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to scoundrel Studies RAW novel - Chapter (241)
망나니학 개론-242화(242/300)
#242
“흠.”
에르메스는 느긋한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막시무스를 앞세워 황권을 차지하고, 그 뒤에서 오스칼 제국을 장학하고 있는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바.
그것뿐만이 아니라 마계 세력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 우위를 점했다.
그들 간에 흐르는 미묘한 신경전, 알력 다툼과 이해관계를 조장해 교묘히 이득을 취했다.
페르포치아와 나르마치의 건도 그랬다.
그쪽의 세력이 전멸당한 것은 뼈아픈 손실이었지만, 오히려 그것을 이용해 알로켄 세력을 압박했고 그 결과 레이오스를 공격하게 했다.
“큰 상처를 입고 황궁으로 호송되었다, 라.”
듣기로는 서방 대륙의 유명한 마스터 어쌔신이 자폭 공격을 가했다고 했는데, 꽤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는 정보가 확인되었다고 했다.
곧바로 황궁에 호송되어 집중 치료를 받으며 일체의 면회를 사절했을 정도라니.
‘어림없는 소리지.’
물론 에르메스는 그것을 드러난 그대로 순순히 믿지 않았다.
그가 누군데 그리 쉽게 다치겠는가.
큰 상처라는 것은 그쪽에서 의도적으로 부풀린 이야기일 터.
설사 상처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금세 회복할 테고, 그런 귀찮은 짓을 한 것도 무슨 속셈이 있는 것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무르다.”
첩보원이 전해온 소식에 따르면 황족 중 유일하게 궁에 남아 있던 레이오스까지 그런 상황이 되어 제국의 동요가 크다고 했다.
제국의 굳건함은 리베라 황실의 절대적인 권위에서 나오는 것.
그 구심점이 제대로 자리하지 못한다면 안팎으로 흔들리는 정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이다.
툭툭.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린 에르메스의 눈앞에는 여러 공작의 보고서가 들어왔다.
실제로 그는 레이오스의 소식을 듣자마자 여러 씨앗을 뿌려놓았다.
저번의 소탕 작전으로 인해 리베라 제국을 장악하던 마인 세력은 거의 절멸한바. 그렇기에 조심스럽게 그 사이로 파고들어 자리를 잡았다.
적당히 욕심이 많고, 적당히 조심스러운 귀족과 유력자들에게 접촉을 시도했고,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은 채 혹할만한 보상을 미끼로 내걸어 끝내는 적지 않은 숫자와 손을 잡았으니.
지금 당장 그들에게 무언가를 시키거나 요구할 생각은 없다.
끊임없이 재화와 힘을 퍼주고, 그들이 헤어나올 수 없는 탐욕의 늪에 잠겨 들었을 때 써먹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그 발버둥 치는 손과 발은 레이오스의 발목을 붙잡을 터.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한순간이라도 그의 움직임을 막는다면, 그것으로 만족이었다.
“자, 그렇다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것이냐.”
굳이 큰 상처를 입었다는 거짓 정보까지 퍼트리면서까지 무엇을 꾸미고 있는 것일까.
지금 유추할 수 있는 가설 중 가장 유력한 후보는 연합에 대한 공격이었다.
레겐스부르크에선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어 전쟁의 직전까지 갔다고 했다.
어쌔신의 습격 건으로 잠시 지연됐다곤 하나,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여전했다.
지금 리베라 제국으로 가장 피해야 할 것은 전면전이었다.
온 대륙이 손을 잡은 판국에 전쟁을 일으키면 아무리 제국이라 할지라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일이니.
그렇다면 직접 연합의 중추로 파고들어 그 내부에서 암약하고 있는 마인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물론 에르메스는 그 부분에 대해서도 대비를 해놓았다.
연합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인은 모두 다른 세력의 이들로 뿔뿔이 흩어져있다.
아무리 레이오스라 해도 단시간에 그들을 전부 처리하진 못할 터.
그리고 그런 정황이 드러난다면 곧바로 제국이 연합을 대상으로 요인의 암살을 시도했다고 대대적으로 공표할 것이고, 곧바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기울어질 터.
“이쪽의 준비는 끝났다. 어떻게 할 것이냐, 용사여.”
그렇게 된다면 자신은 직접 오스칼 제국군을 이끌고 출정을 나설 것이었다.
그 뒤로는 거칠 것이 없이 리베라 제국을 짓밟는 일만 남아 있겠지.
왕국 연합의 군대를 고기 방패로 바치면서 오스칼 제국은 실속만 챙길 것이다. 그들이 자신의 처지를 알아차렸을 땐, 이미 일은 늦은 뒤겠지.
‘딱 하나, 걸리는 것이라면…….’
근래 제국 내부의 반대 세력이 이상할 정도로 잠잠하다는 것이었다.
“아니, 포기한 것인가?”
이미 자신들은 제국의 중추를 장악했다.
황제가 이 손아귀에 있고, 차기 황권의 유력 후보를 비롯해 수많은 귀족이 이쪽의 밑에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애를 쓴다고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테니 잠자코 기다리는 것인가.
에르메스는 그저 우스울 뿐이었다.
아무리 참고 기다려도 그들이 원하는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다. 설사 어떻게 버틴다고 하여도 곧 다가올 것은 마계의 군세였으니.
곧 점심이 되었기에 그는 가볍게 식사라도 할까 싶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
하지만 그와 동시에 복도에서 울리는 다급한 발소리에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대, 대공 각하! 급보입니다!”
“무슨 일인가.”
“현재 제국 전역에서 대규모 내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루즈벨 장군을 비롯한 그 세력이 일시에 저희 쪽에 공세를 가했다는 연락이……!”
“쯧.”
에르메스는 혀를 찼다.
어째 조용하다 싶더니 이런 일을 준비하고 있을 줄이야.
일의 개시 전까지 아무런 정보가 들려오지 않은 것을 보아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한 듯싶다.
“아마 이번 일에 사활을 건 듯싶습니다. 공세가 생각보다 심상치 않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곧장 각지에 대기 중이던 마인들을 투입해라. 대신, 뒤처리는 깔끔하게 하도록.”
오스칼 제국 중추에 관련된 자라면 마인 세력이 이곳을 장악한 걸 모르진 않겠지만, 대외적으로 알려진 사실은 아니다.
아직은 드러내고 활동하기에 이른 감이 있기에 목격자는 깔끔하게 정리해야 했다.
“곧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수하는 고개를 숙인 채 다시 빠르게 밖으로 달려 나갔다.
그 모습을 본 에르메스는 차라리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뒤에서 무슨 일을 꾸밀지 몰라 그것에 대비하느라 괜한 심력을 낭비하는 것보단, 차라리 얼마간의 피해가 있더라도 이렇게 일을 벌여주는 것이 나았다.
“마지막 몸부림인가.”
자신들의 대항 세력이라 할 수 있는 루즈벨 장군을 비롯한 그 떨거지들.
이쪽이 제국의 7할을 장악한 시점에서 그들에게 미래는 없다.
물론 잃게 된다면 아쉬운 전력이긴 했지만, 그만큼 마인을 늘리면 되는 일이니 실질적으로는 그다지 손해는 아니었다.
에르메스는 곧바로 방을 나섰다.
잠깐 방해받았지만, 어차피 사그라들 불꽃이었다. 신경 쓰지 않고 식사를 하러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지만, 저택 내부가 묘하게 소란스러운 것을 느꼈다.
“…여기까지 손을 뻗어왔다?”
주의를 기울이니 칼부림 소리가 저택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것이 들려왔다.
하지만 딱히 신경 쓰지는 않았다.
이곳은 오스칼 제국에서도 용담호혈이라고 할 수 있는 곳. 자신을 비롯해 마계 군주인 아몬님을 모시는 고위 마인이 수두룩하게 자리했다.
어지간한 전력이라면 순식간에 정리되고도 남을 터.
파아아앗-!
하지만 뚜렷하게 느껴질 정도로 선명한 기운이 눈앞에 나타나 그의 발걸음을 막아 세웠다.
“…….”
에르메스가 천천히 시선을 돌리자 시퍼런 오러 블레이드가 솟아오른 검을 쥐고 있는 복면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네가 에르메스라는 놈이겠지.”
이를 갈며 말해오는 것을 보면 상당한 원한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막시무스의 배후에서 활동했다.
어지간한 정적이라 할지라도 그 이름을 알지 못할 터이지만, 한순간에 자신을 파악한 상대의 모습에 에르메스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제법 공을 들였군.”
주위에서 싸우고 있는 습격자들의 면모를 보아하니 한 명 한 명 예사롭지 않았다.
어떻게 이쪽의 정보가 새어나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이 하는 일엔 완벽이란 것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며 한숨을 쉰 그는 천천히 검을 빼 들었다.
쐐애애애액-!
복면인은 더 말할 것도 없다는 기세로 달려들었다.
주변을 산산이 조각내는 오러 블레이드는 확실히 위협적인 기세였지만, 에르메스는 아몬에게 직접 선택받은 강자.
수준이 달랐다.
서걱-.
가볍게 휘두른 검 끝으로 습격자의 복면이 잘려 나갔다.
그는 황급히 얼굴을 움켜쥐었지만, 이렇게 된 것 어차피 상관없다고 생각했는지 거칠게 뜯어내 버렸다.
“…그 얼굴은.”
그것에 오히려 놀란 것은 에르메스 쪽이었다.
정리되지 않은 붉은 머리카락에 굵직한 이목구비, 그리고 각진 얼굴의 선까지.
분명 기억에 있던 외모였다.
“나르마치의 애드윈 공작?”
“이거, 오스칼 제국의 대공께서 기억해 주시다니 영광일 따름이군.”
어째서, 어째서 그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인가.
애드윈 공작은 검을 다잡으며 이글거리는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남의 나라를 뒤집어 놓았으면 그 상응하는 대가를 치를 각오는 되어 있겠지.”
이 자리에서 끝장을 보려는 듯 살벌한 기세였다.
하지만 에르메스는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예상치 못한 인선이라는 것은 인정하지. 하지만 너로는 무리다.”
애드윈 공작은 분명 강했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턱없이 미치지 못했다.
그것은 절대적인 사실. 어떤 수를 쓰더라도 그 인과가 바뀌는 일은 없다.
파바바밧-!
애드윈 공작은 더 말할 것 없이 전력을 끌어내 에르메스에 달려들었다.
소드 마스터끼리의 충돌은 마치 전쟁이 일어난 것 같은 파괴를 선보였다.
일 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그들이 있는 저택이 부서지고, 땅에 균열이 일어난다. 얼핏 보면 대등하게 싸우고 있는 것 같지만, 애드윈 공작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과연, 나로는 어림도 없구나.’
에르메스는 마인이 되기 전에도 오스칼 제국에서 손에 꼽는 강자였다고 했다.
인간이란 한계를 뛰어넘은 지금은 더욱 강해졌고, 자신과는 차원이 다른 강함이 검을 타고 흘러 넘어왔다.
“검을 맞대니 알겠지. 자네로는 어떻게 발버둥 쳐도 나에게 닿지 못한다는 것을.”
애드윈 공작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에르메스는 그것이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
“어떤가, 자네가 나를 따르겠다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게 해주지. 원하는 것이 있는가?”
권력, 재화, 혹은 바라는 그 무언가.
지금의 자신에겐 그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그 달콤한 제안에 애드윈 공작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네놈의 목뿐이다.”
“그건 참 아쉬운 소리군. 너로선 불가능한 일이니.”
에르메스는 살짝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그다지 상관은 없었다. 이대로 쓰러뜨린 다음 마인으로 만들어 세뇌하면 되는 일이었으니.
그것에 애드윈 공작은 짙은 미소와 함께 검을 내리며 말을 이었다.
“그래, 나로는 불가능하겠지. …하지만 저 남자라면 어떨까?”
자신의 뒤쪽으로 향하는 시선에 에르메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것은 자신의 수하들과 습격자가 싸우는 칼부림 소리밖에 없었다.
같잖은 수작인가 싶었지만, 그 직후 들려온 발소리에 에르메스는 두 눈을 크게 뜨며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네놈.”
찬란한 금발이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어깨에 엑스칼리버를 올려놓으며 그쪽으로 걸어온 레이오스가 한껏 여유로움을 배어 나오는 미소와 함께 그들 앞에 섰다.
“우리 오랜만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