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6
분신으로 절대무신 16화
7장. 중루교위에 오르다
다만 군에 끌려가던 당시 장일은 열다섯에 불과했으며, 아직도 열여섯에 불과하다는 것이 걸렸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이 촌장의 말을 믿지 않고 끝내 장일을 찾아와 전역증을 확인한 것은 그런 이유였다.
하지만 그 뒤에서야 찬찬히 살펴보게 된 장일에게서 이들은 과연 그럴만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외진 시골 촌놈 특유의 빛깔 아래에 자리 잡은 비범함을 발견한 것이다.
웬만한 장정은 아래로 둘 장신의 외형도 눈에 띄었지만, 그보다 그들의 눈길을 끈 것은 특유의 분위기였다.
귀족이라 불리는 자들이 풍기는 고풍(高風)스러움을 느낀 것이다.
그때부터 관리들은 장일을 대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백인장이라고 해도 전역을 한 만큼 사실 은퇴한 관리라 할 수 있으니, 크게 어려워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장일의 진면목을 조금이나 엿보게 되면서 아주 높은 사람처럼 느껴졌으니, 계급 사회에 물들 대로 물든 이들은 본능적으로 숙일 뿐이다.
그럴수록 관리들의 생각은 확고해졌다.
‘반드시 데려가야 하는 분이다.’
성주라고 하지만 콧대 높은 무림인들을 초청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소모되는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인맥이 닿지 않으면 잘 움직이지도 않는다.
초청한 뒤에도 문제였다. 이들은 관의 관리를 따르지 않았다.
그나마도 정파의 경우는 도리를 앞세우면 조금이라도 말이라도 듣지, 사파라 불리는 자들은 일반적인 방법으로 통제가 되지 않았다.
어렵게 끌고 간다고 해도 종종 사고를 치니 웬만해서는 사파라 불리는 자들은 초청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가장 좋은 것은 관에 속하거나 속했던 무림인이다.
실력은 비교적 떨어질지 모르나, 계급 사회에 물들었던 만큼 통제하기 편했다.
또한, 병력이 동원되는 작전에서도 익숙해 그 수행 능력도 높았다.
이러니 관리들은 조건을 높여서라도 장일을 데려가려 했다.
장일은 그런 관리들의 마음을 한동안 애태우다 못 이기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군요. 알겠습니다. 초청에 응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성주님께서 기뻐하실 게 분명합니다.”
크게 기뻐하는 관리들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던지 잠시 시선을 돌리던 장일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말을 건넸다.
“그보다 사람을 알아봐 주실 수 있습니까? 무림인이며 이름은 오문이라 합니다. 스승님께서 근무했던 군에서 본 것 같다고 하시는데, 사실인지 알고 싶습니다.”
장일이 스승을 찾는 데 있어 굳이 천검문을 입에 담지 않은 것은 그것이 오히려 혼선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신 다른 특징들에 대해서는 자세히 이야기했다.
운이 좋다 할지 오문은 특징적인 면이 여럿 있었다.
보기 드물게 좌검을 쓰는 검객이었으며, 장일과 같은 장신의 체구를 지녔었다. 이외에도 고향에 대해서도 언뜻 언급했던 바가 있었던지라 장일은 그 부근 출신일 것이라 이야기했다.
“특징이 뚜렷하군요. 잘하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최근 군의 인원 정리를 마친 만큼 그리 많은 시간은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잘 좀 부탁드립니다.”
“걱정 마십시오. 저희도 염치가 있지 그 정도는 해드려야지요.”
“하하하…….”
전쟁터에 막 돌아온 이를 다시 전쟁터로 몰고 가는 것을 두고 한 말이라, 장일은 그저 어색하게 웃음을 흘려야 했다.
“시러시러. 가지 마!”
“엉엉. 가지 마십시오, 형님. 말 잘 들을게요. 이제 많이 안 먹을게요.”
아침 댓바람부터 장이와 다미가 울고불고 난리를 피웠다. 장일이 관의 일을 돕기 위해 겨울 동안 나가야 한다는 말을 듣자 놀라 저러는 것이다.
장일은 바닥을 뒹구는 다미를 품에 안아 진정시키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장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녀석아. 누가 너보고 말을 안 듣는다고 하더냐. 너같이 착한 녀석이 어디 있다고. 많이 먹어도 양식은 충분하니 그런 걱정할 것 없다.”
“이잉. 그런데 왜 또 가시는 겁니까? 엉님.”
감정이 벅차서인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장이에 장일은 말없이 안았다.
몸을 들썩거리던 둘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진정이 되었다. 다미는 어느새 잠이 들었고, 장이는 진이 빠진다는 표정을 보이며 장일의 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 두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던 장일에게 그때까지 말이 없던 다숙이 얼굴에 한가득 걱정을 보이며 물었다.
“얼마나 있다 오시는 거예요?”
“늦어도 봄이 오기 전에 올 것이다.”
“정말이지요. 정말 봄이 오기 전에 오실 거지요.”
불안한지 정말이냐고 몇 번이나 묻는 다숙에 장일은 입가에 크게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이 녀석아. 농사를 하려면 봄 전에는 와야지. 그래야 준비를 마칠 것 아니냐.”
“그렇지요. 봄에 농사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거 하려면 오라버니가 없으면 안 되지요.”
“그래, 다만 이번 일은 우리 마을에도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일이니 나서는 게 옳다.”
장일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효월산 일대는 많은 물류가 흐르기에 좋은 길목이었다. 그런 곳에 자리 잡은 산적들을 토벌하면 자연스럽게 물류의 흐름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물류가 커지는 만큼 자연스럽게 마을 부근까지 길이 새로 닦일지도 모른다.
그리되면 외부와의 물자 교류가 지금보다는 크게 활발해질 것이니, 여러모로 이득이었다.
다숙은 그 말에 어렵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편해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결국 오라버니가 가야 하는 것은 달라지지 않으니 더 이상 투정을 부릴 수 없었다.
“날이 추워지고 있어 걱정이구나. 아쉬우나마 준비한 것이니 입고 가거라.”
“어머니…….”
오향이 그에게 내민 것은 이틀 전부터 밤새 바느질했던 솜이 가득 든 외피를 엮은 옷이었다.
며칠 전 이미 아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은 뒤, 오향이 어렵게 구한 외피로 만든 것이다.
장일은 떠나기 전 겨울 준비를 마칠 생각에 바빴던 이 사실을 몰랐던 터라, 그 옷이 크게 다가왔다.
마음이 울컥했으나 장일은 애써 마음을 숨긴 채 내민 옷을 받아 입었다.
옷은 눈대중으로 맞춘 거라 조금은 넉넉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방한에 도움이 되어 보였다.
“다치지……. 그저 돌아오기만 했으면 좋겠구나.”
혹시나 나랏일을 하러 가는 아들에 부담이 될까 그저 돌아오기만 하라는 어머니의 마음에 장일은 결국 눈시울이 붉혀졌다.
“걱정하지 마세요. 다치지 않고 무사히 돌아올 테니 말입니다.”
“그래그래…….”
의젓하게 답하는 큰아들의 모습에 오향 또한 결국 고개를 돌려야 했다.
장일이 마을을 떠나게 된 것은 해가 정오(正午)에 이르렀을 때였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이리 서둘러 주신 것만 해도 감사할 뿐이지요.”
“아직 해가 그리 짧지 않으니 부지런히 가면 산에서의 야숙은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말이 없었다면 모를까? 장일 또한 장이가 장군이라고 이름 붙여준 말이 있던 터라, 늦은 시간에도 산 하나 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듯하다.
-푸르릉.
장군이 또한 갑갑한 마을을 벗어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인지 기운이 넘쳐 보였다.
장일은 그런 장군이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진정시키고는 곧 관리들과 함께 길을 떠났다.
관리들을 따라나서던 장일은 마을 전체가 훤히 보이는 언덕에 이르자 잠시 장군이를 멈춰 세웠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듯 마을 한편에 보이는 집을 말 없이 한참을 바라보다 어렵게 고개를 돌렸다.
* * *
오랜만에 맡은 피 냄새가 친숙하게 느껴졌다.
나는 쓴 미소를 지으며 칼을 뽑아 들었다.
장일의 마을에 영향을 끼치는 곳은 고루성이라는 곳으로 그 규모는 작은 편이 아니었다.
과거 장일이 들렸던 모중과 규모가 비슷한 곳이다.
나라에서 만든 도로나 강줄기가 옆을 지나고 있다는 점을 본다면 한참 성장 중인 모중처럼 될 가능성이 있는 곳이었다.
이번에 새로 고루성의 성주로 오른 옥태는 이를 알아보았고, 하여 그 개인 재산까지 동원해서라도 효월산 일대를 토벌하려 마음먹은 것이다.
이번 일이 성공적으로 끝이 난다면 고루성은 큰 도시로 성장할 기판을 얻게 될 테니 말이다.
그 말은 그의 공적도 높아진다는 것이라, 이는 중앙에서 밀렸던 그가 다시 복귀할 기회를 얻는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러나 뜻과는 달리 일은 그리 수월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효월산 일대를 접수한 무리의 세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다.”
조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드러난 그들의 몸통은 대단했다. 숫자만 일천에 다다를 정도다.
물론 숫자가 많다고 해서 상대하지 못할 것은 없었다.
이 정도 규모의 성에서 동원될 수 있는 군사는 그것의 몇 배에 달했으니 말이다. 작정한다면 일만의 군사를 동원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이 무리를 이끄는 자들이다.
무공을 익힌 강호인들로 알려진 이들은 드러난 숫자만 스물이 넘었다.
그중 일류라 할 실력자가 다섯이나 되었다.
군으로 치면 천인장과 같은 무위를 지닌 자가 다섯이나 된다는 것이다.
거기까지라면 어찌 상대하겠지만 문제는 이게 이들의 전력이 다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것은 효월산에 돈을 주는 상인들이나 그 주변에 벌어졌던 여러 사건 사고들을 조사하면서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최소 알려진 것보다 두 배는 되겠어. 당연히 절정의 고수도 하나 있겠지.”
군이 아닌 집단에서 이렇게 통제된다는 것은 그만한 실력자가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렇다 보니 성주 옥태는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커지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을 돌릴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기회가 아니면 그가 복직한다는 것은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그는 모험을 하기로 결정했다.
자신이 속한 파벌에게 도움을 청했으며, 재산의 절반을 이번 일에 쓰기로 한 것이다.
장일 일행이 고루성에 도착한 것은 두 밤이 지난 이른 아침이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방문하게 되었구나.”
장일에게 있어 고루성은 낯선 곳이 아니었다.
그가 마을에 가져갔던 면필들과 수레는 모두 이곳에서 구매했던 것인 데다, 마을에서 징집되어 끌려왔던 곳도 이곳 고루성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마을을 벗어나 보게 된 이곳은 그야말로 다른 세상에 오는 듯한 충격을 그에게 주기도 했다.
장일로서는 그런 고루성을 다시 찾게 되었으니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지난번에 왔을 때는 마음이 급했던 터라 눈에 들어오지 않았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도 고루성의 변화가 한눈에 느껴졌다.
“지난번과 달리 성문의 감시 수준이 높아졌다. 성지기들도 숫자가 다른 곳보다 두 배는 된 것이 아무래도 이번 토벌의 규모가 작지 않을 것 같구나.”
본래의 그였다면 거기까지 알아보지 못했겠지만, 분신의 경험을 공유한 장일은 그런 속 사정을 대번에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