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It Bad That the Main Character’s a Roleplayer? RAW novel - Chapter (415)
415화 이곳에 있노라고 (10)
“느껴지는 기세가 심상치 않더군. 그쪽에 한번 접선해 봐도 좋을 것이다.”
나는 계명이 ‘이번 계획을 위해 그대가 외워야 할 것’이라 말하며 건넨 책자를 뒤적이며 말했다. 하필 그들을 추천하는 이유는 별거 없었다. 실제로도 강해 보였거니와 그들이 인겜 캐릭터와 닮았다는 사실이 다였다.
“모험가님께서 이리 말하실 정도라면 필히 범인은 아니겠지요. 어찌 생겼는지 들을 수 있겠습니까?”
“생김새는…….”
참고로 후자의 사실이 추천 사유가 되는 것 또한 커다란 곡절이 있거나 하진 않았다.
단지, 이 파티의 대부분이 인겜 캐릭터와 닮았으니 그들도 운명처럼 결국 합류하게 되지 않을까. 어차피 그렇게 될 거라면 미리 말을 꺼냄으로써 시간을 단축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렇게 여겼을 뿐이었다.
어차피, 그런 우연이 없더라도 둘 다 포섭할 만한 가치의 강자임만은 분명했으므로.
“확실히, 범상치는 않아 보였지요. 두 사람 다.”
“그렇군. 하면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수소문해 보지. 진정 실력자라면 활약상이 있을 터이니 금방 찾을 수 있을 걸세. 어쩌면 마탑에서도 알고 있을지도 모르고.”
“성주님이나 주교님께 여쭤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도시의 강자라면 분명 전부 파악하고 계실 테니 말입니다.”
“그럼 내일 제가 성주님을 뵙도록 하지요.”
“아, 별개로 두 사람 전부 모험가나 용병에 속해 있을 겁니다. 옷차림이 세력에 소속된 사람의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럼 모험가 길드도 들러야겠네요.”
“사람 나눠서 가면 되겠네. 난 안 갈 거지만.”
나는 초면의 사람들 사이에 껴서 간식만 옴뇸뇸 먹는 티마뉴크에게 밀크티를 만들어 주었다. 입은 쿠키를 씹고 있는데 그 시선은 밀크티를 직시하는 게 퍽 노골적인 욕망이었던 까닭이다.
“……! 감사합니다.”
이제 보니 이쪽은 무례한 인간 군상보다는 눈치가 없어서 다소 마이 웨이처럼 느껴지는, 그렇지만 속내가 투명하여 진솔한 유형의 인간에 가까운가.
나는 마음속의 정보값을 갱신하며 그를 대할 때의 태도를 결정했다.
“맛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실례가 아니라면 레시피를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레시피라고 해도 이미 만들어 둔 차에 우유를 넣은 게 다다만… 우유 비율이 궁금한 거라면 보통 색이 이런 갈색이 될 때까지만 넣는다.”
이런 사람과의 관계는 맺고 끊음을 확실히 하고, 상대의 의도를 곡해하지만 않으면 어지간해선 문제 생기지 않는다. 가끔씩… 그 눈치 없음이 다소 얄밉게 느껴질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양 조절은 어떻게 하는 겁니까? 만약 차가 많아서 우유를 덜 붓게 된다면…….”
“…보통 쓰던 컵으로만 하니 그런 생각까진 안 해 봤는데. 그게 걱정이라면 서로 조금씩만 부어 가며 색을 확인해도 되지 않겠나?”
MIF(Milk in First)파니 TIF(Tea in First)파니 순서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사람도 있지만, 난 그 정도로 차에 조예가 깊지 못하단 말이지. 애초에 밀크티, 자주 먹는 편도 아니고.
“그럼 우유를 먼저 넣어도 된다는 것입니까?”
“그렇게 먹어도 상관은 없지 않을까 싶다만… 그런데 밀크티는 북부에서 개발한 음식 아닌가? 왜 나한테 묻지?”
“예? 저는 처음 보는데요?”
“……??”
상상도 못 한 티마뉴크의 발언에 내가 당황하려던 찰나, ‘똑똑’ 하며 방문이 진동했다. 이 늦은 시간에 누가 찾아왔담. 우리의 고개가 다 같이 사이좋게 방문 쪽으로 향했다.
“들어오시게.”
연장자로서 우리 모두를 대표한 아크메이지가 대답했다. 떨어진 허락에 방문이 달칵하고 열렸다.
“손님이 찾아오셨…….”
우리에게 소식을 전하려 온 듯 마법사가 가장 먼저 고개를 들이밀었다. 다만 그의 말은 잠깐 멈추었는데, 나는 그 심정을 이해했다.
3평 남짓한 공간에 온갖 사물은 인벤토리에 넣어 두고 바닥엔 옹기종기 앉아 있는 사람 10명은 아무래도 부담스럽겠지. 하물며 그들이 수십 가지의 음식을 바닥에 내려놓은 상태라면.
“손님?”
“예, 악마기사님을 찾아왔다고 하는데요.”
“나를?”
이 많은 사람 중에서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나를 찾아온 사람이 있다고? 대체 누가?
“정체에 대해 들은 건 있나?”
나는 음식이나 사람들을 건드리지 않도록 엉거주춤 일어나며 물었다. 그러자 마법사가 아차 하는 얼굴을 하며 내게 답했다.
“바람손이라고 하면 알 거라 하셨습니다.”
전혀 상상도 못 했던 이름의 등장이었다.
“여어!”
“너…….”
나는 바람손의 이름을 듣자마자 바로 달려 나갔다. 마탑의 출입권은 함부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출입권 없는 손님을 만나려면 내가 나가야만 하는 까닭이었다.
“오랜만이지?”
“…그래. 오랜만이군.”
하지만 그 긴 길을 나간 보람은 있었다. 나는 다시 볼 수 있을 거라 생각지 못했던 얼굴에 피식 웃었다. 코끝이 빨갛게 튼 바람손이 눈을 동그랗게 뜰 정도로 선명하게 말이다.
“당신, 웃을 줄도 알았군?”
“…이해 가지 않는 반응은 아니지만, 사람 앞에서 할 말은 아닌 듯하군.”
뭐어… 당시의 내가 많이 까칠하긴 했지. 아니, 나보다는 컨셉이 살벌했다고 해야 할까.
“우와, 더 이상 죽고 싶냐라고 묻지 않는 거야? 당신, 진짜 변했구나.”
“…원한다면 그래 줄 수 있다만.”
“오, 아니야. 칼 잡지 마. 여기까지 와서 두 쪽으로 쪼개지기 싫다고.”
나는 농담 삼아─저쪽은 농담으로 안 보였을 수도 있겠지만─칼자루에 손을 올렸다가 다시 내려 두었다. 바람손이 깔깔 웃었다.
“진짜 왔네요.”
그사이 바람손(실물)의 등장에 나를 따라왔던 데스브링거가 내 뒤에서 고개를 빼족 내밀었다. 그제야 데스브링거를 발견한 바람손이 손을 살짝 흔들었다.
“그럼 가짠 줄 알았어?”
“거리가 거리지 않습니까요. 진짜로 왜 왔답니까?”
“다 이유가 있지.”
자크라티, 그러니까 야바드 지방이 여기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고려하면, 사유야 당연히 있겠지. 나는 그의 말에 순순히 수긍하며 바람손의 뒤편을 일별했다.
아무래도, 내일 모험가 길드에 가서 사람 찾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보아하니, 이야기가 짧지는 않을 듯하군. 숙소는 잡았나.”
“어… 아직.”
“그럼 저 뒤쪽의 인물들은?”
“임시 동행. 도시 지리를 몰라서 부탁 좀 했지. 머무는 여관이 좋대서, 거기까지 같이 가려고.”
“그런가.”
나는 조금 고민하다가, 거기 여관에서 음식을 파는지 물었다. 눈을 깜빡인 바람손이 애매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봐, 댁들이 숙박한다는 여관, 먹을 거 팔아?!”
“…팔긴 파는데 맛없어. 우리가 괜히 다른 데서 먹고 가는 게 아니라고.”
어둠 속에서 곧바로 답이 들려왔다. 나지막한 목소리의 주인은 뿔이 양쪽으로 난 큐어티족이었다.
“그럼 좀 애매하군.”
“왜, 여관까지 따라오려 했어?”
“여기까지 찾아왔을 정도면 보통 용건이 아닐 것 아닌가.”
임시 동행이 있는 마당에 대화로 시간을 오래 끌 수는 없을 테니, 아마 급한 용건까진 아닐 거다. 하나 그렇다고 이 잠깐의 대화로 해결될 수준인 것 역시 아니겠지.
하면 안줏거리라도 차려 놓고 대화판을 벌이는 게 제일 좋지 않을까. 거기에 저쪽, 임시 동행이라는 사람들에게도 해야 할 말이 따로 있고.
“혹시, 안주가 괜찮고 밤 늦게까지 여는 곳을 알고 있나?”
“돈이 좀 들어도 괜찮다면, 알지.”
“그럼 알려 줬으면 하는군. 대가로 그쪽에게도 한턱 사지.”
나는 그리 말하며 인벤토리에서 꺼낸 모험가 패를 앞뒤로 살짝 흔들었다. 둘 다 눈치 없어 보이진 않았으니, 이 정도 시그널이면 대충 알아듣지 않으려나. 그런 기대는 덤이었다.
“…우리에게도 할 말이 있나 본데, 좋아. 대신 장담하는데, 돈깨나 들 거야.”
“어? 또 먹는 거야?”
다행히 내 기도는 먹혔다. 내 앞에 있던 바람손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저쪽은 댁을 모른다던데.”
“이쪽도 모르긴 매한가지다.”
“그럼 대화에 끼어들게 하는 이유는?”
“그걸 이제부터 알아봐야 하기에.”
나는 바람손의 의문을 그 한마디로 일축한 후, 데스브링거를 돌아보았다. 급하게 나를 따라 나오느라 외투만 대충 걸친 이는 안 그런 척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있다.
“너는 이만 들어가 봐라.”
“저도 가겠습니다요.”
“안쪽에 이야기를 전할 사람도 필요하지 않나.”
“그으렇긴 한데. 나리 혼자 가시는 건 좀…….”
내가 물가에 내놓아진 어린애도 아니고, 너보다 나이 더 먹은 인간인데 왜 그리 걱정을 하는 거람.
나는 마탑 입구의 조명으로 인해 주홍빛이 덧씌워진 머리카락을 가볍게 토닥였다.
“들어가라, 캄. 날이 춥다.”
“…이거 사기입니다요.”
“그래. 다녀올 테니 모두에게 말 전해 주고.”
귀가 뒤로 누운 청년이 결국 후다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나와 데스브링거의 모습을 바람손이 좀비 보듯 보았다.
“댁, 진짜 악마기사 맞아?”
“…풀어야 할 오해가 이다지도 깊군.”
옛 인연들을 만나면 반가움 이후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구만. 나는 속으로 머리를 짚으며 턱짓으로 나아갈 것을 종용했다. 귀신에 홀린 듯 새파라진 안색의 바람손이 나를 따랐다.
* * *
“그래서, 우리까지 이 대화에 초대한 이유가 뭐야?”
“바로 본론인가?”
“그쪽 대화가 제법 길어질 것 같아서. 금방 끝날 것부터 처리하는 게 낫잖아?”
나는 음식점에 도착하자마자 질문을 던지는 이를 보며 찻잔을 집었다. 나를 제외한 모두는 북부인 또는 뱃사람 아니랄까 봐 1,000cc 언저리쯤 될 맥주잔을 하나씩 끼고 있다.
“맞는 말이네. 빨리 끝나는 거면 셋이 먼저 일 봐. 나는 안 그래도 부족했던 술을 좀 더 위장에 넣어야겠으니까.”
다행이랄지, 바람손은 흔쾌히 순번을 양보했다. “크으. 북쪽은 술이 차가운 게 참 좋단 말이지.”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한 수선인지 아니면 순도 100%의 진심인지. 그의 경탄이 테이블 위를 맴돌았다.
“배려에 감사하지.”
“뭘.”
“하면… 내가 그대들을 찾은 이유를 말하기에 앞서, 그대들이 의뢰를 받을 의향이 있는지, 또 그럴 수 있는 상황인지 먼저 물어야겠군.”
내가 차를 마시며 묻자, 스스로를 크러셔라 소개한 이가 눈살을 애매하게 구겼다. 꿀꺽꿀꺽. 호크아이라던 이는 맥주를 시원하게 마신다.
“의뢰 자체는 어지간해서 거절하지 않지만, 선의뢰가 있어서.”
“선의뢰?”
“성주님이 도시에 있는 모험가들에게 참전 의사를 물으셨거든요. 저흰 이미 거기에 답한 뒤라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아요. 아, 혹시 참전의 의미를 모르신다면…….”
“도시 확장 계획을 말하는 거라면 안다. 그것에 참가하는 거라면 별문제 없겠군.”
“……?”
도시 확장보단 오만과 마왕 퇴치가 우선순위니만큼, 인재 두엇 빼 간다고 성주가 뭐라 하진 않겠지. 애당초 정당성이나 위험성도 이쪽이 한 수 위라 막을 권리도 없을 거고.
“긴 말 않겠다. 용사는 그 일행과 함께 마역에 직접 진입해 마왕을 잡으러 갈 예정이다. 다만 안전성과 확실함을 위하여 추가 인원을 모집할 예정이지.”
“…마역에 직접 진입하는 것도 모자라, 마왕을 잡으러 간다고?”
“그래.”
“우와아…….”
“인원은, 몇 명이서 가는데?”
“현재 용사를 포함해 네 명의 인원이 모였다. 그래서, 해당 제안이 정식으로 오면 응할 의사가 있나?”
“…고작 네 명이라. 이건 좀 고민해 봐야겠는데.”
“와… 나, 약해서 다행이다.”
와중에 바람손 너 이 자식, 그런 말 하기냐. 그거 플래그가 되는 수가 있어?
“저요! 질문입니다! 만약 저희가 제안을 받아들이면 딱 여섯이서 가는 건가요?”
“그건 아직 모른다. 용사는 이제 막 이 도시에 도착한 상태고, 인재를 찾고 포섭하려는 것도 결정된 지 얼마 안 된 사항이니까. 하니 최종 인원은 그때 가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군요.”
“만약 우리가 거절하면?”
“상관없다. 내가 그대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 준 건, 때마침 마주쳤기 때문일 뿐이니까. 그대들 실력이면 아마 공식으로 제안서를 받을 것 같기도 했고.”
내일 되면 성주나 교주, 마탑주 같은 공신력 있는 사람들에게 실력자의 리스트를 받고, 그들 대부분에게 정식으로 의뢰서를 보내겠지만… 이왕 마주친 거 미리 알려 주는 것쯤은 괜찮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고민 좀 더 오래 하란 의미로 말해 줬다.”
“명확하다.”
“만약 이 제안을 받은 실력자들이 전부 거절의 답을 내놓으면? 그땐 어떻게 할 거지?”
“마찬가지로, 상관없다. 인원수와 상관없이 용사는 들어가길 택할 테고, 나를 비롯해 이미 합류를 결정한 자들은 그 판단에 순응하기로 맹세했으니.”
추가 인재가 있건 없건 간에 진입은 이미 확정된 사항이나 다름없다. 하여 나는 망설이지 않고 자신 있게 답을 내놓았다. 두 사람의 표정이 골몰하는 자의 것이 되었다.
“지금 당장 답을 줄 필요는 없다. 그대들의 답이 무엇이 되건, 최종 승인은 용사가 할 테니.”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긴 했지만, 그들을 평가하고 합류를 결정짓는 건 리더인 인퀴지터의 몫이다. 나는 그것을 확고하게 매듭지으며 차를 내려 두었다.
“이걸로 저쪽과의 볼일은 끝이군. 이제 바람손, 너의 차례다.”
타이밍 좋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