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76
분신으로 절대무신 76화
천검문으로 가는 여정은 순탄했다.
장일 혼자가 아닌 그의 식구들과 함께 가는 길인만큼 노숙을 피하는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여정의 시간 또한 늘어났지만, 달리 시간에 쫓기거나 하지 않았기에 이는 문제 되지 않았다.
장이와 다숙이 처음으로 세상 밖을 나서는 만큼 장일은 되도록 많은 것을 경험케 하였다.
그 지방의 명승지와 유적들을 찾아가는 것은 물론 특색 있는 음식들을 맛보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한 것이다.
당연히 장이야 말할 것도 없이 박수 치며 기뻐했으며, 다숙 또한 설레하는 모습을 종종 드러내기도 했다.
그것은 유난히 큰 체격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던 조한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나이 때의 소년 특유의 모습을 보이는데, 말수가 없다 보니 아는 이가 아니면 이를 알아보기는 어려웠다.
여정이 이렇다 보니 배는 더 많은 시간이 흘러서야 이들은 남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으음!”
도착한 남오의 모습에 장일은 감탄을 흘렸다.
사문에 여러 서신을 주고받으면서 남오가 번성하고 있음을 들었으나, 글귀로 보는 것과 직접 본 것의 차이는 천지 차이였다.
그만큼 겨우 2년 만의 변화라고 하기에 믿기지 않을 만큼 남오는 대도시로서 변모하고 있었다.
이는 정의맹의 지원을 받아 태산파를 밀어내고, 그곳에 세운 정의맹의 지부와 협력하게 되면서 생긴 변화였다.
아니, 말이 협력이지 사실상 남오 연합이 곧 정의맹의 지부나 다름이 없었다.
이러니 이들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남오가 크게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태산파가 차지하던 물자의 흐름을 남오 쪽으로 돌렸기 때문인데, 이렇다 보니 하루가 다르게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전과 비교하면 배는 더 큰 규모였는데, 이대로라면 능히 인구 100만에 달하는 대도시로 성장을 할 수 있을 듯 보였다.
도시만 변한 것이 아니었다.
치안에 있어서도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한계가 있는 관을 대신해 정의맹의 지부에서 사람들을 풀었던 것으로, 덕분에 모여든 돈을 노리려 꼬이던 사파인들은 그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가장 달라진 것은 역시나 천검문의 위상이다.
지난 태산파의 전쟁에서 천검문이 크게 활약을 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활약한 것은 다름 아닌 천검문의 장문인 백운이었다.
‘일월합벽의 경지에 오르셨다고 하셨지.’
일월합벽.
이는 정파 백대고수의 반열에 올랐다는 말과도 같았다.
단순히 내가의 수준만 따졌을 때 그런 것이며, 실상은 그 이상이었다.
그간 백운은 장일이 전해준 유운 검법을 대성하며, 청풍십삼식과 함께 새로운 검의 무학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러나 진가는 따로 있었다.
바로 장문인에게 내려오던 자하 검법이 그것이다.
유운 검법의 분실로 인해 그간 자하 검법은 그 성취를 이루는 게 어려웠었다. 이는 장일이 이 자하 검법을 만들 때 활검의 오의를 담았기 때문이다.
매화이십사수검법과는 또 다른 길로 활검의 오의를 담으려고 했으니, 그 길이 쉬울 리가 없었다.
장일은 그 점을 알아보고 이를 해결하고자 고민하던 찰나 청풍십삼식을 보게 되었다.
장일의 스승이며 천검문의 조사이신 문강이 아들을 위해 남긴 청풍십삼식에는 활검의 오의가 담겨 있었다.
그가 활검을 깨우쳤을 때 청풍십삼식에서도 영향을 받기도 했을 정도다.
하여 청풍십삼식을 보좌할 무공을 만들었고, 그것이 바로 유운 검법이었다.
이 두 검법을 깨우치면 자연스럽게 활검의 오의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니, 자하 검법의 성취가 크게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니 지금의 백운은 능히 정파백대고수에 포함될 실력자라 하겠다.
현재 백운은 자하검이라는 별호로 불리고 있었으며, 오나라 남부제일검으로서도 인정받고 있었다.
두각 된 것은 백운만이 아니었다.
“고경 장로님을 비롯해 이번에 동원된 천검문의 이대 제자들 또한 인정받게 되었다.”
이들 모두 유운 검법을 익혀 그 검이 진전되었던 데다, 장일로부터 신 구양심법을 전수받으면서 내가의 운영 또한 진보되었다.
자연 과거 천검문의 전성기 때의 제자들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았으니, 천검문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했다.
어느새 대문파로서 부족함이 없어질 정도였고, 이 때문에 많은 인재와 고수들이 천검문을 찾았다.
실제로 장일 일행이 천검문에 올랐을 때 이미 많은 선객들이 줄을 쓰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 엄청난 곳이군요. 과연 스승님의 사문답습니다.”
조한의 그 말에 장일은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의 사문이기도 하다. 제발 자각 좀 하거라.”
“아하하. 실감이 나지 않은 터라.”
머리를 긁적이며 변명을 하는 제자에 장일은 고개를 저어댔다.
이런 모습이 일상적이었던 터라, 장이는 히히거리며 웃어대다 주변을 구경하기 바빴다.
상인, 무인 등과 같은 다양한 사람들 구경도 재미있었지만, 가장 그의 흥미를 이끈 것은 유난히 많은 꽃들이었다.
특히나 흐드러지게 피어진 매화 나무들이 사문을 둘러싼 모습은 실로 장관이라 할 수 있었다.
“와아아!”
절로 감탄을 흘리는 그의 옆에 다숙 또한 멍하니 주변을 바라보는 가운데, 누군가 그들을 찾았다.
“아니. 장 사숙께서 여기서 뭐 하시는 겁니까?”
그를 찾아온 이는 다름 아닌 용호였다. 여전히 문지기를 맡고 있던 그가 뒤늦게 장일을 알아보고 서둘러 찾아온 것이다.
“그간 잘 있으셨소?”
“……언제나 당황스럽게 하시는군요. 음. 이분들이 그 말로만 들었던 사숙의 제자분들입니까?”
장이와 다숙을 보며 하는 말에 장일은 고개를 주억거리면서도 말을 덧붙였다.
“조한이라고 하네. 내 제자들 중 막내지.”
“으음!”
조한을 막내 제자라 가리키는 장일의 말에 용호는 신음을 흘려야 했다.
도무지 생각지도 못했던 전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세히 얼굴을 보니 확실히 과거 처음 장일을 보았을 때와 같은 앳된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용호는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해한 것과는 별개로 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장이와 다숙과 달리 조한의 수준이 짐작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가지 경우로, 하나는 조한이 아예 무공을 익히지 않았을 경우다.
그러나 그 점은 잘 단련된 그의 육신을 보았을 때 고려의 가치도 없었으니, 결국 다른 경우를 말해야 할 것이다.
바로 용호 자신이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경지에 올랐을 경우다.
적어도 초절정에 올랐다고 봐야 하는데, 용호는 이를 마냥 이를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이전에 그와 같은 모습을 보였던 장일이라는 예가 바로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스승에 그 제자구나!’
용호는 정말 장 사숙다운 일이라고 생각하며 그들을 사문 안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장일이 우려했던 것과 달리 사문에서는 조한에 대해 별다른 우려를 보이지 않았다.
천살성의 위험성을 몰라서가 아니었다.
“불안할 이유가 무엇이 있겠느냐? 네가 생각이 있으니 행한 일이거늘.”
장일을 믿었기 때문이다.
장일은 스승님의 그 말에 입가에 긴 호선을 보였고, 백운 또한 마주 미소를 지어 보였다.
조한의 일이 해결되자, 장일은 자신이 찾아온 또 다른 목적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지금보다 이곳 남오 지부의 규모를 더 늘려야 합니다.”
“서신으로 듣기는 했지만, 혈교가 그 정도란 말이냐?”
“혈교의 십왕은 수백 년 전의 일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십왕이 환생을 한 것처럼 과거를 기억한다는 말에 백운의 얼굴은 경직되었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알기 때문이다.
“최소한 지금의 두 배는 되어야 겨우 막을 수 있겠구나.”
이마저도 태산파라는 흉악을 치웠기에 그 정도인 것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장일이 보았던 미래처럼 남오 무림은 천검문을 필두로 모조리 무너질 것이다.
스승의 결심에 장일은 크게 반기며 품에서 두 개의 작은 목함을 꺼내었다.
“대환단이라고 합니다. 최소 한 갑자 이상을 얻을 수 있는 영단이니, 이것으로 그 힘을 보태기를 바라겠습니다.”
그야말로 신물이라 다름없는 물건이었다.
아마 본래라면 백운은 거절의 의사를 보였겠지만, 그런 것을 가릴 처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이를 받아들였다.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고맙구나.”
“사문의 일입니다. 그리 생각하실 것 없습니다.”
이외에도 장일은 혈교의 무인에게서 수탈(收奪)한 명검 다섯 자루를 사문에 바쳤다.
장일이 한 일은 빠르게 퍼졌고, 자연스럽게 천검문에 대한 그의 영향력도 커져갔다.
안 그래도 사문의 전설이던 검존과 비교되던 그였던 터라, 이번 일은 그를 크게 추앙하게 만들었다.
자연히 그 영향은 장일의 제자들에게도 끼쳤고, 덕분에 조한을 비롯한 장이와 다숙은 사문의 사람들과 빠르게 친분을 쌓아갔다.
사문의 일이 어느 정도 해결되기 무섭게 장일은 노씨세가를 방문했다.
아직 장일이 왔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전이라, 갑작스러운 그의 방문에 노씨세가 전체가 들썩거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의문을 보이는 없었다.
장일이 노씨세가의 장녀 노랑과 그간 서신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가던 것을 모르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아니, 아니에요.”
장일이 왔다는 말에 한걸음에 달려왔던 노랑이었다. 덕분에 머리카락도 그 옷도 흐트러지고 말았지만, 흉하다 느껴지지 않았다.
그간 여우의 정수를 취하면서 달라진 그녀의 미모 때문이다.
화사하게 피어오른 꽃조차도 그녀 앞에 고개를 숙일 정도였다.
실제로 노랑은 이제 면사가 아니면 집 밖을 나서지도 못할 정도였다. 그만큼 여우의 정수와 그녀의 궁합이 잘 어우러졌음을 말한다.
그처럼 달라진 그녀였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장일의 시선은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와 같았다.
이미 더할 수도 없이 그녀에게 빠져들었던 그에게 있어서 그 미모는 부가적인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잠시 그녀의 흐트러진 모습에 빠져들던 장일은 이내 봇짐을 풀어 그 안에서 가져온 검 한 자루를 내어주었다.
“이건 그때 말했던 것입니다.”
“아!”
두서가 없어 보이는 장일의 말이었지만 노랑은 대번에 알아들었다.
과거 장일은 성녀를 찾기 위해 떠나기 전 그녀에게서 두봉을 받았고, 그는 그에 대한 보답을 하기로 했다.
지금 장일이 노랑에게 주는 검에는 바로 그 의미가 담겨 있던 것이다.
“명월(明月)이라 합니다.”
-스르릉!
장일은 그리 말하며 명월을 뽑아 보였는데, 노랑은 왜 그 검을 명월이라 지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마치 동경처럼 불빛을 반사하는 모습은 마치 달이 그 안에 담겨 있는 듯했다.
이는 이 검이 명검 중에서도 최상위에 이르는 명검이라는 말이기도 했다.
실제로 혈교의 무기의 무인이 사용하던 검을 명장을 통해 새로이 정련한 것이었으니, 보물이라는 말도 부족할 것이다.
너무도 귀한 물건을 선물로 주는 장일에 노랑은 놀라는 기색이 가득했다.
감히 받기 어려워 거절하려는 그녀에 앞서 장일이 말없이 다가와 명월을 쥐여주었다.
한 걸음 다가와 자신에게 명월을 쥐여준 장일에 노랑은 말문을 잃고 고개를 숙였다.
물씬 풍기는 그의 체취가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어서다.
짙은 도홧빛이 그녀의 얼굴에 이르렀고, 장일은 저도 모르게 다가가 그녀의 숨결을 빼앗았다.
곧, 거칠어진 숨소리가 조용한 방안을 뒤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