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57
분신으로 절대무신 157화
49장. 천지를 먹다
-본신.
[권능 분신(分身) 개체가 소멸되었습니다.] [분신이 쌓은 카르마가 본체에게 돌아갑니다.] [22카르마를 축적합니다.]“생각했던 것보다 더 지난(至難 : 매우 어렵다)한 일이었다.”
잠에서 깨어난 장일은 조금은 피로한 낯으로 그와 같은 말을 입에 담았다.
그간의 그의 행보를 생각한다면 달리 놀랄 것도 없는 말이지만, 그 대상이 장일이라면 그의 말은 쉬이 넘길 수 없는 일이다.
장일은 반야를 이루고 구공(俱空)을 바라보던 이였다.
거기에 천마심법을 통해 광활한 대지능을 다루니, 그의 심력은 과히 인간이라는 종을 초월한 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장일이 이처럼 지난하다고 이야기한 것은 그만큼 그가 지금 행하고 있는 신살의 탄생이 그의 상상을 뛰어넘는 작업이라서다.
네 명의 분신을 통해 신살의 칼날 조각들로 새로운 신살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여겼던 처음 생각은 오래전에 지워졌다.
처음 그가 만났던 탕륭이 어째서 그 일을 두고 아예 격을 달리하는 일이라고 한 것인지, 장일은 알 수 있게 되었다.
그에 한 걸음 나아갈수록 오히려 막막하리만큼 터무니없는 것을 보고 있게 된 것이다.
그러던 생각이 결정적으로 굳어진 것은 대장장이들의 신이라 불리던 구야자에게서 가르침을 받게 되면서였다.
“정말 터무니없는 것을 행하려 하는군. 자네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것은 곧 신(神)을 탄생케 한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네.”
신을 탄생케 하는 일.
구야자는 그리 말하였고, 장일은 그에게서 10년간 가르침을 받은 끝에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였다.
천명이란 곧 하늘의 의지를 담은 것이었고, 신살이라는 천명을 품은 칼 조각들로 진정한 신살을 만들고자 한다는 것은 그 뜻을 관할하는 존재를 만든다는 뜻과도 같았다.
구야자가 신을 탄생케 한다고 말을 꺼낸 것은 결코 과함이 아니었다.
그것을 알게 되자 장일은 처음부터 자신이 잘못 생각했음을 인지했다. 애초 그가 생각했던 정도로는 감히 이 일에 다다를 수 없는 일이었다.
“신을 탄생하게 하는 일이다. 고작 다섯으로 그것이 가능할 리 없는 일.”
하여 장일은 이후 다시 두 번의 권능을 펼쳤고, 그로써 그는 125개에 달하는 신살의 칼 조각을 손에 넣게 되었다.
그가 지친 것은 이처럼 연달아 세 번의 권능을 펼친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서다.
단순히 죽음에서 오는 반작용 때문이 아닌, 그로써 이어지는 그의 분신들의 경험을 공유하게 되면서 이어지는 심적 피로감이다.
아마 범인이었다면 정체성을 잃고 광인이 되고도 남았을 일일 것이다.
영혼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 중 하나가 기억이기 때문인데, 다행히 장일의 터무니없는 존재감은 그러한 영향에서 자유로웠다.
여하튼 그렇게 손에 넣은 신살의 칼 조각들은, 능히 스무여 개의 칼을 만들고도 남을 정도였다.
과하다 할 수 있는 양이었는데, 그럼에도 장일은 많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가 다루어야 할 것은 칼이 아니기 때문이라서다.
그가 다룰 것은 신살이라는 천명이었고, 그는 그것들을 모아 새로운 신을 탄생시켜야 했다.
신이라고 하니 대단히 거창하게 느껴질지 모르나, 그렇지는 않았다.
굳이 비유하자면 그것은 장일의 제자인 만풍과 같은 지선을 탄생케 하는 것이다. 요괴로 치면 대요괴가 용이나 백호 같은 신수로 탄생케 하는 것이다.
애초 천선과 같은 진정한 신의 존재를 만드는 일이라면 장일은 신살을 다루는 것은 오래전에 포기했을 터였다.
물론 이 정도의 신을 만드는 것도 터무니없는 일인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장일은 불가능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그간 모은 카르마 포인트로 인해 이제 10성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터무니없는 존재감에서 이른 구음의 순도가 그의 재주와 함께한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어디 그뿐일까?
-그그그그극!
장일은 이날을 위해 외단전에 터무니없는 수준의 내공을 모아 놓은 상태였다.
그 양이 무려 100갑자에 달했으니, 이로 인해 그가 머물고 있는 일대는 장일의 존재에 대해 그저 두려움에 눈치를 볼 뿐이었다.
-후우우웅!
그렇게 천지가 그의 눈치를 바라보는 가운데 장일은 신살의 철괴들을 허공에 띄웠다.
-화르르륵!
이어 세상 모든 것을 지워버릴 불길이 그 철괴들을 삼켰고, 그렇게 장일은 신살을 만드는 대장정에 올랐다.
-우두두둑, 우두둑!
장일의 손을 따라 녹여진 철괴들이 한데 뭉쳐졌다. 그 안에 깃든 신살이 저마다 반발의 의지를 드러냈으나 그도 한나절을 가지 못했다.
장일의 터무니없는 격 아래 펼쳐진 의지에 그들의 의지는 꺾여졌으며 끝내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거치기 시작한 것이다.
놀라운 것은 그 과정에서 철괴들의 부피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필요 없는 불순물들이 떨어져 나가는 것도 있겠지만, 그것은 1할에도 미치지 않았다.
그렇게 닷새가 지났을 때, 철괴의 부피는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다시 열흘이 지났을 때 그 부피는 또 반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이해 할 수가 없는 법칙을 거스르는 신비였으나, 정말로 신비로운 일은 그게 아니었다.
작업을 시작한 지 보름이 되던 그 날. 마침내 신살의 의지가 하나가 된 것이다.
다만 완전한 것은 아니었다.
아직 부화하지 알에 불과했던 것으로, 그를 깨우려는 과정은 지금까지의 과정 못지않은 험난한 일이었다.
-쿠구구궁!
곧 더욱 거칠어진 장일의 손길에 신살의 철괴들은 더욱 압축되고 뒤틀려 갔으며 그 과정에서 점차 그 부피는 또다시 줄어들어 갔다.
마침내 다시 그 부피가 절반으로 줄어들었을 때.
장일은 거짓말처럼 손을 떼어냈다.
-……쿠웅!
동시에 여느 칼보다 배는 더 큰 칼이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그 소리가 마치 바위가 떨어진 것처럼 묵직했는데, 이는 당연한 현상이었다. 부피가 줄어든 것과 별개로 무게는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려 50근에 달하는 칼이었고, 그만한 무게의 무기는 대병기 정도가 아니고서는 구경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그처럼 특이한 무게를 제외한다면 완성된 신살은 달리 특별한 점을 찾기 어려웠다.
마치 실패라도 한 것처럼, 그저 잘 벼린 대검을 보는 것만 같았다.
“하아……. 정말 애를 먹이는군.”
그러나 한숨을 흘리며 그리 중얼거리는 장일의 표정은 밝았다.
그랬다.
그는 신살을 완성한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마냥 크게 기뻐하지 못한 것은 그저 지난 한 달간의 여정이 너무도 고되어 지친 탓이었다.
그처럼 완성되었음에도 신살이 특별한 면목을 보이지 않은 것은 하나였다.
그 자신이 베어야 할 신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일이 아니라면 신살은 그저 여느 명검보다 좀 더 잘 벼린 대검에 불과했다.
장일의 청강검도 그것을 알기 때문인지, 종종 분신들이 만들어낸 신검 따위를 두고 질투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이 났구나.”
과거 혈마독으로 천마를 죽였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무기를 손에 넣게 되었다.
장일은 이것이라면 이번에야말로 천마를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
장일은 천마를 죽이기 위해 처음으로 네 명의 분신들을 한 시공간에 떨어뜨렸다.
* * *
마주하게 된 천마는 과거 내가 만났던 천마와는 달랐다.
단순히 그 지닌 힘이 달라졌다는 말이 아니었다.
그는 나의 존재를 알지 못했을 뿐 아니라, 아예 다른 인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하나는 확실했다.
그는 나에게서 떨어져 나간 또 다른 나였다.
천마 또한 그것을 알아본 것인지 우리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고, 이후 그는 지독한 혐오에 사로잡혀 날뛰기 시작했다.
마치 과거 장삼풍과 황제가 서로를 보고 혐오에 치를 떨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천지마저 두려움에 떨었던 전투가 펼쳐졌다.
* * *
-분신.
4명을 한 시대에 보는 데 별다른 카르마 포인트를 소모하는 일은 없었다.
이미 역천으로 인해 시공간이 이어져 버렸기에 그저 미래로 그 시점을 잡은 순간 그 시대에 떨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다만 같은 시대에 떨어진 것과 별개로 저마다 다른 지역에 떨어졌다는 것이 변수라면 변수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이미 장일은 그럴 가능성을 보았고, 하여 그리될 경우 그는 천지회의 본산으로 향하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라면 이들 모두가 떨어진 곳이 천지회의 본산과는 먼 곳이라는 점이었다.
그중 가장 가까운 자가 수백 리 너머의 옆 나라에 위치하였고, 가장 멀리 있는 자는 아예 대륙을 두 번 건너야 했다.
“여기는 달라진 게 없군.”
장일은 삭막하기 그지없는 마치 다른 차원으로 떨어진 듯한 이 시대 특유의 그 익숙할 수 없는 그 낯선 느낌을 마주하며 몸을 일으켰다.
마침 가까운 도시가 주변에 있었기에 그곳에 들렀던 장일은 그곳에서 가볍게 여정을 떠날 준비를 마쳤다.
그 과정에서 장일은 돈을 풀어 그가 없었던 시간 동안 새로운 소식이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가 없었던 시간이라고 해 보아야 겨우 1년도 채 되지 않았으니 대단한 일이 있을 확률은 낮았다.
그러나 의외로 그 짧은 시간에 제법 큰 사건이 두 차례나 있었다.
하나는 천마가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인 점이다.
그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이 아니었다. 바로 충격적인 사실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바로 천마와 그가 이끄는 백마귀(百魔鬼)들이 서부 대륙 너머에 펼쳐진 서쪽 세계를 멸망시켰다는 이야기였다.
장일은 그 이야기를 듣고 상당히 놀란 눈빛을 보였다.
단순히 지배라면 모르지만 멸망을 시켰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라서다.
“서쪽 세계에 숨겨진 신비들이 한둘이 아니건만, 그것들을 모두 죽였단 말인가?”
신의 간섭이 높았던 서쪽 세계에는 고대 신의 핏줄을 이은 인간들과 동물들이 적지 않았다.
그중 일부는 살아 있는 반신이 되어 인간들로부터 신으로 모셔졌으며, 일부는 완전한 신이 되기 위해 터무니없는 시간을 수행해 나갔다.
그들은 저마다 제각각의 성향을 지닌 기괴한 자들이었으나 한 가지 같은 점은 대단히 이기적이라는 점이다.
세상이 멸망하거나 하지 않는 이상 그들이 세상에 나설 리 없었다.
한데 천마는 서쪽 세계를 멸망시켰다고 하였으니, 그 말은 곧 그 신비들을 모두 죽였다는 말이 된다.
“달가운 일이 아니로군.”
장일은 그제야 천마가 중원이 아닌 서쪽 세계를 먼저 노린 것인지 이해가 되었다.
신비들을 죽였다는 것은 곧 그 신비가 품은 존재감을 취하게 되었다는 말과도 같았다. 천마신공을 더는 진화시킬 수 없을 천마로서는 그 방법만이 더욱 강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도였다.
두 번째 소식은 천지회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었다.
정확히는 그간 미지의 존재로 여겨지던 천지회의 회주가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그로 인해 마인들이 세운 질서가 붕괴되었고, 이로 인해 천지회의 위명은 더 할 수 없이 높아지고 있었다.
그간의 만풍의 행동을 본다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으나, 장일은 그 소식을 듣기 무섭게 그 이유를 알아차렸다.
“만풍이 이처럼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은 나를 찾기 위해서다. 무언가를 발견한 모양이구나.”
아예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으니 아무리 천지회가 움직인다고 한들 그를 찾을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러니 반대로 장일이 자신을 찾아오게 하기 위해, 만풍은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