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51
분신으로 절대무신 151화
47장. 십우도(十牛圖)
그곳에 부처가 있었다.
* * *
-본신.
[권능 분신(分身) 개체가 소멸되었습니다.] [분신이 쌓은 카르마가 본체에게 돌아갑니다.] [162카르마를 축적합니다.] [소멸시킨 후계자 후보의 권능 ‘회귀(★)’를 손에 넣습니다.] [권능 ‘회귀’의 발동 방식은 살인입니다.] [발동에 소모되는 살인의 숫자는 회를 거듭날수록 배로 늘어납니다.] [살인의 숫자에는 직간접적인 숫자 또한 포함됩니다.]“흐음!”
장일은 그의 눈앞을 어지럽히는 알림에 놀란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그가 죽인 황제의 권능이 유용하다는 것을 알아서였다.
‘이 회귀라면 천리가 어긋난 이 세상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장일은 그를 안 것이다.
그가 그리 확신한 것은 다름이 아니다.
그가 다루는 분신과 달리 회귀라는 특성 자체가 역천을 기반으로 한 권능이기 때문이라서다.
무엇보다 발동 방식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부담이 되지 않았다.
살인이 그것인데, 비록 회를 거듭날 때마다 배로 늘어난다는 부담을 생각하더라도 죽음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것은 어쩌면 분신이 아닌 본신으로서 천마와 직접 싸울 수 있게 되었을 때의 부담을 확연히 줄여주는 일이기도 했다.
아니, 천마만이 아니었다.
훗날 후계자 후보로써 뛰어들 전쟁에 이 회귀는 유용한 한 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잠시 이 권능 회귀에 기꺼워하던 장일은 이내 새로이 축적한 카르마 포인트를 보며 입가에 긴 호선을 그었다.
“설마 이 정도까지 많은 카르마를 축적할 줄이야. 40카르마 포인트라도 얻으면 다행이라 생각했건만?”
그마저도 동방의 끝에서 받아 들인 제자들이 벌인 일을 염두한 수치였다.
하지만 그런 그의 예상과 달리 그것의 네 배가 넘는 162카르마 포인트를 축적하게 되었으니, 장일은 크게 기꺼워하였다.
“본래 그곳의 중원은 오랫동안 하나로서 뭉치려 했는지도 모르겠군.”
그러던 것이 그에 의해 다시 하나가 되지 못하게 된 것이라 본 장일은 이내 마지막 분신의 경험 공유에 시선을 돌렸다.
“결국, 천부경을 온전히 깨우치지는 못했다. 하지만 삼극이 무엇인지 깨우치게 되었으니, 그만하면 본 목적은 이룬 셈이지.”
정확히는 무극을 깨우친 것이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미 태극과 황극을 깨우쳤기에 장일은 자연스럽게 삼극의 이치를 깨우쳤다.
이러한 삼극은 다른 것을 말함이 아니었다.
천지의 이치가 태극, 황극, 무극 이 본시 삼원과 같은 하나임을 깨우치는 것을 뜻했다.
하면 천부경은 무엇인가?
축약하여 말하자면 천부경은 그 삼극을 다루는 방법을 풀어 놓은 것이다.
천부경이 대단한 것은 그 삼극을 다루는 힘이라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 그 삼원이라는 도(道)를 명확하기 그지없는 숫자로 풀어놓는다는 것에 있었다.
비록 그 수를 깨우친다는 것이 천마심법을 다루는 그조차도 버거운 일이라는 게 아쉬울 일이지만, 달리 말하자면 그 수를 깨우치게 되면 삼원을 온전히 다룰 수 있게 된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삼원의 가르침을 깨우친다는 것은 무엇보다 장일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일이었다.
이는 곧 그의 터무니없는 존재감을 다룰 수 있게 된다는 말과도 같기 때문이다.
이 천부경에 비하면 구음을 통해 일부를 현상화한 존재감을 유검으로 표출하는 지금의 방식은 매우 조잡하며 비효율적인 것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천부경에 비해 그렇다는 것일 뿐, 그렇게라도 존재감을 다룰 수 있게 된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인 것은 틀림없었다.
그러나 앞서 말대로 그 천부경을 깨우치지 못했다고 해서 장일은 크게 아쉬워하지 않았다.
삼극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으로 그는 목적을 이룬 것이었으며,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결코 가벼운 게 아니었다.
“호암이 천지의 기운이 고이는 곳이라는 게 다행이구나.”
장일은 그리 중얼거리며 이내 가부좌를 틀고는 눈을 반개했고, 이후 호암 일대의 기류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후우우웅!
마치 소용돌이가 치듯이 일대의 모든 기운들이 장일을 향해 빨려들어 갔다가 빠져나오는 것이다.
다만 그렇게 빨려들어 갔다 빠져나오는 기운은 마치 알맹이가 빠진 듯한 모습이었는데 이는 착각이 아니었다.
바로 그의 외단전에 무서운 속도로 구음이 고여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곧 그가 만든 희대의 북명신공이 완성 되었다는 것을 뜻했다.
그러나 장일의 표정은 그리 크게 기쁜 표정은 아니었다.
“여기까지구나. 외단전에 모을 수 있는 구음의 순도는…….”
그의 말과는 달리 그가 끌어 들이는 구음의 순도는 본래 그가 다루던 구음에 비해 크게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아쉬움을 드러낸 것은, 체내에 끌어들이는 구음의 순도가 과거와는 차원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아쉬움은 이내 사라졌다.
그것이 어리석기 그지없는 탐욕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만큼 천마심법은 내가 생각 이상의 것을 보여주었다.”
북명신공을 완성을 꿈꾸기도 전 본신인 장일은 그날 천마심법을 완성했다.
그 과정에서 적잖은 내공이 소모되었지만, 그것은 혹시나 하여 챙겨온 영단들만으로 충분히 천마심법에 필요한 공력을 채울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천마심법의 완성과 별개로 그를 통해 구음진경의 순도를 끌어 올리는 것은, 그의 생각보다 더 난해한 일이었다.
구음진경을 다루려 할 때마다 천마심법이라는 마귀가 탐욕을 부려대었기 때문이다.
이는 생각보다 그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그가 심법을 다루는 데 있어 가장 중시하는 것은 바로 중용(中庸)이기 때문이다.
어디 한 곳에 치우치지 않은 중도(中道)를 따라야 하는 것이다.
이 중도라는 것은 개인마다 달랐고, 천마의 경우는 역천을 그 중도로 잡고 있었다.
그러니 오히려 천마심법의 그 탐욕은 오히려 그가 다루는 구음을 더욱 복돋아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장일은 천리를 따르고 있었으니, 오히려 이러한 탐욕에 휘둘리는 것을 경계해야 했다.
그럼에도 장일은 첫날에 구음의 순도를 두 배 넘게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생각보다 태극과 황극, 그리고 당시 어설펐던 무극이 내미는 회초리가 이 탐이라는 괴물에게 매서운 위력을 보였던 탓이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괴물은 그를 학습한 것인지, 그 탐욕을 부리는 일이 점차 줄어들어 갔다.
덕분에 구음의 순도는 점차 끌어올려져갔고, 어느새 무극을 깨우치게 되자 그것은 절정에 이르게 되었다.
무려 아홉 배에 달하는 순도를 끌어 올리게 된 것이다.
깨우친 삼극이 천마심법을 완전히 통제하게 되자 보이게 된 이적이었다.
그 말은 곧 그가 다루는 유검의 영향력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것이기도 했다.
그만큼 소모되는 구음의 양도 막대해졌지만, 이는 그의 외단전을 통해 모은 구음으로 그 소모를 상당부분 줄이는 게 가능했다.
“지금이라면 혈마도 삼초를 넘길 필요가 없겠군.”
삼초도 혈마의 권능이라 할 수 있는 혈마독을 경계한 것으로, 그를 일부 무시한다면 단 일검만으로도 혈마를 지워낼 수 있을 것이다.
무신이라는 별호가 이제 별호로 느껴지지 않을 수준으로 성장한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천마를 상대하는 것에 대해서 장일은 크게 자신을 가지지 못했다.
이런 천마심법을 초월한 천마신공을 다루는 천마가 이제야 짐작이 가서다.
‘천마신공을 만들어 역천을 이루어 낸 천마라면 그가 지닌 존재감 또한 과거에 비할 정도가 아닐 것이다.’
과거 이무기를 잡아 격을 높였던 장일처럼 천마 또한 그와 같은 신수 따위를 잡아 높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다고 한들 장일이 이루어낸 8.0이라는 터무니없는 존재감에 감히 다다를 수는 없겠지만.
천마신공은 그런 격차를 능히 뛰어넘을 역량을 지녔을 것을 장일은 직감했다.
“부디 두 번째 분신이 나름의 성과를 보았으면 좋겠군.”
양의신공으로 인해 천마신공을 다루게 되었으니, 사실 두 번째 분신이 실패한다고 해도 실망할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장일은 불가에 또 다른 해법이 있음을 직감했기에 그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았다.
그렇게 어느새 밤이 찾아왔고, 장일은 그의 또 다른 분신에 대한 이야기를 마주하게 되었다.
* * *
-분신.
깨어난 장일은 자신이 분신이라는 것을 단번에 자각할 수 있었다.
차원을 넘어가기 위해 막대한 포인트를 소모해야 했던 분신으로 인해 얼마 되지 않은 포인트로, 가 보지 않았던 과거로 가야 했던 그는 그저 겨우 시간대만을 맞추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장소에 대한 의외성에 대해 각오를 해야 했는데, 다만 그 결과가 그가 생각했던 여러 경우들과 동떨어진 면이 있었다.
“아미타불. 시주께서는 누구시기에 불전 위에서 잠을 자고 계셨던 겁니까?”
“…….”
송도대사의 스승 가우타마를 찾고자 했던 마음이 컸던 탓일까?
장일은 어느 이름 모를 절에서 모시는 불상을 배게 삼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집에서 모시는 조상님의 명패를 베개처럼 삼은 것 이상으로 불경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니 호되게 그를 질타해도 할 말이 없건만, 장일을 말없이 깨운 노승(老僧)은 그에 대해 분기를 보이지 않았다.
그저 기척없이 불당(佛堂)에 나타난 장일에 대해 흥미로워할 뿐이었다.
‘예사로운 분이 아니시구나.’
장일은 그러한 노승의 태도를 통해 그를 자세히 살폈고, 곧 무공을 익히거나 한 것은 아니었음에도 그의 존재감이 불왕이나 불존에 비해 조금도 부족함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이는 곧 그의 불법이 불왕과 불존을 넘어섰음을 뜻한 것이기도 했다.
그를 알자 장일 또한 그를 대하는 태도가 공손해질 수밖에 없었다. 장일은 서둘러 불상을 바로 세우다, 그 불상에 금이 가 있음을 알자 놀라며 서둘러 사죄하였다.
“무어라 더 말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사죄드립니다.”
불상을 베개 삼았던 것도 모자라 그 불상을 깨뜨렸으니, 이번에야말로 일갈을 하여도 놀랄 일이 아니련만, 노승은 그저 껄껄 웃어댈 뿐이었다.
“그깟 돌에 금이 갔다고 하여 사죄할 게 무엇입니까? 오히려 시주 덕분에 미혹에서 벗어난 것 같아 감사할 뿐이외다.”
그 노승의 언행이 참으로 기이한지라 장일이 의문을 보이며 물었다.
“먼지 한 점, 때 하나 타지 않은 저 불상은 외부인이 제가 보아도 스님께서 오랫동안 정성을 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한데 어찌 그리 말씀하십니까?”
이에 노승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답해주었다.
“제가 정성을 들이던 것은 불법(佛法)이지 다듬어진 돌 따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늙은 중이 어리석다 보니 미혹에 흔들렸는데, 시주 덕분에 다시 바로잡을 수 있었으니 저에게는 시주가 부처나 다름없습니다.”
“……장일이라고 합니다. 괜찮다면 잠시 이 절에서 가르침을 받아도 되겠습니까?”
“이 어리석은 늙은 중이 가르칠 게 있겠습니까만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있다 가십시오.”
“감사합니다.”
본래라면 깨어나기 무섭게 가우타마를 찾으러 가려 했던 장일은 그렇게 외진 산골에 자리잡은 절에 머물게 되었다.
“참으로 흥미로운 해석입니다. 세존의 가르침을 그같이 풀어낼 수 있다니…….”
노승은 평생을 불법을 공부하는 이임에도 접한 불경은 몇 권 되지 않았다.
최초의 불경인 슷타니파타에서 처음으로 번역한 아함경을 비롯해 금강반야반라밀경, 반야심경, 법화경 정도가 끝이었다.
놀랄 일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이제 막 불교가 퍼지고 있던 시기이니, 장일의 시대처럼 불경을 쉬이 접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이 시대에는 종이는 같은 무게의 은보다도 비쌌고, 하여 보통은 대나무를 쪼개어 돌돌 말았던 죽간이 대세였다.
당연히 종이가 있던 시대처럼 많은 해석을 내놓기보다는 요약하여 그 얼마 안 되는 공간에 담아야 했으니, 그 가르침을 깨우치기란 대단히 불편했다.
이렇다 보니 장일이 말하는 새로운 불경들에 노승은 은근히 이를 반기고 즐겨 했다.
그 불경의 가르침도 감탄할 만한 것이지만, 그 가르침을 해석한 가르침 또한 제법 흥미롭고 즐거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장일은 소림사라는 다른 차원에서의 불교를 접하기도 했던 터라, 더욱 그러했다.
이 때문에 장일의 시대에서도 그처럼 다양한 시선으로 불가의 가르침을 바라볼 수 있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처럼 많은 것을 아는 장일도 겨우 네 권의 불경을 읽었을 뿐인 노승의 불도 앞에서는 달빛 아래 촛불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