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68
분신으로 절대무신 168화
-다다다닥!
요란한 헬기 소리가 이르더니 그 안에서 한 무리가 떨어지듯 내려섰다.
-쿠구궁!
끈을 타고 내려온 것도 아닌 백여 터의 높이에서 떨어진 것인데, 그 떨어진 이들 중 누구도 다친 이가 없었다.
이들은 떨어지기 무섭게 마지막 에너지 파장이 크게 일었던 곳을 향해 달려갔다.
그렇게 프랭 대학을 습격한 슈퍼 빌런을 처리하기 위해 등장한 히어로들이었지만, 막상 목적지에 도착한 그들의 얼굴에는 황당하다는 표정만이 가득했다.
슈퍼 빌런으로 추정되는 자가 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빌런이라고?”
“슈퍼 빌런이 수작을 부린 게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혹시나 슈퍼 빌런이 불쌍한 일반인을 데려다 저 꼴을 만든 게 아닌가, 하는 가설까지 떠올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가설은 떠오르기 무섭게 이내 지워져 버렸다.
“맙소사! 저 걸치고 있는 거 다 전설 급이잖아!”
“전설급은 A등급인 팀장님께서도 감당하기 힘든 거 아니에요? 그런 걸 도대체 몇 개나 걸치고 있는 건지.”
“저 사람이 죽어 나가는 데는 이유가 있군. 나도 저렇게 착용했다면 그것만으로 몸이 붕괴될지도 모르겠어.”
전설급 무구는 그 가치가 천문학적일 정도로 대단히 높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것이었다.
앞서 말한 히어로들의 말대로 그것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는 자들이 극히 소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일, 일단 저자부터 구하자고.”
“그래, 그래야지.”
“거, 좀 움직여 봐! 안 그래도 벗기기 힘든데.”
“끄그그그…….”
황제가 착용하던 아이템들을 어렵게 해체해 나가던 히어로들 중 하나가 그리 불만을 드러냈지만, 정작 황제는 여전히 움직이지 못했다.
그의 입에서는 가느다란 신음 소리만이 날 뿐이었는데, 이는 폐는 물론 몸속의 내장 기간들이 찌그러지고 있어 생긴 반응이었다.
“어? 잠깐! 이거 그거 맞지?”
해체를 하는 과정에서 입고 있던 옷까지 찢어 벗기던 히어로 중 하나가 검은 태양 안에 하얀 뱀이 꼬여 있는 문신이 어깨에 새겨진 걸 보고 깜짝 놀라 소리쳤다.
“이건 신의 사자를 뜻하는 문신이잖아!”
“그럼 이 빌런이…… 아니, 이분이 신의 사자라고?”
“이거 야단났군! 빨리 특급으로 지원 불러.”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슈퍼 빌런의 등장에도 특급 지원을 부르지 않았던 이들이었지만 신의 사자로 보이는 이의 등장에 그들은 서둘러 S급의 인사를 불러들였다.
그 과정에서 이곳에 있던 일을 확인하려고 했지만, 워낙 황제가 난리를 친 탓에 목격자는 물론 CCTV나 블랙박스도 모두 망가진 상태였다.
난감해하는 히어로들과 달리 황제는 그들의 빠른 출동 덕분에 생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살아난 황제는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본 역사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황제라는 이름에 걸맞았던 삶을 살았던 그가 아니던가?
사실상 세상을 손아귀에 거의 넣었다고 해도 무방했던 존재였다.
아마 시영이라는 터무니없는 이레귤러가 아니었다면 이 세상은 황제의 휘하에 놓였을 것이다.
그런 그가 제대로 겨루지도 못한 채 모든 힘을 잃어버렸다.
물론 그 지닌 격은 그대로였지만, 그 힘을 다룰 수가 없게 되었으니 힘을 잃었다는 말과 다를 바 없었다.
“어렵군. 어려워.”
처참하다 못해 망가진 채 돌아온 황제에 시영은 고개를 저었다.
황제는 그가 부릴 수 있는 소환체 중 한 손에 꼽힐 정도로 강력한 개체였다. 자아가 강해 통제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였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그를 소환해 보냈다.
자아가 강하다는 것은 그가 살아 있을 적의 기억과 지혜를 지녔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명령에만 복종하는 소환체에 비해 대단히 능동적인 것으로, 그는 이를 통해 상대에 대해 알아보고자 했다.
하지만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침공자는 더 터무니없는 존재였다.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첫 번째 접촉에서 츠보미와 같은 꼴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시영은 더는 장일을 시험해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돌아가라.”
시영은 황제를 역소환하여 황제의 기억을 공유했고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격이 높은 황제조차도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침공자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이상하고 터무니없는 존재였던 것이다.
“찾아온다고 하니…….”
달리 더 손을 쓰기에는 그 시간이 앞당겨지기만 할 뿐인지라 시영은 장일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그는 그리 중얼거리며 내려놓았던 게임 패드를 다시 쥐였다.
그런 그의 모습은 생각하는 것마저 귀찮아하는 무책임한 모습의 표본과도 같았으나 그의 권능을 생각한다면 마냥 그렇지는 않았다.
[100일이 지났습니다.] [상대 후보자에 대한 정보가 갱신됩니다.]장일은 이 세상에 온 지 100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아!”
탄성을 흘리며 고개를 든 그의 얼굴은 마치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날 줄은 몰랐다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이 세상의 학문에 빠져든 것인데, 이제 그의 분야는 과학계 전체로 향해 있었다.
배우면 배울수록 끝이 없는 터라 장일의 얼굴에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아무래도 협상 쪽을 생각해 봐야 할지도.”
진리를 탐구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이 세계는 더없이 멋진 곳이었다.
이와 같은 사회를 그의 세상에서 만들려고 한다면 수백 년이 걸릴 것이다. 그것조차도 장일이 크게 역사를 바꾸었을 때의 일이었고, 그렇게 바뀐 역사가 이 세계보다 나을지에 대해서는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러니 협상을 생각한 것이다.
지금의 세상을 구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을 게 분명한 상대 후보자가 죽을 경우, 이 세계는 지금의 모습이 아니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새롭게 갱신된 정보를 살핀 장일은 그 생각을 바꾸어야 했다.
갱신된 정보에는 상대 후보자의 진 권능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밝혀진 권능은 장일의 분신 못지않은 터무니없는 힘이었다.
[주인공(主人公)]장일의 권능 분신이나 과거 황제의 회귀와 달리 쉬이 유추하기 힘든 이름이다.
하지만 대지혜를 지닌 장일은 이 주인공이라는 권능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보았다.
간략히 말하자면 소설, 희곡, 영화 등의 중심인물과 같은 존재가 되는 능력을 말한다. 아무리 힘든 분쟁에서도 필연적으로 이겨 내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너무도 터무니없는 권능이었고 그 때문인지 시스템에서도 주인공의 권능을 ★★★★★★★★으로 잡았다.
이만하면 12번의 침공을 막은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협상을 한 게 더 이해가 안 되는군.”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더욱 그러했는데, 그런 장일의 의문은 이내 시영의 권능 발현의 조건을 떠올리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하기야 그 정도의 나태했다면야 힘겨운 전쟁을 이어나가고 싶지 않겠지.”
필연적으로 힘든 분쟁에서 이겨 내는 존재가 된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그 과정에서 마주치는 고난과 역경을 피해가게 만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반작용으로 더욱 힘겹게 만들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것은 나태한 시영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일일 테고, 하여 적을 죽이는 데 공을 들이기보다는 차라리 협상으로 마무리하는 유혹을 참지 못한 게 분명했다.
장일은 그를 알아보았고, 하여 어이없어하면서도 이내 이해가 되었다.
그조차도 이 세상의 학문에 빠져 협상을 생각하지 않았던가?
결국 중요한 것은 저마다 다른 법이었으니, 그가 그리 선택을 한 것도 이해 못 할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해를 한 것과 별개로 오히려 그렇기에 그는 시영을 죽이고자 마음먹었다.
이는 시스템을 통해 권능을 높이는 방법과 관련 있었다.
존재감과 달리 권능에 필요한 카르마 포인트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막대했다.
단순히 1성에서 2성으로 끌어 올리는 데 500카르마 포인트가 필요한 것이다.
이후 2성에서 3성으로 가는 데 필요한 카르마 포인트는 1,000카르마 포인트가 3성에서 4성으로 올라가는 데에는 2,000카르마 포인트가 필요했다.
두 배씩 늘어나는 것인데, 이렇게 간다면 마지막 10성에 오르는 데 필요한 카르마 포인트는 12,800카르마 포인트가 된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카르마 포인트의 양이었고, 이를 알았을 때 장일은 자신이 10성의 분신을 뽑은 게 얼마나 대단한 행운이었는 다시금 자각했다.
주 권능이 이러하다면 부 권능의 경우 또한 다르지 않았다.
다만 부 권능은 주 권능보다 높아질 수는 없었고, 하여 아무리 새로이 얻은 부 권능이 좋다고 한들 주 권능을 우선으로 끌어 올려야 했다.
이처럼 권능은 터무니없는 카르마 포인트를 요하기는 하지만, 후보자 전쟁에 뛰어든 후보자에게 아주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었다.
상대를 죽이면 얻는 500카르마 포인트 이외에도 상대가 가지고 있는 카르마 포인트 중 절반을 강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권능을 파기해 카르마를 얻는 방법도 있었다.
다만 이는 그리 추천을 하지 않는데, 생각보다 그리 많은 양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장일이 상대했던 황제의 경우야 오류에 의해 벌어진 터라, 이 같은 부조건을 얻지 못했지만 후보자 전쟁에서는 이런 일이 능히 가능했다.
협상을 통해서도 이러한 카르마 포인트를 손에 넣는 게 가능했다.
만약 상대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유용한 부 권능과 더불어 죽이면서 얻게 되는 카르마 포인트의 양 이상을 내어 준다면 확실히 협상을 하는 게 더 유용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장일이 시영을 죽이고자 한 것은 그가 가진 주 권능 주인공이 타 후보자에게 넘어갈 것을 우려하였기 때문이다.
“만약 그것을 강탈한 자가 주인공 권능을 10성으로 끌어올린다면…….”
그때부터는 장일이 아는 바 그를 상대할 방도는 전무했다.
-탁!
거기까지 생각에 이르자 장일은 더는 망설이지 않은 채 책장을 덮었다.
“이런 곳에 있을 줄이야.”
장일은 의외라는 눈빛으로 상대 후보자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가 놀랄 만한 게 시영이 있는 곳은 지하에 위치한 원룸이었기 때문이다. 나름 치안을 비롯해 다른 원룸보다야 시설은 좋아 보이기는 하지만, 이 세상에서 신이라 불리는 자가 거주할 만한 곳이라기에는 너무도 협소했다.
-딸깍.
“들어오시게. 다른 침공자들과는 달리 예의가 바르군.”
그가 온 것을 느낀 시영은 장일이 지하에 들어서자 문을 열어 자신의 집안으로 초대했다.
아무렇게나 길어진 수염과 오랫동안 씻지 않은 흔적 따위와는 달리 초대받은 그의 집안은 대단히 깨끗했다.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게임 팩 따위를 제외한다면 시영의 집안은 먼지 하나 찾기 힘들 정도다.
“손님이 온다고 츠보미가 고생했네. 자네가 망가뜨리지만 않았어도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
투덜거리는 것조차 귀찮아하는 시영의 모습에 장일은 헛웃음을 흘렸다.
생각보다 더 나태한 자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를 우습게 여기거나 하지는 않았다.
12번의 침공을 막은 자답게 그 존재감은 장일과 같은 10성이라는 것을 알아본 데다, 무엇보다 그는 후보자 사이에 생기는 혐오감 따위를 조금도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