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to scoundrel Studies RAW novel - Chapter (249)
망나니학 개론-250화(250/300)
#250
마계의 군세가 진군을 시작했다.
땅 위론 사방을 울리는 진동이 울려 퍼지며, 하늘에선 시뻘건 불덩이가 성벽을 노리고 쏘아져 내렸다.
웅웅웅-.
이전의 공격을 막아 낸 실드가 다시 한번 성벽 위를 뒤덮어 그것들을 막아 냈다.
불덩이들은 실드에 가로막혀 거센 폭발을 일으키며 사방으로 흩어져 내렸다.
그것이 전부 수십 발.
막연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곧 한계에 도달했는지 마법 병단의 지휘관이 창백한 얼굴로 나에게 달려왔다.
“축적된 에너지가 거의 바닥났습니다. 마나석을 교체할 순 있지만, 얼마 정도는 공백이 생깁니다.”
“마탑주, 마탑의 마법사들은 회복이 끝났는가?”
“예. 바로 투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최대한 방어 마법 쪽으로 인원을 돌린다. 주요 구역에 우선 포진해 언제라도 실드를 형성할 수 있도록 대기시켜.”
“명을 받듭니다.”
마법 병단의 공백은 마탑의 마법사들로 메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마법사의 수는 적고, 성벽은 넓었다.
모든 구역을 커버하는 것은 무리일 터.
어떻게든 최소한의 손해로 적들의 공격을 막아 내야 했다.
물론 우리도 그저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이쪽은 수성전의 우위도 가지고 있으니 그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당연하겠지.
“투척-!”
병사들이 날라 온 돌덩이에 기름을 둘러 불을 붙인다. 그러곤 투석기에 실어 힘껏 날렸고, 속도와 무게를 얻은 그것이 군세 한가운데 떨어져 수십의 마물을 날려 버렸다.
다행히 준비된 돌은 많았고, 저들은 아직 지척에도 이르지 못했다.
병사들은 마물들이 성벽에 이르기 전에 전부 돌로 치어 죽이려는 듯 맹렬히 그것들을 쏘아댔다.
하지만 그것도 마침내 한계를 맞이했고, 검은 물결이 성벽에 도달했다.
“쏴라! 쉬지 말고 시위를 당겨!”
“마물들이 성벽 위를 오르게 하지 말아라! 어떻게든 밀어내!”
“부상자는 후방으로 물러나! 잡혀 간 녀석들은 포기해라! 이미 늦었다!”
압도적인 질량이 쏟아지자 성벽이 출렁거렸다.
마치 홍수라도 일어난 것처럼 마물들은 점차 수위를 높여 오며 성벽을 위협했고, 그 위를 막고 선 이들은 어떻게든 녀석들이 도달하지 못하도록 애를 썼다.
“마법사들은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환한다. 성벽에 올라서지 못하게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저지시킨다.”
마물이 성벽에 접근하자 저쪽에서 날아드는 투척 무기의 양이 줄어들었다.
그것에 난 일시에 공격할 것을 명했고, 마법사들은 제 마나를 쥐어짜 성벽에 달라붙은 마물들에 마법을 쏟아냈다.
시퍼런 벼락이 번쩍이며 내리꽂히고, 시뻘건 화마가 휘몰아치며 성벽 아래를 덮쳤다.
“화려하네.”
나는 망루 위에서 그 광경을 전부 눈에 담았다.
에른스트 군단장을 비롯한 다른 장군들은 내 명령에 따라 직접 전선에 뛰어든 지 오래였다.
그렇기에 망루에 남은 것은 나와 검성, 그리고 가야온 재상까지 단 세 사람밖에 없었다.
“스승님, 상태는 어떠세요.”
“4할 정도 회복했다. 너는 어떠냐.”
“저는 그래도 얼추 반은 넘었습니다.”
알로켄과의 전투는 그리 길지 않았지만, 나나 검성이나 거의 전력에 가까운 힘을 쏟아내었다.
특히 검성은 내가 이곳으로 오기 전부터 격렬한 사투를 벌이지 않았나.
그렇기에 잠시 망루 위에서 휴식을 취하며 포션을 몇 병이나 비워 냈지만, 아직 제대로 힘을 회복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릴 듯했다.
쿵-!
마물 한 마리가 기어코 성벽 위로 올랐다. 하지만 근처에 있던 소드 마스터의 화려한 검광이 번쩍이자 녀석의 몸은 수십 갈래로 찢겨 나가 그 살점이 성벽 밖으로 떨어져 내렸다.
전투는 한창 치열한 와중이었지만, 망루 난간에 매달린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다시 포션을 까서 입에 넣었다.
“…지옥을 보는 것 같군요.”
사람과 사람이 아닌 자들의 전쟁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야온 재상이 중얼거린다. 그것에 난 빈 병을 성벽 아래로 내던지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 그러면 안 되지.”
치열하게 싸울 수 있다면 차라리 나은 상황이다. 도시 하나라도 점령당해 봐라. 아주 축제가 펼쳐질 것이다.
살아 있는 온갖 것들은 노리개로 전락해 농락당하다가 끝내는 그 작은 살점까지 저들의 허기를 채울 양식이 될 터.
도시는 순식간에 썩어 들어갈 테고, 죽음 이후엔 마물들을 내뱉는 둥지로 변할 것이다.
활자로만 보아도 끔찍했던 광경이었다.
작가님은 소돔과 고모라를 생각하라고 했지만, 소돔과 고모라는 타락한 인간들이 사는 곳이지 마계 군세가 습격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나저나 생각보다 잘 싸워 줘서 다행이로군.”
나와 마찬가지로 망루 난간에 기대서 있던 검성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것엔 나 역시 공감하는 바였다.
원작에서는 검성의 희생으로 이곳의 성벽을 두드린 것은 마계 군세 중 정말 일부뿐이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뒤바뀌어 군세 그대로 전투가 일어났지만, 이들은 생각보다 마물들을 잘 막아 내고 있었다.
“뭐, 대부분 고기 방패인 녀석들이지만 말이에요.”
지금 앞으로 나온 것들은 형태나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하위 마물이었다.
슬쩍 성벽 밑을 바라보니 이미 적지 않은 마물의 시체가 그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아마 그것이 산을 이루고 성벽으로 향하는 완만한 길이 깔리면 이제부터 제대로 된 전력들이 움직이기 시작할 터.
나는 바삐 움직이고 있던 아라센과 마법 병단의 지휘관을 불렀다.
“지금 성벽으로 꾸역꾸역 돌진하고 있는 놈들은 아마 성벽 위로 올라오기 위한 길을 만들 고깃덩어리일 거다. 더 쌓이기 전에 손을 써야 해.”
“곧바로 화염 계통 마법을 준비하겠습니다.”
“반대쪽은 저희가 맡죠. 신호 주시면 바로 가겠습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몇 마디 하지 않았음에도 그들은 착착 계획을 세워 나갔다.
휘하 마법사들은 한계까지 마나를 쥐어짜고 있는지 얼굴이 핼쑥했지만, 조금만 더 고생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쿵.
쿵.
그때, 유난히 거슬리는 소음이 귓가에 들려왔다.
고개를 내려 밑을 바라보자 밀려드는 마물 가운데 집채만 한 크기의 괴물이 천천히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오우거? 아니, 머리가 도대체 몇 개야.”
중간계에서 큰 녀석이라고 해 봤자 트윈 헤드 오우거가 끝이었다.
물론 트윈 헤드 오우거만으로도 익스퍼트 십수 명과 맞서 싸울 수 있는 것은 기본이요, 자칫 잘못하다간 성까지 무너질 위험이 있는 괴물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서 성문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오우거의 크기는 트윈 헤드 오우거보단 족히 수배는 더 컸다.
적어도 5, 6층 건물만 한 높이에 머리도 열 개씩이나 붙어 있는 특대형 사이즈.
그것들이 모두 입을 뻐끔거리며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광경은 그야말로 징그럽기 그지없었다.
우어어어어어어어어어-!
굳이 명명하자면 텐 헤드 오우거의 주먹이 성문을 향해 휘둘러졌다.
성문이 아무리 튼튼한 소재로 만들어져 있다 하더라도 저런 무식한 크기의 충격을 받으면 얼마 버티지 못할 터.
나라도 나서야 하나 싶어 난간 위로 발을 걸치자 검성은 고개를 저었다.
“믿고 맡기도록 해라. 제국은 절대 약하지 않다.”
파아아아앗-!
검성의 말과 동시에 전장 위로 선명한 오러 블레이드의 기운이 솟구쳤다.
그와 동시에 성문의 양쪽에서 두 명의 소드 마스터가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그들은 그 즉시 자신들 앞을 막아선 마물들을 도륙했고, 곧바로 텐 헤드 오우거를 향해 달려 나갔다.
파바바바밧-!
눈부신 검광이 찬란한 빛을 내뿜는다. 찰나에 휘둘러진 수십 번의 참격이 텐 헤드 오우거의 몸을 베어 갈랐고, 녀석은 곧 형태가 무너져 고깃덩어리로 전락해 버렸다.
요주의 적이 무력화된 것을 확인한 그들은 곧바로 방향을 바꿔 다시 성벽을 타고 올랐다.
“오…….”
약속이라도 한 듯한 그 깔끔한 합공엔 나 역시 감탄이 절로 나왔다.
“다들 경험이 풍부한 이들이다. 제국은 덩치가 큰 만큼 전투도 잦았으니.”
“그렇군요.”
소드 마스터뿐만이 아니었다.
성벽에 선 기사와 병사 구분할 것 없이 모두 익숙한 모양새로 사람이 아닌 존재들을 맞아 훌륭히 싸워 나갔다.
분명 마계의 군세는 물밀듯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쪽 역시 군단급의 인원이 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싸우던 이들이 역할을 교대했고, 그 덕분에 체력을 보충하며 전투를 계속할 수 있었다.
“이대로만 흘러간다면 좋겠습니다만…….”
처음엔 다 이렇게 착착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지만, 마계 군세의 무서운 점은 모두가 지쳤을 때부터 시작될 것이다.
파아아아앗-!
그때, 시뻘건 불꽃이 성벽 양쪽에서 일어나 그 앞에 쌓이기 시작한 마물의 시체를 불태웠다.
메케한 탄내가 이쪽까지 올라오며 그 규모를 부풀렸고, 곧 성벽을 향해 달려들던 마물들까지 그것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정비! 정비하라!”
그렇게 생긴 잠시간의 공백 동안 병사들은 재빨리 태세를 가다듬었다.
돌을 날라 부서진 성벽을 보수하고, 부상자를 후방으로 운송해 치료에 들어갔다.
격렬한 전투로 인해 부서진 병장기 역시 교체에 들어갔고, 격전지 곳곳에 화살을 비롯해 투척용 무기가 바닥에 깔렸다.
“읏차.”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쪽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검성을 바라보았다.
“스승님은 여차할 때를 부탁드립니다.”
“그러마.”
전장의 한가운데,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가진 존재가 군세에 섞여 천천히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아까 알로켄과의 전투 중 검성이 느꼈다던 균열을 넘은 군주인 줄 알았지만, 군주라기엔 그 기세에 살짝 미치지 못해 보였다.
그래도 예사롭지 않은 것이 적어도 간부나 선봉장급일 터.
“티르빙.”
나는 망루의 난간을 뛰어넘으며 티르빙을 소환했다.
분명 마족을 상대한다면 엑스칼리버가 제격이지만, 성검이라고 해서 무한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티르빙은 달랐다.
지금 이곳에 널린 것이 그녀의 먹잇감이지 않은가.
더군다나 아직 그녀와의 각성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여기서 전투를 반복해 경험치를 쌓는다면 혹시 몰랐기에 나는 기대감을 담아 그녀를 쥐었다.
[좋아, 드디어 내 차롄가.]내 소환에 응한 티르빙은 들뜬 목소리로 제 매끄러운 검신 위에 시커먼 마기를 피워 올렸다.
파아아앗-!
성벽 밑으로 뛰어내려 가볍게 검을 휘두르자 시커먼 불꽃이 주위를 휩쓸었다.
키에에에엑-!
그것들은 마물들의 몸을 태우며 녀석들이 가지고 있던 마기를 흡수해 왔다.
한 번 검을 휘두를 때마다 티르빙에 쌓이는 힘이 심상치 않았다.
마물을 잡아먹는 마검.
나는 무심코 그 힘에 취해 무아지경에 빠진 채 발을 내디뎠고.
[마스터.]곧 그 중간에 들려온 리버의 목소리에 퍼뜩 놀라 고개를 들었다.
“…이런. 설마 여기까지 와서 정신을 빼앗길 뻔하다니.”
일순간 힘에 취해 추태를 보인 것에 살짝 민망하기까지 했다.
바꿔 말하자면 티르빙과의 동화율이 그만큼 극한에 이르렀다는 것일 터.
[내가 한 게 아니야. 네가 몰입한 거지.]실제로 그녀 역시 그 원인이 나에게 있음을 알려 왔다.
쓴웃음을 지으며 눈앞에 다가온 마물의 몸을 베어 가르자, 저 멀리 시야가 닿는 끝부분에서부터 눈여겨본 기운의 주인이 이쪽을 향해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어?”
그 얼굴은 분명 익숙한 것이었다.
알로켄은 분명 중간계에 제 육신을 가지고 현신했다.
그렇다면 그 제물이 된 다리우스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터.
[놀랐는가 보군. 분명히 이 육신의 원래 주인이 네 혈족이라 했지.]다리우스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지며 미소를 자아낸다. 그것에 나는 싸늘한 얼굴로 검을 들었다.
“뭐, 어떻게 그 몸을 차지했는지는 모르겠다만.”
덕분에 하지 못했던 화풀이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