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35
분신으로 절대무신 135화
반년.
고작 반년에 불과했지만 장일에게 있어서는 이 반년이 가지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앞으로 석 달 뒤, 화왕은 사파제일인인 사존의 손에 죽기 때문이다.
이는 장일 그의 심화(心火)를 풀 대상이 사라졌음을 뜻했다.
본 역사에서 장일은 이 점에 대해 크게 힘들어했으나, 사실 이는 장일에게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3년의 폐관 끝에 얻은 그의 매화일검으로도 화왕을 죽일 확률은 대단히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신이 개입하면서 이 역사는 달라졌다.
화왕을 죽일 기회를 손에 넣은 것이다.
여전히 화왕과의 상성은 좋지 못하다지만, 지금의 장일은 그런 상성마저도 무사할 정도로 성장을 거듭한 상태였다.
“매화이십사수검법을 12성을 이룬 것만으로도 8할의 승리를 확신할 것인데…… 그는 끝내 그마저 뛰어넘었다.”
이러한 분신의 생각대로 그로부터 열흘이 채 되지 않아 화왕이 죽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천하에 퍼져갔다.
이후 장일에 대한 소식은 하나 같이 놀랍기 그지없었다.
결국, 한 해가 지나기도 전에 그의 명성은 천하제일인에 가깝다 평을 듣는 불존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소문이 거기까지 이르렀을 때, 분신은 더 이상 장일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분신은 서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마음 같아서야 동부 대륙에 있는 사문을 방문하고 싶었으나, 그는 그럴 수 없었다.
이미 적잖은 시간이 지체되었던데다, 무엇보다 더는 변수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다.
그는 서부 대륙으로 넘어갔고, 그곳에서도 끝자락에 위치한 타른 평야라 불리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타른 평야는 아직 나라가 세워지기도 전이다 보니 중원인 보다는 이족들이 주로 그곳에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자연 문명과는 거리가 먼 곳이었으나, 그렇다고 아예 문명과 동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가 있는 곳에서 삼백 리 너머에 작지만 제법 있을 것은 다 있는 시장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중원인들이 이곳 이족들과 거래를 위해 만든 시장으로, 주로 짐승의 가죽이나 철광석 따위가 그 거래의 대상이었다.
그는 이 시장을 종종 이용하였다.
생활에 필수품인 식량이나 옷 따위를 이곳에서 구매했던 것으로, 이 외에도 중원의 소식을 듣기 위해 들리기도 했다.
“8년이라. 나쁘지 않군.”
10년을 끌었던 본 역사와 달리 그가 개입됨으로써 혈마대전은 겨우 8년 만에 그 끝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만큼 역사를 뒤틀리게 한 것이었으니 이번 일로 적잖은 수준의 카르마 포인트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내 경고대로 혈마와의 결전에서 무리하게 뛰어들지는 않은 모양이군.’
무위가 뛰어나다는 것은 혈마와의 결전에서 위험한 곳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라, 그는 이를 우려해 경고했는데 장일은 그의 경고를 무시하지 않았다.
전쟁 직후 혈마독에 개고생을 했던 본 역사와 달리 검존은 혈마대전이 끝이 난 뒤에도 활기차게 대외적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소소하게 그에 대한 소식을 접하면서도, 그가 이곳에 온 주목적을 잊지 않았다.
바로 황극을 깨우치는 일로, 그는 최근에 제법 큰 진전을 맞이하게 되었다.
황극의 끝자락에 닿을 수 있는 길을 어렴풋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마 본신이었다면 족히 십수 년은 걸렸을지 모른다. 단순히 무공에 집중하기에는 그의 주변의 환경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분신인 그는 그 모든 속세에서 떠나 오직 수련에만 임하고 있었으니, 그 성과가 이처럼 빠르게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볼 수 있다는 것과 그곳에 닿을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의 일이었다.
그는 무려 이십 년을 넘게 그곳에서 그 하나를 보고 다가가고자 했지만, 그때마다 그가 보고 있던 황극의 끝은 거짓말처럼 다시 물러나 있었다.
마치 사막의 신기루처럼 다가가면 없어지니, 시간이 갈수록 그 갈증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웬만한 고승이라고 할지라도 수 번이고 심마를 맞이했을지 모를 고행이었다.
하지만 누진통을 깨우친 그에게 그 같은 현혹이 그의 눈을 가릴 수 없을 일.
덕분에 장일은 그 갈증 속에서 일어나는 심마를 몇 번이고 물리치며 묵묵히 나아갔다.
그렇게 다시 십여 년이 흘렀으나, 여전히 그가 손에 넣은 것은 없었다.
하지만 아예 성과가 없는가? 라고 한다면 그렇지 않았다.
그때야 그는 자신에게 필요한 게 무엇임을 알 수 있었다.
“길잡이가 필요하다.”
과거 망망대해와 같던 사막을 무사히 건널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잡아들인 도적이라는 길잡이가 있었던 덕분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이고 그 지형이 변화되는 사막에서 그 반향을 잡고 길을 찾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많은 실패 위에서 쌓아 올려야 가능한 일인 것으로, 지금 그가 하고 있는 일이 바로 그러했다.
그는 황극이라는 이 진리를 얻기 위해서는 지금 같은 식으로는 너무도 많은 세월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태극을 깨우칠 때 천산진인의 도경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옛 선인의 도움을 얻어야 한다.”
거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그는 바로 오랫동안 머물던 터를 무너뜨리고 길을 나섰다.
무려 사십 년 만에 다시 천하에 나서게 된 그는 달리 찾아 들으려 하지 않았음에도 장일에 대한 소식이 들려왔다.
과거에 비해 그 중요도가 떨어졌다지만 무려 10년을 무림맹주에 올라섰던 그는 이후에도 천하를 많은 일들을 하였다.
자연 그가 속해 있던 천검문은 정사를 포함해 한 손에 꼽히는 대문파로 성장하게 되었다.
많은 시간을 혈마독을 억제하는 데 썼던 본 역사와 달리 그 혈마독의 피해에서 자유로웠던 장일이었기에 가능한 행보였다.
간간이 들려오는 딸아이의 소식과 더불어 본 역사에서는 없던 아들의 소식도 들려오자 그는 흥미로워하면서도 끝내 이를 찾지는 않았다.
“그래도 보아하니 이곳의 분신도 이제 세상일에서 멀어질 듯 보이니, 어디 말년에 심심풀이로 다루어볼 걸 전해볼까?”
그는 훌륭하게 자신이 바라던 대로 일정 이상에서 욕심을 부리지 않은 장일에게 상을 내린다는 생각으로, 잠시 들린 도시에 머물렀다.
그리고 다음 날 직접 쓴 제목도 없는 얇은 책자 하나를 서신과 함께 표국을 통해 보내었다.
서신에는 그와 자신이 알 수 있는 절대자 마카를 같은 표음으로 적었으니, 이를 장일이 보았다면 그는 반드시 이를 열어보았을 것이다.
“이건!”
분신의 생각대로 장일은 서신의 위에 적힌 마카라는 표음을 보기 무섭게 그를 챙겨 들었다.
-자네는 참으로 훌륭하게 일을 맞춰 주었네.
그 보상으로 이를 전하겠네.
백보신권(百步神拳)이라는 것이네.
소림이라는 곳에서 만들어진 불가의 무공이라, 불가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살피다 보면 제법 깨우칠 만할 걸세.
불존을 찾아뵈어 가르침을 받는 걸 추천하지.
지금의 자네라면 불존께서 하시는 일에 도움이 될 터이니 서로가 좋을 게 분명하네.-
“불존을 찾아뵈라고?”
장일은 분신의 그 말에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이내 그가 써 내린 백보신권이 쓰인 책자를 살폈다.
얇은 책자였으나 장일은 그 책자를 끝까지 살피는 데 무려 한나절 이상이 걸렸다.
그 안에 담긴 이치가 장일이 최근에 생각하고 있던 것과 여러모로 일맥상통한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째서 이걸 보냈는지 알 수 있겠구나.”
장일은 자신의 매화일검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으나, 분신이 보낸 백보신권 또한 그의 매화일검과 비교해 부족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이것을 그가 깨우칠 수 있다면 그간 정체되었던 그의 검은 다시금 나아갈 수 있을 게 분명했다.
장일은 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사문을 나섰다.
그렇게 불존을 찾아 그에게서 불가의 가르침을 배우게 된 장일은 그 과정에서 불존에게도 적잖은 도움을 주기도 했다.
바로 나한도법의 완성에 큰 일조를 하게 된 것이다.
장일이 대불사에서 그 말년을 마주하고 있을 때, 분신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천하를 주행했다.
그야말로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그는 수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황극과 관련된 정보들을 찾아들었다.
그렇게 수십 년을 천하를 돌고 돌았던 그가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중부 대륙에서 상나라라 불리는 작은 국가였다.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이 상나라의 역사는 대단히 오래된 나라였다.
그도 그럴 것이 상나라는 상고 시대 끝에서 생겨난 나라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전설이 판을 치던 상고 시대 이후 처음 생겨난 인간의 국가이기도 했다.
그러니 이 상나라를 연 문왕은 인간을 대표하는 자라고 해도 무방한데, 실제로 그는 천하에 이른 혼란을 그치게 만든 신인이기도 했다.
그런 상나라도 결국 인간들이 늘어나면서 결국 그 끝을 맞이했고, 지금의 상나라는 그 문왕을 기리고자 한 이들이 모여 만들어낸 곳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본신이 있는 시대에서는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것을 보면, 이 상나라 또한 그 끝을 맞이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게 끝을 달리고 있는 작은 나라에 장일이 찾고자 한 이유는 하나다.
바로 과거 문왕이 남긴 것들 중 문왕팔괘도 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문왕팔괘도는 황극과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상나라의 보물 중 하나인 문왕팔괘도였지만 분신이 이를 보는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미 무너져가고 있는 나라이다 보니 그가 그간 모은 보물의 일부를 내주는 것만으로도 그는 이 문왕팔괘도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문왕팔괘도를 얻게 된 장일은 이를 조심스럽게 펼쳐 살피기 시작했고, 이내 크게 탄성을 터뜨렸다.
“정말이구나! 이 안에 황극이 담겨 있다.”
그가 아는 팔괘도와 비교한다면 대단히 난해한 모양의 팔괘도였는데, 이는 보통의 팔괘도가 정적인 우주인 태극을 담고 있는 것에 반해 문왕팔괘도는 황극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괘를 수로서 풀어 놓은 것이다 보니, 이를 해석하는 데 적잖은 공이 필요했다.
장일은 무려 1년을 이 문왕팔괘도를 풀어야 했으나, 그 결과는 그를 충분히 만족시켰다.
“길잡이로서 더할 수 없이 훌륭하다.”
황극에 한해서는 도경의 그것보다도 더 가치가 있음을 안 것이다.
그리고 다시 30년이 흘러 장일은 끝내 황극의 끝에 다다를 수 있었다.
“이제야 천마를 상대할 바탕이 만들어졌구나. 그나저나 무극이라.”
태극과 황극을 깨우친 그는 그제야 허망하다 하여 관심 자체를 주지 않았던 무극을 달리 시선을 두게 되었다.
무극은 세상이 혼돈하고 무질서하여 극이 존재하지 않고, 물질과 빛이 섞여 있는 태초 이전의 시기를 말한다.
세상이 만들어지기 전을 말함인데, 이는 너무도 허망한 것이라 도를 깨우쳤다는 그조차도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황극을 깨우치자 그는 이 무극이 허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황극이 끝에 이르러 우주가 죽음을 맞이하면 그때부터 시작되는 것이 무극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극은 비어 있음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극성이 없기에 무극이라 불리는 이 상태는 오히려 가득 차 있는 상태라 우주의 본원이라 할 수 있다.
그 말은 만물을 조화시키는 중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했고, 장일이 이를 깨우친다면 그는 만물의 조화(造化)를 이루는 게 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즉, 그가 아는 절대자 마카와 같은 절대적인 신의 반열에 이른다는 것을 뜻했다.
“하지만 이를 얻을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군.”
이는 마치 그가 본 구음을 온전히 얻는 것만큼이나 현실성이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냥 포기하기에는 무극이란 이 새로운 진리의 가르침은 너무도 매력적인지라, 그는 숨을 거두기 전까지 이를 연구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