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86
분신으로 절대무신 86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애초 천살성은 강호무림에서 배척해야 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는 정파는 물론 사파도 그 입장은 다르지 않았다.
타고난 천살지체의 근골이 여느 전설로 여겨지는 근골의 소유자와 비견이 됨에도 그러했다.
한 번 마성을 띄기 시작한 천살지체는 그 끝을 모를 만큼 피를 탐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렇게 피를 탐하게 된 천살지체는 보잘것없는 삼류 무공조차도 절대 무공으로 탈바꿈시킨다.
삼류 무공이 삼류 무공인 이유는 보통 형(形)만 있거나 그 안의 뜻이 엉터리인 경우라서다.
한데 천살지체가 필요한 것은 그 형태다. 결국, 천살지체가 다루는 의념은 살의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이러니 천살성은 그 마성을 쉽사리 피울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역사에 악명을 남기는 일이 빈번했다.
한데 조한은 그렇게 악명을 남긴 천살성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다.
저잣거리에서 삼류 무공을 익힌 천살성도 공포스럽건만, 이번 대의 천살성은 절대 무공을 전수받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그를 본 순간 알 수 있었다.
“저게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살의인가?”
“마치 천살지체의 마성이 극에 다다르면 저러지 않을까? 싶군.”
“어떻게 미치지 않은 거지? 저러고도 이성이 유지가 된다 말인가!”
이러한 경악과 두려움은 오히려 고수일수록 커져갔다.
하기야 조한은 천하삼검 못지않은 절대무인이니 그들이 그리 여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아마 본래였다면 제법 여러 분쟁이 일어났을 테지만, 다행히 남궁세가와 대불사가 그를 비호해 그 같은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여기에 화왕과 망왕을 주살하여 검선이라는 별호를 받은 장일이 그의 스승임을 알린 것도 그 영향이 작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임시적인 일에 불과했다.
결국 누르면 누를수록 튀어나오는 강호인의 특성상 결국 이에 대한 말들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조한을 비호하던 대불사에서도 말이 나올 정도였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불왕이 시간을 내어 장일을 만난 것은 이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장일이 검존의 환생으로 아는 불왕의 입장에서 달리 문제라 생각지 않지만, 제자들은 그 사정을 모르니 그를 달래줄 만한 말이 필요했다.
장일은 그런 불왕의 마음을 안다는 듯 고개를 주억이며 말을 이었다.
“제자에게 처음 무공을 가르칠 때 저는 천살성의 마성을 일으켜 그와 함께하도록 했습니다. 천살성의 본질이 누른다고 해서 눌러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말하는 것입니까?”
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라는 불가의 용어였다.
모든 유무형의 존재의 인식은 그것을 인식하는 마음의 나타남이니, 존재의 본체는 마음이 지어내는 것일 뿐이라는 뜻이다.
장일이 말하는 것은 천살성도 그와 다르지 않으니, 결국 천살성도 그 존재를 마주하여 그 자신의 일부라 여기면 그를 다스릴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장일은 단번에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아듣는 불왕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렇습니다. 그 결과 제자는 천살성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게 되었지요. 아마 남궁세가의 일이 있기 전에 만나셨다면 제자가 천살성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미타불. 한데 지금의 모습은 어찌 된 것입니까?”
걱정 어린 불왕의 물음에 장일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종사(宗師)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종사?”
“그렇습니다. 그것도 도가의 길의 위에 올라섰습니다.”
종사는 이때까지 없던 새로운 학문이나 세력을 세운 조사를 말한다. 그런 마성을 띤 자가 도가의 조사로서 길을 가고 있다고 하니 불왕은 잠시 말문을 잃어버렸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것이 있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말을 꺼냈다.
“아직…… 약관도 안 되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불왕의 그 의문은 당연했다.
장일이야 검존의 환생이니 어찌 이해라도 하겠지만, 조한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의문에 장일은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운이 좀 따르기는 했습니다.”
불왕의 의문을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그에 불왕 또한 소리 없이 웃음을 흘렸다. 그 모습이 나이 많은 스승이 어린 제자를 기특히 여기는 것처럼 보여서다.
새삼 장일이 검존의 환생임을 다시 자각한 불왕은 고개를 주억였다.
그리고는 품에서 하나의 서적을 꺼내어 장일에게 내주었다. 최근에 직접 엮은 것인지 서적은 깨끗했다.
“사자후(獅子吼)라고 합니다. 이미 금강부동신법을 얻은 신 것 같아 새로이 준비했습니다.”
“!!”
장일은 불왕이 내어 준 것이 사자후라는 말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사자후의 유래는 석가세존이 악마들을 굴복시키기 위해 외치는 호통으로, 그를 본 따 만든 대불사의 사자후는 실로 어마어마한 항마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마인들은 물론 도리에 어긋난 힘을 탐한 사파인들조차도 그 사자후를 마주하면 큰 충격을 받는다.
그 다루는 자의 성취에 따라 내기를 진탕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했다.
일갈에 일대의 모든 이들에게 제압하니, 전장에서 쓰기에 이만한 무공도 없었다.
이 때문에 대불사의 사자후는 천수여래장 못지않게 유명했다.
다만 사자후를 다루는 이들은 몇 되지 않았는데, 대불사의 무공이 다 그렇듯이 불법이 받쳐주어야 성과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사자후는 특히 그 영향을 많이 받아 대불사 내에서도 불왕을 비롯해 다섯이 채 되지 않았다.
불왕은 그런 비급을 내어 준 것이다. 장일이 놀라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어찌 이런 귀한 것을 내어주십니까?”
“아미타불. 도가에서 시주님을 이리 탐을 내시니 어쩔 도리가 있겠습니까? 저희도 나름의 성의를 보여야지요.”
고작 몇 년 만에 달라졌다기에는 너무도 큰 성장을 한 장일에 놀라던 불왕은 천산진인에 대해 듣게 되었다.
불왕은 그 점을 빗대어 농을 한 것이었고, 장일은 이에 미소를 보이며 받아들였다.
이미 불법에서도 나름의 큰 성취를 취한 그였으니, 난해하다는 사자후를 얻는 것도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장일에게서 제자의 사정을 듣게 된 불왕은 이를 제자들에게 알려 그들의 불만을 달래주었다.
이후 대불사의 제자들이 수라검을 대하는 태도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조한이 얻고자 하는 복마의 검이 사문의 나한도법과 유사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친밀함을 느낀 모양이다.
덕분에 정파에서는 나름 진정되는 분위기였으나, 사파에서는 오히려 반발의 뜻이 커졌다.
검선의 합류로 인해 그나마 비등하였던 정사의 균형이 정파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이러니 그들로서는 수를 생각해야 했고, 그런 점에서 조한은 상당히 좋은 먹잇감이었다.
하여 하루에도 몇 차례 조한에게 비무를 청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때마다 조한은 그들의 청을 거절했다.
물론 자신이 없어서가 아니었으나, 그를 모르는 사파인들은 더욱 비무의 요청이 많아졌다.
결국, 그가 거절하기 어려운 거물이 등장했다.
바로 오제칠군구악 중 칠군의 하나를 차지하고 있던 검군(劍君)이었다.
“대불사에서 자네를 보증하겠다고 하지만, 나는 믿지 못하겠네. 자칫 뒤를 노릴지도 모를 자를 어찌 등 뒤에 둘 수 있겠나.”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오.”
“스스로 증명하시게.”
“칼 맞고 싶다는 말을 참으로 고상케도 하시구려.”
“하하하하!”
검군은 정파인보다는 사파인에 가까운 그의 기질을 보고는 크게 웃어댔다. 그러나 웃음과 달리 그의 도발은 커져갔다.
그 웃음 속에 심검의 묘리로 살기를 담으니, 웬만한 이들은 마주한 순간 졸도해 버릴 것이다.
아마 평소의 조한이었다면 그런 도발에도 어떻게든 참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복마검을 얻는 과정이었고, 하여 그 성정이 자연 거칠어진 조한은 결국 그 도발에 넘어갔다.
“아직 검이 서툴러 사지 하나가 날아갈지도 모르오. 그래도 괜찮다면야.”
“이리 흘리는 것이 많으니 어설프다는 것을 모를 리가 있겠나…….”
-스르릉!
조한이 마침내 도발에 넘어가자 검군은 뿌연 흰 빛을 띤 자신의 검 백아를 꺼내었다.
단순히 검을 꺼내었을 뿐인데, 일대가 그의 아래로 놓여 버렸다.
십 장 너머까지 당장에라도 베일 것 같은 따끔따끔한 그의 검력은 당장에라도 숨통을 끊어버릴 듯한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를 마주한 조한은 두려움 한 점 없이 오히려 크게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콰아아앙! 콰앙!
이내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그들은 움직였고, 이후 어마어마한 굉음이 쉴 새 없이 울려 펴졌다.
검과 검이 부딪힌 것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거칠고 사나운 소리였으며, 그 파장 또한 대단했다.
주변의 널린 나무가 부서지고, 땅이 갈라진 것이다.
검군을 따라온 사파인들도, 뒤늦게 소식을 듣고 찾아온 정파인들도 그 엄청난 모습에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다.
“역시 검군 어르신일세. 완전히 압도하고 있지 않은가!”
“수라검이니 뭐니 하더니 역시 별 볼 일 없군. 이래서 소문을 믿지 말아야 하는 거지.”
대련은 사파인들의 말처럼 검군이 크게 우세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조한이 내내 방어하는 데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순식간에 오십 초가 넘어가자 이들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검군의 검을 막는 조한이 한 점 흔들림을 보이지 않음을 알게 된 것이다.
자신을 두고 여유를 부렸다는 것을 알게 된 검군은 크게 노기를 토해냈다.
“이놈! 감히 나를 우습게 여기는 건가?”
그 일갈은 실로 사납기 그지없었으나 조한은 오히려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답했다.
“검군이라더니, 너무 형편없지 않은가? 잘못하다 죽여 버릴 것 같으니 제발 제대로 좀 해주시오.”
“으드득!”
설마 그런 말을 들을 줄 몰랐던 검군은 얼굴이 시뻘겋게 익어버렸다. 그는 이를 부서지듯이 갈며 자신의 비기를 꺼내었다.
그를 검군으로 만들어주었던 백사(白蛇)를 내보인 것이다.
한 번 물리면 죽기 전까지는 풀지 못한다는 그의 백사는 오제라고 해도 맞서 상대하는 것을 꺼리는 비기였다.
“이제야 그럴듯한 게 나오는군.”
그제야 마음에 든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던 조한은 이내 마귀의 검을 펼쳐 보였다.
-스스스슥!
그렇게 펼쳐진 마귀의 검은 남궁가 때와는 달라져 있었다.
당시 그가 마귀의 검을 드러내자 모든 이들이 그를 두려워했으나, 지금은 오직 검군 그 한 명만이 두려움을 드러냈다.
마귀의 마성이 온전히 검에 담게 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검군이 펼친 백사의 독기는 끔찍한 것이었으나, 정형화된 마귀의 검은 그런 백사의 독기를 통째로 삼켜 버렸다.
-카아앙!
날카로운 금속 소리가 일더니, 하얀 무언가가 반으로 쪼개졌다.
바로 검군이 자랑하던 신검 백아가 마귀의 검을 감당하지 못해 부러지고 만 것이다. 검이 그러했으니, 검군이 멀쩡할 리 없었다.
“커흐으윽!”
그는 머리가 산발이 된 채 피를 흘려댄 것이 적잖은 내상을 입은 듯했다.
하지만 정말 큰 충격을 받은 것은 심상이었던 모양이다. 그의 눈에는 전에 없던 공포와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래서일까?
이제 막 기지개를 핀 마귀는 물러나려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러니 백아가 그러하듯이 검군 또한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 같았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벌어지지는 않았다.
-갈!
저 멀리서 장엄하기 그지없는 기운을 담은 일갈이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을 뒤흔들어 놓아서다.
“사, 사자후!”
“설마 불왕께서 오신 건가?”
이 같은 것이 천하에 둘일 수 없었고, 이 정도의 사자후는 불왕을 제외하면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들과 달리 조한은 이 사자후를 토해낸 이가 불왕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를 알자 사자후에 주춤하던 마귀는 이내 꽁무니를 빼며 도망을 쳤고, 조한 또한 좀 전과는 달리 주눅이 든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