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72
분신으로 절대무신 172화
아르만 행성의 유적지의 숫자는 상당했다.
종족 전쟁의 영향으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혹은 강제적으로 만들어지면서 생긴 일이었다.
그러하다 보니 자연스레 유적지의 등급이 매겨지게 마련이었는데, 1등급을 시작으로 그 위험과 크기에 따라 등급이 높아졌다.
이러한 유적지는 가장 낮은 1등급도 대단히 큰 위험을 가지고 있어, 기사에 준하는 실력자가 아니고서는 접근조차도 하기 어려웠다.
그처럼 위험한 일임에도 많은 이들이 유적지의 문을 두드렸는데, 이는 그 위험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종족 전쟁에서 사라진 것은 단순히 인종들만이 아니었다.
길고 긴 시간 쌓았던 수많은 지식과 힘들이 그 전쟁에서 사라지고야 말았다.
비록 패하여 종족 자체가 지워졌다지만, 그 초월 종족의 전쟁에 곁가지라도 뛰어든 것만으로도 당시 이들이 쌓은 지식과 힘이 결코 작은 것이 알 수 있었다.
그런 지식과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니, 일확천금의 마음으로 유적지를 방문하는 것이다.
등급에 따라 접근하는 집단과 힘이 달라진다.
보통 1등급의 유적지의 경우는 B등급 이상의 용병들도 접근이 가능하지만, 2등급부터는 아예 차원이 달라진다.
국가 규모 혹은 대국의 공작령이 나서야 공략이 가능했으며, 이 외에 초인이라 불리는 강자들이 움직이지 않고서는 접근조차 어려웠다.
3등급 유적지의 경우는 연합인종 모두가 움직여야 했다.
최소 상급 기사가 나서야 했으며, 초인들도 두 자릿수에서 움직이지 않고서는 공략을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연합인종의 역량을 모두 동원해야 할 일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3등급 유적지 공략은 겨우 두 번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숫자가 겨우 두 번인 것은 매번 나라 한두 곳이 망하는 수준의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공략 성공 이후 얻은 그 유물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전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3등급 유적지에서 나오는 유물의 수준은 차원이 달랐던 것을 뜻했다.
실제로 막대한 인명의 피해를 보았던 것과 별개로 두 번째 3등급 유적지 공략 이후 문명의 수준이 100년은 앞당겨졌다.
당연히 지식을 탐하는 장일이 유물을 쫓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행히 유물의 위치를 찾는 건 어렵지 않군.”
모험자 협회가 운영하는 정보집단에서 이 유물에 대한 정보들을 쉽사리 얻을 수 있었다.
흥미로운 점이라면 등급이 높은 것일수록 그 정보를 사들이는 비용이 줄어든다는 점이었다.
3등급의 경우는 식사 한 끼 값으로 위치를 사들일 수 있었으며, 2등급은 시민의 한 달 치 봉급 값이었다.
1등급의 경우는 1년 연봉 값을 지불해야 겨우 사들일 수 있었는데, 이렇게 정보 값이 편성된 이유는 아무래도 접근성의 문제 때문이 컸다.
국가 레벨로 움직여야 하는 2등급부터는 현실감이 없다 보니 생긴 일이었다.
“이곳 지부에서 알고 있는 2등급 이상 유물들에 대한 정보를 원합니다.”
“하하하! 비용이 상당할 텐데 감당할 수 있겠소?”
정보원은 장일의 요구에 어이없어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장일의 행색이 너무도 보잘것없었기 때문이다. D등급의 용병이라도 마법 무구 하나 정도는 몸에 두르는데, 장일은 달랑 칼 한 자루만을 챙겼을 뿐이었다.
이런 모습은 하루살이도 어려운 최하급 용병에게서 볼 법한 모습이니 정보원이 그를 우습게 본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쿠웅!
장일은 그런 정보원의 모습에 달리 더는 말하기보다는 품에서 묵직한 주머니 하나를 올렸다.
“1만 마르크입니다.”
“……꿀꺽.”
정보원은 서둘러 주머니를 열어 살폈고 정말로 1만 마르크이자 이내 침을 요란히 삼켜댔다. 제법 번다는 자신의 봉급이 2마르크인 것을 생각한다면 이 눈앞의 돈은 상상키 힘든 거금이라서다.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일이라, 정보원은 서둘러 지부장을 찾았다.
당연히도 1만 마르크의 정보를 사겠다는 장일에 지부장은 장일이 왕족이라도 되는 듯 굽신거리며 그가 원하는 정보들을 모조리 끌어다 주었다.
그러나 2등급 유적 정보는 워낙 가격이 낮다 보니 1만 마르크의 반의반에도 정보 값을 채우지 못했다.
이마저도 바가지를 씌운 결과라 지부장은 너무도 아쉬워하는 그에 장일이 물었다.
“혹시 4등급 이상의 유적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까?”
“……그, 4등급 이상 말입니까?”
3등급도 아니고 4등급을 거론하는 장일에 지부장은 그를 이상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보통 4등급의 유적은 밖의 세상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밖의 세상이란 드래곤이 허락한 인류의 영역을 넘어선 곳. 검은 바다의 세상 너머를 말했다.
그 너머로 가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데다, 그렇게 넘어 4등급 유적을 찾는다고 한들 의미가 있을 리 없었다.
3등급도 겨우 공략하는 지금, 4등급은 종족 전쟁 이전 존재했다는 신적 존재가 함께해야 겨우 공략이 가능할 터였다.
그러니 사실상 4등급 이상의 유적을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으니 지부장이 그를 그런 눈으로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이내 지부장의 뇌리를 스쳐 간 무언가가 있었고, 그는 서둘러 자리를 비웠다.
그러기를 10분이 지났을 때쯤. 지부장이 밝은 얼굴로 장일을 찾았다.
“4등급이라고 추정되는 곳이 있습니다. 다만, 이건 좀 희귀한 정보다 보니.”
“1000마르크를 주겠습니다.”
“!!!”
바가지를 씌워 10마르크쯤 생각했던 지부장은 크게 놀란 눈길을 보이다 서둘러 그 정보를 장일에게 넘겼다.
장일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계약을 진행하려는 것이었다.
“정말 대단한 미친놈이었어.”
끝내 자신의 지부에서 무려 3000마르크를 쓰고 떠나는 장일을 바라보던 지부장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어댔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정보의 가치는 상대적인 것이었고, 장일에게 있어 지부장에게 받은 정보의 가치는 그가 쓴 돈보다 열 배는 더 큰 것이었다.
생각보다 지부에서 받은 정보의 수준은 높은 편이라, 장일은 빠르게 유적지를 공략해 나갔다.
2등급 유적의 경우는 달리 장일이 나설 필요도 없었다.
황제와 츠보미와 같은 그의 권속들만으로도 공략이 가능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3등급 유적지의 경우는 확실히 급이 달라 그의 권속들 중 절반이 움직여야 겨우 공략이 가능했다.
그러나 달리 권속들을 3등급 유적지에 돌릴 필요는 그에게 없었다.
장일은 분신들을 만들어 저마다 3등급 유적지를 공략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20일간 그가 공략한 유적지의 숫자는 엄청났다.
2등급 유적지는 33개나 되었고, 3등급 유적지 또한 13개나 되었다.
이마저도 그 유적지들이 오지에 있어 그 가는 길에 시간을 허비한 탓에 그 정도에 그친 것이지, 그것이 아니었다면 두 배는 넘게 공략했을 것이다.
“과연 전쟁이 날 만도 하군!”
2등급 유적지에서 나온 유물도 감탄스러웠지만, 3등급 유적지에 나온 유물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가 알고 있는 마법의 상식을 아무렇게나 뒤집어 버리는 마법 지식들과 신물이라 불려도 될 만한 유물들.
과히 문명의 수준을 크게 앞당길만한 물건인 것이다.
그렇다 보니 자연 장일은 4등급 유적에 대해서 궁금증이 일었고, 이에 그는 조금은 이른 시점에서 이를 공략하기 위해 움직이기로 결정했다.
지금이야 상대 후보자인 드래곤이 그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지만, 그 마음이 언제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공략하게 된 4등급 유적지는 그 3등급 유적지와도 차원을 달리했다. 3등급 유적지에서 마주하는 적들 대부분이 작은 산을 연상케 하는 초대형 괴수임에도 그러했다.
이상한 일이 아닌 게 4등급에서 장일이 상대해야 할 것은 바로 성이 잔뜩 난 자연이었기 때문이다.
-쿠르르릉!
-퍼어어엉!
검은 구름에서 뇌전이 일렀고, 모든 것을 분쇄할 회오리가 일었다.
유적 일대를 뭉개버릴 중력이 그를 짓눌렀고, 거암도 녹일 불길이 치솟았다. 하나하나가 악몽과도 같은 재해였지만, 무시무시한 것은 이 재해가 생각을 가진 존재라는 점이다.
그들은 유적지에 침입한 장일을 죽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손을 잡고 합공을 하는 것은 물론, 어떻게든 그의 발길을 잡기 위해 집요하게 그를 노려댔다.
그러나 그런 재앙과 같은 존재들의 위협은 장일에게 두려움을 주지 못했다.
“호오? 이건 신성력이구나!”
그저 그 힘의 근원이 그가 신기하게 보았던 신성력이라는 것에 흥미를 둘 뿐이었다.
-콰르르르릉!
그런 태평한 그의 모습에 화라도 난 것일까? 한순간 몰아치는 뇌전은 부딪히는 모든 것을 다 박살을 낼 듯 무시무시했다.
산마저 무너뜨릴 듯한 뇌전이었으나, 장일은 그 뇌전을 상대로 달리 손을 쓰지도 않았다.
-스스스슥!
그럴 필요도 없던 것인데, 실제로 뇌전은 장일에게 다가오기 열 걸음을 앞두고 흔적도 없이 사그라들었다.
그러한 현상은 뇌전만이 아니었다. 중력도 불길도 회오리도 모두 장일에게 다가오기 무섭게 그 힘을 잃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이 반복될수록 이들의 힘의 근원인 신성력 또한 크게 줄어들었다.
그렇게 유적지의 끝에 있는 거대한 굴을 연상케 하는 검은 공간에 다다랐을 때, 그 모든 신성력은 존재의 가치를 잃어버린 채 소멸되었다.
아무렇지 않게 유적지의 모든 위험들을 제거한 장일은 그 수상하기 그지없는 검은 공간을 보고 또다시 흥미를 보였다.
“누군가 있군?”
바로 그 검은 공간 너머에서 생명체의 존재를 느낀 것이다.
-스르륵!
장일은 망설임 없이 검은 공간에 뛰어들었고, 그를 삼킨 검은 공간은 이내 그 모습을 감추었다.
-쿠르르릉!
그러기 무섭게 유적지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는데, 워낙 거대한 유적지다 보니 열흘 거리 너머에 있는 나라에서마저 그 진동을 느낄 정도였다.
검은 공간은 위도 아래도 없고 시간도 공간도 없는 듯한 느낌을 주는 기괴한 곳이었다. 그야말로 혼돈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이었는데, 그런 곳에 들어서기 무섭게 한 목소리가 그에게 물음을 던졌다.
-넌…… 누구지?
목소리라고 하지만 그것은 소리의 파장 따위가 아니었다. 애초에 이 같은 혼돈에서 목소리가 날 리가 없었다.
그러니 심어라고 말하는 게 옳았는데, 장일 또한 심어로 그에게 답했다.
-장일이라고 합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 .나는…….
너무도 간단한 장일의 물음이었지만 상대는 쉬이 답하지 못했다. 마치 이 혼돈 속에 물들어 버린 듯한 모습이라 장일은 잠시 고민하다 이내 조금 전과는 다른 형태로 그에게 똑같은 물음을 던졌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당신은 누구입니까? 당신은 누구입니까? …….
-으으윽!
마치 메아리가 치듯이 반복되는 장일의 물음에 혼돈 속의 상대는 괴로워하고 또 괴로워했다. 그러나 그의 신음 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줄어들었는데, 이는 장일이 조금 전에 던진 물음에 담긴 기운 때문이라서다.
바로 조금 전 물음에 장일이 불가의 혜광(慧光)심어를 응용한 기운을 그 안에 깃들게 한 것으로, 능히 그 기운은 그에게 물든 혼돈을 흩트리기에 충분했다.
얼마 가지 않아 그 신음이 사라졌고, 그때쯤 끝없는 물결처럼 일어나던 장일의 물음도 그쳤다.
-화아앗!
그때쯤 혼돈의 공간이 뒤흔들리더니 이내 하얀 빛이 일었다. 그리고 그때쯤에서 장일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놀랍게도 그저 어떤 거대한 공간이라도 생각했던 이 혼돈의 공간은 다름 아닌 그 목소리 주인의 몸 안이었던 것이다.
-후우웅!
그것을 알았을 때 봄날의 햇살과도 같은 힘이 장일을 휘감았는데, 그 힘이 자신을 해하려는 것이 아님을 알았던 장일은 그 힘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곧 장일의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금빛으로 물든 거대한 어떤 곳으로 이동하게 되었고, 그때야 장일은 목소리 주인을 마주하게 되었다.
“흐음!”
그 주인을 본 순간 장일은 탄성을 내뱉어야 했다.
거대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아득한 신체를 지닌 초월종.
그 드래곤조차도 상대하기 꺼렸다는 전설의 종족 타이탄이 그의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