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to scoundrel Studies RAW novel - Chapter (298)
망나니학 개론-299화(299/300)
#299
[감히 더러운 입으로 마왕님을 거론하다니!] [그 죄, 사지를 찢어 죽임으로써 단죄해야 마땅하다!]군주들은 저마다 분노를 토해 냈다.
사실 마왕 운운을 해서라기보단, 마치 자신들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그 태도에 더 화가 난 듯싶었다.
하긴, 군주들이 어딜 가서 이런 취급은 받아 본 적이 없을 터.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달라질 것이다.
파아아앗-!
그들에게서 일어난 산더미 같은 마기가 주변을 휩쓸었다. 우리 따위는 틈을 주지 않고 말 그대로 찢어 버리려는 듯 사방에서 날카롭게 닥쳐왔다.
뒤쪽에 있던 일행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대응했다.
유리아가 있는 이상, 저들의 공격이 통하지 않을 터. 검성과 크리스는 최대한 전력을 보존해야 하니, 다른 이들이 그 앞을 지켰다.
웅웅-.
군주의 공격을 상대로도 한 치의 밀림 없이 대등하게 선 그들의 모습을 보자니, 어째서인지 가슴 한편이 아려 왔다. 마치 성장한 자식들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러면 나도 멋진 모습을 보여 줘야겠지.”
쐐애액-!
손에 든 검을 던져 군주의 수하로 보이는 상위 마족의 얼굴에 꽂아 넣었다. 그러자 내가 빈손이 되어 버린 것을 보고 양옆에 있던 군주들이 달려들었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녀석들이군.”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자루의 검이 내 손 위로 솟구쳤다. 오른손엔 새하얀 서기가 서린 엑스칼리버가, 왼손엔 군주 못지않은 농밀한 마기를 뿜어내고 있는 티르빙이 든든하게 존재감을 드러내었으니.
파아앗-!
엑스칼리버의 신성이 군주들의 마기를 베어 갈랐고, 티르빙의 권능인 포식이 그것들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읏!] [마검인가! 감히 어찌 이토록 탐욕스러운……!]군주들은 채신없게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황급히 물러났다. 그런 그들 앞에 검을 내리며 나는 씩 웃어 주었다.
“이런 상대는 처음이지?”
신성과 마기.
극렬하게 반대되는 두 기운을 다루는 존재는 역사상 처음이 아니더라도, 그들이 맞서 싸우는 존재 중엔 처음이 될 것이리라.
[…….]군주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신성과 마기를 동시에 다룬다는 이야기는 이전에 이미 들었을 터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강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는 표정이었다.
신력은 이제 마왕과 파브닐의 상대를 위해 아껴 놓아야 했다. 그렇기에 두 검의 힘을 한계치까지 활성화했다.
[감히-!]그때, 무너진 잔해들 사이에서 짙은 어둠이 솟아올랐다. 아가레스가 자신이 깃든 인간의 육체를 버리고 본신으로 현현한 것으로, 마치 시뻘건 어둠이 뭉친 것 같은 형태였으니. 그가 가진 닥쳐오는 어둠이라는 이명이 딱 들어맞는 모습이었다.
“화를 내면 강해지기라도 하는가?”
가볍게 티르빙을 휘둘러 그 폭식의 권능을 발동시켰다. 곧 아가레스가 쏘아 낸 마기가 그녀에게 흡수되었지만, 그는 코웃음을 치며 직접 손을 뻗어 왔다.
[인간의 손에 굴복한 저급한 마검 따위!] […저급해? 내가 저급하다고?]그리고 날 멸시하기 위해 툭 내뱉은 그 한마디는 티르빙의 이성에 불을 붙인 듯했다.
웅웅웅-!
지금까지 어느 정도 일정한 출력을 유지하던 그녀의 힘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그것은 곧 이 주위를 뒤덮었던 군주들의 것을 훨씬 뛰어넘었고, 아가레스뿐만이 아니라 그 근처에 있는 존재들까지 전부 휩쓸어 버리기 시작했다.
“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그저 불구경하는 마음으로 서 있었을 뿐이었다. 어차피 이 힘은 지금까지 그녀가 흡수한 군주를 비롯한 마족의 힘이었다.
그간 얼마나 많은 것들을 먹어 댔는가, 아마 총량만 따지자면 엑스칼리버와 나를 합친 것의 배는 넘을 터. 내 힘이 소모되는 것도 아니었고, 적당히 핸들링만 하면 되었기에 극상의 효율을 뽑아 낼 수 있었다.
파아앗-!
군주들과 마족들은 서로 합심해 티르빙의 마기에 대항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그녀가 마왕이 된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그그극-.
아가레스는 그 와중에도 티르빙의 기운을 갈라 내며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공세에 전념하고 있는 만큼 빈틈이 생기게 마련. 설사 의도적이라 할지라도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 누른다면, 그에게 치명상을 입힐 가능성이 클 것이다.
파아아앗-!
엑스칼리버 위로 진한 서기가 피어올랐다. 아가레스에게는 티르빙의 새카만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았을 터. 그것이 마침내 지척에 이르자, 두 눈을 크게 떠 왔다.
쉬아아아악-!
엑스칼리버가 시원하게 허공을 베어 갈랐다.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한 목을 베어 내는 감각에 나는 살짝 안도하며 긴장을 풀었다.
이곳에서 가장 성가신 상대였던 아가레스를 쓰러뜨린다면 그다음부턴 수월하게 풀릴 터. 하지만 그 직후 티르빙의 마기를 뚫고 불쑥 솟구친 손에 경악을 토해 냈다.
“무슨!”
그 너머로 보인 것은 다른 군주의 몸을 방패 삼아 내 공격을 피해 낸 아가레스의 모습이었다.
엑스칼리버에 목을 베인 군주는 속절없이 쓰러졌지만, 아가레스는 여전히 멀쩡한 모습으로 내게 쇄도해 왔다.
파악-!
그 손끝에 가슴을 스쳤다. 무장은 소용없었고, 너무나도 쉽게 살점이 떨어져 나가며 피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그 역시 내게 치명상을 입히기엔 살짝 모자랐으니.
[쯧.]위기는 곧 기회와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번 공격으로 결착을 보고자, 티르빙 위에 신력을 실었다.
만약 아가레스가 이전과 같이 다른 이를 방패로 내세우거나, 공격을 막아 내려 한다면 그것째로 썰려 나갈 터. 다행스럽게도 이번엔 그가 직접 막으려는 듯 부풀린 마기로 제 몸을 뒤덮어 갔다.
“흡-!”
혼신을 다한 일검. 그것은 곧 아가레스의 기운과 함께 그 몸을 베어 가를 찰나였지만, 그 순간 누군가가 그 앞으로 끼어들었다.
캉-!
신력이 깃든 공격이 처음으로 막혔다. 하지만 그것보다, 눈앞에 선 존재의 모습에 나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이 자리에 선 어느 군주보다 더 강인하고, 깊은 어둠을 품고 있는 존재.
눈에 띄는 것은 머리 위로 솟은 다섯 개의 뿔과 투구 안으로 보이는 스산한 붉은 눈동자뿐, 생김새는 여타 다른 군주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였지만 그 심연이 품고 있는 격은 감히 비교할 바가 되지 못했다.
[성에 찾아왔으면 곧바로 올 것이지, 왜 이렇게 소란인 것이냐.]하지만 마왕은 전신에서 느껴지는 흉흉한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가는 미소까지 지으며 내게 말해 왔다.
알로켄이 말했던 것처럼 싸우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 맞는지, 그 주위로 거센 투기가 느껴졌다.
척.
마왕의 등장에 주위에 있던 군주와 마족들이 뒤로 물러나며 예의를 표했다. 그 틈을 타 나 역시 슬쩍 뒤로 물러났고, 그곳에 자리하고 있던 일행과 합류했다.
“…….”
기다리던 마왕의 등장에 긴장감은 한껏 절정에 이르렀다. 이제부터는 눈 한 번 깜짝할 사이에 갈리는 승부가 계속해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니, 모두 집중하는 것이리라.
“레이오스.”
내 뒤로 검성과 크리스가 살짝 말을 붙였다. 마왕의 싸움에 가세하냐는 물음이었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당장은 저 혼자 상대하겠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마왕의 기운을 가늠했다.
그 끝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질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다른 이들은 마룡과의 일전을 위해 힘을 비축해야 함이 맞았다.
어차피 검성과 크리스가 나선다면, 저 뒤에서 이를 갈고 있는 아가레스를 비롯한 다른 군주들이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된다면 난전으로 흘러갈 터니, 가능한 나 홀로 마왕과 결착을 내는 것이 옳았다.
마왕의 말에 짧게 숨을 내뱉은 나는 다시 두 자루의 검을 거머쥐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마왕을 어떻게 쓰러뜨리느냐에 따라 뒤에 닥쳐올 파브닐을 상대하는 양상이 달라지니.
가장 좋은 상황은 그녀가 주신과의 만남에서 충돌한 끝에 흔적도 없이 소멸하는 것이었다.
원작에서도 겁없이 덤벼들었다가 헤아릴 수 없는 격차에 상처를 입고 패퇴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는가. 이쪽이 원작과는 이야기가 다소 바뀌었다곤 하나 대동소이할 터.
“…좋아, 가엾은 피조물이여. 한번 해 보자. 내가 그래도 나름대로 창조주 옆에서 붙어 먹던 존재였으니.”
편집자의 힘을 보여 주마.
* * *
마왕과의 싸움은 길었다.
몇 시간, 아니 며칠이 흐른 걸지도 몰랐다. 서로 품고 있는 기운은 미지수였고, 아직 한참이나 여유가 남았으니.
싸움 과정에서 얼마나 힘을 흩뿌려 댄 것인지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땐 우리가 자리하고 있던 마왕성은 이미 흔적도 없이 파괴될 정도였다. 그렇기에 그것을 지적하자니, 마왕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용사와의 싸움에서 마왕성이 무너지는 것은 여느 전승에서나 마찬가지다. 그리 신경을 쓸 것은 아니지.]“…당연한 일인가.”
하긴 그럴 만도 했다. 나와 마왕 둘 다 초월에 이른 존재. 손짓 한 번에 산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데 마왕성이라고 멀쩡할 수 있을까.
다시 서로가 서로의 목숨을 목적으로 달려들었을 때, 하늘 높이 떠올라 있던 해는 뜨고 지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나나 그나 느껴지는 기세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내 쪽은 아공간 주머니에 있는 영약들을 꺼내 먹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꾹 눌러 참았다.
그것들은 파브닐을 상대하기 위해 준비한 것. 자력으로 마왕조차 넘어서지 못한다면, 그녀를 이길 희망이 없다. 그렇기에 이를 악물고, 한 걸음 더 내디뎠다.
[…….]마왕 역시 언뜻 보이는 표정 사이로 누적된 피로를 비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선명한 것은 투지로 점칠 된 즐거움이었으니.
[사실 난 본의로 마왕이 된 것이 아니다. 내 주인이셨던 전대 마왕께서 홀연히 떠나 버리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오르게 되었지. 하지만 어떠한가! 강대한 힘을 휘두를 수 있고, 강적과 싸울 수 있다면 그 어떤 것이 만족스럽지 않을까!]마왕의 주먹과 두 자루의 검이 충돌했다.
서로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이 싸움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승리는, 끝까지 서 있는 자가 차지하게 되리라.
“후…….”
그간 나는 신력을 다루는 것이 익숙해졌다. 마왕과 싸우면서 펑펑 써 댔음에도 불구하고, 큰 바다에서 양동이 몇 번 퍼댄 것에 불과했으니 프로메테우스에게 받은 힘이 얼마나 막대한 것인지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다.
단순 무력으로만 따지자면 분명 마왕의 쪽이 우세했다. 하지만 나는 신력의 격으로 찍어 눌렀고, 겨우 동수를 맞춰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서로가 한계에 다다랐을 때, 그의 손과 내 검이 서로 교차했다.
푹-!
서로의 가슴이 꿰뚫린다. 깊이가 얕기에 치명상은 되지 않았지만, 싸움의 시작 이후 처음으로 가한 치명타였다.
[으하하하-! 좋구나!]마왕은 크나큰 웃음을 토해냈다.
상처가 생겨 그리도 기쁜 것인지 마기를 더욱 짜내며 몸을 부풀렸고, 다시금 손을 휘둘러 왔다.
하지만 그것이 경악으로 물들기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으니.
푹-.
마왕의 가슴을 뚫고, 새하얀 손이 솟아올랐다. 그것은 곧 마왕의 원천이 되는 그 심장을 붙들고 있었으니.
[……!]시커먼 심장이 펄떡거리며 거센 기운을 토해 낸다. 마왕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고, 곧 사나운 기세로 서 있던 파브닐의 존재를 볼 수 있었다.
[…어, 째서.]“전대 마왕과의 계약은 이미 끝났다. 그러니 너희는 이제 이용 가치가 다했지. 얌전히 내게 흡수되어라. 어차피 나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멸망시킬 것이니.”
상정했던 최악의 형태로, 마룡 파브닐이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