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70
분신으로 절대무신 170화
“!!!”
저 높은 허공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장일의 모습에서 시영은 오래전에 잊었던 감정을 마주하게 되었다.
주인공이라는 권능을 받기 전 시영은 전형적인 소시민 중 하나였다.
좋소라고도 불리는 희망 없는 중소기업을 전진하던 그의 삶은 도무지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어렵게 모은 적금은 올라가는 전셋값을 따라잡기도 어려웠던 데다, 더불어 아픈 홀어머니를 모시는 그에게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하는 사치였다.
그렇다고 그가 부지런한 성정인 것도 아니었고 인물이 잘난 것도 아니었다.
이렇다 보니 그 흔한 연애 한 번도 하지 못한 채 서른이 되어버렸다.
그런 막막한 현실 속에서 시영이 무너지지 않았던 것은 그의 어머니 덕분이었다.
누군가는 아픈 어머니가 짐이 되지 않는가? 싶겠지만, 적어도 그는 아니었다.
잘난 것 하나 없는 자신을 그토록 사랑해 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는 매일 살아갈 힘을 얻었다.
그러던 그가 더는 헤어나올 수 없을 절망에 빠진 것은, 그의 집이 무너지면서였다.
빌런과 히어로의 치열한 싸움에서 무너진 집 안에 어머니가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으흐흐흑!”
그것은 정말이지 개죽음이나 다름없었다.
빌런은 물론 그를 상대했던 히어로에게 있어서도 그 일은 너무도 흔하게 벌어진 작은 사고라는 듯 그는 단 한 마디 사과조차도 듣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걸 잃었던 그 날 시영은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기괴한 금빛 두꺼비로부터 지고한 존재의 후계자 후보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엑스트라만도 못했던 그가 주인공이 된 순간이었다.
자신의 권능을 알아가면서 시영은 점차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공포는 무지(無知)에서 나오는 것인데, 아무리 힘든 싸움일지라도 결국 자신이 승리하게 되는 것이 정해져 있다면 두려워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마치 롤 플레잉 게임의 이지 모드처럼 그는 고난을 겪을 때마다 크게 성장을 하였으며, 어느 순간 그는 나태함 속에서도 종을 초월한 존재가 되었다.
그날 이후 그는 지금껏 공포를 잊고 살았다.
-두근두근!
그랬던 그가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수십 년이라는 긴 세월을 넘어 마주한 것임에도 다시 마주친 공포는 너무도 그를 쉽게 물들여갔다.
‘이자는 다르다.’
시영은 그것을 알아차렸다.
새롭게 나타난 침공자는 그의 손에 죽은 침공자와 달랐다.
‘죽음…… 그래, 이건 죽음이다.’
그의 권능이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발현되며 알려준 진실.
시영은 이 눈앞의 침공자가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주인공이라는 터무니없는 권능조차도 그가 내미는 죽음의 손길 앞에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덜덜…….
그것을 알았을 때, 시영은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무심히 다가오던 장일은 다섯 걸음을 앞두고 멈추어 섰다.
“그게 자네가 정보창 속에서도 끝까지 숨겼던 권능이군. 사멸 같았는데? 맞는가?”
“……그렇네.”
사멸은 시영이 초월종을 상대로 승리하는 한 수였고, 그렇기에 그는 많은 카르마 포인트를 들여 이를 숨겼다.
그리고 그 숨겨진 한 수는 지금껏 그가 승리하게 만드는 데 결정의 한 수가 되었다.
그랬던 것이 너무도 허망하게 드러난 것이다.
시영은 그 사실이 참으로 어이가 없었던 것인지, 절망을 앞에 둔 채 그 궁금증에 대해 물었다.
“말해주시게. 그대의 권능은 무엇이지?”
주인공이라는 권능을 지닌 자에게조차 죽음을 느끼게 만드는 장일의 권능이 궁금했던 그였고, 이에 장일은 별것 아니라는 듯 말해주었다.
“분신. 10성의 권능.”
“……설마 태생적으로.”
“그렇네.”
“아하하하하!”
그 말을 듣는 순간 시영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카르마 포인트로 끌어 올린 10성의 권능이라고 해도 어이가 없을 지경인데, 태생이 10성인 권능이라는 말에 시영은 허탈함을 참지 못한 것이다.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고 하지만, 이런 하늘을 이처럼 빠르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래, 이건 필연적인 일이었군.”
필연적이다라는 말은 시영에게 너무도 친숙한 이야기였다.
주인공이라는 권능은 필연적인 운명 속에서 그를 성장시키고 그에게 승리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그의 마지막 또한 필연적인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다.
상대는 지금 주인공의 권능이 지닌 필연적인 운명을 초월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 필연의 운명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흐름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시영이었기에 그는 모든 힘을 거두었다.
“……?”
갑작스럽게 모든 것을 포기한 그의 모습에 장일이 기이하게 바라보았으나, 시영은 쓴 미소를 보이며 말을 이었다.
“저항은 의미가 없음을 알기 때문이네. 다만 나의 죽음과 별개로 그대와 거래를 하고 싶네.”
“말해보시게.”
수작을 부릴지도 모르는 시영의 말에 장일은 선선히 받아들였다.
분신과 달리 완전히 모든 인과를 초월한 본신인 장일이었기에, 그는 알고 있었다. 시영이 어떤 짓을 한들 그가 마음먹은 이상 그의 죽음은 필연적인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시영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리라 짐작한 장일은 그의 거래를 들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꺼낸 그의 거래는 의외의 것이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당신에게 넘기겠네. 대신 하나를 부탁하지. 이 세상을 그대가 거두어주시게.”
“……그게 가능한 일인가?”
하나의 후보자가 두 개의 세상을 다스리는 게 가능한지 이해 안 되는 장일에 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초월종들은 보통 2, 3개의 세상을 다스리네. 태생적으로 그러한 역량을 가지기 때문이지만, 무엇보다 그로써 얻는 이득이 많네.”
나약하기 그지없는 인간과 달리 초월종들은 태생적으로 지치지 않으며 터무니없는 힘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
그런 존재이기에 두 개 이상의 세상을 지키고 침공해 나가는 것은 그들에게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물론 지키는 세상이 늘어날수록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었으나, 그럼에도 그러는 이유는 시영의 말대로 그 이득이 크기 때문이다.
바로 두 세상을 다스리게 된 것만으로 카르마 포인트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으로, 그것은 다스리는 세상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배 이상으로 증가한다.
“아마 나태의 저주가 아니었다면 나 또한 해보았을 일이었겠지.”
시영은 창조의 권능을 통해 소환체를 다루었으니 하나의 세상 정도는 더 감당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한 시도 쉴 수 없이 부지런해야 했으니, 나태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장일은 달랐다.
그는 시영과 달리 나태함과 거리가 먼 자였으며, 권능의 힘을 빌리지 않음에도 8성의 주인공 권능을 초월한 존재였다.
이것만으로도 믿어지지 않는데, 더욱 무시무시한 것은 그의 권능이 분신이라는 점이다.
이미 그의 분신 하나를 상대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했고 그마저도 주인공 권능에 의해 방심을 유도한 끝에 겨우 죽일 수 있던 시영이었다.
하기에 그에게 이와 같은 제안을 한 것이다.
몇 개의 분신을 장일이 다룰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가 보았던 분신이 이 세상에 거주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이상으로 침공자를 막을 수 있었다.
시영으로부터 다수의 세상을 다스리면서 얻는 이점을 이내 들었던 장일이 의문을 보이며 물었다.
“의외로군. 자네는 이 세상에 크게 미련이 없어 보였는데.”
장일의 물음에 시영은 부정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자네의 말대로네. 이 세상 따위는 아무래도 좋네. 하지만 어머니는 다르지.”
나태함이 커지고 그 스스로의 격이 오를수록 그의 가슴에 새겨진 공허함은 커져만 갔다. 유일하게 그 공허함을 지울 수 있는 것은 어머니와의 기억뿐이었다.
하기에 그는 이 세상을 지켜야 했다.
그의 어머니는 그의 바람대로 세상의 보살핌 속에 행복한 윤회를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가 나태함 속에서 끝내 세상을 지키고자 한 이유였다.
그의 말에 장일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얼굴로 물었다.
“별의 운명을 다루게 되었을 때 어머니와 같이 살 수 있게 되었을 텐데?”
그토록 그리워하였다면, 장일의 말대로 하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는 듯 시영은 고개를 저어댔다.
“그럴 수 있겠지. 하지만 어머니와 함께하기에는 나는 너무도 망가져 버렸네. 이런 내가 어머니와 함께한다면 어머니에게는 불행만 있을 뿐이야.”
어머니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그런 그리움과 불행 따위는 아무렇지 않다는 시영의 말이 와닿은 터라 장일은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알겠네. 자네의 거래를 받아들이지.”
“고맙군.”
-화아아앗!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어주겠다는 시영의 말이 가지는 의미는 생각보다 엄청난 것이었다.
단순히 그의 7개의 부권능을 받는 것이 아닌, 그의 경험과 지식마저 받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가 가지고 있는 1020카르마 포인트도 추가로 손에 넣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츠보미를 비롯한 그가 창조한 존재들도 그의 소유가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막대한 보물들 또한 장일의 소유가 되었는데, 그중에는 장일의 청강검을 따위로 만들어 버린 이 세상의 신화 급 유물도 열이 넘었다.
하지만 가장 큰 것은 이 세상의 소유권이다.
이 세계의 별의 운명을 열 열쇠가 그의 손 안에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이 열쇠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얻는 방법은 하나였다.
-푸우욱!
장일의 칼이 시영의 심장을 꿰뚫었고, 이에 시영은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그 어떤 저항 한 점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그를 바라보던 시영은 이내 고개를 털었다.
“어째 씁쓸하기 그지없군.”
그리 중얼거리던 장일에게 시스템의 알림이 일기 시작했다.
[후계자 후보를 소멸시켰습니다.] [후보자 후보를 소멸시킴으로써 3,000카르마를 축적합니다.] [후계자 후보를 소멸시킴으로써 권능 주인공(主人公)★★★★★★★★을 손에 넣습니다.] [타 후계자 후보로부터 받은 별의 열쇠 사용 권한을 받습니다.] [두 개 이상의 세상을 다스리게 될 경우 타 침공의 위험에 그만큼 노출됩니다.] [계약에 따라 후보자는 별의 이 세상의 열쇠 사용자가 됩니다.]500카르마 포인트였던 것과 달리 시영을 죽여 얻은 카르마 포인트는 3,000카르마 포인트였다.
이 점을 보아 시스템에서 후계자 후보의 위치에 따라 카르마 포인트가 달라지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그가 쌓은 격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일 수도 있으나, 그렇다고 해도 3,000카르마 포인트는 너무도 막대한 양인 것은 확실했다.
그렇게 장일은 위험하다 느꼈던 주인공 권능을 손에 넣게 되었다.
이 외 그의 허락과 별개로 그는 계약에 따라 자연스럽게 별의 열쇠 사용자가 되었는데, 그로써 단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별의 운명에 장일은 서슴지 않고 손을 대었다.
그렇게 새로운 운명이 이 별에 주어지기 시작했다.
“어…… 어머니!”
무너진 집을 바라보며 절망에 빠져들었던 시영은 말 그대로 울부짖었다.
그를 지탱하던 세상이 무너진 것이었고, 이는 희망도 꿈도 사라진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그의 절망은 너무도 이른 것이었다.
“아, 아들.”
바로 그의 어머니가 거짓말처럼 울부짖는 아들을 안았기 때문이다.
“어, 어떻게?”
뒤늦게 어머니가 살아 있다는 것을 깨달은 시영은 그 사정을 듣고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세금으로 고생하는 아들에 자신이 조금이라도 힘을 보탤까 싶어 최근에 일자리를 구하고 있었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마침 그에 관련된 연락이 와 다른 때보다 일찍 집을 나섰는데, 그것이 그녀의 목숨을 구했던 것이다.
“다, 다행입니다.”
불편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일을 하러 간 것에 아들이 화를 낼까 싶어 걱정하던 어머니는 아들의 그 말에 그제야 안도의 미소를 보였다.
집을 잃게 되었으니, 전세금도 의미가 없어지게 되었으나 다행히 이들 모자가 더는 불행할 일은 없었다.
“이 나이에 각성을 했다고?”
그날 시영이 거짓말처럼 각성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능력자들 사이에서는 귀족이라고 불릴 정도의 회복 계열의 능력을 각성하였던바, 그의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이었다.
무엇보다 시영이 기뻤던 것은 그의 회복 능력으로 어머니를 회복시킬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비록 완전히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그의 랭크를 더 올려야 가능한 일이었지만, 귀족 능력자인 그를 서포트하고자 하는 곳은 한둘이 아니었으니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신이시여, 정말 감사합니다.”
시영은 자신에게 찾아온 이 터무니없는 큰 행운을 신에게 그와 같은 감사를 하며 불운했던 운명을 청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