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77
분신으로 절대무신 77화
29장. 장보도
그날 이후 장일과 노랑은 공식적으로 연인이 되었다.
노랑의 동생이자 노씨세가의 가주 노추심은 이 소식을 가장 크게 반겼는데, 그런 그의 모습은 어쩌면 당연했다.
남오의 젊은 무인 중 장일을 추종하지 않는 이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이는 남오의 발전의 시작에 장일이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거기에 불왕의 제자가 되었다는 소식은 안 그래도 뜨거웠던 그에 대한 관심에 장작을 넣어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럼 약혼이라도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가주!”
벌써부터 혼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노추심에 노랑이 놀라 소리쳤으나, 노추심은 뻔뻔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어지러운 시국에 혼인이 쉽지 않다는 것을 제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누이를 노처녀로 둘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하니 그 정도의 약속은 있어야지 않겠습니까?”
그런 노추심의 말에 장일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야 좋네만. 노 소저는 어떻소? 나와 같은 마음이오?”
“…….”
낭군의 말에 노랑은 부끄러운 듯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노추심은 크게 웃으며 손뼉을 쳐댔다.
“하하하! 우리 누이가 대영웅과 연을 맺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을까? 부디 우리 누이를 잘 부탁드립니다, 매형.”
“아이, 진짜!”
벌써부터 넉살 좋게 매형이라 부르는 노추심에 노랑은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얼굴을 가리고 피했다.
그 모습에 장일은 피식 웃더니 곧 그녀의 뒤를 따랐다.
장일이 노씨세가의 장녀와 혼약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남오 전체를 흔들어 놓았다.
간소하게 차리고 하게 된 혼약식에 모여든 인사들만 해도 남오에서 보기도 힘들다는 이들이 주였다.
천검문의 장문인과 장로들은 물론, 초씨세가의 가주 초강과 소가주 초일을 비롯해 무조 대협 등이 모여든 것이다.
여기에 남오의 성주 또한 참여하였으니, 현재 장일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시일이 넉넉했다면 남오의 인사만 아니라 주변의 고관들과 강호의 큰 인사들도 대거 참여하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저분이 우리 형수님이라고!”
처음으로 노랑을 보았던 장이는 넋을 잃고 말았는데, 이는 다숙과 조한도 마찬가지였다.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그 절세의 미모에 말문이 막힌 것이다.
그것은 그간 다른 인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 하여 노씨세가가 어떻게 장일과 같은 대영웅을 잡게 되었는지 이해가 된다는 눈치였다.
그렇게 약혼식이 끝이 난 뒤, 장일은 그간 생각해 두었던 일을 하기 위해 노씨세가를 둘러보고 있었다.
“여기 있었구나.”
-야옹!
마당 앞에 나비를 쫓아다니는 고양이를 찾은 장일은 크게 고개를 저었다.
“연기에 자아까지 잡아 먹힌 모양새라니.”
자신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듯하자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그는 내심 한숨을 흘리다 이내 살의를 드러냈고, 이에 고양이는 경기를 일으켰다.
-냐아앙!
꼬리를 바짝 세우던 고양이는 점차 변화를 보였다.
외형은 달라지지 않았으나, 대요괴에 준하던 요괴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 눈빛도 순박한 어린 고양이에서 노회하다 못해 염세적으로 변한 것이, 녀석은 자신의 자아를 자각한 모양이다.
“오랜만이당!”
아직 습관은 놓지 못했는지 손을 핥으며 말하는 여우에 장일은 결국 나지막이 한숨을 흘려야 했다.
“하아. 노랑 소저를 지킨다 하여 믿었건만, 도대체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기분을 좀 낸 것뿐이당. 딱히 위험할 일도 없었다.”
장일은 여우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여우가 저리 말해도 될 만큼 이곳 남오는 지난 2년 동안 별다른 잡음도 들리지 않을 만큼 평화로웠다.
그러나, 이 평화가 태풍이 오기 전의 고요함이라는 것을 아는 장일로서는 여우를 자각시킬 필요가 있었다.
“앞으로 길어도 반년 내에 이 일대에도 요괴가 날뛰기 시작할 것이다.”
“요괴?”
“그래. 요괴. 너의 어미를 괴롭히고 끝내 죽인 율의 종속들 말이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고 있지?”
어둠의 신 율을 말함에 그때까지도 느긋함을 보이던 여우가 한순간 사나운 기세를 드러냈다. 눈에서는 요사스러운 붉은빛을 드러내는데, 웬만한 이도 그와 마주치면 홀려버릴 듯했다.
장일은 여우의 그 기세와 눈빛을 별것 아니라는 듯 받아들이며 담담히 말했다.
“너의 어미에게서 직접 들었으니 알지.”
그 말에 여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사나운 기세를 풀어버렸다.
“역시 대요괴가 맞았구낭!”
“……요괴들이 나타나면 녀석들의 종주를 찾아 죽여라. 너라도 쉽지 않겠지. 그러나 이것을 깨우치면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
의문을 보이는 여우에게 장일은 푸른 안개와 같은 것을 손에 쥐여주었다.
푸른 안개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여우에게 스며들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당황하던 여우는 이내 잠잠해지더니 곧 오묘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마치 도사가 큰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모습과 유사했는데, 실제로도 그러했다.
일각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여우는 그 여운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그제야 여우는 여전히 눈이 조금은 풀린 모양새로 장일에게 물었다.
“이게 뭐냥?”
“구천(九天)의 기운을 흉내 낸 것이다. 고대의 산인들이 너희들과 한데 어울리기 위해 만들었지.”
정확히는 요괴들을 길들이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혼탁한 천지 속에서 요괴들의 숫자는 터무니없이 많았다. 이들을 모두 잡기란 불가능할 정도였고, 하여 산인들은 개선의 여지가 있는 요괴들을 길들여 이들을 신수로 만들어내기로 했다.
그렇게 길든 신수는 요괴들을 멸하고 혼탁한 천지를 개선하였다.
천둔술에 적힌 이 술법을 본 순간 장일은 어째서 장천진인이 이무기를 찾은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 또한 이무기를 길들이려고 했던 것이다.
그가 본 이무기는 아주 아쉽게 용이 되는 데 실패한 터라, 잘 길들이기만 한다면 능히 다시 용이 될 수 있다 본 게 분명했다.
장일은 술법을 알게 된 뒤 자연스럽게 백호를 떠올렸다.
그 어미에 비한다면 너무도 많은 것이 부족한 백호였지만, 그 태생이 오미호인 만큼 잘 길들이기만 하면 능히 용과 같은 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었다.
‘어쩌면 구미호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
기록에서나 남은 고대의 신수인 구미호는 이무기를 잡아먹었다고 할 정도로 강력한 신수였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구미호 스스로도 정말 오랫동안 도를 닦아야겠지만, 그 가능성을 보인 것만으로도 오미호를 길들일 이유는 있었다.
하여 시도한 것인데, 워낙 온순한 탓인지 아니면 그 정수를 노랑에게 내어주어서인지 백호는 장일에게 놀라우리만큼 빠르게 길들었다.
‘아니, 어쩌면 존재감의 영향 때문일지도 모르겠군.’
어찌 되었든 자신의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목적을 이루게 된 장일은 아직도 갸르릉거리며 그 여운을 다시금 즐기는 여우에게 말했다.
“그 힘을 키우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너 자신이 이를 깨우치는 수련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요괴를 잡아먹는 것이지. 아마 지금의 너에게는 후자가 더 나을 것이다.”
장일의 말을 알아들은 것인지 갸르릉거리면서도 여우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수고하거라.”
“냐앙.”
다시금 고양이가 되어버린 여우에 장일은 어이없던지 고개를 저어대었으나, 달리 다그치지 않았다.
그에게 길든 만큼 이제 전처럼 마냥 역할에 빠져들기보다는 성장을 위해 움직이리라는 것을 알아서다.
그로부터 닷새가 지나 집으로 가는 길에 노랑 또한 함께하게 되었다.
어머니에게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였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오향은 노랑을 본 순간 장이와 다숙이 그런 것처럼 깜짝 놀라고 말았다.
너무 아름다운 형수님과 연을 맺었다는 장이의 서신을 받기는 했지만, 그저 아들의 호들갑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본 노랑은 선녀나 다름없었으니, 오향으로서는 이게 현실인가 의문이 들 정도다.
“어머니에게 인사드립니다.”
그러나 곱게 차려진 비단옷을 더럽히며 대례를 보이는 노랑에 오향은 이내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서둘러 노랑을 일으키고는 여기저기 묻은 흙을 털어냈다. 그 뒤에야 어쩔 줄 몰라 하는 노랑을 빤히 바라보던 그녀는 크게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이렇게 참한 아가씨를 데려올 줄은 몰랐구나.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혼인을 시키고 싶을 정도야.”
보통 이렇게 미모가 뛰어난 여인은 허영심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순박하기 그지없는 눈도 그렇거니와 그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얼굴에서 오향은 그녀가 그와는 거리가 먼 여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당장에라도 혼인을 시키고 싶다는 그녀의 말은 결코 과장은 없었으리라.
하지만 1, 2년 뒤 오랫동안 천하를 떠돌아야 한다는 아들의 말을 들은 바가 있기에, 그녀는 어쩔 수 없다 여겼다.
그저 아들이 약혼식이라도 한 것이 다행이라 여길 뿐이었다.
그렇게 장일이 노랑과 약혼을 한 지 1년이 되었을 때.
장일은 다시 천하로 나서게 되었다.
* * *
생각했던 것보다 이른 시기에 혈교가 장보도로 장난질을 치기 시작했다.
무림맹이라는 이름 아래 모여든 정파와 사파를 이간질시키려는 혈교의 수작질이었다.
장일은 사왕(死王)의 장보도에 대한 소문이 들리기 무섭게 행낭을 꾸렸다.
“본래라면 1년 뒤에나 있을 일인데?”
이 장보도에서 숱한 이들이 죽어 나갔다.
이는 사왕의 장보도가 사실이면서도 거짓이기 때문이다.
혈교가 공작(工作)하기는 했지만 사왕이 남긴 유물이 있는 것은 맞았다. 그러나, 그 유물이라는 것이 사실 사왕이 자신의 부활을 위해 만들어 둔 것이니 이는 장보도라고 할 수 없었다.
혈교는 그 점을 알고 있었고, 하여 이 장보도에 대한 소문을 퍼뜨려 그들을 모은 것이다.
사왕의 부활을 위해서는 수많은 이들의 죽음이 함께 하여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보이는 태도였다.
본 역사에서 장일은 이 사왕의 장보도에 관심을 두지 못했다.
당시 남궁세가를 멸문케 한 망왕을 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또한 망왕을 일찍 잡아 죽이는 것이 전세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행한 일인데, 아쉽게도 그는 그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과거와 달리 생각보다 그가 마주한 망왕의 수준이 뛰어난 탓이다.
여기에 망왕이 부리는 망령들의 수준 또한 무시하지 못할 정도라 장일은 번번이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몸을 물려야 했다.
그가 그러할 때, 사왕의 장보도로 인해 수많은 인명이 피해를 입었다.
결국, 사왕이 부활하기에 이르렀고 이 과정에서 그 이상의 인명이 피해를 입고 말았다.
불왕이 나선 뒤에야 겨우 미쳐버린 사왕을 멸하였으나, 이미 그때는 무림맹의 근간이 크게 흔들린 뒤였다.
그나마 대불사가 중심을 잡으며 겨우 유지를 하였는데, 이 일이 대불사에게 비극을 가져다주었다.
무림맹을 유지하는 데 전력을 손실하고 만 대불사를 혈교가 친 것이다.
혈교의 그 불손한 움직임을 감지한 장일이 뒤늦게나마 혈교를 막아서려 했으나, 이미 기울어진 전장을 그 홀로 엎어버리기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러니 혈교의 수작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장일은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