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34
분신으로 절대무신 134화
-사사사사삭!
검이 미쳐 날뛰고 있었다.
수십 장에 이른 연무장이 좁다는 듯 날뛰는 검의 기세는 쉬이 식을 줄 몰랐다. 그러나 그러한 기세도 반나절이 지나자 잦아들기 시작했고, 다시 반 시진이 지났을 때쯤 눈에 띄게 둔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으드득!
그러나 그 검을 휘두른 자의 광기는 잦아들지 않았다.
오히려 지칠수록 그의 광기는 더욱 사나워져 갈 뿐이다.
그는 화를 내고 있었다.
그 대상은 자신이었으며 그중에서도 그는 자신의 나약함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나약하다 화를 낸다고 하지만, 사실 그를 두고 나약하다고 할 수 있는 자는 용담호혈과 같은 무림맹에서도 없을 것이다.
혈교에 홀린 사파의 검귀를 베어내어 검왕이라는 별호를 손에 넣은 그가 아니던가?
정사를 막론하고 검에 있어 왕이라 불릴 정도의 강자를 두고 나약하다 하면 드넓은 강호무림에서도 스스로의 실력에 자부심을 가질 이는 없다시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는 스스로의 나약하다 생각하였고, 이에 대해 견디기 어려워하고 있었다.
광증을 앓는 것이 아닌가? 싶을 만큼 날 뛰는 그의 모습은 정상이 아니었으나, 그 사정을 안다면 그의 지금의 모습도 이해 못 할 것은 아니었다.
그 일은 겨우 한 달도 채 되지 않았고.
그는 그곳에서 제자처럼 여기던 수하들을 모두 잃고 말았다.
차라리 거기서 같이 죽었다면 이렇게까지 비참하지 않았을 것이련만, 그는 수하들의 희생 덕분에 겨우 그곳에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런 그를 두고 비겁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었다.
혈교의 십왕 중 하나인 화왕이 그 상대가 아니었던가?
잔혹한 손속만큼이나 무시무시한 불길을 다루는 화왕의 손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모래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상성이라도 우위에 있다면 또 모를 일이지만, 그와 화왕의 상성은 천적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을 만큼 최악이었다.
하니 그는 검왕은 아니 장일이 그곳에서 살아 돌아온 것은 정말이지 천운이 따른 것이라 보아야 했다.
하지만 장일은 살아도 산 게 아니었다.
강호인으로서의 자존심이 꺾인 것 따위를 말하는 게 아니다. 그보다 화왕이라는 불구대천의 원수를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이 그를 절망케 만들었다.
한 점의 희망이라도 가지기에는 그와 화왕의 실력차는 컸고 그 상성도 끔찍할 정도로 맞지 않았다.
그러니 그는 폐관이라는 이름 아래 이처럼 검을 휘둘러 댔던 것이다.
아니, 광기에 휘둘렸던 것이다.
벌레처럼 그는 절망에 짓눌려 버렸다.
-쿵…….
결국 모든 내력이 바닥이 나 버렸고, 그 몸을 움직일 기력마저 끝이 이르렀을 때 장일은 의식을 잃었다.
그렇게 의식을 잃은 그의 위로 그림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타난 이는 또 다른 장일이었다.
모습만 따져본다면 삼십 년 전의 그의 젊은 모습이라 과거의 그가 미래의 그를 만나러 온 모습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였고, 그렇기에 그는 절망에 무너진 자신에 그저 고개를 저어댈 뿐이었다.
“……나도 참 무식했군.”
남이었다면 그리 말하지 못했을 것이나, 그 또한 장일이었기에 그는 그처럼 매몰차게 평할 수 있었다.
또한 그렇기에 그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말이다.
“결국 미쳐 버린 건가?”
의식을 차린 장일은 그리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의 눈 앞에 또 다른 자신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나라의 군문에 이제 발을 들였던 당시와 비슷한 또래의 모습이기에 더욱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장일에 분신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자네는 미친 게 아니네. 그저 스스로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일 뿐이지.”
“…….”
그러나 분신의 말에도 장일은 스스로가 미쳤다는 의구심을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그 의구심에 확신을 더해갔을 뿐이다.
-탁…….
그러한 장일의 태도에도 분신은 말없이 장일이 정신을 잃기 전까지 쥐고 있던 검을 쥐어 들었다.
“지금의 자네라면 알아 볼 수 있을지도.”
-스스슥!
분신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검을 한차례 휘둘렀다. 잘 모르는 이가 본다면 그저 별다른 의미 없이 검을 허공에 휘저은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
그러나 분신이 펼친 그 검을 본 순간 장일은 숨이 턱 막히는 충격을 받고야 말았다.
검왕이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격전을 뛰어넘으며 검을 휘둘렀던 그였기에 그는 알 수 있었다.
그의 살검이 끝에 이른 무언가가 있다면 바로 저 검일 것임을 말이다.
“다, 다시 한 번만 더 그 검을 보여주시겠습니까?”
“나를 환각이라고 생각한 게 아니던가?”
“……그런 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그 검을 얻을 수만 있다면 저는 영혼이라도 팔 것입니다.”
분신은 그런 그의 모습에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달리 천이통을 다루지 않아도 지금 장일의 마음이 어떠할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분신은 장일이 원하는 대로 다시금 검을 휘둘렀고, 이에 장일은 그 궤적을 더할 수 없이 눈에 담아댔다.
-꿀꺽!
잠시 눈을 감고 그 궤적을 머릿속에 그리던 장일은 요란하게 침을 삼켜댔다.
절망에 뭉그러진 그의 얼굴에 처음으로 환한 빛 한 조각이 일어나 있었는데, 이는 그 검이라면 화왕을 벨 수 있을 자신이 생겼기 때문이라서다.
그 피어오르는 희망에 그는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여전히 환각일 것이라 생각하는 또 다른 자신이 그사이 사라지지 않았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 분신은 여전히 그의 앞에 서 있었고, 하여 장일은 요란히 침을 다시금 삼키며 다시 한번 더 그 검을 보여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는 그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츠즈즉!
그 이전에 분신이 다시금 검을 펼쳐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게 다시 펼친 분신의 검은 좀 전의 그 검과는 달랐다.
장일은 그 검을 본 순간 말문을 잃어버린 듯 한참을 멍하니 있더니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것은 그건 무엇입니까? 아니, 제가 본 것이…….”
장일은 정신이 없는 이처럼 횡설수설해댔으나, 분신은 달리 그런 그를 나무라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그가 정리되기를 기다렸으며, 얼마 가지 않아 분신은 횡설수설하던 말을 그치더니 이내 분신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이제야 말을 들을 준비가 된 것 같군.”
장일이 그 물음을 던지기를 기다렸다는 듯 분신은 이를 반기며 준비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마카라는 초월적인 존재를 기억하는가? 그가 말한 권능도…….”
“!!”
분신의 이야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장일은 차라리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했을 때가 더 정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분신이 그에게 말해준 이야기는 터무니가 없던 것이었다.
자신은 분신이라는 권능을 손에 넣게 되었으며, 죽음은 그 권능을 발휘되는 장치였다.
그리고 그 죽음에서 일어난 첫 번째 분신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고서는 그의 눈 앞에 있는 분신의 존재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반나절을 끙끙거리다 끝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었고, 그렇게 받아들인 장일은 분신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복수를 할 수 있을지, 저 간악한 혈교를 멸할 수 있을지 등 수많은 질문이 주였다.
그러나 분신은 모든 질문에 답해주지 않았다.
이에 장일은 실망하는 눈치였고, 분신은 그에 대한 이유를 말해주었다.
“어쩔 수 없네. 자네도 알다시피 이곳은 과거이다 보니 자칫 본신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네.”
장일은 그럼에도 자신을 찾아온 분신이 이해하기 어려웠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으로 한 가지의 질문을 더 던졌다.
“그대는 몇 번째 분신이오?”
“으음. 그건 말해줘도 될 것 같군. 나는 아마도 여섯 번째일 것이네.”
“???”
여섯 번째이면 여섯 번째이지 확신하지 않는 그의 말은 장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 장일의 생각을 안다는 듯 분신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미리 말하지만 나는 혈교의 일에 끼어들지 않을 것이네. 내가 이곳에 온 것은 어디까지나 새로운 무리를 깨우칠 시간을 얻기 위해서일 뿐이니 말일세.”
“그러면 나를 찾아온 이유가 무엇이오.”
“두 가지 이유가 있네. 하나는 과거의 분신인 자네에게 영향을 끼치면 본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네. 단순히 역사만 바뀔지 아니면 그간 이룬 모든 것들이 바뀔지 그걸 실험하기 위해서네.”
아마 천마가 아니었다면 장일은 자칫 최악으로 갈 수 있을 이 같은 실험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천마로 인해 생겨난 역천이 과연 과거에도 영향을 끼치는지 그는 확신을 가지고 싶었다.
그렇기에 검존을 선택한 것이다.
약왕은 너무도 먼 과거라 그 경우의 수가 너무도 복잡했으나, 그에 비해 검존이 살던 시대는 수백년 정도의 과거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동 대륙의 질서가 개편되는 난세로 많은 변수들이 그 속에서 지워져 버리니 최소한 최악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는 자네도 좋고 본신도 좋을 일이네. 자네로서는 복수와 이 난세를 끝내는 데 도움이 될 힘을 얻어 좋을 것이고, 본신으로서는 그로 인해 생겨난 역사의 뒤틀림에 카르마 포인트를 얻게 되어 좋을 테니 말일세.”
두 번째 이유에 장일은 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분신의 제안을 반겼다.
“아무래도 좋소. 복수를 할 수만 있다면…….”
“그래, 나는 그걸 원했네.”
분신은 장일의 그 말에 만족스러워했고, 그렇게 그날부터 그는 또 다른 자신의 스승이 되었다.
분신은 장일에게 많은 시간을 내어줄 수 없기에 그는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장일의 힘을 무위를 끌어 올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점에서 그는 이미 그를 충족할 수 있을 것들을 미래에서 가져온 상태였다.
“우선 망가진 몸부터 고쳐야겠군. 시간이 없으니 이 대환단부터 취하도록 하시게.”
그가 가져온 대환단은 5알로 그중 하나를 첫날부터 취하게 만들었다.
장일은 취하기도 전에 그것이 대단한 신물이라는 것을 알았으나, 막상 취한 뒤에 그가 얻은 것은 그가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투두두둑!
단순히 한 갑자의 기운을 취하게 다가 아니었다.
광기에 휘둘려 망가진 몸이 한 나절만에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대단한 일은 그 과정에서 장일은 새로운 심법을 깨우쳤다는 것에 있다.
“마음 같아서야 그걸 가르치고 싶지만 지금의 자네에게는 가능한 일이 아니겠지. 구양심법이라고 하네. 이걸 익히는 것만으로 자네의 검은 크게 한 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네.”
바로 구양심법을 강제로 몸에 새겨 놓은 것이다.
아마 다른 이었다면 분신이라고 해도 그리 쉬이 새기지 못했겠지만, 이미 수없이 살피고 깨우친 자신의 신체였기에 한나절 만에 그 같은 일을 벌이는 데 성공했다.
당연히 구양심법의 성취를 끌어 올리는 데 있어서도 그의 교육은 더욱 큰 빛을 발했다.
분신은 장일이 무엇을 모르고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그 자신보다도 더 자세히 알고 있다 보니, 장일은 어이없어할 만큼 구양심법을 빠르게 깨우쳐 나갔다.
하지만 진짜는 구양심법이 아니었다.
“매화이십사수검법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검법이기는 하지만 진짜는 그 검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낸 뒤부터네. 문제는 살검이다 보니 단순히 보고 말하는 걸로는 이 뜻을 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에 있지.”
마음 같아서야 현재 천검문에 전한 매화이십사수검법을 새로이 개정한 것을 알려주고 싶었으나, 그래서야 자칫 역사가 더 크게 꼬일 가능성이 있었다.
하기에 분신은 차선으로 장일을 하루에도 몇 번이고 그를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었다.
살검의 한계를 넘어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시나 극한에 이르는 실전을 겪는 것뿐이었다.
-카가가강!
과연 이러한 분신의 지도 덕분일까?
장일은 불과 반년 만에 분신의 검을 처음으로 공격을 막아설 수 있었으며, 다시 반년이 지났을 때 처음으로 맞받아칠 수 있었다.
“이게 바로 나의 매화일검인가?”
“흐음. 이거 생각했던 것보다 더 효과가 좋았군.”
완성한 자신의 매화일검에 빠져든 장일의 모습에 분신은 팔짱을 끼며 고민하는 눈치였다.
본래라면 3년이 걸려서야 장일은 자신의 매화일검을 손에 넣게 되었다. 성취로 말하면 11성이라 할 수 있는 검이었다.
분신이 고민을 하는 것은 본 역사와 달리 1년 만에 장일이 12성에 이른 매화이십사수검법을 손에 넣은 것에 있었다.
이는 혈마와 싸우기 직전에서야 겨우 완성하였던 것으로 시간으로 치면 8년을 일찍이 완성한 것이다.
그 말은 그가 이쯤에서 손을 떼어도 된다는 말이었으나, 분신은 고민 끝에 장일을 더 가르치기로 결정했다.
“아직 2년의 시간이 남았으니, 그 안에 자네가 활검을 깨우칠지는 자네의 뜻에 달라지겠지.”
“활검?”
“난세가 끝이 난 뒤 자네가 깨우친 것이네. 어찌 보면 지금 내가 얻은 검의 시작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지.”
그 말에 당장이라도 화왕을 베어 버리려 뛰쳐 나가고 싶었던 장일은 그 뜻을 접어야 했다.
그도 안 것이다.
자신이 복수를 하기 위해 뛰쳐나간 순간, 다시는 분신을 만나지 못하리라는 것을 말이다.
하기에 장일은 다시 분신에게서 가르침을 받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났을 때.
검왕은 검존이 되어 천하로 나서게 되었다.
본 역사보다도 반년이 빠른 시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