포메트의 육신을 한 번에 가르지 못했다.
검성이 손목을 움켜쥐며 뒤로 물러나자 크리스는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인 채 가늘어진 눈으로 그에게 말했다.
“당신, 정말로 검성 맞아?”
“…….”
제국 내에 있어서 검성이란 이름은 황제라도 섣불리 건드릴 수 없는 성역에 있었다.
검성은 조금 울컥한 표정을 지었지만, 차마 할 말이 없어서 입을 열지 못했다.
바이에른 아카데미의 학장으로 있는 크리스였기에 그 사실은 잘 알고 있는바.
물론 농담으로 던진 소리였지만, 오늘 몇 번이나 체면을 구긴 검성이었기에 그 소리를 쉽사리 넘길 수만은 없었다.
“…보여주지, 내가 왜 검성이라고 불리는지를.”
가볍게 숨을 내뱉은 검성은 조급한 마음을 버렸다. 그러곤 한없이 진지한 태도로 제 검 끝을 붙잡았다.
쐐애애액-!
그 직후 세상을 가르는 빛이 그를 중심으로 터져 나온다. 막, 자신의 몸을 옭아맨 사슬에서 벗어난 바포메트는 그것을 보곤 다시 대검을 끌어 당겨 제 앞에 세웠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광활한 공간을 울리는 거대한 폭발이 그곳을 휩쓴다.
바포메트는 지금껏 그들의 공격에 뒷걸음질 친 것보다 훨씬 더 뒤로 밀려났다.
대검을 든 두 팔은 금방이라도 찢어져 떨어질 듯 살점이 덜렁거렸고, 그 위를 뒤덮고 있던 지옥의 불꽃은 금방이라도 꺼질 듯 위태롭게 제 몸을 일렁거렸다.
“흐음.”
크리스는 작심하고 공격을 펼쳐낸 검성의 모습에 가벼운 탄성을 흘렸다.
‘제법이네, 과연 인간계 최강자라 불릴 만해.’
연이은 격전은 인간의 몸으로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설사 경지에 오른 소드 마스터다 마도사라 할지라도 견뎌낼 수 없었을 터.
하지만 검성은 그녀와 마찬가지로 종의 한계를 초월한 자. 지친 기색을 보이긴 했지만, 아직 건재한 모습으로 그 앞에 서 있었다.
“나도 질 수는 없지.”
무예의 대척점에 선 자로서 대항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딱.
크리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이때껏 만들어졌던 더 많은 숫자의 마법진이 허공에 그려졌다.
“…허.”
엄청난 마나가 요동치며 공간을 비틀어 낸다. 그것은 아무리 검성이라도 놀랄 정도였기에 놀라움을 표해내었다.
‘많이 무리하는 거긴 하지만.’
3개의 최상위 마법과 5개의 상위 마법 그리고 그것의 위력을 증폭시켜 주는 9개의 보조 마법까지.
인간이라면 마도사급이 열 명은 모여야 비슷한 위력을 낼 수 있는 규모의 마법을, 그녀는 단신으로 펼쳐내었다.
“[엘리멘탈 버스트].”
그녀의 비전 중, 발군의 위력을 자랑하는 마법. 모든 속성 마법을 총망라한 엘리멘탈 버스트는 순식간에 거친 폭풍이 되어 바포메트에게 내리꽂혔다.
그것은 마치 그 거구를 영혼까지 갈아버려는 듯 자신의 영역 안에 가둔다.
바포메트는 기괴한 소리를 내며 몸을 비틀었지만, 크리스는 손을 뻗어 녀석이 벗어나는 것을 막아냈다.
“…과연 고대 악마는 고대 악마라는 건가. 이걸 버티네.”
모든 마법이 끝난 후, 크리스는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지친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바포메트의 전신은 참혹했다. 두 팔은 걸레짝이 되어 찢겨 나갔고, 전신엔 상처가 없는 곳을 찾는 것이 더 빠를 정도였다.
우우우우우우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여전히 흉흉한 눈빛으로 거대한 기세를 피워 올리며 자신이 건재함을 이야기했다.
“밖에서 싸웠으면 모르겠는데…….”
그 모습에 크리스는 인상을 찌푸리며 검성을 바라보았다.
마법사는 제 몸 안에 있는 마나와 대기 중에 있는 마나를 공명시켜 마법을 발동했고, 검사는 호흡을 통해 마나를 축적해 소모된 오러를 채워 넣는다. 하지만 이곳은 그들이 원래 있던 중간계도 마계도 아닌 애매한 공간.
밖과 연결된 탓인지 숨은 쉴 수 있었지만, 대기 중에 이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라곤 혼탁한 마기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이대로 계속 소모전만 하다간 먼저 지치는 것은 자신들 쪽일 터.
하지만 검성은 그것이 걱정되지 않는지 태연한 얼굴로 앞쪽을 가리키며 말해왔다.
“…자네가 말하지 않았는가. 쓰러뜨리진 못해도 쫓아낼 방법은 있다고 말이야.”
“뭐?”
분명 그 말은 했지만, 지금 와서 굳이 왜 또 그 이야기를 꺼내는가.
“바포메트를 쫓아내기 위해선 이 통로로부터 밀어내야 한다고…… 앗!”
두 번 말하게 하지 말라며 크리스가 인상을 쓰며 대답할 찰나, 그녀의 두 눈이 바포메트가 있는 자리를 확인하곤 크게 뜨였다.
구우우우웅.
녀석의 몸은 앞서 두 사람의 공격에 통로보다 훨씬 벗어나 마계까지 밀려 있는 상태. 목적을 달성한 이상, 더는 무의미한 싸움을 할 필요는 없었다.
상황을 파악한 그녀는 씩 웃으며 재빨리 손뼉을 마주친다. 짝, 하는 소리와 함께 대마도사의 마력이 그 공간을 장악했고, 끝에서부터 그 형태를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바포메트 역시 그것을 깨닫곤 다시 그 안으로 발걸음을 내디디려 하지만, 이미 그 구멍은 녀석의 몸이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작아졌다.
이윽고 주먹만 한 구멍만이 남았을 때, 그 사이로 빼꼼 얼굴을 들이 밀은 크리스가 바포메트를 향해 말했다.
“…야 염소 대가리, 털 깨끗하게 씻고 있어라. 다음번엔 이렇게 안 보내줄 테니까.”
* * *
“…….”
온몸을 감싸는 따뜻한 느낌에 난 천천히 눈을 떴다. 낯선 천장, 그것과 별개로 팔 쪽에 무거운 감촉이 느껴진다.
슬쩍 고개를 돌리니 두 눈을 꿈뻑거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던 한 인영과 시선이 마주쳤다.
“…에스, 메랄다.”
시간이 꽤 지난 것인지 목이 갈라지며 쉰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그것에 정신을 차린 에스메랄다는 눈물을 그렁그렁 맺힌 얼굴로 내게 몸을 던져왔다.
“레, 레이오승 오라버니…….”
코맹맹이 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며 옷깃을 붙잡고 얼굴을 비빈다. 가슴팍이 그녀의 눈물로 축축하게 물들었을 때, 나는 겨우 일이 잘 끝났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누가 레이오승이냐, 내 이름은 레이오스다.”
그것에 나는 잘 움직이지 않는 팔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레이오승이라,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다.
이 소설이 연재될 당시, 작가님께선 마감 시간에 아슬아슬할 정도로 원고를 넘겨주시던 일이 잦았다.
최대한 빠르게 교정과 피드백을 끝내고 소설을 업로드했지만, 아주 드물게 오타가 나는 일이 있었다.
레이오승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내 기억으론 아마 주인공이 국적을 바꿨냐며 오승이라고 놀림당했었지.
아무튼 난 최선을 다했다. 원인은 원고를 늦게 주신 작가님 탓이니. 아무튼 그렇다.
“…아이고, 죽겠다.”
하여튼 지금 내가 멀쩡히 살아 있는 것을 보니 바포메트 건이 잘 수습된 것일 터. 내 가슴에서 오열하던 에스메랄다가 퉁퉁 부은 얼굴로 겨우 진정했을 때, 방문이 벌컥 열리며 한 무리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