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71
분신으로 절대무신 71화
27장. 천살성
“혈교의 신언과 비슷하다.”
신언을 읊는 것만으로도 내면적 무의식을 끌어내던 혈교의 무공처럼 도경 또한 그러했다.
이 도경을 읊는 것만으로도 내기가 쌓였다.
또한, 신언을 깨우칠수록 그 성과가 높아지는 것처럼 도경 또한 그 안에 담긴 도의 가르침을 깨우칠수록 그 성과가 높아졌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역시나 그 방향성이다.
혈교의 신언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그 신의 종속된다.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이 혈교의 십왕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들은 사실상 율의 완전히 종속된 대리자들이라 할 수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혈마는 율의 신령을 받을 수 있는 그릇이다.
그것은 성녀 또한 같아, 온의 이적을 행하는 도구나 다름없다.
그에 반해 도경이 바라는 방향은 달랐다.
인간의 틀을 대신할 원영신을 만들고자 한 것으로, 이를 통해 신선이 되는 것이다.
다만 그런데도 이 둘 중 무엇이 우위냐고 한다면 쉽사리 말하기 어렵다.
도구나 그릇 따위로 말하기는 했지만, 달리 말하자면 혈마는 그 자신이 믿는 신 율을 받아들이는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도가에서 원영신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나, 혈마가 율을 받아들일 그릇이 된다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다.
장일이 과거 혈마를 상대하면서 반신과 같다고 느낀 바가 있었는데, 이는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니 장일이 이 도경에 시선이 간 것이다.
그것을 다르게 말한다면 도경을 온전히 깨우쳐 원영신이라는 것을 만들 수 있다면 홀로도 혈마를 상대한다는 게 가능하다는 이야기였으니.
물론 그 길이 쉬울 리가 없었다.
그게 쉬웠다면 신선이 민간의 전설처럼 내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해볼 만하다.”
자만 따위가 아니었다.
이미 그는 분신을 통해 무위(無爲)를 깨우쳤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끝에 이르지는 못했어도 그 끝이 보이는 위치에 올라선 셈이다.
무엇보다 장일을 기대하게 하는 것은 이 도경을 통해 그의 구음진경이 좀 더 완성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원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양신이라는 수행을 해야 하는데, 이는 기를 융합해 하나의 생명체를 이루게 하는 작업이라서다.
장일은 이것이 구음진경의 구음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 여겼다.
물론, 인간이 허락한 힘이 아니니 여기서 더 나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나 반 발자국만이 나아갈 수 있다면 수련해 볼 법했다.
장일은 잠시 도경을 살피다, 이후에야 천둔검법에 시선을 돌렸다.
천둔검법을 음미하듯이 읽던 장일은 어느 순간 그에 빠져들었고, 반나절이 지난 뒤에야 깊은 탄성을 흘리며 책자에서 눈을 떼었다.
“음! 이 또한 인과를 다루고 있구나!”
다만 인과 자체를 끊어버리려 하던 불가와는 달랐다.
무위자연을 지향하는 도가답게 그 인과를 베기보다는 그를 다루고자 했다.
검법의 이름이 천둔인 것은 일부나마 인과의 그물의 주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어 하늘도 어쩌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라서다.
‘어쩌면 이것이 무검의 끝일지도.’
장일은 그리 생각하며 천둔술에 시선을 이어갔다.
천둔검법이 그러했듯이 천둔술 또한 인과의 그물을 다루고 있었다. 다만 그 방식이 달랐는데, 천둔검법이 인과의 그물 안으로 들어가 또 다른 주체가 되고자 했다면 천둔술은 인과의 그물의 흐름을 뒤틀었다.
그로써 기기한 술법을 다루게 되니, 이것이 바로 전설 속에서나 나오는 선술(仙術 : 신선이 다루는 술법)이었다.
자연 세상의 이치를 깨우치게 된다.
그 시작 또한 쉬웠다.
도경을 읊으며 이는 기운으로 책에서 말하는 바를 따라 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장일은 그 이무기가 내놓은 여의주를 취하는 방법을 깨우쳤다.
“이걸 어떻게 사용하였는가? 했더니 이미 그 안에 쓰여 있었구나.”
장일은 그와 관련된 부분들을 한동안 살펴보다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일어나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봇짐과 칼은 물론 그 입고 있던 옷마저 모두 벗은 것이다.
알몸이 된 그의 손에는 오직 여의주 하나만이 있었다.
장일은 장천진인의 시신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는 이내 도경을 읊기 시작했다.
그 도경의 길이가 짧지는 않았지만, 이미 그를 다 암기했던 장일에게는 어려울 것도 없었다.
도경을 읊은 지 중간이 넘어갔을 때부터 장일은 점차 반수면 상태가 되더니, 그 뒤로는 온전히 무의식이 그를 지배했다.
동시에 현묘하기 그지없는 기운들이 장일을 향해 흘러들기 시작했다.
그의 구음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대단히 순도가 높은 기운들이었으며 한없이 맑고 가벼웠다.
성질이 맑고 가볍다 보니 처음에는 쉬이 뭉치지 않았으나, 읊고 있던 도경이 끝자락에 다다르자 어느새 기운은 한데로 뭉쳐졌다.
-화아아악!
여의주가 변화를 보인 것은 그때였다.
야명주처럼 은은히 빛을 내던 여의주가 점차 밝아지더니 어느새 동굴 전체를 환하게 밝혔다.
마치 하늘의 해가 동굴에 떨어진 것 같은 모습이었는데, 그 빛이 정점이 이르렀을 때 장일에게 놀라운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후두둑!
그 시작은 그의 머리카락이었다.
모발을 지탱하던 힘을 잃기라도 하듯이 우수수 떨어져 나간 것이다. 떨어져 나간 것은 머리카락만이 아니었다.
눈썹은 물론 몸에 있는 모든 털이 뽑혔으며, 그 뒤를 이어 손톱과 발톱 또한 떨어져 나갔다.
-투두둑! 투둑!
이빨마저 모두 떨어져 나가기에 이르렀고, 그 뒤에는 그의 피부가 급격히 노화되기 시작했다.
마치 피부에 담긴 수분이란 수분은 모두 빨려 버린 듯 온몸이 쩍쩍 갈라진 모습은 참담하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스르륵!
그런 장일의 몰골에 반전이 이른 것은 그 여의주에서 일던 빛이 장일에게 스며들면서였다.
-화르륵!
그와 함께 청염의 불꽃이 장일의 정수리에서 일어나더니, 점차 커져 종국에는 장일 전체를 집어삼켰다.
-우두둑! 콰득! 두둑!
장일의 육신은 그 청염의 불꽃 속에서 수없이 뒤틀리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전신의 뼈가 부서지고 회복되기를 반복했으며, 그렇게 회복되는 근골은 더욱 질겨지고 단단해졌다.
결국, 부서지지 않은 순간까지 이르러서야 그 과정은 멈추어졌다.
그러자 그의 근골에 끼쳤던 힘은 다시 육신의 다른 곳에 영향을 끼쳤다.
오장육부는 물론 혈맥과 기맥에까지 영향을 끼쳤으며, 당연히도 그의 단전에도 영향을 끼쳤다.
하단전과 이단전의 사이를 잇는 중단전이 생성된 것인데, 놀랍게도 여의주의 힘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바로 세 단전을 잇는 것을 넘어 아예 하나의 형태로 결성된 것이다.
마치 단전이 사라진 듯한 모습인데 사실은 몸 전체가 단전이 된 것과 다름이 없었다.
비유하자면 강물의 수많은 줄기를 따라 흘러내리던 물줄기가 끝내 바다에 닿은 것이다.
본래라면 피를 몇 번이고 토하는 주화입마와 같은 상황이었지만, 터무니없이 강건해진 장일의 육신은 능히 이를 견디고 남아 지금과 현상을 이루게 되었다.
그 뒤에야 장일의 외형 또한 회복되기 시작했다.
떨어져 나간 머리카락들이 순식간에 수북이 자라기 시작했으며, 손톱과 발톱 이빨 등도 그 뒤를 이었다.
다만 불순물들을 태워서인지 지금의 장일의 모습은 상당히 메말라 있었다.
그러나 근골이 전에 비해 더욱 크고 강성해진 덕분에 왜소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장일이 눈을 뜬 것은 그로부터 반 시진이 지난 뒤였다.
-후우우!
길고 긴 호흡을 내뱉으며 의식을 차린 장일의 입가에는 은은한 미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는 이번 여의주를 통해 생각지도 못한 성취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설마 반박귀진마저 넘어설 줄이야!”
반박귀진은 환골탈태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로써 육신의 질이 크게 성장하고, 중단전이 완성되면서 절대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환골탈태가 장일이 겪었던 것처럼 요란하냐고 한다면 결코 그렇지 않았다.
고작해야 머리카락과 손톱 등이 일부 뽑히고 새로 나는 정도였으며 근골 또한 이처럼 급격한 변화를 이루지 않는다.
그런 것을 두고 본다면 지금 장일이 그 반박귀진을 넘어선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가 사파제일인에 올랐던 것은 이러한 경지에 올랐기 때문일까?”
어쩌면 그의 역량이 부족해서 거기에 그친 것일지도 모른다.
장일이 보았을 때, 지금 느끼고 있는 힘은 그 자체만으로도 천하제일인에 오르는 게 가능했다.
육신 자체가 기해혈이 되었다는 것은 중간의 과정을 생략하고 기를 발산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여기에 대망만큼은 아니어도 칼과 날붙이에 상처를 입기도 힘들 정도가 되었다.
더불어 다루는 기운 또한 두 배에 가까이 순도가 높아졌다.
“내가 다루는 구음마저 이러했으니 여느 기운이었다면 최소 다섯 배의 순도까지 올라갔겠지.”
유검을 다루는 데 여전히 부족한 기운의 발목을 잡았던 장일에게 이는 큰 희소식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장일은 이런 육신을 지닌 자를 만난 적이 있었다.
바로 혈마다.
도무지 끝을 알 수 없는 듯한 내공과 날붙이 따위에 쉬이 상처를 입지 않는 혈마의 육신은 이처럼 터무니없었다.
“말하자면 이 육신은 도가에서 말하는 원영신과 유사하다는 건가? 하하하!”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너무도 크기에 결국 장일은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이로써 감히 홀로는 쳐다볼 수도 없는 혈마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게 되었으니, 그 기쁨을 참기 힘든 것이다.
장일이 동굴을 나섰을 때는 그로부터 하루가 지난 뒤였다.
“사, 살아계셨군요.”
“짐을 찾으러 왔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장일의 짐을 내놓는 약초꾼은 내심 안도했다.
사실 오늘 장일의 짐을 팔아 치울지를 고민하던 차였기 때문이다.
그전에 장일이 왔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큰 곤혹을 치를 뻔했다.
약초꾼으로부터 짐을 챙긴 장일은 동부 대륙으로 가는 배편을 찾았는데, 그 일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이루어졌다.
돈이 없었다면 제법 힘이 들었겠지만, 상선의 자리 하나를 살 돈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동굴을 나선 지 한나절도 안 되어 배에 올라탄 장일은 그렇게 기나긴 여정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 * *
고향으로 가던 중 천살성의 기질을 타고난 이를 보게 되었다.
제자 백준으로부터 천살성의 위험성을 알았던 나로서는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장일의 분신이 죽은 것은 권능이 발동한 지 13일이 지났을 때였다.
150세 가까이 산 것인데, 이는 그의 분신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살아남았던 것이기도 했다.
당연히 오래 살았던 만큼 그 또한 상당한 풍파를 마주해야 했다.
정사대전을 두 차례나 겪었으며, 요나라가 제국으로 거듭나려다 끝내 몰락하는 꼴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중 가장 그의 인생에 기억에 남은 일이라면 바로 그의 애제자였던 백준이다.
첫 번째 정사대전의 과정에서 그의 천살성이 폭주를 한 것이다.
이미 그때 백준은 매화이십사수검법을 대성한 뒤였던 터라, 그런 그를 막을 수 있는 천하에 한 명뿐이었다.
바로 그의 스승인 장일이다.
“나의 자만이 제자를 이리 만들었다. 활검을 깨우치게 하였다면 천하의 죄인이 되지 않았겠지.”
숱한 이들을 살육한 제자를 보며 한탄하던 장일이었으나,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그의 폭주가 첫 번째 정사대전을 일찍이 그치게 했다.
실제로 오히려 이 일은 화산파의 명성을 높이게 했으나, 장일은 그와 별개로 반성의 뜻으로 10년의 봉문을 약속했다.
천하십대문파로 자리 잡아가던 화산파 입장에서는 난리가 날 일이었지만, 장일은 뜻을 거두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