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8
분신으로 절대무신 8화
사흘.
겨우 사흘 전이었다면 장일은 이 같은 무모한 행동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흘이라는 시간은 과거 장일이 겪은 3년의 시간이었으니, 겨우라 할 수 없었다.
실제로 과거의 장일은 장일이 이처럼 무모한 행동을 할 수 있게 할 만한 것을 손에 넣었다.
장일이 출전을 나서기 전 꾸었던 꿈에서 본 과거의 장일은, 스승을 보낸 지 반년이 되던 날 문추를 찾았다.
“전쟁에 뛰어든다고? 설마 관에서 사람이 왔더냐? 그렇다면 신경 쓸 것 없다. 저들의 말은 그저 요청에 불과할 뿐. 결코 강압적으로 나갈 수 없으니 말이다.”
전쟁이 많은 요나라이다 보니 과거 몇 차례 이런 일이 있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문추는 정중히 거절의 의사를 보였고, 관에서도 경고를 보일 뿐 강제하지 않았다.
강호에 속한 존속들은 벌집과 같아, 잘못 건드리다가는 무서운 독침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수련에 전념한 탓에 그런 사정을 지금까지 몰랐던 장일은 그간 사형의 마음고생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장일은 이 정 많은 사형에 따사로운 눈길을 보이며 속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런 이유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스승님이 남기신 검을 완성하고 싶기에 전장을 찾으려는 것입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나.”
본 역사와 달리 문강의 죽음 이후 아버지가 남긴 무리를 쫓아 살검을 본격적으로 다룬 바가 없던 문추는 의아할 뿐이다.
무엇보다 문추는 활검을 깨우친 문강이 그를 위해 만든 청풍십삼식(清风十三式)을 다루고 있어 더욱 그러했다.
“매화이십사수검법의 근원은 살검입니다. 생사의 한 가운데에 뛰어들어 심, 기, 체에 신비를 풀어내는 검이지요. 본래라면 오래전에 생사의 한 가운데 뛰어들었어야 했으나, 스승님이 그를 대신해 이끌어주셨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것도 한계에 다 달았습니다.”
“다른 방법은…….”
문추는 머릿속으로 이해해도 마음으로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에게는 어린 동생 같고 아들 같기도 한 장일이 전장에 나간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게 어려워서다.
이런 문추의 모습에 장일은 마음이 벅찼다.
가족을 잃고 무작정 사문의 문을 두드렸던 첫 만남에서부터 지금에 이르러 사형은 그에게 너무도 고맙고 귀한 사람이 되었다.
“최대한 빠르게 돌아오겠습니다. 어쩌면 제가 돌아왔을 때, 사손들을 보게 될지 모르겠군요.”
그의 말에 문추가 어이없다는 듯 그를 책망했다.
“이 녀석아. 그런 생각하지 말고, 올 때 예쁜 색시라도 데리고 올 생각을 하거라.”
“하하하. 한번 노력해 보지요.”
그렇게 장일은 요나라군에 투신(投身)했다.
절정 고수인 장일이 군에 투신한 만큼 나라에서도 천검문에 많은 지원을 해주었다.
세금의 면세는 물론이거니와 쉽사리 돈을 벌 수 있는 소금 판매권 따위를 내어 준 것이다.
소금 판매권은 직접 움직이면 큰돈을 벌었으며, 장사 수단이 없다고 해도 빌려주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자금을 얻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천검문이라는 문파가 세를 키우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그렇게 군에 투신한 장일은 요나라에서 일어난 전쟁이라면 웬만한 곳은 다 뛰어들었다.
그 과정에서 죽을 뻔한 위기가 십수 번이었으나, 장일은 끝내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의 검은 살검의 오의를 쌓아갔다.
어느새 군에 투신한 지 3년째 되던 날.
적지의 한 가운데에서 그는 전검(戰劍)을 깨우쳤다.
그것은 첫 번째 스승 오문에게서 들은 것과 다르지 않았다.
-십육전검을 완성한 자는 전검의 감각을 얻는다. 그것을 얻은 자는 전투의 흐름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 말을 들었던 당시 장일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 전검을 얻은 뒤, 그는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어째서 그의 첫 번째 스승 오문이 그토록 얻고자 했는지 이해가 갔다.
실제로, 그는 전검을 얻은 뒤부터 전장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전검을 얻기 전까지만 해도 장일은 벼린 칼날과 같이 감각을 유지해야 했다. 혼잡한 전장 속에 언제 어디서 자신을 위협할 위기가 닥쳐올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소모되는 심력이 적지 않았는데, 이 전검을 얻게 된 뒤에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
마치 새로운 눈이 생긴 것처럼 그의 주변에 펼쳐지는 일들이 쉬이 파악이 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장일과 경험을 공유한 만큼 장일 또한 전검의 요체를 깨우쳤으나,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그랬던 그가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 이런 감각이었다.’
전장에 발을 들인 순간 감각이 확장되듯 피어나는 그 기묘한 감각.
그로 인해 그는 더이상 이 혼잡한 전장이 두렵지 않아졌다.
물론, 수만 명이 부딪히는 그 속에서 펼쳐지는 암수(暗數)와 매섭기 그지없는 고수들의 칼날들은 지금의 그가 감당하기 어렵겠지만, 이 정도 규모의 전장이라면 그가 두려워할 것은 없었다.
그렇기에 장일은 나선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 그는 쉽사리 잡히지 않는 미꾸라지처럼 수많은 칼날을 회피하며 나아갔다.
-쓱! 푹푹! 사악.
단순히 회피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마치 검을 털어버리듯 가볍게 검을 휘두를 때마다, 반드시 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불과 보름 전의 그였다면, 이것의 열 배에 달하는 힘을 쏟아야만 그 같은 결과를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장일에게 정예도 아닌 병사를 죽이는 것은 이처럼 쉬운 것이 되었다.
그렇게 십수 명이 그의 칼날 아래 쓰러졌을 때쯤. 장일은 마침내 목표로 하던 적장의 지근거리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너는 뭐냐?”
그때까지만 해도 사기를 끌어 올리는 데 집중했던 적장은 뒤늦게 장일을 알아보고 물었으나, 장일은 칼로 답할 뿐이다.
-휘이익!
그렇게 펼쳐진 칼에는 대단한 힘이 있거나 하지는 않았으나, 바람을 갈라 버릴 날카로움이 그에 자리했다.
-서걱!
섬뜩함을 느낀 적장은 서둘러 몸을 피했지만, 사실 그 칼이 노리고 있던 것은 그가 아니었다.
-쿠우웅!
바로 적장이 타고 있던 말이었다.
장일은 과거의 자신을 통해 말을 탄 장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까다로운지를 잘 알고 있었다. 죽이려고 해도 기동력에서 크게 차이가 나다 보니 작정하고 회피하면 잡을 수가 없던 것이다.
그런 경험을 공유한 장일이었으니, 그가 먼저 적장의 말을 노린 것은 당연했다.
-파아앗!
이어 머리가 베어진 말에서 피 보라가 터져 나오더니 일대의 시야를 가렸다.
적장은 경험이 많은 자였으나, 지금 이 순간만큼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하기야 병사로 보이는 자가 일검에 자신의 말을 베어버릴 줄 누가 예상이라도 할까?
그 가운데 터진 피 보라에 시선이 가려졌으니, 그는 본능적으로 흙바닥을 굴렀다.
나려타곤(懶驢打滾)이었다.
풀이하자면 게으른 당나귀가 세차게 바닥을 구른다는 뜻인데, 그 모습이 우습기에 자존심이 강한 강호인들은 죽을 위기에서도 이를 쓰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공을 익힌 것 이외 군부에 투신한 적장은 서슴없이 이를 사용했고, 그것이 그를 살렸다.
-피잇! 툭.
시야를 가린 피 보라 사이로 검이 불쑥 튀어나와 그를 노렸던 것으로, 다행히 그는 귀 한쪽을 내주는 것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 무슨!”
적장은 당황을 넘어 분기 어린 모습을 보였다.
설마 자신이 병졸에게 죽음의 위기를 맞이할 줄은 상상치도 못했기 때문이다.
-우우웅!
그는 그 분기를 토해내듯 무시무시한 진력을 칼에 담아 펼쳤다.
바위가 있다면 그 바위마저도 깨 버릴 듯한 힘이 그 안에 담겨 있었으니, 그 공력이 일류라 하기에는 먼 장일로서는 피하는 게 상책일 것이다.
-탁.
하지만 장일은 오히려 한 걸음 나아가 적장의 검을 향해 마주 검을 펼쳐 보였다.
그리고 이후 펼쳐진 일은 적장의 눈을 의심케 만들었다.
-휘리리릭…… 스걱.
검이 마치 살아 있는 뱀처럼 그의 칼을 타고 올라서더니 갑주의 빈 부분인 옆구리를 베어낸 것이다.
다행히 깊지 않은 상처였으나, 아쉽게도 그에게 있어 상당히 치명적인 상처였다.
검을 든 쪽의 옆구리가 베어졌다는 것은 사실상 검의 위력을 절반도 내지 못하게 되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이후 적장의 검은 장일의 검을 쫓아가지도 못했다. 장일의 검은 크게 빠르거나 힘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 안에 담긴 변화는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슥, 스슥슥…….
적장은 칼날의 바람 속에서 갈기갈기 찢겼고, 선 채로 혈인이 되었다.
-서걱!
겨우 십수 초 만에 적장을 혈인으로 만들어버린 장일은 적장이 전의를 상실했을 때에야 그의 머리를 베어냈다.
-푹!
그리고 그가 그랬듯이 땅에 널린 죽창에 적장의 머리를 꿰어내고는 소리쳤다.
“너희 대장의 머리가 여기 있다. 죽고 싶지 않다면 당장 항복하라!”
장일의 일갈은 크지 않았으나, 그 일갈에 담긴 살기는 주변을 짓눌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툭…… 툭툭!
과연 적장과 달리 신입들로 구성된 병졸들은 서둘러 전의를 잃고 서둘러 무기를 내려놓으며 몸을 숙였고, 그렇게 다시 한번 전장의 흐름이 크게 바뀌었다.
“……도대체 내가 뭘 본 거여?”
장패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몇 번이나 해야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펼쳐질 리가 없었다.
아니, 어디 가서 이런 말을 했으면 술 먹고 헛꿈이라도 꾸었냐면 핀잔을 주었을 게 분명했다.
그처럼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약관도 안 된 올해 열여섯밖에 되지 않은 소년병이 적지를 뚫고 적장의 수급을 거두어냈으니 말이다.
자신이라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개소리하지 말고 발 닦고 잠이나 쳐 자라고 지랄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분명 꿈이 아닌 현실이었고, 자신은 그것을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놀란 것은 잠시였다.
평소의 신념을 내리누르고 장일을 구하기 위해 전방으로 움직였던 그는, 서둘러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
“적장이 죽었다! 무기를 버리지 않은 자 목을 베어라!”
“적장이 죽었다! 적장이 죽었다!”
장패는 수하들에게 그와 같은 구호를 외치게 했고, 그제야 그 사실을 알아차린 적들은 순간 공황상태가 되었다.
물론 이나라의 백인장들은 전의를 상실한 수하들을 윽박지르며 저항을 하려 했으나, 이미 넘어간 분위기는 돌이킬 수 없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장패는 서둘러 비참하게 창대에 꼽힌 류만의 머리를 챙긴 뒤, 장일에게 다가왔다.
“도대체 자네…… 정체가 뭐여?”
“……적장의 수급입니다.”
장일은 답 대신 죽창에 꿰어놓은 적장의 수급을 내어주었다.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들이던 장패는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렸다.
“하. 생각해 보니 자네는 이미 자신의 무위를 증명했었지. 다만, 우리가 믿지 못했던 거여.”
첫 만남에서 장일은 천인장급의 적장의 수급을 베어냈던 것을 떠올리던 장패는 그처럼 지레짐작했다.
실상 오해였지만, 이제 와서는 오해가 아니게 되어버렸던 터라 장일은 그에 대해서 무어라 더 말하지 않았다.
장일은 대신 검을 고쳐 잡은 채 말했다.
“적들이 무너지는 속도가 빠르군요. 지금의 기세를 키워야 합니다.”
“그래, 그래야지. 마음껏 날뛰어. 우리가 뒤를 받쳐줄 겨.”
“……그럼.”
장일은 서슴없이 아직 저항이 한창인 지형으로 나아갔고, 장패와 그의 수하들 또한 그의 뒤를 쫓았다.
장일 혼자만 해도 손을 쓸 방법이 없건만, 장패가 주축이 된 정예 병사들이 그 뒤를 받치니 부딪히는 적들이 갈려 버리듯 주검을 맞이했다.
-와아아아!
얼마 가지 않아 백인장 머리 몇 개가 땅바닥을 뒹굴었고, 그를 기점으로 환호 소리가 일대를 뒤흔들었다.
전쟁에 승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