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59
분신으로 절대무신 59화
어둠의 신 율은 열 개의 재앙을 다룬다.
오행(五行 : 금, 수, 목, 화, 토)과 사악(四惡 : 살생(殺生)·투도(偸盜)·사음(邪淫)·망어(妄語)) 그리고 모든 걸 삼키는 검은 피다.
혈교의 십왕은 이 재앙을 주관하는 이들을 말한다.
이들 십왕의 순위는 혈왕, 살왕, 색왕, 투왕, 망왕, 금왕, 수왕, 목왕, 화왕, 토왕 순이며 이 중 일왕인 혈왕이 바로 혈마였다.
이 점을 생각한다면 그와 같은 십왕인 이들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짐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위험을 뼈저리게 느낀 이 중 하나가 바로 장일이었다.
혈교의 아홉 번째 왕이며 화왕인 그와 처음 대면했을 때 장일은 검존 인생의 최악의 순간을 마주했다.
그를 따라 무림맹에 입맹한 그의 동생과 같은 두 사질과 제자들처럼 가르쳤던 그의 직속 부대가 화왕 그 일인에 의해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이라 할지 이런 이들의 희생 끝에 그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반드시 복수하리라.”
절망 속에 허우적거릴 여유 따위는 그에게 없었다.
그러기 위해서 장일은 더 나아가야 할 방법을 찾았고 그 과정에서 10성을 이루었던 매화이십사수검법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를 가지게 되었다.
“나만의 매화일검을 얻어야 한다.”
그는 그리 생각했고, 이후 검에 미쳐 살았다.
자신의 생사를 도외시하며 숱한 전장을 뛰어들었고, 그렇게 3년이 지나 마침내 자신만의 매화일검을 손에 넣게 되었다.
검왕이라는 별호를 넘어 검존이라 불리게 된 것은 이때쯤이었다.
그로써 그는 재앙 그 자체였던 혈교의 십왕에게 도전할 자격을 갖추게 되었지만, 불행히도 그의 복수행은 성사되지 못했다.
당시 사파제일인으로서 불존과 천하제일 자리를 다투었던 사존이 화왕을 죽였기 때문이다.
그 소식에 장일은 비통했으나 사실 이는 그에게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자신만의 매화이십사수검법을 다루게 되었다지만, 그것으로 화왕을 죽일 확률은 대단히 낮았기 때문이다.
화왕이 다루는 힘이 장일에 비해 뛰어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상성이 좋지 않았다.
칼을 다루는 장일은 오행으로 치면 금(金)인데, 화(火)는 이런 금과 상극의 성향을 지녔다.
비슷한 수준이어도 어려울 것인데, 그처럼 차이가 나니 아무리 잘 봐주어도 그가 이길 확률은 1할을 넘기 어려웠다.
장일이 그를 모를 리 없었으나, 그런데도 그가 복수행을 나서고자 한 것은 그것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3년 전 당시 내가 그를 죽일 확률은 고려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데 1할이다. 그만하면 충분하고도 남는다.”
진족들이 자신의 목숨을 도외시하고 전장에 뛰어들던 심정 그대로 당시 장일이 그러했다.
동귀어진이라도 노리려던 것으로, 이는 실패하더라도 팔 하나를 가져간다는 이야기였다.
그랬던 장일이었으니 화왕의 제자로부터 그의 기운을 느낀 순간 그리 분기를 토해내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물론 수백 년 전의 화왕에게 당한 복수심을 지금의 화왕에게 푼다는 것이 이상하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광천교를 연 성녀에게 혈교에 대해 들었던 장일에게 있어 이들 십왕만큼은 그 상식이 통용되지 않았다.
“혈마를 만났으니 알겠지만 다른 십왕 또한 율의 권능을 이어받은 만큼 이들 또한 율의 대리자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율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그들 또한 세상에 돌아오겠지요.”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였으나,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 일이기도 했다.
혈마가 고금제일을 논할 만큼 터무니없어서 그렇지, 다른 십왕들 또한 능히 그 시대의 천하제일인을 논할 정도의 괴물들이었다.
그런 자들이 갑자기 동시대에 나타났다.
아무리 어둠의 신 율에게 영혼을 바쳐 힘을 얻는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바, 이는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 말하자면 이들은 그때와 다르지 않은 율의 대리자들인 것이다.
장일이 그때의 화왕과 지금의 화왕을 동일시하는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다만, 확실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과연 이들이 그때의 기억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이 부분은 성녀 또한 답을 하지 못했고, 당시 장일도 이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혈교가 부활되는 것을 본 장일로서는 이에 대해 크게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혈교를 이끌어가는 십왕이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배는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할 테니 말이다.
잠시 과거를 떠올리던 장일은 이내 고개를 털었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중요한 것은 어리석게 홀로 뛰어든 화왕의 제자의 죽음으로 인해 혼란을 마주하게 될 저들을 치는 일이었다.
화왕의 제자 강상을 잡는 데 필요 이상의 기운을 쏟아냈던 터라, 그 피로감이 상당했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시기를 놓쳐서도 안 되었다.
“진족들이 어디까지 버텨줄지.”
아무리 마약에 취해 힘을 내고 있다고 하지만, 한계는 있기는 마련이었다.
어쩌면 이번 전장이 이들의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던 장일은 강상이 썼던 칼을 챙겨 들었다.
“나쁘지 않군.”
무기의 무인이자 화왕의 제자답게 그 사용하는 검은 제법 급이 높았다.
신검까지는 아니어도 명검 중에서도 최상위에 있는 검이라, 돈을 준다고 해서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과거였다면 이 검은 바로 폐기가 되었을 것이다.
혈교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자들일수록 그들이 다루는 무기에는 적잖게 어둠의 기운에 오염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상의 칼은 마검의 징조가 보이고 있었으니, 사실 폐기하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이미 그와 비교도 안 되는 마검이던 청강검을 정화한 적이 있던 장일에게는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비록 그와 싸우느라 미약하게 이가 나가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얼마든지 수리가 가능했다.
그렇게 챙긴 혈교의 칼이 벌써 다섯 자루니, 이만하면 나름 부수입으로서 나쁘지 않은 결과다.
그렇게 강상의 칼을 챙겨 든 장일은 진족들에게 돌아갔다.
-와아아아!
그의 등장에 크게 고양된 모습을 보이는 진족들을 보며 장일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마약의 성분 때문인지 사기가 크게 오른 이들이라면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제 우리들은 이 전쟁을 끝낼 것이다!”
“와아아! 카오사! 카오사!”
전쟁의 마지막을 향해 뛰어들겠다는 발언이라 진족들은 광기를 보이며 카오사를 외치며 장일을 뒤따랐다.
이때부터는 속도전이라, 장일은 그야말로 휘몰아치듯이 적들을 내려쳤다.
이 때문에 기습의 이점이 일부 사라졌고, 그에 진족들 사이에서도 사상자가 수십이나 났지만 결과는 훌륭했다.
덕분에 효시를 따라 올라가던 혈교의 무리 두 곳을 쳐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는 장일도 크게 지쳤으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강상이 불러들인 저들을 모두 잡는 데 성공한다면 화왕이 끌고 온 세력은 손발을 잃는 꼴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전력의 차는 대략적으로 다섯 배. 하지만 해볼 만하다.”
아니, 반드시 이겨야 했다.
이번 전투에서 승리한다면 이곳 일대에 펼친 화왕의 팔다리를 잘라 버리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성녀 일행들의 운신을 크게 만들 것이라, 그만큼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베어야 할 자는 아홉. 그중 둘은 초절정이다.”
장일이 그들을 얼마나 빨리 처리하느냐에 따라 승패는 갈라진다.
이들을 처리해야만 진족의 가장 큰 무기라 할 수 있는 활이 빛을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 장일의 상태였다.
그나마도 구음진경이라는 희대의 심법을 다루었으며, 경험을 통해 노련하게 자신의 전력을 분배한 덕분에 이처럼 연속으로 전장을 뛰어들었음에도 버틴 것이다.
최소 한나절 이상은 쉬어야 할 만큼 장일의 상태는 엉망이었다.
이 때문에 장일은 본신의 6할 정도의 무위를 발휘하는 게 한계였다. 물론 작정한다면 7할 이상도 가능하지만, 이때는 적잖은 내상을 각오해야 했다.
화왕이라는 적을 앞두고 있는 그로서는 달가울 일이 아니었다.
장일은 여러 변수를 머릿속으로 그리다 이내 마지막 일전에 뛰어들었다.
곧, 산 전체에서 피비린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대호 연합이라는 곳이 움직인 것 같다고?”
“그렇습니다. 강 무기께서 그들을 우선적으로 처리하시겠다고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이 소식을 조금이라도 일찍 전하기 위해 얼굴이 하얗게 질릴 만큼 달려온 백기는 불안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화왕이 강 무기와 같이 화를 낸다면 자신은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할 것임을 알아서다.
“빨리 처리하고 복귀하라고 전해라.”
“알겠습니다.”
다행히도 화왕은 노기를 보이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성녀였고, 그녀를 잡는 일은 현재 코앞까지 진행된 상태였다.
그들이 숨어 있던 비처를 찾았고, 그 비처를 벗어난 지 얼마 안 되었다는 것을 알았던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들을 포위하기 위해 데려온 혈교의 제자들은 그 쓰임을 절반은 한 셈이다.
그러니 남은 절반 정도야 제자가 대호 연합이라는 곳을 친 뒤 알아서 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 것보다 그의 관심사는 다른 곳에 있었다.
“이번 대의 수호검이 제법이구나.”
마검이라 불리며 정파의 검왕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그의 명성은 결코 과한 것이 아니었다.
비록 수호대와 함께라지만, 그는 벌써 두 차례나 화왕의 마수에서 벗어났다.
마검은 화왕에게 제법 훌륭한 유흥거리였다.
이는 그가 율의 권능 아래 부활하였지만, 그 기억은 온전치 못한 것과 관련 있었다.
대부분의 기억이 안개 아래에 놓인 것처럼 뿌옇게 일었는데, 사실 그의 성향을 생각한다면 문제 될 일은 아니었다.
다만 그럼에도 아쉬운 점이라면 화마의 기운을 노련하게 다루었던 기억이다.
그리고 이 부분은 마검을 상대함으로써 빠르게 복원되고 있었다.
과거에 비해 벌써 7할가량을 되찾을 정도였으니 앞으로 한두 번만 더 겨루면 본래의 기량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마검 입장에서는 암울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의 입장에서 본다면 화왕은 싸울수록 강해져 가는 것처럼 보일 테니 말이다.
“유흥도 좋지만, 성녀를 잡는 게 우선이지. 그년 때문에 다른 왕들의 부활이 지체되고 있으니.”
현재 혈교에서 완전히 부활한 왕들은 화왕과 같은 오행을 주관하는 다섯 왕이다.
이 외 일왕인 혈왕은 부활의 대계도 열지 못한 상태였고, 사악을 주관하는 네 명의 왕은 힘만 얻은 반쪽에 불과했다.
5년 전 성녀가 죽었다면 이미 모두 부활하였을 일이다.
그러니 아무리 제멋대로인 화왕이라지만 더는 수호검을 상대로 여흥을 즐길 수는 없는 일이다.
“본래라면 오늘 내에 끝내야 했겠지만, 별수 없지.”
생각지 못한 변수를 생각한다면 아무래도 하루는 더 지나야 그놈들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일은 화왕의 예상대로 흘러갔다.
그는 한 차례 마검이 이끄는 수호대와 싸웠고, 마검은 그곳에서 절반의 수호대원을 잃었다.
이제 남겨진 수호대는 마검을 포함해 다섯밖에 남지 않았다.
그 말은 다시 화왕과 마주칠 일이 생기면 더는 도망칠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이야기였다.
-우적우적.
암울한 앞날 속에서 마검과 수호대원들은 저마다 광천단을 씹어 먹으며 회복에 들어갔다.
광천단은 빛의 신 온의 힘이 깃든 내상단인 만큼 그 효능은 매우 놀라웠다.
이것이 아니었다면 성녀 일행들은 오래전에 혈교의 손아귀에 붙잡혔을 것이다.
화왕과 최전선에서 싸워야 했던 마검은 무려 세 알이나 취해야 했고, 그럼에도 5할가량의 무위를 되찾는 게 고작이었다.
절망적이라 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광천단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도망쳐 온 게 신기할 정도로 그의 상태는 처참했다.
당장 죽는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정도로 큰 내상을 입은 상태였는데, 그 상태를 이렇게까지 복구했다는 점에서 광천단이 얼마나 대단한 귀물인지 알 수 있다.
이처럼 전의를 상실케 하는 상황에 놓였으나, 마검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철혈과도 같은 성정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지난밤 성녀의 예지를 믿어서다.
바로 그들의 고난이 절정에 이를 때 만나게 될 것이라는 존재에 대한 예지를 말함이다.
그러니 지금의 이 절망적인 상황은 그 예지에 다다르고 있는 것을 말함이다.
“온의 말씀을 믿을 따름입니다.”
그 예지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라도 그는 쉬지 않고 움직여야 했다.
그는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기 무섭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길고 긴 밤을 마주하게 되었다.
“아깝기는 하지만.”
전쟁은 승리했으나, 그 과정은 장일에게 그리 달가운 것은 아니었다.
생각보다 적들의 전력과 저항이 완강했으며, 마약의 부작용 때문인지 진족들의 기량은 빠르게 떨어져 가고 있었다.
결국, 장일은 내기를 무리하게 끌어 올려야 했다.
그 과정에서 장일은 자잘한 내상만 다섯 개를 입었고, 제법 심각한 내상도 맞이하게 되었다.
전력의 6할이 한계였던 상황에서 8할까지 끌어 올리다 보니 생긴 일이었다.
화왕을 쫓아 그를 잡아야 하는 그에게서는 제법 골치 아픈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그에게는 이를 타파할 기물이 있었다.
그에게는 아직 사용처를 정하지 않은 대환단 2알이 있었고, 장일은 그중 하나를 취하기로 한 것이다.
고작 내상을 치료하는 데 쓰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기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아까워 이곳까지 온 목적을 이루지 않는 것은 멍청한 짓이었으니, 장일은 망설임 없이 이를 취했다.
과연 대환단이라 할까?
한 갑자에 달하던 기운 중 장일이 취한 것은 겨우 10년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그의 육신은 한 달을 정양한 것처럼 완전히 회복되었다.
바닥을 찍었던 내기가 완전히 채워진 것은 물론 그 입은 내상들이 모두 회복한 것이다.
이미 그때는 밤이었지만, 장일은 망설임 없이 몸을 일으켰다.
혈교의 교인 몇을 고문한 결과 화왕이 성녀 일행의 꼬리를 잡은 모양새인 듯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지체할 여유는 그에게 없었다.
문제는 비처를 벗어난 성녀를 찾는 일인데, 그 또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화왕의 흔적을 쫓는다.”
그 거친 성정의 화왕이라면 곳곳에 흔적이 남을 터, 그를 쫓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장일은 예상대로 얼마 가지 않아 화왕의 흔적을 찾았고, 새벽녘이 동이 틀 때쯤 그는 그토록 찾았던 성녀와 조우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