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55
분신으로 절대무신 55화
장일이 인과율을 깨우친 것을 본 불왕은 더 이상 불법을 설파하지 않았다.
그럴 의미가 없음을 알아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장일은 겨우 사흘째에 금강부동신법의 성취를 9성까지 끌어 올렸다.
그리고 이틀이 지나자 술(術)의 부족함을 극복하며 끝내 10성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기함(氣陷 : 크게 놀라 넋을 잃음)할 일이었다.
대불사의 무공은 그 자체로 불법과 하나이다.
무공이라는 수단을 통해 고행하여 불법을 깨닫는 것으로, 이 중 금강부동신법의 난해함은 천수여래장에 비할 만했다.
그런 금강부동신법을 겨우 엿새 만에 완성한 것이다.
“아미타불!”
거짓말보다도 더 거짓 같은 일이라 불왕조차도 놀라 불호를 읊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일은 제자들을 위해서라도 숨겨야 할 일이겠구나!’
불성이 경지에 이른 불왕조차도 장일이 검존의 환생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리 놀라울 지경이다.
그에 반해 검존의 환생임을 모르는 대불사의 제자들이 이를 어찌 받아들일지는 뻔한 일이다.
장일에 대한 감탄보다는 허무함과 자괴감에 심중에 마(魔)를 품을지도 모른다.
하여 불왕은 이를 부탁했고, 장일 또한 그에 공감의 뜻을 보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 또한 검존이 인과율을 보지 않았더라면 아무리 장일이라고 한들 금강부동신법을 이리 쉬이 익힐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소성을 취하는 데에도 최소 몇 년을 각오해야 할 것인데, 하물며 대성을 하는 일이야 몇 배의 시간도 부족할 터이다.
이처럼 기연 아닌 기연 속에서 깨우친 금강부동신법은 그를 펼친 장일마저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형환위(移形換位)라니!”
그것은 강호 무림의 여러 전설 중 하나를 뜻했다.
시각으로 과정을 파악할 수 없이 사물이 이동한 현상을 뜻하는 것으로, 간략히 말해 시전자는 동시에 두 곳에 있는 듯한 착각을 만들어낸다.
뚜렷한 잔상을 남겨 상대로 하여금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금강부동신법은 바로 이 이형환위를 재현케 하였다.
부동으로 동을 제압하는 움직임이 이 같은 기현상을 만들어 보인 것이다.
“광목 선배의 움직임은 이 금강부동신법에서 비롯된 것이었구나!”
“그럴 것입니다. 천수여래장과 이 금강부동신법은 무리와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지요.”
“음! 이해가 됩니다.”
천 개의 손까지는 아니어도 일순간에 수십에서 백이 넘는 장을 퍼붓는 게 어찌 가능할까 했건만, 이 부동의 묘용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그 말은 이 부동의 묘용을 검에 녹여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장일은 이를 매화이십사수검법에 녹여낼 생각을 했다.
그것이 가능만 하다면 매화이십사수검법의 격은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다.
어디 그뿐일까? 살검이라는 이유로 익히기 어려웠던 부분을 이것으로 어느 정도 대체가 가능할 터였다.
장일이 불왕에게 불법의 가르침을 받았다면, 불왕 또한 장일에게 적지 않은 가르침을 받게 되었다.
혈교의 인물들과 싸우는 방법 이외 혈교의 첩자를 찾아내는 술법과 혈교가 하는 협잡질 등에 대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장일은 성사가 되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일 하나를 떠올리게 되었다.
“늦었는지 알 수 없으나, 가능만 하다면 광천교의 성녀를 확보해야 합니다.”
“성녀?”
성녀를 거론하는 장일에 불왕이 의아함을 드러냈다.
훗날을 대비해 혈마대전 당시의 기록들이 가능한 보관해 두었던 대불사였지만, 그 긴 전쟁을 모두 기록할 수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무림맹의 체계가 잡혔을 때 다소 늦었을 때라, 기록되지 않은 역사가 제법 많았다.
성녀에 대한 기록도 그중 하나다.
“어둠의 신 율의 신성을 받은 이가 혈마라면, 빛의 신 온의 신성을 받은 이는 성녀입니다. 그리고 이 둘은 결코, 양립할 수 없는 존재들이지요.”
광천교를 이끄는 교주라는 이가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광천교의 중심은 성녀였다.
오직 성녀만이 빛의 신의 신성을 받아 이적을 일으키기 때문인데, 다만 성녀가 세상에 나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성녀가 받은 신성의 대부분이 어둠의 신 율을 봉인하는 데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빛의 신 온과 어둠의 신 율이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존재라서다.
한쪽이 각성하면 한쪽이 봉인되니 성녀로서는 빛의 신 온의 존립을 위해서라도 어둠의 신 율을 막아설 수밖에 없다.
“과거 광천교를 세운 성녀가 말하길, 빛의 신 온과 어둠의 신의 목적이 같은 것과는 별개로 그 주체 또한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어째서입니까?”
“주체가 되지 못한 한 면은 다른 쪽에게 완전히 흡수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말하기를 그로써 진정한 세상을 지배할 존재로 거듭난다고 하더군요.”
“아미타불!”
불왕은 성녀의 그 말이 사실에 가까울 것이라 여겼다.
겨우 한쪽에 불과한 어둠의 신이 내세운 대리자마저도 어찌하기 어려워 천하가 뒤흔들렸다.
한데 최소 배는 더 격이 높을 어둠의 신이라면 그 영향은 남다를 것이 분명하다.
세상이 그의 손안에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일이었다.
“광천교를 세우는 것을 허락한 것은 이런 이유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긴 시간 동안 조용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군요.”
장일이 왜 성녀를 거론했는지 알게 된 불왕은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
“성녀가 아직 살아 있겠소이까?”
“혈마가 대외적으로 활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본다면 그럴 확률이 대단히 높습니다. 아마 지금쯤이면 자신을 따르는 수족들과 함께 도망치고 있겠지요.”
그리고 어둠의 신 쪽으로 기울어진 혈교의 교인들은 성녀를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을 것이다.
이는 그녀가 죽어야만 혈마가 완전히 부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녀가 어디로 도망쳤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인데, 그나마 다행이라면 떠오르는 곳이 몇 곳이 있습니다.”
그렇게 장일이 말한 곳은 모두 네 곳이었고, 이 중 장일이 한 곳을 맡기로 했다.
지금의 정의맹의 전력으로는 성녀와 접촉하는 과정이 쉽지 않아서다.
은밀히 쫓으면서도 성녀를 쫓는 혈교의 교인들을 상대할 전력을 갖추어야 했다. 당연히 소수로 움직여야 했는데, 그만한 인재가 정의맹에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불왕이 움직일 수 없는 노릇이었다.
성녀의 확보 이상으로 중요한 게 다른 정파의 세력들과 하나가 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 과정에서 불왕 정도의 인사가 아니라면 정의맹은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우니 그 시간이 길어질 건 뻔한 일이었다.
물론 성녀를 확실히 확보할 수 있다면 감수해 볼만 한 일이지만, 그 확률은 많아야 1할에 불과했다.
“아미타불.”
불왕은 장일의 결정에 불호를 읊조렸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난의 길을 자처해 떠나려는 그의 희생이 참으로 고귀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째서 불존께서 그리 평하셨는지 이제 이해가 됩니다.”
불왕은 사문에 남겨진 검존의 평을 떠올리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검존의 공명정대함은 능히 대협객으로 불리어도 무방하니, 정사를 막론하고 모든 강호인들이 그에게 존경을 표했다.
이른 새벽, 장일은 홀로 정의맹을 나섰다.
함께 온 일행들을 두고 떠나는 길이지만 이미 전날 불왕과 관련된 일을 행해야 한다면 일행들에게 말해 둔 바가 있었다.
그렇게 홀가분하다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씁쓸히 정의맹을 나서려는 그를 누군가 찾았다.
“은공!”
노랑이었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는지 초췌한 낯빛을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장일이 놀라 서둘러 다가갔다.
“이 시간에 이곳에서 무슨 일입니까?”
“그게…… 이걸 전해 드리려고요.”
그러며 그녀가 건넨 것은 다름 아닌 두봉(斗篷)이었다.
두봉은 소매가 없는 겉옷으로 바람을 막는 데 쓰이는 주로 쓰인다.
몸 전체를 감싸기 때문에 추위를 물리는 데에도 도움이 되어 지금 같은 날씨에 필수품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월합벽을 이룬 뒤 한서가 침범치 않게 된 장일에게는 그리 필요 없는 물건이었다.
하여 그를 챙기지 않은 것인데, 그 사정을 모르는 노랑은 이를 만드느라 밤을 새운 모양이다.
장일은 그녀가 건넨 두봉에 저도 모르게 크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가 자신에게 마음을 열었음을 이를 통해 알았기 때문이다.
“참으로 고맙소. 내 잘 입겠소이다.”
그러며 바로 두봉을 걸치고는 물었다.
“어떻게 잘 어울립니까?”
“네. 잘 어울려요.”
아닌 게 아니라 짙은 남색의 두봉을 거치니 장일하고 썩 잘 어울렸다.
“다음에 다시 뵐 때에는 꼭 보답을 하리다.”
“무언가를 바라서 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지 마시어요.”
“하하하. 그걸 어찌 모르겠습니다. 그저 제 마음이 그리 움직여 그런 생각이 든 것일 뿐입니다.”
그 말에 노랑의 얼굴에 도홧빛이 일었다.
안 그래도 피어나는 꽃 같은 미모에 도홧빛이 이르니 쉬이 눈을 떼기 어려울 지경이다.
장일 또한 그와 같은지라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 어렵게 발걸음을 떼어냈다.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노랑의 눈길이 쉬이 가실지 않는다.
정의맹을 나선 장일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혈교의 주거지라 할 수 있는 북부 대륙이었다.
그중에서도 문 나라로 향했는데, 이 문 나라는 북부 대륙에서도 중앙에 위치한 곳이라 그 갈 길이 상당히 멀었다.
“그래도 뱃길이 있어 다행이구나.”
아마 그렇지 않았다면 북부 대륙에 발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열흘을 잡아먹었을 것이다.
그렇게 장일은 북부 대륙의 외곽에 위치한 우 나라에 발을 들일 수 있었고, 그곳에 이르자 자연스럽게 혈교의 소문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진 나라의 왕이 혈교를 국교로 삼았다라.”
진 나라는 북부 대륙에서 가장 강세한 나라였다. 아스란 사막 너머의 서역과 물자 교류가 활발했으며, 이민족들과 항시 마주하다 보니 군의 세력이 강맹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영향 때문인지 강호 무림인들도 대부분 거센 면이 있었다.
혈교의 무인들 이외에 이곳에 자리 잡은 세는 사파가 주였는데, 아무래도 서역 물자 교류에서 얻어지는 이득을 노리다 보니 자연히 그리 굳어졌다.
“혈교가 국교가 된 것도 무리가 아니구나.”
변방의 사파인들에게 있어 혈교가 주는 이득은 쉬이 거절하기 어려울 일이다.
그나마 저항할 강호인들이 그처럼 아래로 들어서니, 진 나라가 국교가 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진 나라를 바탕으로 북부 대륙을 공략할 생각인가 보구나.”
그리고 그 과정은 생각보다 큰 힘이 들지 않을 것이다.
혈교는 여전히 대외적으로 광천교를 내세우고 있어 북부 사람들에게 이미 익숙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나라를 정복하는 것이 아닌 한 국가의 국교로 만드는 것이 주된 이유였으니, 전쟁이 난다고 한들 크게 번질 리도 없었다.
그나마 저항 세력이라면 강호의 세력 정도였다.
이 중 뿌리가 깊은 도가의 세력이 중심이 될 것이었으나, 그도 얼마 버티지 못할 터다.
광천교를 내세웠다고 그 본질은 혈교이니 그들이 피를 보는 것을 두려워할 리 없기 때문이다.
아마 학살과도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니, 살고자 한다면 혈교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