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94
분신으로 절대무신 94화
소림으로 가는 여정은 대단히 험난했다.
그나마도 장삼풍이 합류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장삼풍이 한림왕 일행에게 합류하지 않았다면 이들은 소림이 있는 하남성에도 발을 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겨우 소림사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등봉현 일대까지 도착한 그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흘릴 수 있었다.
“아미타불!”
이들의 소식을 들은 소림사에서 그들을 맞이하러 나왔기 때문이다.
사파 정파를 막론하고 그간 워낙 많은 이들에게 치였던 탓일까?
장삼풍은 소림사 또한 순수하게 나올 리가 없다 여겨 내심 경계했으나, 그런 그의 생각은 얼마 가지 않아 사라지고 말았다.
“아무리 소림사라고 해도 이럴 수는 없는 거요! 저들은 무림 공적이 아니오!”
“소림은 저들에 대한 소문을 듣지 못한 겁니까? 저들은 인신공양을 하는 자들이오. 그런 흉적을 소림이 보호한다 말이오?”
“관에서도 허락한 일이 아닌가? 아무리 소림이라지만 너무 광오하군!”
지친 한림왕 일행들을 노리던 강호인들은 자신의 일을 방해하려 드는 소림에 이를 드러냈다.
그러나 한림왕 일행을 마중하러 십팔나한을 끌고 온 나한지주는 흔들림 없는 눈으로 다시금 불호를 읊었다.
“아미타불. 이분들은 소림의 손님들이오.”
“으음!”
그저 소림의 손님이라 말하는 나한지주였지만, 강호인들은 침음을 흘릴 뿐 더는 입을 열지 못했다.
강호무림에 소림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의미가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그들이 지닌 저력도 능히 천하제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가장 큰 그들의 힘은 강호 무림에 쌓은 공적들이다.
소림에 은혜를 받은 이들은 저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았다.
그들 중 1할이라도 소림에 은혜를 갚고자 움직인다면 그것만으로도 천하가 뒤흔들릴 정도다.
어디 그뿐이던가?
한 제국은 소림의 공적을 높이 사 그들에게 관의 면책권을 내주었다.
그 면책권이 비록 등봉현 일대에 한해서라고 하지만, 황제가 천하에 공지한 일이다 보니 황제라고 해도 그를 무시할 수 없었다.
결국 강호인들은 아쉬움을 크게 드러내며 물러나야 했고, 나한지주는 그제야 한림왕에게 반장을 보였다.
“아미타불. 늦어서 미안하외다.”
“……감사합니다.”
과거와 다름없이 자신들을 맞이하는 소림의 모습에 한림왕은 그 심경이 복잡한 것인지 겨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아무리 소림사라고 하지만 자신들의 처지를 잘 알기에 그들이 냉정하게 군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장삼풍은 그런 소림사의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또한 내심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소림의 제자들에게서 느껴지는 불가 특유의 기운이 이상하리만큼 익숙했기 때문이다.
마치 도경을 보고 그 친숙함을 느꼈던 것과도 같은 느낌인 터라, 장삼풍으로서는 그런 스스로가 참으로 이해되지 않았다.
“도대체가 알면 알수록 이해되지 않는군?”
다른 계열의 종파라면 이해라도 하련만, 도가와 불가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났다.
그 지향하는 바가 아예 다른 것인데, 그런 양측에 크게 도통하였을 것 같은 느낌이 이니 이는 상식과는 거리가 먼 행보다.
그의 본신인 장일의 권능 분신에 대해 알지 못하는 장삼풍으로서는 당연한 의문이었다.
그러나 장삼풍은 이내 고개를 털며 자신의 의문을 흩뜨렸다.
‘어찌 되었든 나와 연관이 있어 보이니 이참에 불가에 대해서도 공부를 해보는 것도 좋겠지.’
상황을 보니 아마도 오랫동안 소림사에 있어야 할 것 같았으니, 그를 공부할 시간이야 넉넉했다.
소림사라는 그 이름의 어원은 그 사문의 위치와 관련이 있다. 숭산(嵩山)의 소실봉(少室峯) 중턱에 위치하여, 소실봉의 북쪽 숲[林]속에 있다 하여 소림사(少林寺)라 이름 붙여진 것이다.
천하에 퍼진 그 명성을 생각하면 참으로 보잘것없는 배경이었다.
소림사의 장문인은 방장이라고 하는데, 이는 불법을 많이 닦은 고승들이 주로 한 장(3미터) 정도 되는 좁은 밀실에서 수련과 관련 있다.
그만큼 불도를 많이 닦은 자를 둔 자를 말함으로 방장에는 그런 의미가 숨겨져 있었다.
다만 이러한 불도에 대한 깨우침이 곧 소림의 무공의 경지를 뜻하는 터라, 방장이라 하면 소림의 최고수를 의미하기도 했다.
현 소림사의 방장은 무효 대사로 이로 정파십대고수의 첫 좌를 다투는 이다.
달리 금강불(金剛佛)이라는 별호로도 불리는데 이는 무효 대사가 금강반약장(金剛般若掌)을 대성하였기 때문이다.
한 제국이 세워지기 전 천하는 난세라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혼란스러웠다.
자연 무효 대사 또한 여느 소림의 제자들처럼 천하를 떠돌며 악인들을 징치하여 혼란을 바로잡고자 했다.
당시 그가 징치한 악인들 중에는 전대의 대마두도 여럿이었는데, 이는 금강반약장에 사마를 제압하는 기운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무효 대사는 마인과 사파인들에 가장 기피하는 존재였다.
소림사의 방장을 떼어놓고라도 강호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치는 대단했다.
하나 한림왕은 그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아미타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소. 백련존자께서 천하를 위해 하신 일이 태산과도 같건만.”
난세를 칭하기 위해 천하를 떠돌던 당시 무효 대사는 자연스럽게 백련존자와 연을 맺게 되었다.
비록 그 종교는 달랐으나, 백련존자가 이끄는 백련교는 천하를 안정시키는 데 모든 저력을 보였다.
당연히도 사심 따위도 없이 그저 순수한 도움의 손길을 뻗는 이들에 민심은 움직였고, 자연스럽게 백련교의 세는 천하에 우뚝 서게 되었다.
무효 대사는 그런 백련교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본 자였다.
지금이야 황제의 협잡질에 그 인식이 어지러워졌다지만, 이들은 결코 그리 여겨서는 안 되는 자들인 것이다.
“과거 백련존자께서 그러했던 것처럼 힘이 닿는 데가지 도와드릴 테니 편히 계시구려.”
“정말 감사드립니다.”
생각보다 더 큰 호의를 보이는 무효 대사에 그제야 한림왕은 안도했다.
이로써 소림을 기반으로 삼아 흩어졌던 교의 형제들이 다시 모일 수 있게 되어서다.
이는 강호 무림은 물론 제국 황실에서도 꺼릴 일이었다.
한때 천하를 뒤덮었던 백련교였으니, 그들이 다시 하나로 뭉친다면 과거와 같이 쉬이 그들을 끊을 수 없을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소림사는 그만큼의 큰 부담을 안게 된 것이었으나, 애초 백련교의 일이 그릇됨에서 시작된 것임을 알기에 소림사는 그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다.
방장이 그처럼 한림왕 일행에게 크게 베풀어주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하던 장삼풍 또한 원하는 바를 얻게 되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불경을 가르쳐 줄 이를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불경을 말입니까?”
그 부탁을 받은 소림사의 제자는 황당하다는 눈빛을 보였다.
당연히 장삼이 백련교의 사람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연 이는 도가의 도사가 불경을 읊겠다고 나선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황당하다는 눈빛도 잠시 그는 장삼풍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어찌 되었든 방장께서 받아들인 손님이신 데다, 불가의 가르침을 나누는 것은 승려로서 마땅히 해야 할 공덕이었다.
그는 나이는 어리지만 학식이 높은 사제를 그에게 붙여주었고, 장삼풍은 그를 통해 불가의 경서와 그 가르침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허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더냐?”
승려들이 지켜야 할 열 가지 계율을 관리하는 십계십승 중 탐계를 담당하는 탐계승은 어린 제자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가 오래전부터 눈여겨보던 제자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제자는 대단히 영특하여 쉬이 지식을 얻으나 아쉽게도 그 뛰어난 지재에 기대는 것이 습관이 되어 지혜를 얻기가 어려웠다.
유가와 같은 학문을 다루는 자에게서야 그리 흠이 될 일은 아니었으나, 불가와 같이 깊은 깨우침을 얻고자 하는 구도자로서는 그리 좋지 못한 행실이었다.
그런데도 탐계승이 그 어린 제자를 눈여겨본 것은 그 행실과 달리 그 심성이 대단히 고와서다.
순수성이 있는 것인데, 이런 자는 쉽게 더럽혀지기도 하지만 잘만 이끌어준다면 대단한 불성을 얻기도 했다.
다만 습관이 된 행실로 인해 그 같은 불성을 보게 되는 것은 적어도 스무 해는 넘겨야 할 것이라 여겼다.
그랬건만 어찌 된 일인지 겨우 며칠 보지 못한 사이에 제자는 불성을 띄게 되었다.
비록 아직 그 깨달음이 옅어 불완전해 보여 쉬이 알아보기는 어려웠지만, 오랫동안 그를 보았던 탐계승은 대번에 그를 알아차렸다.
하여 그를 불러 그 연유를 묻자 어린 제자의 답변이 참으로 놀랍다.
“방장님께서 손님으로 모신 장 씨 성을 쓰는 시주에게서 가르침을 받게 되었습니다.”
“방장께서 손님으로 모신 분이라면 한림왕 쪽 사람이 아니더냐? 한데 불경을 가르쳤다고?”
“그것이 아니오라…….”
어린 제자는 자신이 그 사정을 다 이야기하지 못했음을 알고는 서둘러 그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모두 들은 탐계승은 좀 전보다 더 놀란 안색을 드러냈다.
그가 백련교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그렇지만, 그보다 며칠 배운 불경 공부로 제자에게 되레 가르침을 내려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로 믿기 어려워 이에 대해 묻자 실상은 가르쳤다기보다는 답답하여 알려준 모양새로 보였는데, 오히려 그것이 더 놀라울 일이었다.
그 깨달음을 전해준다는 것은 그 가르침을 완전히 그 스스로의 것으로 소화하지 않고서는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 시주를 한번 만나보고 싶구나.”
“아마 바라시는 일일 것입니다.”
나름 평생을 고찰하며 쌓은 지식이 부질없음을 깨달았던 터라, 소심해졌던 그는 탐계승의 그 말을 크게 반겼다.
그렇게 장삼풍과 마주하게 된 탐계승은 절로 불호를 읊고야 말았다.
“아미타불! 지계견고(持戒堅固)라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
장삼풍은 탐계승의 말에 의문을 보였다. 그간 여러 불경을 읽었으나 지계견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지 못해서다.
그러나 의문을 드러내는 그의 눈을 바라보던 탐계승은 불호마저 읊지 못한 만큼 소리 없는 탄성을 이르다 뒤늦게 불호를 읊으며 자신이 왜 그랬음을 설명했다.
“아미타불. 불가에서 지계견고함에 이르렀다는 것은 곧 생불이 되었음을 뜻합니다. 혜가 사조께서 말년에 이르러 그와 같은 경지에 이르렀지요.”
“생불이라니요? 너무 과합니다.”
그러나 탐계승의 자신의 말을 철회하지 않았다.
그것이 아니고서야 여의주를 취해 인간의 탈을 반쯤 벗어난 장삼풍의 육신을 설명할 바가 없어서다.
탐계승은 장삼풍과 여러 선문답을 나누었는데, 흥미롭게도 그때마다 깨우치는 것은 오히려 그 물음을 던진 탐계승이었다.
이러하다 보니 탐계승은 자신의 생각이 옳았음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장삼풍이 기억을 잃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다.
“장 시주께서 기억을 잃은 것은 어쩌면 세상과의 연을 끊을 정도의 깨우침을 얻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보이는 것과 달리 수많은 세월을 보내신 분인지도 모르겠군요. 자세한 것은 방장께 이야기를 나눠보시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탐계승이 그러했던 것처럼 방장 또한 장삼풍을 그와 다르지 않게 평했다.
“이미 세상과의 연을 반 이상은 끊으신 분에게 다시 승려의 삶을 권할 수 없는 노릇이지요. 다만 속가로서라도 좋으니 소림은 장 시주와 연을 잇고 싶습니다.”
그 말에 장삼풍은 그리 고민하지 않고 방장의 뜻을 따랐다.
안 그래도 홀로는 그 불가의 방대한 가르침을 얻기 어려웠던 터라, 그 길을 제시할 이를 찾고 있었다.
한데 방장이 그와 같은 가르침을 내려준다 하니 그야말로 고소원불감청(固所願不敢請 : 감히 청하지는 못하나 원래부터 몹시 바라던바)인 셈이다.
그로부터 이 년이 지나 마침내 모든 세력을 찾은 한림왕은 소림의 품을 벗어났다.
다만 장삼풍은 소림에 남았다.
한림왕은 아쉬워했으나, 그 자신에 대해 알고자 하는 장삼풍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불가의 깨달음이 깊어질수록 그가 이미 한 번 걸었던 길임을 깨닫게 되니 그로서는 마음이 갈 수밖에 없었다.
한림왕이 세상에 다시 나선 지 5년이 되었을 때 천하는 다시 어지러워졌다.
과거의 세를 어느 정도 회복한 백련교와 황군 사이에 큰 전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자연 천하 전체가 탄식을 할 정도로 수많은 이들이 죽고 다치며 병이 들었다.
장삼풍이 소림을 벗어난 것은 그때쯤이었다.
이는 더는 소림에서 깨우침을 얻기 어려워서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소림에서 본 천하의 행태가 기묘하게 흘러갔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는 그가 육신통 중 하나인 누진통(漏盡通)을 얻은 것과도 연관이 있었다.
누진통은 번뇌를 모두 끊어, 내세에 미혹한 생존을 받지 않음을 아는 능력을 말한다.
7년의 고뇌 끝에 얻은 이 누진통이 아니었다면 장삼풍은 이 천하의 뒤에서 무언가 수작질을 부리고 있음을 끝내 알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