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to scoundrel Studies RAW novel - Chapter (66)
망나니학 개론-66화(66/300)
#066
“…허.”
약 한 시간 뒤, 가베인은 입을 벌리며 나지막한 경악성을 토해냈다.
전부 이해했다는 내 말에 그는 다시금 수업을 이어나갔다. 이젠 칠판이 부족해질 정도로 그 수식의 양이 많아졌기에 대부분 말로 설명했고, 내가 이해했나 싶어 몇 가지 질문을 해도 되겠냐고 물어왔다.
당연히 나는 그 모든 것에 막힘없이 대답했다. 시스템 어시스트의 기능은 단순히 정보나 문제를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들은 전부 내 머릿속에 쌓였고, 이제는 원래 나의 것처럼 떠올리며 사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런 상황에서 가베인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 그는 살짝 식은땀을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해왔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전하. 소싯적 저의 모습을 보는 것 같군요.”
그러면서 죽어도 자기 자신보다 뛰어나다고 칭찬하진 않는다. 과연, (전) 천재.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았지만 과연 그것이 얼마나 갈까.
“자, 그럼 어느 정도 기초 이론을 숙지했으니 이제 실전으로…….”
다음 수업으로 넘어갈 찰나, 교실의 문이 열린다. 곧 모습을 드러낸 두 소녀가 우릴 보곤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
“오스티아 군이랑… 가베인 선생님?”
생각지도 못한 조합이었는지 유리아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우리 둘을 바라본다. 그것에 뒤에 있던 레이시스가 안으로 들어오며 고개를 숙였다.
“수업 도중 방해했다면 죄송합니다. 다만, 이 교실의 사용 신청은 저희 차례라…….”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나.”
가베인과 함께 집무실을 나오며 교실의 사용 시간을 한 시간만 신청해 놓았다. 아무래도 수업이 그렇게 길지 않을 거로 생각했지만, 의외로 마법에 대한 재미를 느낀 탓에 생각보다 시간이 길어지고 말았다.
“둘은 뭐 하러 왔지?”
“아, 유리아 양이 조금 알려달라고 해서요.”
다음에 있을 수업의 예습을 하러 왔다면서 그녀들은 쭈뼛쭈뼛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면 함께 어때.”
그녀들에게 가베인을 가리키며 말하자 살짝 곤혹스러운 모습을 표한다. 그것은 가베인 역시 마찬가지인 표정으로 괜찮겠냐는 시선을 보내왔다.
“괜찮아. 피차 내가 황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이니까.”
“…그렇습니까.”
내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곤 레이시스와 유리아 앞에 나와 인사를 건넸다.
“레이오스 삼 황자 전하의 밑에 있는 가베인이라 한다. 얼마 전까지는 궁정 마법사로 있다가 전하의 명으로 아카데미 선생이 되었지.”
“…셰필드 가문의 장녀, 레이시스입니다. 오스티아 군과는 친구로 지내고 있어요.”
“유, 유리아입니다!”
가베인은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대할 때와는 달리 진중한 모습에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인사를 마친 우리는 다 같이 가베인의 수업을 들었다. 그는 다른 이들의 수준을 배려해 조금 전보단 더 쉽게 가르치려 했지만, 그녀들이 잘 따라오자 다시금 수준을 높이며 열의에 찬 모습으로 수업을 해나갔다.
“전하께선 좋은 친구를 두셨군요.”
마법 명가의 장녀인 레이시스는 물론 유리아 역시 이론 면으로는 꽤 두각을 보였다. 다만, 실기가 영 꽝이라 전체적으로 낙제점을 보유하고 있을 뿐.
저녁이 다 되었을 때쯤 우리는 실습으로 넘어갔다. 실내인 만큼 위력이 있는 마법보단, 현상을 바꾸는 계열 위주로 사용해 보기로 했다.
“[태초의 빛, 라이트].”
처음 사용해 보는 마법에 긴장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영창을 시작했다. 그러자니 마나가 손끝을 타고 흘러나와 주먹만 한 작은 빛의 구체가 허공에 떠올랐다.
“오오.”
다들 어릴 때 한 번씩 마법사가 되는 상상은 해보지 않는가. 눈앞에 떠오른 빛의 구체를 바라보니 정말로 마법을 사용했다는 실감이 들었다.
“처음 사용한 마법치고는 상당히 깔끔한 느낌이군요. 역시 한쪽으로 상당한 경지를 쌓으면 다른 쪽도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나는 검사로서 오러를 다루기에 마나를 움직이는 것엔 도가 텄다. 마법 역시 마나를 다루는 기술. 가베인이 칭찬할 정도라면 괜찮게 했다는 것이겠지.
“[태초의 빛, 라이트].”
레이시스 역시 기초 마법 정도야 쉽게 해내었다. 일 학기 시험이었던 던전에서 보았다시피 그녀는 이미 수준급의 마법사. 이 정도야 눈 감고도 할 수 있겠지.
“[태초의 빛이여, 세상에 그 은총을 베풀어 이치를 밝혀라, 라이트].”
다만, 유리아만은 힘겹게 영창을 끝마쳤다. 그마저도 마나의 발현이 불안정해 빛의 구체는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 일렁거렸다.
“흠…….”
가베인은 그것을 이상하다는 눈으로 바라보았고, 레이시스는 잘했다면서 유리아를 칭찬해 주었다.
라이트는 빙의한 몸이라곤 하나 초심자인 나도 한 번에 성공할 수 있을 정도로 기초적인 마법.
하지만 유리아는 그것마저도 힘겨워했다. 가베인이 이상한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는 것도 당연한 것이겠지.
‘마법 무효화 때문인가.’
어떤 마법이든 지워 버리는 재능. 그것은 처음부터 그녀의 몸에 깃들어 있었다. 다만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뿐.
통제되지 않은 능력은 조금씩 새어 나와 가장 먼저 그 본인에게 영향을 끼쳤고, 그것 때문에 원래는 충분한 마법 재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리아는 기초 마법부터 허덕이는 처지가 되었다.
“하하…….”
레이시스가 칭찬해 주었지만, 그녀는 기쁜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눈동자는 침울해지고 치맛자락을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유리아의 심정은 몇 번이나 서술된 적이 있기에 나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 알려줄 수는 없지.’
그녀의 재능은 대륙 전체 역사로 봐도 희귀한 것이다. 마법 무효화의 능력이 있다고 밝혀진다면 당장 황궁으로 끌려가 여러 가지 교육과 함께 실험을 받겠지.
그런 것은 원하는 바가 아니었기에 나는 잠자코 입을 다물었다.
“그러면 조금 더 수준 있는 마법을 사용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마법 수업은 무난할 정도로 잘 진행되었다. 아직 실전에서 사용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몇 달 정도만 더 연습한다면 충분히 통용될 것 같다.
“아.”
가베인과 레이시스가 기를 쓰고 마법을 영창 하는 유리아를 응원할 때, 나는 문득 현실에서 봤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될까?’
“큼.”
가볍게 목을 가다듬고 두 손을 내민다. 그러곤 혹시나 몰라 마력을 최소한으로만 뽑아내며 영창을 시작했다.
“[심연보다 깊고 칠흑보다 짙은 어둠에 나 진홍의 혼이 뒤섞이길 바란다. 각성의 때가 왔으니, 무류의 경계에 떨어진 이치여 무형의 왜곡이 되어 나타나라].”
“…그건 무슨 마법의 영창입니까?”
옆에 있던 가베인이 생전 처음 들어보는 마법이라는 표정으로 나에게 물어온다. 레이시스와 유리아 역시 마찬가지인 표정. 나는 가까스로 벌게지는 얼굴을 가라앉히며 고개를 저었다.
“별거 아니다. 고문헌에 있던 영창이기에 잠깐…….”
우우우우웅-!
수십 개의 마법진이 허공에 떠오른다. 교실의 천장을 뚫고까지 올라간 그것들에 모두가 입을 벌릴 찰나, 시야 한쪽에 상태창이 떠올랐다.
[SYSTEM: 영창의 해석을 완료했습니다. ‘익스플로전’ 마법을 사용하시겠습니까? Y / N]“이 시발…….”
시스템 어시스트의 성능이 얼마나 좋기에 타 작품의 마법 영창까지 해석해서 가져오는가.
“오, 오스티아 군!”
“전하!”
그것에 당황해하고 있던 찰나 다급하게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그러곤 황급히 마법을 취소하고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러자 허공을 가득 메운 마법진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래알처럼 산산조각 나며 사라져 간다. 순식간에 반절 이상 빠져나가 버린 마나에 속이 울렁거려 비틀거리자 레이시스가 황급히 다가와 내 어깨를 부축해 주었다.
“이게 고문헌에서 본 마법이라고요?”
“…황궁 서고에 있던 건데 설마 이렇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며 어깨를 으쓱거리자 그들은 나를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어디야! 찾았어?”
“대략, 이 부근인 건 확실합니다!”
“일 학기 때 테러가 있었던 마당이다. 또 그런 일이 반복된다면……!”
다만, 밖은 난리가 나 있었다. 선생들을 비롯해 아카데미를 지키는 기사단까지 야단법석을 떨며 이 소란의 원인을 찾기 위해 사방을 뒤지고 있었다.
“…우리도 이곳에서 나가지.”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다들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 * *
학장실에 용무가 있던 가베인이 가는 김에 내 이름을 빌려 사정을 설명하겠다고 한 것으로 사건은 다행히 일단락되었다.
갑작스럽게 움직인 마나의 파동은 학장인 크리스 본인이 연구 중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 그랬다는 핑계로 대체되었고, 다행히 내 잘못은 그 몇몇만 아는 것으로 묻히게 되었다.
다만, 크리스는 가베인을 통해 이 값은 똑똑히 받아낼 거라면서 소란을 피운 것에 대해 나를 놀려댔다. 누구는 이렇게 될 줄 알았나.
일이 이렇게 됐기에 황급히 보충수업을 끝낸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한 얼굴로 흩어졌다.
나 역시 쉬고 싶기에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가자니 저 멀리서 익숙한 얼굴의 소녀가 나를 발견하곤 얼굴을 찡그리며 다가왔다.
“앨리스?”
“다른 학생들에게 듣자니 레이시스랑 유리아와 함께 있었다는데, 나랑 한 약속은 잊어버린 거야?”
“…아.”
샐쭉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가늘어진 눈동자에 미처 잊고 있었던 약속이 떠올랐다.
앨리스와 나는 자주 대련을 나누곤 했다. 주인공인 그녀를 성장시킬 겸, 이 아카데미에서 나와 견줄 수 있는 이는 소수뿐이었으니까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상대가 되었다.
오늘 역시 대련하기로 약속한 날. 다만, 가베인에게 마법을 배우기 위해 한 시간 정도 그것을 미뤘는데, 앞서 있었던 소동으로 인해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미안한데, 내가 오늘 피곤해서.”
“음,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다행히도 앨리스는 내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녀답지 않은 모습에 두 눈을 휘둥그레 뜨자 아니나 다를까, 가늘어진 두 눈과 함께 강한 악력으로 내 팔을 잡아왔다.
“라고 할 줄 알았어? 내가 힘들어 죽으려고 했을 때는 그래야 성장한다, 뭐다고 귀에 박히도록 설교했으면서 자기만 빠져나가겠다고?”
어림도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는 내 몸을 이끌었다.
“오늘은 안 재울 거니까.”
“…그거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니지 않나?”
“시끄러워.”
주인공만 아니었으면 그냥 머리를 쥐어박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잠시 뒤, 우리는 연무장에서 서로 마주 섰다. 무언가의 장치인지 닫힌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기분이 살짝 좋아졌다.
앨리스 역시 기분이 조금 풀린 듯 제자리에서 툭툭 튀며 가볍게 몸을 푼다. 그러곤 자신만만한 태도로 나에게 검을 겨눠왔다.
“오늘은 안 질 거야.”
“그거 정확히 서른한 번째 듣는 말이다.”
앨리스의 검술은 분명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검은 사람을 죽이기 위한 방향으로 특화된 검. 제대로 된 스승에게 사사 받은 것도 아니고, 실전을 겪으며 스스로 익힌 것이기에 효율과 날카로움만을 추구할 뿐이다.
당연히 장기적으로 보기엔 좋지 않은 상태. 그렇기에 나는 앨리스에게 내가 익힌 피오레류와 검성류의 오의를 전수해 주었다.
처음엔 왜 그걸 익혀야 하냐며 질색했지만, 십 수 번을 나에게 깨지니 조금씩 생각을 달리 먹었다. 그렇게 결국 내가 가르쳐 준 검술을 익히더니 요즘엔 조금 과장하자면 가슴께까지 따라올 정도가 되었다.
“서른 번쯤 졌으면, 이젠 이길 때도 됐잖아.”
앨리스는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나를 향해 검을 휘둘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