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63
분신으로 절대무신 63화
24장. 세 번째
개왕은 그렇게 모인 개방의 사람들 중에서도 특이한 이력이 있는 자였다.
그 출신부터가 남달랐다.
남 부러울 것 없는 왕가의 자식으로 태어났음에도 그는 모든 걸 내려놓고 도를 좇고자 했다.
그리고 끝내 무소유의 도에 심취하였고, 그 결과 개방에 입문한 것이다.
왕에 오를 수 있었음에도 스스로 가장 비천한 거지가 된 것이니 이 하나만 두고 보아도 그가 얼마나 놀라운 기인인지 알 수 있으리라.
하지만 정말 대단한 것은 그런 무소유의 도를 좇아 개방에 발을 들인 그가 이룬 일이었다.
천하제일방으로 이루게 한 개방의 정보 조직을 만든 데 그가 결정적인 일을 한 것이다.
그리고 벌어들인 막대한 돈으로 천하에 산재한 나약한 거지들을 거두어들이게 하니, 감히 개왕이라 부르지 않을 수 없다.
이리 보면 그가 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숙명이었는지도 모른다.
대단한 것은 그가 무공에서도 대단한 재능을 보였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개방의 무공에 뛰어난 성취를 보였는데, 그 결과 불왕과 함께 십육천 중 오왕의 한 자리를 차지하였다.
이를 보면 정말로 무소유의 도를 그가 깨우쳤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개왕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사실상 영웅맹의 절반을 끌어들이는 것과도 같았다.
지금의 영웅맹의 명성의 절반 이상은 그 개방이 다루는 세와 정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니 말이다.
다만 워낙 바람 같은 이라 그를 좀체 만나기 어려웠는데, 이번에 확실한 정보가 들어오자 불왕이 나선 것이다.
“개왕이라. 한번 만나보고 싶기는 하구나.”
오왕의 한 자리를 다투는 개왕의 무공은 천하에 그 궤를 달리한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하는 말이었다.
어찌 되었든 이런 상황이었으니, 끝내 불왕을 만나지 못했다고 하여 아쉬워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짐을 모두 챙기고 떠나려고 하던 때, 성녀가 그를 찾아왔다.
“이른 시간에 가시는군요.”
“바쁘신데 이리 찾아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다른 분도 아니고 은공이 가시는데 어찌 안 찾아올 수 있겠습니까?”
그리 말하며 환하게 미소를 지어 보이는 성녀의 모습은 참으로 아찔하기까지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장일도 움찔할 정도였으니, 아마 다른 이들이 있었다면 대번에 마음을 빼앗겼을 것이다.
그러고는 별것 아니라는 듯 소매에서 작은 무언가를 꺼내어 그에게 주었다.
열쇠였다.
그것도 대단히 복잡한 기관을 다루는 듯한 열쇠라, 장일은 얼떨결에 그를 받으면서도 의아함을 숨기지 못했다.
“이것은 무엇입니까?”
“저희 광천교에서 대대로 율의 부활을 대비해 준비했던 것 중 하나입니다. 아마도 작게나마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성녀는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으나, 장일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것이 천하에서도 짝을 찾기 힘든 곳이라는 것을 말이다.
“거절하기가 어렵군요.”
하루빨리 성장을 꿈꾸던 장일로서는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에 성녀는 그 사실에 더욱 기뻐하더니 그 열쇠를 사용할 수 있는 비처가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마침 동부 대륙에 터를 잡고 계신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고나라 칠악산에 있는 일곱 봉우리 중 네 번째 봉우리에 그 기관이 숨겨져 있습니다. 거기까지 가시면 열쇠가 숨겨진 길을 알려줄 것입니다.”
열쇠가 숨겨진 길을 알려준다는 성녀의 말은 기이한 것이었으나, 장일은 이에 대해 의문을 보이지 않은 채 그를 받아들였다.
열쇠에서 아주 미약하나마 주술의 성질이 가미되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고나라라? 멀지 않은 곳이라 다행이구나.”
고나라는 장일의 고국 강나라와 이웃한 곳에 위치한 작은 나라였다.
그렇다고 도시 국가처럼 소국가는 아니었다.
중견 규모의 국가로 강나라와 전쟁을 벌였던 이나라에 사대하며 나라를 유지하는 곳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강나라와 사이가 나쁜 곳도 아니었는데,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군사를 동원해 싸운 적이 없다시피 해서다.
생각지 못한 선물을 받게 된 장일은 나름의 기대를 품은 채, 정의맹을 나섰다.
다시금 홀로 천하를 주유하게 되었으니, 쓸쓸할 만도 할 것이련만 본래 이런 경험이 많았던 탓인지 그 어디에도 쓸쓸함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우려 어린 모습이 보였는데, 이는 성녀가 떠나기 전에 꺼낸 말 때문이었다.
“어쩌면 이번에 부활하게 될 혈마는 전보다 더 무서울지 모릅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당시의 성녀가 남긴 기록에 의하면 과거 혈마는 제대로 된 부활의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고 하였습니다. 어쩌면 십왕 중 혈마가 지금까지도 깨어나지 않은 것은 단순히 저 때문이 아닌 그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일지도 모릅니다.”
“믿고 싶지 않은 일이군요.”
그때에도 인간이라는 경계를 훌쩍 뛰어넘은 모습을 보였다.
반신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자이건만, 거기서 더 나아간다니 장일로서는 상상이 가지 않았다.
겨우 상대할 방도를 찾았다고 좋아했던 장일이었기에 그 실망은 더욱 컸다.
하지만 성녀의 우려는 그게 다가 아니었다.
“혈마가 완전히 부활하게 되면 십왕도 그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때가 되면 과거의 화왕을 생각하며 상대하시면 안 됩니다.”
“하아. 알겠습니다.”
장일의 얼굴은 눈에 띄게 어두웠다.
과거보다 상황이 더 나아졌다고 생각했건만 그것이 아니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성녀와의 대화를 떠올리던 장일은 얼굴을 굳혔다.
“망설였던 것조차 사치이던가?”
장일은 뜻 모를 말을 중얼거리다, 이내 그 걸음을 서둘렀다.
* * *
세 번째 죽음은 타의로 인해 죽음을 마주했던 첫 번째와 두 번째 죽음과 달랐다.
나는 스스로를 베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세 번째 권능의 발현은 이전과는 달랐다.
“그럼 부탁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동부 대륙으로 가는 배에 오르기 전, 장일은 고급 객점을 찾아 장군이와 자신의 짐을 맡겼다.
중부 대륙으로 오기 전과 달리 그의 짐은 상당했다.
정의맹에서 그에게 따로 준 재화도 적잖아 있었지만, 그 외에도 그가 여손에서 빼앗은 혈교의 검들만 열 한 자루였기 때문이다.
장일은 그중 상품 이상의 명검 세 자루를 따로 챙기고는 다른 짐들을 모두 이 객점에 맡겼다.
-이히힝!
다시 주인과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았던지 장군이가 투덜거리자, 장일은 그런 장군이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닷새 안에는 일이 끝나겠지.”
중부 대륙으로 가는 배가 닷새 안에 온다고 하니 장일로서는 계획했던 일을 그 안에 끝내야 했다.
그렇게 객점을 나선 장일은 외진 곳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그가 바라는 장소는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곳이었다.
그러면서도 짐승 따위도 쉬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어야 했는데, 운 좋게도 그리 공을 들이지 않았음에도 그 조건에 맞는 장소를 찾게 되었다.
바로 산속 외곽에 있는 버려진 작은 도관으로, 오랫동안 사람 발길이 닿지 않았던지 천장 일부는 이미 오래전에 무너져 내려 있었다.
사방의 벽 또한 군데군데 부서졌으니, 겨우 바람을 피할 정도다.
하지만 동굴 정도를 생각했던 장일로서는 이만하면 만족한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도관에 자리를 잡은 장일이 중얼거렸다.
“설정창.”
-사용자 : 장일
존재감 : 0.9
권능 : 분신(分身)★★☆☆☆☆☆☆☆☆
현실 조작 : 0
카르마 : 22
그렇게 드러난 설정창을 잠시 바라보던 장일은 이내 카르마 포인트를 다시 존재감에 부여하기 시작했다.
5포인트를 투자했음에도 0.9에서 더 이상 변화가 없었던 존재감을 1로 끌어 올리기로 결심한 것이다.
존재감에 변화가 이른 것은 장일이 카르마 포인트를 5를 올렸을 때였다.
0.9에서 1로 가는데 카르마 포인트가 무려 10포인트나 소모된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장일은 자신의 생각보다 적은 수치라 여겼다.
그렇게 존재감이 1이 되었음에도 장일은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그와 달리 그가 개방한 설정창은 달랐다.
-사용자 : 장일
존재감 : 1.0
권능 : 분신(分身)★★★☆☆☆☆☆☆☆
현실 조작 : 0
카르마 : 17
그의 권능 분신이 3성으로 성장한 것이다.
예상은 했지만 확신을 할 수 없었던 터라, 우려했는데 다행히 분신이 성장하자 장일은 이를 순수히 기뻐했다.
이후에 장일은 혹시나 싶어 정복 확장을 통해 그 변화된 분신의 성장에 대해 알아보고자 했으나 아쉽게도 그가 원하는 정보를 얻지는 못했다.
알게 된 것이라면 그저 그의 권능 분신에 대한 제재가 완화되었다는 정도였다.
사실 이 부분이 중요한 것이었지만, 이때만 해도 장일은 알지 못했다.
-스르릉.
그렇게 권능을 3성으로 올린 뒤에야 장일은 자신의 검을 뽑았다.
-팅!
적잖게 많은 짐을 내려놓지도 않은 채 검을 뽑아 든 장일은 이내 검을 뚫린 천장 위로 던졌고, 이후 눈을 감았다.
-푸우우욱!
이내 섬뜩한 소리가 일었고, 그렇게 장일은 세 번째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자살(自殺)을 한 장일이 정신을 차린 것은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뒤였다.
그렇게 정신을 차린 장일을 맞이한 것은 다름 아닌 또 다른 그의 시신이었다.
청강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정수리에서부터 척추까지 완전히 박혀 버려서인지, 그의 시신은 이틀이 지난 지금도 꼿꼿하게 서 있었다.
“이건 적응이 되지 않는군.”
이번으로 자신의 시신을 세 번째 보게 되는 것이었지만, 그때마다 그 모습이 달라서인지 아니면 너무도 이질적이라서인지 몰라도 장일은 그 이질감에 고개를 저어댔다.
-쑤우욱!
그러나 그도 잠시, 장일은 이내 시신에 박힌 청강검을 뽑아 들었다.
-쿠웅!
그제야 시신은 무너졌는데, 장일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 자신의 시신이 가지고 있던 물품들을 꼼꼼히 챙기기 시작했다.
-화르륵!
그 뒤에야 준비한 기름을 뿌려 자신의 시신을 태운 장일은 그 뒤에야 자신이 이번에 얻은 수확물들을 만족스럽게 바라보았다.
“청강검이 두 자루라니.”
한 자루만 나타나도 피바람이 부는 신검을 한 자루 더 손에 넣었다는 것은 이번 수확물 중 가장 큰 성과일 것이다.
그리고 그 신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상당한 가치를 지닌 최상급 명검 한 자루와 상급 명검 두 자루가 더 얻은 것도 엄청난 일이었다.
이 외에도 이런 날을 대비해 일부러 전장의 돈으로 바꾸지 않았던 자금 또한 두 배로 늘어났다.
이로써 금괴만 10개가 된 것이니 이만하면 큰 도시에서도 거부라 자부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런 돈보다 장일의 시선을 빼앗은 것은 역시나 대환단이었다.
다섯 개였던 대환단이 열 개가 된 것인데, 이는 구음진경의 성취를 끌어 올리려는 장일에게 있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차아악! 화르르륵!
그렇게 자신의 짐을 모두 챙긴 뒤에야 장일은 자신의 시신에 준비한 기름을 뿌리고 화장했다.
이번으로 자신의 시신을 화장하게 된 게 두 번째라서인지 처음과는 달리 그는 능숙하게 일을 처리했다.
마지막 남은 잔재마저도 땅에 꼼꼼하게 묻은 그는 그 뒤에야 산을 내려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