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43
분신으로 절대무신 43화
16장. 전생
첫눈에 알아보았다.
그녀였다.
“그럼 부탁합니다.”
“늦어도 열흘 안에는 도착할 것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틀 전.
오광현에서 열렸던 남오대전에 그 또한 있었던 모양일까?
표사는 한눈에 장일을 알아보고는 그저 영광이라는 얼굴로 장일이 내어준 서신을 받아들였다.
후기지수라면야 들떠 하였을지도 모르지만, 장일은 표사의 그런 태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분신을 통해 이미 이런 시선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자칫 오만하다 오해를 부를 수도 있는 일이지만, 이미 남오대전에서 그가 보여준 것을 생각한다면 그 누구도 그를 오만하다 여길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이미 자신의 실력을 증명한 바이니, 강호인이라면 그의 당당함에 흠모의 눈길을 보일 수밖에 없다.
강호인들만이 아니었다.
남오에서만큼은 그는 민간인들도 알아보는 유명인사였다.
혹시나 모를 위험을 뒤로한 채 몰려들었던 남오의 민간인만 수천 명에 달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저. 이건 주인 어르신께서 드리는 것입니다.”
“잘 먹겠다고 전해주시오.”
“꿀꺽……. 감사합니다.”
집으로 보낼 서신을 위해 표국을 들렀다 가볍게 배를 채우러 들어선 객잔에서 장일을 알아본 객잔의 주인은 혼자 먹기에는 너무도 벅찬 음식을 내어주었다.
대륙 내에서는 비싸기가 말로 할 수 없는 말린 해물 요리였는데, 그런 것을 공짜로 내어주었음에도 그를 받아준 것에 장일은 오히려 감사하다는 말을 듣고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익숙하다면 익숙할 일이었다.
수백 년 전 검존이던 당시에도 그가 길거리에 나오면 종종 이런 일을 겪기도 했으니 말이다.
장일은 담백하면서도 감칠맛이 남다른 해물 요리에 만족해하면서도 그의 머릿속은 그간의 일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남오대전에서 승리를 하여 얻은 것은 상당했다.
그간 천검문의 추락과 함께 저평가되었던 남오무림이 천검문과 함께 새로이 평가되었다.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는 것처럼, 이틀이 채 되지 않아 이미 남오 너머로 이 일들이 퍼질 대로 퍼진 상태였다.
이외에도 태산파에서 받은 물질적인 전리품도 대단한 수준이다.
먼저 태산파에 봉문되었던 노씨세가는 다시 그 봉문을 풀었고, 그들이 빼앗은 재산을 되찾았으며 그 외 배상금도 어마어마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죽은 이들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절망적인 상황 속에 다시 희망을 찾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만족했다.
이조차도 전리품 중 작은 부분에 불과했다.
그들이 전쟁을 위해 끌고 왔던 말과 식량 등등을 취했으며, 이를 넘어 남오와 가까운 지역인 오무도 남오 연합 아래로 들어섰다.
오무는 남오 지역에 비하면 개발이 덜 된 지역이었지만, 그 땅은 남오보다 넓어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상당했다.
애초 비무를 앞두고 내걸었던 조건은 아니었음에도 남오 연합이 이를 취할 수 있던 이유는 하나였다.
장일이 태산파의 문주 소구를 죽임으로써 그들의 구심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어느 세력이든 그렇겠지만, 구심점이 사라진 세력은 혼란이 이를 수밖에 없었다.
당시 임시 수장의 역할을 하던 장로는 이런 이치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태산파를 차지할 분쟁을 위해 이 오무를 남오 연합에 넘겼다.
어차피 헛된 힘만 쓰다 놓쳐버릴 것이라면 차라리 남오 연합에 넘겨 빠르게 뒷일을 도모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 오무를 넘겨받음으로써 남오 연합은 유지되었다.
오무가 그 세가 약하다고 하지만, 남오 연합 정도의 세가 아니면 그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남오 연합장인 백운의 발언이다.
“당시 태산파 문주 소구가 일으킨 그 검은 기류의 정체는 다름 아닌 혈교의 어둠의 신 율의 흔적입니다. 태산파 그들의 뒤에는 혈교가 있었습니다.”
“!!!!”
크게 놀라는 수장들에 백운은 그 증거의 신빙성을 받치기 위해 그간 조사했던 혈교가 현재 동 대륙에서 벌이고 있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동 대륙이라고 하지만 장일의 이야기가 8할이라 강나라와 오나라 두 나라가 주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차고도 넘쳤다.
“저희 남오 연합은 이 혈교와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정의맹에 손길을 내밀 생각입니다.”
“정의맹을 끌어들이겠다는 말입니까?”
말석이라지만 정파의 사대 세력 중 하나인 정의맹을 거론하자 사람들은 놀라면서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만한 명분이면 다른 사대 세력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운의 말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의맹이 시작입니다. 정말 혈마가 부활하게 되고 그로 인해 2차 혈마대전이 일어난다면 정파 세력들의 규합은 물론 사파와도 하나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으음. 그 정도란 말입니까?”
아무리 거대한 전쟁이었다지만 수백 년 전에 벌어졌던 혈마대전은 너무도 오래된 일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세력들은 소수에 불과했으니, 이들이 혈마에 대해 무지하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었다.
다행히 천검문은 혈마대전이 일어나던 시대부터 이어진 곳이었고, 검존을 숭상하면서 그 당시의 문헌도 잘 보존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백운은 단정하듯 말할 수 있었다.
“최소 그 정도입니다.”
“……믿기는 어렵지만 또한 안 믿을 수도 없겠구려.”
이미 태산파가 어떻게 세력을 넓히게 되었는지를 보았던 그들로서는 백운의 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정의맹에 보낼 이들을 뽑아야겠군요.”
그렇게 뽑힌 이들은 7명이었고, 그중 하나는 장일이 함께하게 되었다.
그간 혈교의 증거들을 모으고, 이번 남오대전의 공을 생각한다면 그가 뽑힌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의외라 할 수 있는 일은 그 7명 중 하나가 노씨세가의 사람이라는 점이다.
혈교를 배경으로 둔 태산파가 얼마나 악독하게 손을 썼는지를 알리기 위한 증인으로서 뽑은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 내면에는 노씨세가가 남오 연합에 자리 잡도록 하기 위한 백운의 배려가 있었다.
단순히 선심이 아니다.
백운은 이 일을 선례로 삼아 남오 연합의 결속력을 더욱 끌어올리려는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다.
현재 노씨세가의 직손(直孫)은 둘 뿐이었다.
일남일녀로, 이 중 사신으로 보낼 이는 노랑(粩朗)이라는 여인이었다.
긴 일정이 될 테니 본래라면 사내가 가야 함에도 그녀가 움직이게 된 것은 이제 노 씨의 장손이 된 노추심의 나이가 아직 10살에 불과해서다.
그렇다 보니 아비와 두 오라버니를 잃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녀는 이번 사신에 동행해야 했다.
-탁.
장일은 배가 어느 정도 차자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는 가볍게 내어준 차를 마시고는 다시금 잘 먹었다는 말과 함께 객잔을 나섰다.
장일은 문까지 배웅하는 주인을 뒤로 한 채 북쪽으로 길을 잡았다.
천검문이 있는 곳과는 반대 방향으로 그가 길을 가는 이유는 하나였다.
“노씨세가에서 준비를 끝냈는지 모르겠군.”
바로 이번에 사신으로 동원된 노랑이라는 여인을 데려가기 위해서다.
정의맹으로 가기로 한 날은 내일이었으나, 이른 시간에 출발할 것인 데다 그 이전에 서로 만나 앞으로의 일정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다.
본래라면 다른 이가 노씨세가를 방문하기로 했지만, 어차피 서신을 위해 근처로 나가야 했던 장일이 이 일을 자처했다.
사실상 이번 사신단의 수장 격인 장일이 나서는 것이 노씨세가의 체면을 더 세워주는 일이라 그가 발품을 팔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도착한 노씨세가는 확실히 남오의 명가였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장일은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이내 문을 두드렸다.
문지기는 없었으나, 마침 지나가는 무인이 있어 문을 열어주었다.
“아! 설마 신검(神劍) 대협께서 찾아오실 줄 몰랐습니다.”
무인은 대번에 장일을 알아보고는 이번 남오대전에서 붙은 그의 별호를 입에 담았다.
당시 그의 비무가 전설상의 신검을 다루기라도 하는 듯한 모습이라 붙은 별호였다.
실제로 장일의 검이 대단한 보검이라는 것을 알아본 이들의 부러움과 시기도 그 영향이 있었다.
물론 마지막 태산파 문주 소구와의 대전에서 장일은 그가 가진 게 검이 다가 아님을 증명했던 터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없다시피 했다.
장일은 자신을 보며 호들갑을 보이는 무인에게 물었다.
“준비는 다 되었습니까?”
“이제 거의 끝이 났습니다. 마침 가문에 좋은 차가 있습니다. 차라도 한잔하시면 기다리시는 게 어떠신지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장일이 그 제안을 받아들이자 무인은 오히려 더 감사히 반기며 그를 모셨다.
-후르릅.
과연 좋은 차라고 하더니 확실히 내온 차는 상품의 차였다.
아마 액운을 겪기 전에 가문에서 구했던 차였을 것이라 생각이 들자, 유독 차 맛이 씁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차 한 잔을 다 비웠을 때쯤.
기다렸던 이가 그를 찾아왔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노씨세가의 장녀 노랑이라고 합니다.”
“……아, 아닙니다. 그…… 장일이라고 합니다.”
유쾌하고 활발하다는 랑(朗)을 이름으로 쓰는 것과 달리 노랑은 어딘가 차가운 면이 있는 여인이었다.
그리고 이 모습은 본래 그녀의 모습을 아닐 것이다.
이번 일을 통해 강호가 얼마나 비정한지를 지독하게 겪어본 것이 그녀를 이처럼 변하게 했을 터였다.
-쪼로록.
장일의 잔이 비었음을 보고 잔을 채워주는 노랑의 모습에 장일의 눈이 크게 뒤흔들렸다.
-왜 그렇게 말하세요. 그렇지 않아요. 당신이 저의 남편이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저는 다시 당신과 함께하고 싶어요……. 당신도 그럴 건가요?
-정말요? 절대 그 약속 잊으면 안 돼요. 꼭 잊지 말아요.
-고마워요. 정말 당신이 나의 남편이어서…….
과거 장일은 그녀를 본 순간 첫눈에 반해 버렸다.
아름다운 외모도 그렇지만, 지고지순한 눈빛에서 어머니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그녀는 지고지순했던 어머니처럼 그를 대하였고, 그녀의 마지막 말들처럼 장일 또한 그녀의 남편이었다는 것에 더없이 고마웠고 행복했다.
“걱정하지 마시오. 나 또한 그대와 같은 마음이니. 혹시 당신이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고 해도 내가 당신을 알아보고 다가갈 테니 그러니, 그러니 걱정하지 마.”
그렇기에 마지막 숨결을 남겨두고 자신에게 바랐던 그녀의 유언에 장일은 그같이 확답했다.
그때의 약속 덕분일까?
장일은 과거 첫눈에 그녀를 보고 반해 버렸던 것처럼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지금 이 눈앞에 있는 이 노랑이라는 여인이 그녀라는 것을.
자신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사랑이라는 것을 장일은 알아볼 수 있었다.
‘그때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다행입니다.’
장일은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모른 채,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