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9
분신으로 절대무신 19화
기강을 잡는 일은 한 번이면 충분했다.
시퍼렇다 못해 자색 빛을 띤 멍을 온몸에 새긴 이들의 모습에서 무언가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 머리는 장식일 것이다.
무엇보다 홀로 일류 무인이 둘이나 있는 집단을 압도한 모양새로 제압했던 모습은 소름이 끼칠 정도다.
마치 귀신에 홀린 듯 십수 명이나 되는 집단이 악을 쓰며 달려들었음에도 그 누구도 장일의 옷깃 하나 스치지 못했다.
아니, 옷깃은 고사하고 그들은 제대로 반항조차 하지 못했다.
실제로 일류 무인 두 명만이 공격을 행했을 뿐이며, 그마저도 한 명은 칼을 제대로 펼치기도 전에 제압당해 땅바닥을 뒹굴어야 했다.
용호대에 들어온 이들이니만큼 그들은 단련에 단련을 거듭한 자들이다.
그 말은 살이 뚫리고 베이는 고통 정도는 신음 한 번 흘리지 않고 참는 자들이라는 말도 되었다.
한데도 장일이 검집으로 때릴 때면, 누구 하나 거를 것 없이 눈물 콧물을 질질 흘려대며 숨넘어가는 비명을 질러 댔다.
그게 그들에게 공포심을 안겨주었다.
차라리 사지 하나를 베어버렸더라면 이해라도 할 것이련만, 이는 그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포심은 역설적이게도 용호대의 불안을 잠식시켜 주었다.
토벌대에 우충 이외에도 이러한 강자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니, 이 토벌이 실패할 리 없다 여긴 것이다.
그렇게 변수였던 용호대의 반발이 장일에 의해 짓눌려지자 성문교위는 한결 편한 마음으로 작전을 진행해 나갔다.
-타닥, 타닥!
제법 규모가 있는 산채 하나가 불에 타오르고 있었다.
봉월산 일대에 자리 잡은 산채 하나를 정리하게 된 것이었으나, 그 누구도 이에 대해 기뻐하는 이들은 없었다.
이미 산채에는 아무도 없었던 데다, 그 산채에서 발견된 시신들의 모습이 참으로 참담해서다.
시신들은 산적들이 잡아들인 노예들로 산채를 버리기로 마음먹은 산적들이 그들의 사지를 찢어 전시한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이들이 토벌대에 합류해 정보 등에서 도움이 되지 않기 위함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잔혹함을 보여 토벌대의 사기를 떨어뜨리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이들의 의도는 절반만 맞아떨어졌다.
“이런 잡것들을 보았나! 사람 목숨을 뭘로 아는 거여?”
“X 같은 놈들. 내 반드시 한 놈도 남김없이 찢어 죽여 버릴 겨!”
의도대로 사기에 영향을 받은 병사들과 달리 용호대의 무인들이 크게 분기를 토해냈다.
애초 용호대에 뽑았던 이들은 사파의 기질과는 거리가 먼 자들이었다.
나름 정파인이라 자부할 수 있는 이들이었으니, 그들이 이처럼 분개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것은 우씨세가의 사람들도 다르지 않았다.
우충의 경우야 적잖은 더러운 것을 보았으니, 그 정도가 덜했지만 아직 젊은 두 우 씨 무인 입장은 달랐다.
하지만 불쾌한 것은 마찬가지라 시선을 돌렸던 우충은 우연히 장일에게 시선이 닿았고 이내 눈에 이색을 띄웠다.
‘……의외구나.’
나이가 어린 만큼 어쩌면 가장 흔들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장일은 태연(泰然 : 태도나 기색이 아무렇지 않다)한 태도를 보였다.
그렇다고 감정을 억지로 숨기는 모양새인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었다.
우충은 처음에는 그런 장일의 모습이 이해되지 않았으나 이내 그의 심연과도 같은 눈이 시야에 들어서자 그는 답을 찾았다.
그러나 그리 찾은 답이 또다시 그에게 의문을 선사했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지만, 장 소협은 이 같은 일에 익숙한 것으로 보이구나. 마치 수없이 경험한 것처럼.’
장일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가능한 일이 아니나,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정답에 가장 가까운 답이었다.
혈마대전에서 혈교가 자행한 짓거리는 목불인견(目不忍見 : 눈으로 차마 참고 볼 수 없음)이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그들은 인형처럼 사람들의 사지를 한데 묶어 기괴한 괴물을 탄생하기도 했으며, 죽은 자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로 인해 수많은 인명이 헛되이 죽어 나간 것을 수없이 지켜보았던 장일이었다.
그들이 벌인 짓거리에 비하면 이 정도는 새색시처럼 얌전한 수준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장일의 미간도 살짝 일그러졌다.
이 참사가 기억하기도 싫은 혈마대전 기억들을 불러들인 것이다.
“하아. 짜증 나는군.”
장일은 한숨을 흘리며 수하들을 불러 전시된 시신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사기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기에 그의 행동은 빨랐다.
-화르륵!
이 시신들을 한데 모아 기름을 붓고 불에 태웠다. 마음 같아서야 시신들을 정리하고 염이라도 해주고 싶었으나, 워낙 시신의 상태가 좋지 않다 보니 이거 말고는 답이 없었다.
그렇게 산채 하나를 시신들과 함께 태웠던 토벌대는 이후에도 3개의 산채에서 그와 같은 몰골을 발견했고, 앞서의 산채처럼 처리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뒤에야 본격적으로, 집결된 봉월산의 산적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규모로 본다면 확실히 산적들은 토벌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일천에도 미치지 못한 산적들과 달리 토벌대의 규모는 물경 사천이 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중 정병은 일천에 불과했고, 그 외 병사들은 이번에 징집된 신입들이라 숙련도가 부족했으니 크게 우위에 있다 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산채들의 일이나 습격으로 인해 병사들의 사기가 좋지 못한게 컸다.
“어쩔 수 없지.”
분신을 통해 오랫동안 전장을 떠돌았던 장일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나섰다.
투구마저 내려놓은 채, 칼 한 자루를 들고 전장의 중심으로 나아간 장일은 적지를 향해 소리쳤다.
“용호대 소속 중루교위 장일이다. 너희들 중 나의 칼을 받을 용맹한 자가 있는가!”
그의 도발에 잠시 침묵이 일더니 이내 산적들은 크게 비웃으며 비아냥거렸다.
“낄낄! 참으로 인물이 없나 보다. 고작 뭐라도 해보겠다고 나온 것이 저런 어린놈이더냐?”
“크크. 아가야. 덩치 믿고 까불다가 대가리 날아간다.”
“저 멍청한 꼬맹이를 어찌 찢어 먹을꼬?”
“누가 나가볼 텐가? 없다면 내가 나가지.”
“아니, 이 재미있는 일을 놓치면 안 되지. 내가 나가겠네.”
무공을 배운 산적들은 저마다 자신이 나간다고 설치다 곧 장일 이상의 덩치를 가진 거대한 도끼 한 자루를 든 산적이 나섰다.
“흐흐흐. 이 어르신이 나셨다. 어디 이 꼬맹이 녀석이 똥오줌을 지리나 볼까?”
그를 철저히 농락하겠다는 듯 얼굴에 심술이 가득 보이는 산적의 모습은 상당히 위협적이었으나, 장일은 그저 지겹다는 표정을 보였다.
“도대체 나오라고 한 지가 언젠데 이제 나오나? 느려 터져서는.”
“낄낄낄. 그래, 그 정도는 당돌해야 재미가 있는 법이지.”
그리 말하며 다가오던 그는 적정 거리에 다다르자 돌격했다.
-타다다닥! 후우웅!
그 둔중한 덩치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거리를 좁힌 산적은 그 기세를 그대로 살려 도끼를 휘둘렀다.
거대한 바위도 쪼개는 기세였으니 피하는 방법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장일은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받아치겠다는 듯 검을 휘둘렀다.
-서걱! 쿠우웅! 툭…….
단 일검이었고, 그것으로 적장의 머리와 도끼 머리가 두 동강이 났다.
얼굴의 반을 잃은 자가 살아날 리 없었다. 남겨진 육신은 몇 차례 허공을 허우적거리듯 꿈틀거리다 요란스레 피 분수를 뿌리며 무너졌다.
살 떨리는 모습이었지만 장일은 시선 한 번 주지 않은 채 다시금 소리쳤다.
“내가 기대를 너무 한 것인가! 아니면 너희들이 멍청해서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인가? 다시 말하지. 나의 칼을 받을 용맹한 자는 나와라!”
조금 전과 다를 바 없는 도발이었으나 이번에는 그를 비웃는 이들은 없었다.
대신 노기를 보이는 이들이 있을 뿐이다.
이후 장일은 무려 일곱 번의 대결을 이어나갔다. 당연히 적지에서 나오는 이들의 수준은 높아져 어느새 일류라 불릴 만한 자가 두 명이 나왔으나, 결과는 처음과 다르지 않았다.
단 일검에 머리를 잃고 차가운 대지에 주검을 마주한 것이다.
-와아아아!
자연 토벌대의 사기가 끓어 오를 수밖에 없었고, 그 사기가 정점을 찍었다 생각하자 그제야 장일은 검을 접었다.
-둥! 둥! 둥!
그가 검을 접고 진지로 돌아오는 것을 기점으로 북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후 토벌대의 진형이 변하기 시작했다.
진형이 완전히 자리를 잡자 북소리가 그치더니, 거대한 징 소리와 함께 거대한 깃발이 휘저어졌다.
-쿵쿵쿵!
방패를 앞세우고 발을 맞춰 움직이는 병사들에 순간 대지가 일렁거린다.
해일처럼 밀려오는 토벌대의 모습은 위협적이었으나, 산적들은 움츠리거나 물러나려 하지 않았다.
“흥! 그래 보았자 관군 나부랭이들이다. 쳐 죽여라!”
“설마 두려운 것은 아니겠지. 그런 놈들은 내가 손수 찢어 죽일 것이다!”
용감해서가 아니라 잔혹한 성정의 산채 머리들이 더 두려웠기 때문이다.
여기서 도망치거나 회피하면 자신이 어떤 꼴을 당할지 알고 있으니 이들은 악을 써가며 싸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두 집단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지휘가 아쉽다.”
군에서뿐 아니라 강호에서도 전장을 지휘하였던 장일이었다. 그러다보니 토벌대의 대장인 성문교위의 지휘가 눈에 찰 리 없었다.
실제로 성문교위는 이 정도의 대군을 다루어본 경험이 없었다.
군에서도 가문의 도움으로 백인장의 자리에 오르기 무섭게 관으로 지원하여 차출된 터라, 군에 대한 경험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책임감이 강한 이다 보니, 이번 전투를 위해 많은 고민을 하였고 덕분에 큰 인명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이론과 실전이 같을 리 없었으니, 전장의 흐름이 그의 뜻대로 흘러갈 리 없었다.
이는 토벌대의 가장 큰 이점인 숫자의 우위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게 만들었고, 장일은 그 점이 아쉬운 것이다.
하지만 장일이 기세를 끌어 올린 덕분에 전장은 토벌대에게 기운 상태였다.
그리고 이는 기회를 노리며 웅크리고 있던 적들의 핵심 전력이 버티지 못하고 튀어나온다는 말이었다.
장일은 그런 전체의 흐름을 알아보았고, 하여 그때까지 웅크리게 했던 용호대에 신호를 주었다.
“지금!”
그 신호에 용호대의 대원들이 기다렸다는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크아악!
-으아아악! 살려줘!
얼마 가지 않아 적지에서 비명 소리가 끝없이 울려 퍼졌다. 안 그래도 기울었던 전장에 용호대가 풀어졌으니 이들이 감당할 리가 없었다.
“젠장! 우리도 나간다!”
선수의 흐름을 빼앗겼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적지의 머리들도 서둘러 전장에 뛰어들었다.
자연스럽게 전장은 둘로 나누어졌다.
거대한 전장 속에 강호인들의 전장이 따로 형성된 것이다.
물론 무급의 용호대원이나 삼류 수준의 산적들의 경우는 주변의 지원을 받기도 했으나, 그 호 등급 이상에서는 그리 도움이 되지 못했다.
“생각보다 수준이 높다. 저들이 도망치지 않은 것은 이유가 있었군.”
숫자는 비슷했으나 전력은 생각 이상으로 차이가 났다. 초일류라 할만한 실력자가 둘이나 있던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들 봉월산의 대두령이란 자다.
-콰가가강!
“크하하하! 오랜만에 몸을 푸는구나!”
“으으음.”
생각지 못한 변수.
바로 대두령을 상대하는 우충이 처음부터 밀리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대두령에 비해 최소 한 수 아래라는 것을 뜻했다.
달리 말하면 우충은 버티는 정도가 다였다.
‘이런 실력자가 산채의 우두머리라니!’
설마 이런 외진 곳에 자리 잡은 산적 따위에게 수모를 겪게 될지 몰랐던 우충으로서는 환장할 일이었다.
장일이 이 전장에 뛰어든 것은 그때쯤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주변의 신병들이 눈먼 칼에 허무하게 죽어 나가는 것을 보호하며 숫자의 이점을 살리도록 지휘했던 장일은, 용호대의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자 바로 용호대에 합류한 것이다.
단 한 사람이 합류한 것뿐이었지만, 그것으로 용호대의 불안한 기류가 말끔히 정리되었다.
-까가가강! 푸욱.
장일은 초일류 실력자인 산적이 찔러대는 창의 연격을 칼끝으로 막아 쳐내며 거리를 좁히더니 당황하는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파아아아앗!
검을 뽑자 엄청난 양의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으나 장일을 더럽히지는 못했다. 어느새 그의 신형은 그를 지나 또 다른 초일류 수준의 산적에게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걱!
그 산적의 끝은 앞서보다도 더 허무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미 그 산적은 용 등급의 무인과 격전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홀로 초일류를 상대하느라 온몸이 피 칠갑을 한 무인은 그제야 겨우 한숨을 돌리며 감사의 뜻을 전하려 했으나, 그 뜻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순식간에 초일류 둘을 처리한 장일이 이 전장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적장과의 전투에 뛰어들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