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97
분신으로 절대무신 97화
“삼봉진인이라는 분이 그대들의 스승이라 말입니까?”
자연 이어지는 그 물음에 무당산의 도사들 중 누구도 쉬이 긍정을 보이지 못했다.
천하 각지에 흩어진 이들이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같은 모습을 보이니 모두가 이에 대해 궁금증을 드러냈다.
그 궁금증이 풀린 것은 섬서성에서 벌어졌던 대전쟁 서안혈전(西安血戰)의 대영웅 장무기에 의해서다.
이제 이립을 넘어선 여느 무당산의 도사들에 비해 젊은 그는 무당산 출신이라는 이유로 그 물음을 듣게 되었다.
이에 장무기는 나지막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그분의 가르침이 아니라면 어찌 도를 깨우칠 수 있었겠습니까?”
설마 그와 같은 답을 들을 줄 몰랐던 터라, 그 질문을 꺼낸 자는 크게 놀라며 다시 질문을 이어갔다.
“한데, 어째서 모두가 장무기 대협처럼 그분을 스승님이라고 답변하지 못한 것입니까?”
그 말에 장무기는 크게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질문이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그분을 스승님이라 말한 적은 없습니다. 그저 그분의 가르침을 받았다고 했을 뿐이지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큰 도를 깨우치게 할 만큼 가르침을 받았음에도 그분을 스승님이라고 말하지 않는 장무기의 태도는 확실히 기괴했다.
어찌 보면 가르침을 받은 자가 마땅히 지녀야 할 예법을 기피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말을 하는 그의 태도를 볼 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실제로 이어진 장무기의 말 또한 그러했다.
“그대는 하늘을 보고 감히 스승님이라고 칭할 수 있겠습니까? 그분은 저에게 그와 같으십니다. 아마 단언컨대 다른 분들 또한 다르지 않으실 것입니다.”
“…….”
그 질문을 던졌던 자는 말문을 잃고 말았다.
생각지 못했던 광오하기 그지없는 답변이라서다.
천하에 이는 혼란의 한편을 담당하던 백련교의 사람조차도 그와 같은 말을 하지 않았다.
한데, 이제야 겨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무당산의 이름 없는 도인을 두고 하늘과 같다고 말하고 있었다.
만약 그리 말한 자가 보잘것없는 이라면 마냥 무시했을 이야기인 것이다.
하나 그 말을 꺼낸 이는 장무기였다.
대영웅으로서 부족함이 없는 행보를 보이는 이였고, 무엇보다 그 또한 백련교의 한 자락을 잇는 이었다.
그런데도 백련교에 앞서 삼봉진인을 그처럼 높이 평했다는 것은 천하를 내려다볼 정도의 기인임을 뜻했다.
당연히도 장무기의 이런 발언으로 인해 자연 삼봉진인에 대한 그들의 관심은 한없이 높아져만 갔다.
“더는 이곳에 있기 어렵겠구나.”
그의 도움을 얻기 위해서, 그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 많은 이들이 무당산에 몰려들고 있었다.
덕분에 호북 변방에 위치한 무당산 일대는 호황과 말썽이 끊이지 않았으며, 그 본거지인 무당산에서도 많은 일들이 일었다.
이에 수련을 하던 많은 도사들이 피해를 보았다.
삼봉진인이라는 별호 외에 장삼풍에 대해서 별다른 정보를 얻을 수 없다 보니, 그들을 장삼풍이라 오해하여 생긴 일이었다.
당연히 그들은 저마다 아니라 이야기를 하였으나, 사람들은 쉬이 믿지 않았다.
그들 스스로가 보아도 번잡하기 그지없는 태도를 보였으니, 삼봉진인이 스스로를 감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원시천존. 사람을 잘못 보았습니다. 저는 그분이 아닙니다.”
“그것참. 아니라고 하는데 참으로 끈질기십니다.”
“어찌 이리도 무례하시오. 설사 내가 그분이라고 해도 이처럼 다그치는 것은 예가 아니외다.”
그로 인해 도사들은 이처럼 적잖은 피해를 보아야 했다.
끈질기기 그지없는 이들을 떼어내는데 달래기도 짜증을 내기도 다그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끝에 남은 것은 그들의 무례함과 자괴감이었다.
“아니면 아니지. 뭐 그리 잘났다고 저리 뻗대는 건지.”
“흥! 가짜 진인들 같으니라고!”
“애초 능력이 없어 세상에 나오지 않는 도사들이네. 아니, 도사라는 말도 아까울지 모르겠군.”
“으음. 원시천존! 살다 보니 이런 횡액을 맞이하는구려.”
도경을 통해 깨우친 천둔술에 모습을 감춘 장삼풍은 이런 그들의 모습에 깊은 한숨을 흘렸다.
“하아. 이 또한 하늘의 뜻일지도 모르지.”
결국, 장삼은 하산을 결심했다.
다만 그는 이 분란을 재울 하나를 무당산에 남겼다.
-쿠르르르릉!
-쏴아아악!
억수같이 비가 오던 날, 그는 삼봉이 보이는 곳에 위치한 거대한 바위에 글자를 남겼다.
-무당태극유박이십삼식(武當太極柔撲二十三式)
마음과 호흡이 서로 맞으며, 허리는 다리가 도는 데 따르며, 운행은 느릿하고, 움직이고 멈춤이 자유자재여야 한다.
움직일 때는 뱀이 가는 것과 같고, 발경은 누에가 고치를 짓는 것과 같다.
자리를 잡음에 있어서는 분촌호리를 따지고, 적을 제압함에는 잡고 밀고 가두고 막는다.
이 요결 아래 무당태극유박이십삼식을 남기니, 이를 깨우치는 자는 능히 강을 제압할 것이다.
장삼풍은 최근 가장 크게 화두로 잡고 있던 태극을 기반으로 한 무공을 남겼다.
이 무당태극유박이십삼식은 그 요체를 깨우치면 권으로도 검으로도 무엇으로도 풀어내는 게 가능했다.
여기에 이를 온전히 깨우쳐 그를 대성하면 그가 남긴 글처럼 능히 강을 제압하고도 남았다.
실로 대단한 신공이라 할 수 있는 것이었으나, 장삼풍은 별다른 미련 없이 이를 세상에 공개했다.
비인부전(非人不傳 : 인간 됨됨이가 갖춰지지 않은 자에게는 가르침을 줄 수 없다)이라 하지만, 무당태극유박이십삼식은 그런 점에서 자유로워서다.
비인은 결코 이 무당태극유박이십삼식의 요체를 깨우칠 수 없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무당태극유박이십삼식이 무공이면서도 또한 도의 극의를 바라볼 수 있는 수행법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어떤 길이든 도를 지극히 깨우친 자는 악인이 될 수 없었다.
하여 장삼풍은 이를 남기고 하산했고, 이것으로 인해 그는 또 한 번 큰 풍파를 일으켰다.
가장 먼저 큰 풍파를 일게 한 것은 역시나 장삼풍으로 인해 피해를 보았던 도사들이었다.
그는 삼봉진인이라는 이가 남긴 것에 진의를 따지기 위해 찾아 들었다, 무당태극유박이십삼식을 보고 말문을 잃어버렸다.
“신인이셨다. 아니, 하늘일지도…….”
그들은 누구 하나 말할 것도 없이 장삼풍이 남긴 비전을 보고 저마다 무릎을 꿇고 크게 대례를 보였다.
그만큼 무당태극유박이십삼식에는 너무도 터무니없이 큰 가르침을 장삼풍이 아낌없이 풀어 둔 상태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를 모르는 민간인들과 무림인들은 그 가치를 알지 못했다.
그들이 보기에는 그저 그럴듯한 뜬구름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그 위대한 유물을 손상시키거나 또는 비아냥거리는 자들이 나타났다. 고생 끝에 이 호북 변방까지 왔건만 기껏 얻은 것이 이런 것이다 보니 이에 화풀이를 한 것이다.
당연히도 무당산에 있던 도사들은 그를 가만히 두고 보지 못했다.
“이래서 비인부전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 아닌가 싶소이다!”
“신인께서는 너무도 큰 뜻으로 남기신 것이겠지만, 본래 너무도 큰 것은 없는 것과 다름이 없으니 이 같은 일도 당연한 일이겠지요.”
“이를 가만히 볼 수 없지 않소?”
“당연합니다. 너무도 부족한 우리들이나, 그렇다고 가만히 욕되게 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하니 그분을 모시고자 뜻을 모으고자 합니다.”
“좋습니다. 무당산에서 그 뜻이 일어났으니 무당파라고 합시다.”
남겨진 무당산의 도사들은 하나같이 대단한 도를 깨우친 자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뜻을 모아 개파를 한 것이니, 그 위세가 작을 수가 없었다.
능히 호북 전체를 아우르는 대문파로서 성장했다.
그런 문파의 탄생이 그저 삼봉진인을 기리고자 한 것이었으니, 사람들은 그제야 자신들이 보물을 앞에 두고도 보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도사들이 장삼풍이 남긴 비전이 더 훼손되기 전에 그를 감추었던 것이다.
그렇게 호북성을 넘어 천하 곳곳으로 장삼풍의 위명은 끝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다만 그의 이름보다는 삼봉진인이라는 별호가 유명한 탓에 장삼풍을 알아보는 이들은 없었다.
과거 냉혈마왕으로서 활동하던 시대에서도 무려 삼십 년을 더 흘렀던 데다 그가 천하를 휩쓴 풍파를 생각하면 그를 알아보는 이가 있다는 게 더 믿기지 않을 일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의외는 있는 법이었고, 장삼풍은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를 알아보는 자를 마주하게 되었다.
다름 아닌 허름한 객잔의 주인이었다.
“혹시 명왕(明王)이 아니신지요?”
장삼풍은 그 말을 꺼내는 주인에 놀란 눈길을 보였다.
명왕은 과거 황제를 만나러 가기 전 잠시 백련교에 머물렀던 당시 한림왕이 그에게 붙인 칭호였다.
그가 자신과 그리 다르지 않은 신인임을 알리기 위해 놀랍게도 왕이라는 칭호를 붙인 것이다.
다만 장삼풍은 대외적으로 모습을 보이지 않다 보니 그의 실체를 아는 이가 많지 않았는데, 이곳에서 그를 아는 자를 만나게 되었으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그러하네. 용케도 알아보셨소.”
“이럴 수가! 정말이시군요. 우박이라고 합니다.”
우박은 당시 자신의 신분이 한림왕을 보필하던 병졸이었음을 이야기했다.
병졸이라고 해도 한림왕을 가까이 모셨다는 것에서 뛰어난 인재라는 말이었는데, 실제로도 그러했다.
그런 그가 이런 허름한 객잔의 주인이 되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장삼풍은 어째서 그가 그 같은 처지가 되었는지를 대번에 이해했다.
“단전을 다치셨구려?”
단전이 깨진 것이다.
이는 곧 무공을 상실한 것이었으니, 백련교가 멀쩡하였다고 해도 그 본래의 위치를 지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큰일을 겪었음에도 우박은 대수로워하지 않았다.
“하하하. 벌써 10년도 전의 이야기입니다. 덕분에 교의 한 맥이 유지되고 있으니, 마냥 손해도 아니지요.”
그렇다고 한들 과거 찬란했던 자의 추락은 너무도 비극적인 것이었다.
그럼에도 우박은 내내 밝은 표정으로 장삼풍을 모시는 데 전심을 다했다. 그가 아껴 두었던 술과 안주를 꺼내어 대접했을 뿐 아니라, 잘 곳을 찾는 그에게 자신의 안방을 내어주기도 했다.
장삼풍은 그런 우박의 대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덕분에 장삼풍은 지난 여정 동안 쌓인 피로를 모두 풀어내었고, 이틀이 지난 뒤에야 그는 길을 나서게 되었다.
“이렇게 명왕을 모실 수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받은 것밖에 없건만, 오히려 그것이 그의 큰 선물이었다 말하는 우박에 장삼풍은 미소를 보이며 허리춤의 작은 호리병을 그에게 내어주었다.
“자네 덕분에 나 또한 기뻤네. 이건 나의 선물일세.”
“……그리 말해주시니 이제 더할 나위가 없군요.”
“하하하. 더할 나위가 없으면 쓰는가? 앞으로 자네가 해야 할 일은 많네.”
“??”
이해할 수 없는 장삼풍의 말에 우박은 의문을 보였지만, 아쉽게도 이미 장삼풍은 그를 등지고 길을 나선 뒤였다.
멀어져 가는 장삼풍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우박은 찬란한 과거가 떠올라서인지 갑작스럽게 갈증을 느꼈다.
-뽀옥.
그 갈증이 제법 심한 터라 우박은 서둘러 호리병을 열었다.
호리병을 열기 무섭게 향긋한 주향이 일었고, 이에 우박은 고민할 것도 없이 이를 취했다.
-벌컥벌컥.
그 안의 양이 많지 않기에 그를 모두 마시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어?”
-쿠웅.
그 갈증에 대한 해소가 채 일기도 전에 우박은 눈앞이 캄캄해졌고, 이후 그는 무너졌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아하하하하!
늦은 밤이 되어서야 정신을 차린 그는 이내 크게 대소를 터뜨렸다.
그것은 웃음이었으나, 한이 깃든 울부짖음이기도 했다. 두 눈이 벌겋게 일 정도로 눈물을 흘리며 웃음을 토해내는 그에 주변의 이들이 그가 광증이 걸린 게 아닌가?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그가 본 우박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잠적했던 사대시위 중의 하나 현무시위가 돌아왔다.
얼마 가지 않아 그와 같은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고, 그의 합류로 인해 위축되어 가던 백련교는 다시금 성장을 거듭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