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It Bad That the Main Character’s a Roleplayer? RAW novel - Chapter (460)
460화 그렇게 복될 것이며 (6)
호크아이는 돌입조가 성의 결계에 닿는 걸 응시하며─사실 결계는 안 보이고 그들이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것만 보였다─활을 내렸다. 단시간 쉼 없이 장거리 저격을 한 팔이 살짝 욱신거렸다.
“어떤가?”
“두 사람 빼고 제대로 도착했어요.”
“두 사람 빼고??”
“괜찮아요. 살아 있을 거예요.”
그는 제때 탈출하지 못해 용의 머리에 매달려 있던 두 사람을 떠올렸다.
큐어티 쪽이 용에게 씹혀 죽을 뻔하긴 했지만 어두운 피부의 슬랜드족이 낙하산을 포기해 가며 구해 주는 걸 분명 목격했다. 그 뒤, 어렴풋하게나마 두 사람의 신형이 용의 머리 위로 올라가는 것도 보았고.
“아, 역시 살아 있었네요.”
거기에 조금 더 뒤, 그는 용의 꼬리 쪽에서 용사 쪽으로 부웅 날아가는 큐어티의 존재를 확인했다. 저 큐어티 기사에게 저만한 점프 능력이 없다는 건 알고 있으므로, 아마 슬랜드족이 던져 줬을 것이다.
“지금 큐어티 기사까지 합류했어요. 그런데 슬랜드족 전사는 용의 등에 남은 것 같네요.”
“베르세르크가 말인가…….”
“네.”
호크아이는 다시 풀린 근육으로 새로운 활을 집어 들었다. 굳이 무기를 변경한 것은 용사 파티가 결계까지 도달한 이상, 더는 그들을 엄호할 필요 없기 때문이다. 활마다 사정거리와 쓰임새가 살짝씩 다르다는 것도 있고.
퍼억! 퍼억!
“그보다 저 용, 어떻게 할까요?”
“나도… 잘 모르겠군. 포격이 안 통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대마법사들은 미리 준비한 포격에 두들겨 맞고 있음에도─대부분 마왕성 쪽에 돌려 놓았으나 용을 향해 쏘는 것도 있었다─꿋꿋하게 날아오는 용을 보며 침음을 삼켰다.
용의 유영은 덩치만큼이나 느긋했지만 그럼에도 성보단 빨라서 벌써 그들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흠. 일단 저도 용을 때리는 데 합세해 볼게요.”
“가능하겠나?”
“새로운 종류의 강화 마법이 필요할 것 같지만요.”
“티마뉴크.”
“예? 아, 네!”
이를 위해 이 자리에 남겨 둔 마법사가 조물거리던 화살을 들고 호다닥 다가왔다.
“일단 열다섯 발은 만들었는데…….”
“아, 거기에 폭발 마법까지 더하는 게 가능할까요? 안 되면 가속을 빼고.”
“어, 폭발이면 안 빼도 될 것 같아요?”
순진한 것처럼만 보이던 마법사는 까딱하면 죽을 상황에서 의외의 담대함으로 한 발의 화살을 다시 매만졌다. 평상시에는 아끼고 아껴써야 하는 특수 화살이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일단 하나 만들었어요.”
“나머지도 부탁드리고, 혹시 모르니까 강화 마법도 중첩해서 걸 준비 해 주세요.”
마법 화살을 오늘처럼 많이 쏘게 될 날이 얼마나 있을까. 애초에 마법사를 부려 주문 제작 하는 호사도 오늘이 처음이다.
호크아이는 그 지점에서 묘한 기분을 느끼며 시위를 당겼다. 노리는 건 눈. 생물이라면 대부분 약점일 수밖에 없는 부위였다.
우드드드득!
그와 함께 시위에서 기묘한 소리가 났다. 보통의 활시위에선 나지 않는, 마치 강철을 당기는 듯한 소리였다.
속사를 위한 자세가 아닌, 힘을 최대한 넣기 위한 릴리즈가 활대를 부러트릴 것처럼 휘게 만들었다.
파앙!
그리고 그 장력이 정점에 달했을 때. 호크아이에게만 느껴지는 초점과 바람이 맞아 들었을 때.
그는 시위를 놓았다. 소리보다는 느리나 바람보다는 빠른 화살이 기류를 만들어 내며 쏘아졌다. 그 힘이 어찌나 강한지, 쏘아 낸 호크아이와 그 뒤편에 있던 티마뉴크의 머리카락이 일순 휘날렸다.
“통했나요?”
“아직, 안 닿았어요.”
호크아이는 자신이 쏜 화살을 눈으로 좇다가, 그것이 용의 눈에 닿는 찰나를 두고 외쳤다.
“지금 닿았네요.”
콰앙! 용의 눈과 맞닿은 화살이 폭발을 일으켰다.
캬아아아악!
“통했다!”
“먹혔나?!”
확장 지구에 거의 다다랐던 용의 몸이 구부러지고 이리저리 꼬였다. 날개가 없되 길쭉한 그 몸은 한번 휘청일 때마다 정신 사납게 수염과 꼬리깃 따위를 흔들고 있다.
“아뇨, 안 뚫렸어요.”
하지만 호크아이는 알았다. 이건 손가락으로 눈을 찔렀으되, 안구를 터트리진 못한 공격이다. 화살이 눈을 찌른 순간 도로 튕겨 나오는 걸 목격했기에 확신할 수 있다.
“관통 마법을 걸어 주세요.”
“어… 폭발이랑 같이요?”
“어려울까요?”
“어렵죠?”
“그럼 관통만.”
“네.”
이미 한번 눈에 공격이 들어왔으니 다음번엔 경계도가 더 높아지겠네. 하지만 나라고 눈이 저렇게 단단할 줄 알았나.
“앞으로 기회는 한 번인가… 아. 크러셔가 저 눈을 쑤셔 주면 좋겠다.”
“네?”
아니, 크러셔가 쑤셔 줄 수는 없지. 저건 상공에 있으니까. 애시당초 크러셔는 저 커다란 성으로 가 버리기도 했고.
그러니 눈을 쑤셔서, 혹은 다른 것을 맞혀서 저것을 떨어트리는 건 그가 되어야만 한다. 호크아이는 다시 활시위를 당겼다. 이번엔 관통 마법이 걸린 화살이다.
[인간아!! 조심해라!!]하나 관통 마법이 걸린 화살은 끝내 용을 향해 발사되지 못했다.
“온다! 결계 준비!”
[죽어라, 미물들.]용이 2차 확장 지구를 스치듯 지나쳐 버린 것이 첫 번째 이유요, 두 번째로는 후순위 타깃으로 미뤄 뒀던 검푸른 새가 다가와 버렸기 때문이다.
“이 썅놈들이!”
참회하는 요정의 마력과 검푸른 새의 불길이 충돌하며 무지개를 그렸다.
* * *
사실, 마이스터는 프레드릭의 등에 탈 때까지만 해도 확장 지구 자체가 막혀 있을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었다. 보통 이런 최전선의 도시는 탈영병 관리에 엄격하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오!”
그러나 걱정은 걱정으로만 그쳤다. 탈영병을 막고 자시고 다들 패닉해서 ‘대마법사 명이다’ 한마디만 하니 바로 문 열어 준 것이다.
“시발, 진짜 좆같네!”
이것이 최전선 도시가 보일 만한 모습이느냐, 라고 묻는다면 글쎄.
솔직히 오늘 같은 날은 예외로 쳐야 한다 생각한다. 아무렴 마왕성이 통째로 걸어오고 있는데 거기서 혼란을 느끼지 않을 인간이 어디 있겠는가.
하물며 확장 지구의 탄생으로 지휘권도 분산된 상태다. 예상치 못한 변수에 무질서해진 구역이 하나쯤은 생길 만한 상태란 거다.
그리고 세상 아무리 단단한 벽도 한 곳에 금이 간 순간 손쉽게 박살 나는 법인지라.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요?!”
“아니, 그냥 좆같아!”
“아하.”
와중에 그를 태운 말은 더럽게 빠르고 역동적이어서 위에 버티는 것만 해도 힘겹기 짝이 없다. 프레드릭의 목을 끌어안다시피 한 마이스터가 재차 욕을 뱉었다.
“야, 떨어지면 말해!”
“떨어지면 말을 못 할 것 같은데……!”
이 속도로 달리다가 낙마라도 한다? 골절로 끝나면 다행이고 어지간하면 사망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함에도 그렇게 말한 건, 그냥 농담이었다. 죽으면 죽인다. 뭐 그런 유의.
그런 점에서 이 꼬맹이는 센스가 없구만.
마이스터는 그리 생각하며 자신들의 위치를 게슴츠레 확인했다. 1차 확장 지구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나? 가도 가도 보이는 게 황폐한 땅뿐이라 어느 지점까지 왔는지 분간이 썩 되지 않았다.
그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마이스터님!”
“왜!”
“뒤에!!”
그런데 달리다 말고 소녀가 그를 불렀다. 뒤에? 당연하지만 마이스터는 그 말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시발.”
적성 세력을 분석할 때 분명 카인인지 뭔지 했던 용이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야, 옆으로, 옆으로 달려!! 뒤에 용 온다!!!”
“꺄아아악!”
푸르르르륵!
마이스터와 소녀, 그들을 태운 프레드릭의 다리가 빠르게 왼쪽으로 꺾여 빠졌다.
쿠구구궁!
그리고 얼마 안 가 용의 거체가 그들이 있던 자리를 지나쳤다. S자를 그리며 부유하는 몸체가 지나간 자리는 눈과 먼지가 하얗게 일어 지상의 구름을 만든 채다.
옆으로 빠진다고 빠졌던 마이스터와 소녀에게까지 닿을 구름이었다.
“시발, 뒈지는 줄 알았네…….”
이거 그냥 거기 남아 있던 게 더 안전했던 거 아니야? 마이스터는 그런 생각까지 했다가, 아직도 남아 있는 구름들을 보며 순간 멈칫거렸다.
“대명장님?”
“이거…….”
그는 프레드릭을 재촉하여 용이 만든 구름에게로 다가갔다. 그러곤 손을 뻗어 그것을 만져 보았다가─
“중력이 달라졌어……?”
“네?”
불현듯 말했다.
마이스터의 눈이 확장되었다.
* * *
“쯧.”
한편, 베르세르크는 격렬하기 그지없는 용의 움직임에 눈살을 찌푸렸다. 척추를 따라 이어지는 갈기가 용의 등줄기에 존재하는 이상 잡고 버티기는 썩 어렵지 않지만, 전진은 또 별개의 문제였던 까닭이다.
캬아아아악!
그뿐만 아니라 대가리 쪽에서 폭발이 한번 일어난 후, 용은 이상한 현상까지 자아내었다. 성인이 된 이래 자신이 바라지 않는 한 딛고 있는 무언가와 떨어지는 법이 없던 그녀의 몸이 저절로 붕 뜨게 된 것이다.
이는 창천에 부는 바람이 그녀를 띄우는 것과 전혀 다른─애초에 바람은 그녀를 절대로 띄울 수 없었다─맥락의 것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툭 치기만 해도 떠오르는 오줌통 공이나 수면 위를 부유하는 깃털처럼 몸 자체가 한없이 가벼워지는… 혹은 땅에 발을 디딜 적 매번 체감하는 묵직함이 사라지는 느낌에 가까웠지.
“하.”
그에 맞춰 움직임도 영 어색해졌다. 사람이라면 평생 짊어지고 사는 무게감이 갑작스레 증발하니 아무리 몸을 잘 다루는 그녀라도 적응할 때까진 밍기적거리게 되는 것이다.
쾅! 쾅!
하물며 그 가운데 이 망할 뱀 새끼가 몸을 마구 꼬아 대고 뒤집고 회전해 대서야.
맛이 간 듯한 움직임을 그리던 용이 기어이 몸을 지상 쪽으로 급강하했다. 그 속도감은 지금까지 느꼈던 것의 가히 두 배는 됨 직하다.
후우욱!
그리고 용의 몸이 대지와 충돌하기 직전, 그 몸이 방향을 꺾었다. 머리와 몸뚱이를 땅에 처박지도, 그 위를 비비듯 쓸지도 않고 그저 스치듯이 날기 위한 방향 전환이었다.
콰직, 콰지직!
어린아이쯤 되는 공간을 두고 저공비행 하는 용의 몸이 2차 확장 지구의 태반을 부수기 시작했다.
그것의 머리나 몸뚱이가 지나간 자리 자리에는 부서진 벽이나 천막, 나동그라진 사람 따위가 가득하다. 개중 불운한 이들은 치여서 죽거나 부서진 건물의 파편에 사지가 찢겨 처참한 꼴이 되기도 했다.
두웅.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진정 위험한 건 따로 있었다.
“우, 우와아악!”
그녀가 현재 진행형으로 겪고 있는, 어떠한 압력과 무게감이 상실되는 감각. 그 감각이 용이 지나간 자리에도 남겨진 것이다.
파앙! 파팍!
가볍다는 것은 어떤 힘에 저항하는 강도도 약함을 이야기함이라.
본래라면 적당한 속도를 가지고 쏘아졌어야 할 파편들이 평상시보다 훨씬 배는 빠르게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의도를 가지고 쳐 내면 저런 빠르기로 나가지 않을까, 그런 상념이 들 정도였다.
“다, 다리가…….”
“사, 살려……!”
“으아아악!”
자연히 파편으로 인한 부상자도 늘었다. 보통이면 생채기로 그쳤을 부상이 관통상으로, 부러지는 정도로 끝났어야 할 타격은 팔다리 전체가 으깨지는 치명상으로 변해 버린 탓이다.
“……!”
그렇지만 베르세르크는 그들을 구해 줄 수 없었다. 그녀 개인의 무력이 살상에 치중된 것도 것이니와 그녀조차도 당장은 용의 등에서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겨웠다.
캬오오오오!!!
그렇게 용의 갈기를 붙잡고 폭풍과도 같은 바람과 맞서길 잠깐. 어느새 용의 머리가 1차 확장 지구 코앞까지 닿았다.
이번에도 스치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지나갈 것인지 그 고도는 오묘하게 땅과 떨어진 상태다.
콰아앙!
“으아아아악!”
역시나 용은 1차 확장 지구도 그냥 지나치려 들었다. 용의 몸뚱이에 닿아 부서지는 파편들이 제 몸에 생채기 내는 것을 두고 보며 베르세르크의 눈이 가늘어졌다.
“도시가…….”
도시가 목적인 것인가. 이 용은.
그녀는 확장 지구 두 개를 지나치며 비늘이 좀 벗겨지고 깨진 용의 몸뚱이를 보았다. 워낙 덩치가 커서 티가 적게 날 뿐, 놈도 타격을 입기는 입은 상태였다. 단지 그 타격의 누적으로도 놈을 쓰러트리지 못했을 뿐.
하면 그녀가 할 일은 더 많이, 더 강한 공격을 때려 부어 놈이 완벽하게 추락하도록 만드는 것일 테다. 놈이 지상과 가까운 지금이야말로 가장 좋은 타이밍이기도 했다.
아무렴, 용이 수백, 수천 미터 상공으로 치솟아 오르면 잡아 죽인 후 생환이 어려워진다.
“후우.”
마침 몸뚱이 전체가 가벼워진 듯한 이 기묘한 감각에도 익숙해졌다. 느릿느릿 갈기를 붙잡고 전진하던 베르세르크의 몸이 살짝 들린 비늘을 찾아 무기를 박아 넣었다. 아공간에 넣어 두었던, 작살과도 같은 무기였다.
으직, 으지지직.
다만 이 거체에 있어 이 작살은 크게 신경 쓸 것이 못 되었으니. 용은 자신의 몸에 아주 작은 가시가 박히는 걸 외면한 채 계속 전진만을 이었다.
“흡.”
그리고 그 순간에 베르세르크는 자신의 몸을 활대처럼 꺾었다. 과장을 보태 발바닥과 정수리가 닿을 수 있을 정도였다.
뿌드득!
그 가공할 유연함을 버텨 내지 못한 가죽옷이 몇 개의 단추를 튕겨 내고, 그녀는 옷 사이로 바람이 새어 드는 걸 느끼며 그대로 튕기듯 다리를 회전시켰다.
으지지직!
철판을 덧댄 신발이 작살의 끄트머리를 걷어차고, 하나의 비늘이 완전히 벗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