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to scoundrel Studies RAW novel - Chapter (156)
망나니학 개론-156화(156/300)
#156
마법을 지우는 마법사.
그것은 분명 평범한 능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능력이 너무 강해 그것에 잡아먹혀 스스로에게까지 영향이 가고 있는 판국이었다.
“…그러니까, 제가 선천적으로 지닌 재능 때문에 마법을 못 쓰는 거라고요?”
“그래, 네가 네 능력을 컨트롤하지 못해서 지금까지 마법을 쓰지 못했던 거다.”
나는 그 사실을 모두 연무장 한편에 쭈구려 앉아 유리아에게 털어놓았다.
다른 이들은 반대편에서 영약을 섭취하고 그것들을 흡수하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가끔 이곳을 흘깃거리고 있지만, 훔쳐볼 시간에 기운 흡수나 제대로 하라며 째려보니 이내 시선을 돌렸다.
“…정말인가요?”
유리아는 상상도 하지 못한 사정에 충격을 받았는지 멍하니 날 올려다볼 뿐이었다. 그것에 난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곤 어깨를 툭툭 치며 위로해 주었다.
“이제부터 내가 확실히 도와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러면 정상적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면 이때껏 열심히 공부하고 수련해도 안 되던게 제가 못해서가 아니라고요…….”
“그래 맞아, 모든 것은 네 넘치는 재능…….”
“빡대가리인 것도 아니고, 어딘가 모지리여서도 아니고, 단지 그것 때문이라고요.”
“어, 음. 그렇지.”
말투가 점점 험악해져서 살짝 말을 더듬고 있자니 유리아의 눈가에 눈물이 차오른다. 그러곤 입고 있던 로브를 벗더니 바닥에 힘껏 던지곤 엉엉 울면서 힘껏 밟기 시작했다.
“내가!”
“뭐 때문에!”
“그렇게 개고생을!”
“했는데!”
“…어, 음.”
그간 나름 쌓인 것이 많았나 보다.
평소 보인 얌전한 모습과는 다르게 연신 거친말을 내뱉어내며 로브가 걸레짝이 될 정도로 발길질을 하는 것을 보니 내 몸이 절로 움찔할 정도였다.
“…유리아?”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닌지 반대편에 있던 이들, 특히 그녀와 친하게 지냈던 레이시스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까지 당황하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유리아 본인은 그 이후 뭔가 개운해졌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며 작게 미소 지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어? 아, 아. 그러니까…….”
나는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작중에서도 침묵의 마도사로 각성하기 전까진 잘 등장하지 않았던 캐릭터라 이렇게까지 감정이 쌓여 있을 줄은 몰랐다.
‘조금 더 일찍 알려줄 걸 그랬나.’
오히려 살짝 죄책감까지 들 정도였으니.
“일단 너는 지금 본능적으로 마법을 지우는 능력을 활성화하고 있어. 즉, 사고 연산이 그쪽에 전부 치우쳐져 있어서 정상적인 마법의 발현이 어렵다는 이야기지.”
“그렇다면 그 본능을……?”
“자의적으로 억제하기는 힘들지.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마나를 전부 다 써버리는 거야. 하지만 마법을 발동할 수 없는데 마나를 소모할 순 없지. 그러니 마법을 지우는 쪽의 능력으로 마나를 다 써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쌓아가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녀의 능력, 이레이저는 참으로 특이한 설정이었다.
마나를 부리는 마법도, 말로 조화를 부리는 언령도, 무언가의 특이한 기술도 아닌 그저 그녀 속에 있는 본능에서 발현된 무언가일 뿐이었다.
지금까지는 그 자신이 자각하지 못했기에 제어하는 것에 실패했을 테지만, 쌓인 마나를 비워낸 뒤 다시 처음부터 쌓아가다 보면 어떻게 된 영문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저는 그것도 할 줄 모르는데요…….”
“말했잖아. 내가 도와준다고.”
나는 더 말할 것 없이 유리아의 손을 잡았다.
작고 따뜻한 손이 내 손아귀 안에 들어오자 남성에 익숙지 않은 것인지 유리아의 얼굴이 새빨게진다.
저 멀리 앨리스가 인상을 쓰며 이쪽을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지만, 수련의 일환이다. 딱히 이상한 마음을 품고 있지는 않았다.
“[사악을 멸하고 죄악을 태우는 불꽃이여, 지금 이곳에 피어나, 그 찬란함을 흩뿌려라].”
푸르른 성화, 프로메테우스의 불꽃이 내 손 위로 피어 오른다. 그와 동시에 유리아의 마나가 요동치며 나에게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앗!”
프로메테우스의 불꽃을 보며 부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 역시 그것을 눈치챘는지 깜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곧 유리아의 능력, 이레이저는 프로메테우스의 불꽃을 좀먹기 시작했다.
파지직.
일렁이는 불꽃 위로 스파크가 튄다. 아무렴 고대 마법이라 그런지 나름 저항해 보려는 것 같았지만, 프로메테우스의 불꽃은 악과 마에만 대항 성질을 갖는 마법이었다.
그 이외에는 조금 따뜻한 것이 전부였기에 누군가가 물을 끼얹은 것처럼 금세 사그라들었다.
“어때, 마나가 줄어들은 것 같아?”
“…네, 조금은 줄어들은 것 같아요.”
유리아는 신기하단 표정으로 제 몸을 만지작거렸다.
보고 있는 쪽에선 조금 그런 광경이니 의식해 주었으면 좋겠지만, 그 기분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그러면 조금 더 해볼까.”
“[사악을 멸하고 죄악을 태우는 불꽃이여, 지금 이곳에 피어나, 그 찬란함을 흩뿌려라].”
나는 전보다 대여섯 배는 더 큰 마나를 이용해 불꽃을 피워 올렸다. 아직 대낮이지만, 그 찬란한 성화는 높이 솟구쳤다.
우리 쪽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이들 역시 감탄을 흘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그렇게 몸집을 부풀린 프로메테우스의 불꽃마저도 율리아의 이레이저를 피하지 못했다.
파지지직-!
전보다 더 강한 스파크가 튀어 오른다. 푸른 성화는 마치 누군가가 찢어발기는 것처럼 점점 형태를 잃었고, 그것을 지켜보던 유리아 역시 조금씩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마, 마나가 거의 다 빠져나갔어요.”
“아직 조금 남았다는 소리네. 그렇다면, [파이어볼].”
하급 마법 정도야 캐스팅 없이 손쉽게 발동할 수 있었다.
내 손 위로 주먹만 한 크기의 새빨간 불꽃이 피어오른다. 그것에 유리아의 마나가 다시 움직였고, 파이어볼은 프로메테우스의 불꽃이 그랬던 것처럼 힘없이 소멸했다.
스르륵.
마나를 전부 소진한 유리아의 몸이 바닥으로 흘러내린다. 한 번도 이래 본 적이 없던 것인지 그녀는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고개만 돌려 나를 올려다보았다.
“어때, 손가락 하나 못 움직이겠지?”
난 그 앞에 쭈그려 앉아 그녀의 뺨을 쿡쿡 찔러댔다. 찹쌀떡처럼 부드러운 것이 살짝 중독성 있는 느낌이다.
“…저는 장난감이 아닌데요.”
율리아는 살짝 뺨을 붉히며 내 장난에 놀아나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돌린다. 그것에 나는 작게 웃고는 아까 꺼내 놓은 상자에서 영약을 가져와 그녀의 입에 넣어주었다.
“이제 이것들을 먹으면 되겠네. 마나를 회복하면서 그것들이 네 체내에서 어떤 식으로 쌓이고 움직이는지 잘 느껴봐. 아마 일정 수준 이상 회복되면 네 능력, 이레이저가 발동하기 시작할 거야. 그걸 느끼고 제어할 수 있다면, 이제 그다음부터 이레이저는 네 것이 되는 것이지. 다른 마법도 평범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될 테고.”
내 말에 유리아는 두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마나를 전부 소모한 탓에 꽤 힘들어 보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 빛나는 표정이었다.
지금껏 끌려만 다니다가 이제 겨우 무언언가를 할 수 있게 되었으니 희망이 생겼을 터.
“…실비아, 힐 좀 주라. 마법 썼더니 가슴이 따끔따끔해.”
그와 별개로 나는 쓰린 가슴을 부여잡으며 연무장 구석 쪽에 의자를 깔고 앉아 우리를 구경하고 있던 실비아에게 다가갔다.
“그러니까 마법은 이르다고 했잖아요. 차라리 오러를 쓰시라니까요. 그건 한 번 정제되어서 나오는 거라 괜찮을 텐데.”
그녀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쉰 뒤 내 가슴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다만, 이쪽도 할 말이 있었다.
“지금 유리아의 수준으로 마나는 몰라도 소드 마스터급의 오러는 쉽게 지우지 못해. 빠르게 하려면 이게 최고… 으으윽!”
내 몸에 깃드는 신성력의 강도가 세진다.
심장을 쥐어뜯는 듯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자니 그녀는 또다시 작게 한숨을 내쉰다. 그러곤 내 비명에 우리 쪽을 향해 시선을 보내던 다른 이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별거 아니에요. 손가락이 베였다고 힐을 달라기에 잠시 상처 좀 헤집고 있었어요.”
“…그, 그래.”
앨리스가 듣기만 해도 끔찍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다. 표면적으로 나는 아직 전의 부상에서 전부 회복된 것이 아닌 것으로 되어 있다.
영혼이 마기에 타격당하고 오염되었다는 등등의 이야기는 걱정을 끼칠까 봐 실비아를 제외한 다른 이들에게 숨긴 상태였다.
치료가 끝났는지 실비아가 손을 뗀다. 그것에 나는 가슴을 쓰다듬으며 신음을 토해냈다.
“젠장, 갈 길이 바쁜데 이런 거에 발목을 잡혀서는.”
“이런 것일수록 잘 마무리해야 되요. 잘못하다간 발목이 잘려 나갈 수도 있다니까요?”
섬뜩한 말을 태연한 얼굴로 해온다. 맞는 말이라서 반박을 하지 못하겠다는 점이 고약했다.
“하여튼, 다음 또 마법을 사용하시면 이번엔 아픈 정도로 안 끝낼 테니까 각오하세요.”
“…노력해 보지.”
* * *
유리아는 총 세 번이나 제 몸의 마나를 비워낸 끝에 제 능력을 제어할 방법을 찾았다.
그것은 바꿔 말해 내가 두 번이나 더 마법을 사용해야 했고, 실비아에게 호되게 당한 것이 두 번이나 더 되었다는 것을 뜻했다.
이젠 온몸이 욱신거릴 정도다. 다행인 것은 이제 유리아는 어느 정도 수준이 될 때까지 홀로 내버려 둬도 된다는 것이었다.
이레이저를 제어하는 것이 익숙해지면 레이시스와 대련해서 그녀의 마법을 하나씩 지워가는 훈련을 진행하면 될 터.
‘레이시스의 깜짝 놀라 할 얼굴이 기대되는걸.’
반대편 연무장 역시 열띤 수련이 한창이었다.
페트라는 내가 알려준 검성류 오의와 피오레 류를 천천히 반복했고, 앨리스와 엘리시아는 실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거친 대련을 벌였다.
레이시스는 영약의 기운을 전부 흡수했는지 전보다 더 강해진 기운으로 천천히 마나의 흐름을 전신에 두르며 제 특기인 고속 영창과 병렬 기동으로 여러 개의 마법을 발동하기를 반복했다.
“자, 그러면 이번엔 너희들 차례인가.”
난 그 앞에 서서 가볍게 박수를 쳤다. 그것에 그녀들은 하던 수련을 멈춘 채 나를 바라보았다.
“저희요?”
엘리시아가 땀을 닦아내며 기대감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비단 그녀뿐이 아닌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 그것에 난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검사 3명에 마법사 1명. 마침, 딱 좋은 구성이군.”
난 연무장 보관함에서 수련용 검을 꺼내 들며 말했다.
“오랜만에 실력도 확인할 겸 대련이나 할까?”
그간 너무 나 혼자 구른 감이 없잖아 있었다.
제각자 시간이 많았을 터니 제법 성장했을 터.
페트라 쪽은 검성의 영지 때에서도 가끔 손봐주었기에 대략적인 실력은 가늠하고 있다.
다른 세 명의 포텐셜 역시 그녀 못지않을 터.
주인공 보정을 받는 앨리스나, 브리튼 드래곤의 혈족을 잇고 있는 엘리시아나, 원작 중반부까진 눈부신 활약을 하는 마법 명가의 레이시스까지.
원작에서라면 이들 다 아직 고만고만한 수준일 터지만, 내가 흐름을 비튼 탓에 원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성장했겠지.
“자, 그럼 사양할 것 없이 전력으로 덤벼봐.”
나는 그들에게 겨눈 검을 까딱이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