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53
분신으로 절대무신 153화
48장. 신살(神殺)
그렇게 허무하리만큼 세월은 흘러갔다.
1년, 2년이 넘어 3년째가 되었음에도 장일은 여전히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미몽(迷夢)에 사로잡히기라도 하듯 막막한 망망대해의 중심에 놓인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으니 여느 구도자였다면 이에 질려 회피하였을 것이다.
-딱. 딱…….
하지만 장일은 묵묵히 염주를 굴린 채 그를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자신이 구하고자 하는 소가 무엇인지 찾고자 할 뿐이다.
노승은 그러한 장일의 모습에도 여느 한마디의 가르침을 내려주지 않았다.
그저 가끔 장일의 구도의 모습을 지켜보다 합장을 할 뿐이었다.
이처럼 아무런 성과도 없이 어느새 5년이 흘렀고…… 그러던 어느 날.
장일은 처음으로 구도의 길을 잠시 내려놓아야 했다.
여느 때와 같이 좌선(坐禪)하던 노승이 마침내 육신을 탈각하였기 때문이다.
“무량수불…….”
노승은 장일이 본 가장 큰 깨우침을 지닌 선인이었으나, 그의 마지막은 참으로 보잘 것이 없었다.
낡디낡은 한 벌의 법복과 죽간 하나가 그가 세상에 남긴 것의 전부였다.
-달각달각.
장일은 노승이 엮은 것으로 보인 죽간을 잠시 바라보다, 이내 그를 펼쳤다.
그것이 자신을 위해 남긴 것임을 알아보아서였다.
그렇게 펼쳐진 죽간에는 하나의 단어만이 적혀 있었다.
-세속(世俗).
“무량수불…….”
그리고 그를 본 순간 장일은 불호를 읊지 않을 수 없었다.
여전히 미몽 속에 갇힌 자신에게 길을 알려주었음을 깨달아서였다.
노승은 그에게 세상으로 나가라고 말하고 있었다.
실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보통 수행자라면 구도를 하는 이에게 권하는 일과는 정반대의 일을 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일은 노승의 파격(破格) 어린 가르침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타닥, 타닥!
그는 바로 죽간과 함께 노승의 시신을 불에 태우고는, 이후 그가 남긴 사리를 챙긴 뒤 세속으로 그 방향을 잡았다.
그렇게 하산을 하던 그 날 장일은 자신의 소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장일이 찾고자 하는 소는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여느 구도자들이라면 누구나 생각해 볼 법한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장일은 혼탁한 세속에 들어서야 그를 볼 수 있었다.
이로써 노승이 장일에게 내린 가르침은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살지 않은 것처럼, 너무도 고고한 경지에 이른 장일이다 보니 그가 얻고자 하는 탐욕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세속에 발을 들이면서 탐욕이 일었으니, 그로써 장일은 십우도의 첫발을 뗄 수 있게 되었다.
첫발을 떼자 자연스럽게 두 번째 경지인 견적(見跡)에 이르게 되었다.
즉, 소의 자취를 찾기 시작한 것이었다.
자신이 찾고자 하는 탐욕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된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이로써 그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알게 되었다.
물론 이 과정 또한 쉽지는 않았다.
그는 정처 없이 세상을 1년을 떠돈 뒤에야 그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 번째 경지인 견우(見牛)에 이르렀다.
소를 본 것이다.
장일은 자신이 보고자 하던 소를 보고 흐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날 그는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털어 거대한 상단을 차렸다.
장일의 패물은 이 시대에서는 상당한 가치를 가지는 것들이다 보니, 그렇게 차려진 상단은 대상단까지는 아니어도 작은 성에서 큰 소리를 낼 정도는 되었다.
장일은 이 상단에 장씨상단이라 이름을 붙였고, 그렇게 시작한 상단은 경악하리만큼 빠르게 성장을 하기 시작했다.
모든 분신들을 통틀어 상업에 손을 댄 적이 없는 그였음을 생각한다면 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그러나 장일은 마치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
장일은 상인이 대성공할 요소를 모두 갖춘 자였기 때문이다.
그중 상업을 크게 열 정도의 자금은 작은 것이었다. 그 외에도 그는 한 세대를 대표할 천재적인 지능을 갖추었으며, 또한 여느 인간이라면 감히 할 수 없는 경험들이 축적된 상태였다.
하지만 가장 큰 요소는 역시나 사람의 본성을 볼 줄 아는 재주이다.
상업이란 무엇인가?
이익을 얻기 위해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관계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잘 보고 그 사람의 마음을 얻어 그를 통해 자신에게 이득을 가져오게 만드는 것이다.
천이통을 다루는 장일에게는 이러한 사람을 보고 다루는 일은 숨 쉬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었다.
반년이 채 되지 않아 장씨상단은 한 지방을 대표할 만한 상단으로 성장했고, 다시 2년이 지나자 한 나라를 대표할 만한 상단에 올라섰다.
그리고 다시 3년이 지났을 때, 장씨상단은 천하십대상단을 논할 때 반드시 그 안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대로 몇 년이 지난다면 장씨상단은 능히 천하제일상단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큰 나라도 돈으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일은 미소를 지으며 거기서 멈추어 섰다.
“여기까지다. 이만하면 나는 과거의 바람을 이룰 수 있겠구나.”
혹독한 가난에 짓눌렸던 어린 시절.
장일이 바라던 것은 이 가난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그로써 더는 배를 고프지 않게 되기를,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통받지 않기를 바랬다.
장일이 상단을 만든 것은 바로 이러한 과거의 바람의 흔적을 마음속에서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가난 따위를 넘어 이제 만인에게서 존경과 큰 부를 손에 넣었음에도 그의 마음속에 그런 마음이 있던 것은, 그가 재물에 대해 크게 집착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장일은 그를 알았고 하여 상인의 길을 걸었다.
그러던 것이 마침내 그 과거의 바람의 흔적이 지워졌음을 알게 되자, 장일은 더는 망설일 것 없다는 듯 장씨상단을 정리했다.
그의 사람들에게 그간 모은 천문학적인 재산의 절반을 나누어 줌과 동시에 남은 절반을 가난한 이를 구제하는 데 쓰도록 한 것이다.
미련 없이 재산을 모두 털어버린 장일에 천하의 모든 이들이 깜짝 놀라며 그를 드높이 바라보며 그를 보고자 했다.
하지만 이미 그때에는 장일은 세속을 벗어난 뒤였다.
그는 무려 7년이 지난 뒤에야 주인 없는 작은 낡은 절에 돌아왔고, 그렇게 다시 수행을 이어나갔다.
보던 소를 얻어 길들이는 경지에 이르면서 생긴 일이었다.
20년이 지나 장일은 그제야 기우귀가(騎牛歸家 :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다)에 이르렀다.
이후 20년이 지나서야 집에 돌아와 소를 잊었고, 다시 10년이 지났을 때 소와 사람 모두를 잊게 되었다.
어느새 장일은 노인이 되어 있었다.
노승을 처음 만났을 때, 노승과 같은 연배에 이르게 된 것이다.
물론 무공을 익혔기에 그의 육신은 그처럼 노쇠하지 않았으나, 흘러가는 세월을 억지로 잡지 않았기에 그 외형은 노승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퍼석!
그리고 그때쯤에야 노승이 남긴 염주는 거짓말처럼 바스러졌고, 그와 함께 장일은 알게 되었다.
노승이 그 염주를 장일에게 내어 준 이유가 단순히 깨달음의 흔적들이 그것에 담겨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아님을 안 것이다.
“염주는 심마(心魔)였구나.”
심마. 마음속의 마귀라 하여 그 지혜를 혼탁하게 만드는 악귀를 말한다.
무인은 물론 구도의 길을 걷는 자에게 있어서 가장 경계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데도 노승은 장일에게 그 심마를 염주에 담아 건넨 것이다.
장일은 그를 모르고 반평생을 이를 품어 다루었으니, 이만큼 고약한 일을 세상에서 찾기란 어려울 것이다.
“무량수불!”
그러나 장일은 그 고약한 일을 뒤늦게 알았음에도 그저 불호를 읊을 뿐, 그 표정에는 원통함도 억울함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미안함만이 가득 담겨 있을 뿐이었는데, 실로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이나 이는 그럴 만했다.
“제자도 아닌 저를 위해 어찌 평생을 위해 쌓은 불도를 내려놓으신 것입니까?”
그랬다.
이공을 앞두었던 하여 부처가 될 수 있었던 노승은 장일을 위해 자신의 평생의 불도를 내려놓았다.
이는 장일의 심마가 되기 위해서였다.
보아도 볼 수 없는 깨우쳤음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부처님을 미몽케 하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대가가 필요했던 것이다.
덕분에 장일은 자신의 마음속에 남긴 흔적을 발견했고, 여느 구도자들의 구도의 길을 흉내나마 낼 수 있게 되었다.
“더는 수행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구나.”
아직 근본으로 돌아가야 하는 아홉 번째 단계인 반본환원과 마지막 입전수수의 경지가 남았으나, 장일은 그와 같이 단정했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서다.
그 이전의 단계에 이른 것만으로도 장일은 자신이 집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쉽게도 여전히 그는 삼공인 구공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으나, 대신 이공인 법공을 깨우쳤다.
보리 즉 반야를 얻은 것이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노승의 말대로 그 자신이 구공을 깨우친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그를 알지 못한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노승께서 본 구공은 시스템의 권능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아직 그 권능을 온전히 얻지 못했다.”
그리 말하던 장일의 얼굴에는 허탈함이 감돌았다.
결국 돌고 돌아 제자리였던 것이다.
하지만 얻은 것이 없는가? 라고 한다면 그렇지 않았다.
그가 반야를 얻었다는 것은 굳이 천마심법에 기대지 않아도 그가 다루는 구음진경의 구음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음을 말했다.
말하자면 뇌의 역량 자체가 크게 늘어났다는 것을 말함이다.
그리고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한 것이었다.
“만약 다른 세상으로 간 내가 분심법을 취해 천마심법을 다룰 수 있게 된다면, 나는 역천을 일게 한 천마의 천마신공과 그리 달라지지 않게 되겠지.”
잠시 이를 생각하던 장일은 이후, 노승이 남긴 사리를 담은 석탑을 절 옆에 세웠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세월 동안 노승이 그에게 남긴 가르침을 되새기다, 어느 추운 겨울날 노승이 그랬듯이 조용히 입적(入寂)하였다.
입적한 그의 옆에는 노승이 그랬듯이 죽간 하나가 있었다.
그 안에는 우연히 이곳을 찾아 들 행자에게 전할 가르침이 담겨 있었는데, 훗날 그의 바람대로 우연히 길을 잃은 행자 하나가 그 절에 들어서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장일의 죽간을 통해 크게 깨우친 그는 무암사라는 대불사와 같은 거대한 절을 세우게 되었다.
비록 강호와는 연이 없는 무암사였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천하만민을 어루만지는 횃불이 되었다.
* * *
다시 보게 된 천마는 신이 되어 있었다.
* * *
-본신.
[권능 분신(分身) 개체가 소멸되었습니다.] [분신이 쌓은 카르마가 본체에게 돌아갑니다.] [232카르마를 축적합니다.]“무량수불!”
장일은 불교의 가르침에 그 답이 있음에 대한 직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기뻐하지 않았다.
그저 노승께 받은 터무니 없는 큰 은혜에 그저 불호와 함께 합장을 할 따름이었다.
그는 그 뒤에야 무려 232카르마를 축적한 것을 보게 되었고, 제법 의문을 감추지 못했다.
그로서는 이렇게까지 많은 카르마를 얻을 것은 생각지 못한 일이라서다.
비록 장씨상단을 통해 적잖은 영향을 보이기는 했다지만, 그것으로는 이만큼의 카르마 포인트를 얻을 수 없었다.
이는 그의 가르침을 이은 행자가 세운 무암사에 의해 생긴 일이었지만 천마의 역천으로 인해 그가 바꾼 과거가 현재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니 아무리 장일이라고 해도 알 방도가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장일은 이내 이에 의문을 접었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노승에게 가르침을 받았던 분신의 기대처럼 장일은 이로써 천마와 대적할 준비를 마친 것이다.
반야를 통해 뇌의 역량이 크게 상승하였고, 천마심법으로 그 뇌를 가속화시킬 수 있었으니 이제 그가 다루는 구음은 모르긴 몰라도 천마 못지않을 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