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It Bad That the Main Character’s a Roleplayer? RAW novel - Chapter (464)
464화 그래도 복될 것이고 (3)
용이 처음 확장 지구에 들이쳤을 때, 아크메이지의 시야는 찰나간 흑백을 오가며 점멸했다. 그 가운데서 무언가가 비쳤는지는 정확하지 않았다.
광채가 안구 안쪽까지 스미고 세계가 셀 수 없이 회전했을 즈음엔 모든 게 끝난 후였다. 먹먹한 폭음과 윙윙거림이 귓속을 가득 채웠다.
“콜록, 콜록.”
그래도 그녀의 목숨은 아직 멎지 않았다. 아크메이지는 기침으로 하여금 그 사실을 되새겼다. 공기 중을 떠도는 매캐한 냄새와 악취 역시 정신을 환기하기엔 아주 좋은 요소였다.
“콜록.”
아무튼 사리 분별을 할 이성을 먼저 되찾아야 한다.
아크메이지는 어지러운 시계와 혼몽한 의식 속에서도 일단 손부터 뻗고 보았다. 툭, 투둑. 그을린 손이 더듬더듬 땅을 짚을 때마다 부서진 돌덩이들이 느껴졌다. 베일 정도로 날카롭지는 않되 산산조각 나 흩뿌려진 상태임을 알 수 있는 표면의 돌멩이들이었다.
“…후우.”
그녀는 먼저 상체를 들어 올리고, 눈꺼풀을 깜빡거리며 자신의 시력을 확인했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부옇고 흔들리던 시야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 과정에서 자연히 보이는 것은 처참하게 부서진 주변 풍경이다.
“이, 이건…….”
그녀는 성벽이었을 나무나 바위의 잔해를 짚고 일어섰다. 그을음이 하얀 털과 손바닥에 묻어났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아크메이지의 시선이 공중에 둥둥 떠 있는 건물 파편에 닿았다. 그것은 명백히 비현실적인 일이었다.
“오, 맙소사.”
그렇지만 그 비현실 속에도 현실은 있었다. 부유하는 공간 사이로 방울방울 떠오른 핏줄기가 그러했고, 으깨진 채 떠오른 사자의 모습이 그러했다. 전부 용이 남기고 간 것들이었다.
“콜록!”
아크메이지는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에 한 번 더 쿨럭거리고는 정황을 다시 정리해 보았다.
그러니까 용이 먼저 들이쳤고, 그녀가 미처 피하기도 전에 용과 성벽 일부가 충돌했으며, 직격은 피했을지언정 여파에는 휩쓸리고 말아서…….
“쏴! 계속 쏴!!”
무엇보다도 마지막 순간, 그녀는 밟고 있던 성벽 아래로 밀쳐졌다. 『선배!』 그녀를 마력파로 밀어내던 요정의 뒤편에는 분명 거대한 새가 있었다. 밤보다 검고, 바다 저편처럼 푸르며, 깃이 없어 박쥐처럼 보이는 새가.
“다가오지 못하게 쏘라고!”
“하지만, 주작 님이!”
“닥치고 쏴!”
아크메이지는 그제야 깨달았다. 그녀 주변에 있는 건 건물 잔해나 시신뿐만이 아니었다. 희미하지만 그것을 변질시키는 무언가도 있었다.
“생존자를 찾아!”
“불꽃에 닿으면 안 돼! 불꽃에 닿는 순간 옷을 빠르게 벗어라!”
“사지를 잘라 내! 지금은 그것밖에 방법이 없어!”
화마라 함은 보통 빛이 나고 열을 내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그녀 주변에 자잘히 흩뿌려진 불은 그렇지 않았다.
그것들은 빛을 내긴커녕 도리어 흡수했으며 닿는 모든 것들을 부패시켰다. 연소와 썩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현상이었다.
“마법사님!”
“대마법사님을 찾았다!”
“빨리 모셔!”
그때 잔해 무더기를 헤치고 한 무리의 병사들이 달려왔다. 그들 선두에는 숯가루를 뒤집어쓴 것 같은 꼬락서니의 다니엘이 있다. 다른 병사들도 시커멓게 재 범벅이 된 걸 보면 그간의 노고가 적당히 깊은 수준이 아니었던 듯하다.
“마법사님, 괜찮으십니까!?”
“난, 난 괜찮네. 그런데 다른 이들이…….”
사물이 떠오른 공간이든 떠오르지 않은 공간이든 간헐적으로 시신이 엿보인다. 해서 아크메이지는 말꼬리를 흐리고 시선을 돌렸다.
병사들의 죽음은 안타까우나, 지금은 요정이나 보라뱀, 그 외 마법사들의 안위가 더 급했다.
“보라뱀 대마법사님은 안전지대 형성에 힘을 쓰시고 계십니다.”
“요정은?”
“그분은…….”
다니엘이 말을 잇지 못한 채 마른 입술을 훑었다. 그 눈동자는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양 흔들리고 있다.
“살아는… 계십니다.”
“살아는?”
“일단 가면서 보고하겠습니다. 걸으실 수 있으십니까?”
아크메이지는 다니엘의 말로 말미암아 확신했다. 요정은 결코 긍정적인 상황이지 않겠노라고.
“움직일 수 있네.”
“그럼 제 뒤를 따라와 주십시오. 검은 불에는 절대 가까이 가시면 안 됩니다. 아무리 작은 수준의 불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알겠네.”
하지만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상황이 상황이다. 그녀는 요정이 살아 있다는 것 자체에 일단 감사하기로 했다.
“오셨습니까.”
“자네…….”
그러기로 했었다.
그나마 덜 부서진 성벽에 도착하여 보라뱀을 마주하게 된 아크메이지의 눈이 흔들렸다.
“팔이…….”
“신경 쓰지 마십시오. 목숨을 잃은 이들에 비하면 이 정돈 별것 아니니까요.”
보라뱀의 오른팔은 어깨 아래가 잘려 나간 상태였다. 마법적 조치를 취한 것인지 출혈은 없었지만, 붕대조차 쓰지 않은 상처는 그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치료는 안 해도 되는 건가?”
“시간을 멈춰 두었으니, 괜찮습니다.”
“매개도, 긴 준비도 없이 시간을 건드리면… 부작용이 심하지 않나?”
“뭐, 그렇긴 합니다만 그 부작용도 살아야 받는 거니까요. 그리고 어깨를 좀 더 잘라 내기만 하면 부작용도 그렇게 크지 않을 겁니다.”
“그런가.”
함에도 보라뱀은 묵묵했다. 그건 그의 천성이 어딘가 비틀려 있는 탓도 있겠지만, 이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단 소리도 될 터였다.
“그보다 결계 작성을 좀 도와주시지 않겠습니까? 저 망할 불꽃을 막아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전 매개가 없으면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지라. 멀쩡히 정신 차린 마법사도 얼마 없고요.”
“바로 돕겠네.”
이쯤 되면 가벼운 타박상과 열상으로 그친 그녀는 얼마나 운이 좋은 것인지. 그녀는 옷 소매를 걷어붙이며 결계 작성을 준비했다.
“저는 가 보겠습니다. 생존자 수색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요.”
“그러게.”
다니엘은 그녀가 하는 걸 잠시 지켜보다 그대로 떠났다. “맥시! 가자!” 숨 돌릴 새도 없이 떠나는 청년의 뒷모습이 상황의 심각성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
“요정은… 어디 있나?”
다만 이런 상황에도 그녀는 자신과 친한 특정인의 안위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결계에 한정했을 때 촉매 없이 마법을 쓰는 건 아크메이지보다 요정이 낫다든가, 그러니 그의 상황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든가. 그런 사실을 다 제치더라도 오롯이 그녀와 친분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가 유독 염려되었던 까닭이다.
만일 그녀가 이 일을 우선해서 해야 하지 않았다면, 이 일을 그녀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면 그녀는 요정을 찾기 위해 이 번잡한 곳을 돌아다녔을지도 몰랐다.
“저곳에 있습니다.”
“저곳……?”
물론 그녀는 자신이 움직여선 안 되는 사람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해서 선택한 것도 보라뱀에게 물어본다는 차선이었다.
보라뱀이 남은 한 손으로 계산을 도와주는 한편 턱짓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사제들이 집단으로 모여서 부상자를 치료하는 곳이었다.
“많이, 심각한가?”
“부패염腐敗炎에 당했습니다.”
부패염이라 함은 저 특이한 불꽃을 칭함이라. 참으로 직관적인 이름이라 생각하며 아크메이지는 남은 말을 경청했다.
보라뱀이 숨을 길게 뱉었다.
“차라리 결계 유지를 포기하고 신체 말단을 잘라 냈으면 좀 나았겠습니다만…….”
“…요정은 그럴 이가 아니지.”
“예. 그 덕에 몸 반절이 썩었습니다. 내장까지 산패가 진행돼서 이젠 도려 내는 것 정도로는 해결이 안 되겠더군요. 해서 저와의 합작으로 시간을 느리게 흐르는 결계를 치고 그 안에 들어가 상황이 종료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
“뭐, 제 팔이 그러하듯 결계가 깨질 때 시간 축을 비튼 대가로 급속도의 노화가 진행될 테지만… 그거야 요정도 각오하고 들어간 바니까요.”
보라뱀은 수식의 계산값을 아크메이지 앞에 내밀고는 숨을 살짝 깊게 들이켰다. 그 과정에서 눈살을 살짝 찌푸리는 게 시간을 멈추었다고 해서 통증까지 증발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전 외려 노화보다 그의 정신이 더 걱정됩니다.”
“고통이 그렇게 심한가?”
“차라리 몸을 잘라 낸 지금이 더 나을 정도로.”
그리고 그건 결계 안에 들어간 요정에게도 해당되겠지. 결계 속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걸 고려하면 그가 가져야 할 인내심은 보라뱀보다 한없이 높아야 할 테고.
“끝났네.”
산 채로 몸이 썩어 가는 걸 느끼며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하는 처지가 과연 죽은 것보다 나을까. 아크메이지는 그렇게 사고하면서도 요정이 가능한 버텨 주기를 기도했다.
“역시 저보다 나으시군요.”
“몸이 멀쩡해서 가능했을 뿐일세. 한 팔로는 마법진을 그리는 것도 힘들지 않은가.”
“글쎄요. 제게 두 팔이 있었어도 이보단 더 걸렸을 거라 사료됩니다만…….”
보라뱀은 냉소하며 고개를 힐끗 들었다. 콰앙! 새빨간 불꽃 새와 검푸른 새가 조금 떨어진 상공에서 또 한 번의 충돌을 일으키는 것이 보였다.
“이제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군요.”
“왜 그리 생각하나?”
“솔직히 지금 남은 장비로 저걸 막을 수 있지는 않잖습니까.”
성벽에 남은 대포들을 계속해서 격발하고는 있으나, 다가오는 마왕성은 멈추는 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가끔씩 부패염을 흩뿌리는 저 새를 노린다? 그것이야말로 우스갯소리였다.
오발탄에 주작이 맞는 건 둘째 치더라도 저것의 비행 속도는 너무 빨랐다. 다가오는 걸 노려 쏴도 안 맞을 지경이니 말 다 했다. 저것을 겨누어 맞히는 건 불가능하다.
쇄액!
“아, 까다롭네.”
…한 사람만 제외하면, 불가능하다.
“공격이 통하는지 아닌지 분간도 안 가고… 아아, 크러셔 보고 싶다.”
보랏빛 머리카락이 청년의 살랑거리는 목소리처럼 나풀나풀 흔들렸다.
“…저 친구도 멀쩡했군.”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본 아크메이지는 퍼득 정신이 든 느낌으로 한마디 뱉었다. 보라뱀의 어깨가 으쓱였다.
“그 난장판에서 용케도 티마뉴크를 데리고 몸을 뺐더군요.”
“그것 참… 좋은 소식이군.”
“좋은 소식이지요. 뭐, 몸이야 멀쩡해도 결계엔 영 소질 없는 친구인 만큼 계속 화살이나 만들라 지시했습니다만.”
티마뉴크가 아무리 결계 작성에 재능이 없대도 한 사람에게만 의미 있을 행위를 계속하는 게 맞는가? 아크메이지는 보라뱀의 판단을 두고 잠깐 고민하다가 끝내 고개를 주억였다.
그 한 사람이 다른 무엇도 아닌 하와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으니 영 틀린 판단은 아닌 듯하다. 그렇다고 이제 와 티마뉴크를 포격 쪽으로 돌려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의미에서 지금이라도 저 친구를 비롯한 인재 한 무리를 옆으로 빠지도록 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최소한 몇 명은 살 수 있을 텐데.”
“허, 그걸 결계 친 다음에야 말하기인가?”
“선배도 모르는 건 아니셨잖습니까.”
“그건 그렇지.”
마왕성의 집중 목표는 아마 이곳이 아닐 것이다. 본 도시보다 규모가 작거니와 이미 반파된 확장 지구는 타격 목표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니까.
하지만 지나가는 길에 있는 것, 타격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저 체급이면 더욱 그렇다. 저 거대한 발바닥이면 사브작사브작 두어 번 움직이기만 해도 2차 확장 지구는 가루가 될 것이다.
“하나, 가려면 부상자는 모조리 버려야 하네.”
하지만 그 안의 내용물은 어떨까. 옆으로 빠지는 소수의 인간─저 거인의 입장에선 개미만 한 존재들─을 위해 저것이 굳이 길을 돌아갈까?
“인원도 나눠야겠지. 여럿이서 몰려 있으면 한 걸음 더 걷는 수고를 감수할지도 모르니까.”
가능성은 반반이었다. 그들이 말을 타는 게 아닌 이상 저것은 한두 걸음이면 그들이 벌린 거리를 좁힐 수 있을 테니.
물론 그녀가 저쪽 입장이거든 뿔뿔히 흩어진 인간을 잡자고 그런 시간낭비를 하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이처럼 무의미한 행위를 지속하는 것보단 낫겠죠.”
“…보라뱀.”
“사실 지시는 마왕성이 일어서는 시점에서 미리 내려 두었습니다. 고급 인력에 한해서긴 하지만.”
“…처음부터 의견을 듣고자 한 물음이 아니었군.”
“이런 판단은 빨리 내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잖습니까.”
그런 점에서 보라뱀은 영악하게도 모든 결론을 내려 둔 상태였다. 어쩌면 그 혼자만 내린 결정이 아니라 다른 세력의 간부들과 미리 타협을 본 사항이었을지도 모르고.
“아무튼 지금쯤이면 탈출할 준비가 다 되었을 겁니다.”
“그걸 내게 말해 주는 이유가 뭔가?”
“대마법사란 존재는 보여 주기용으로 남기보다 탈출했을 때의 가치가 더 큰 인력이니까요.”
보라뱀은 한숨과 닮은 숨을 뱉으며 땅바닥에 적어 넣었던 수식을 응시했다.
“만약 처치가 필요한 부상을 입으셨거나, 결계 완성이 늦었다면 이런 말도 안 했겠지만… 두 경우 다 아니니까요. 탈출하세요. 저와 요정이 이곳에 남는 만큼 대다수의 병사들은 눈치 못 챌 겁니다.”
“그건 탈영이네.”
“아니요, 전략적 후퇴입니다. 쉬이 길러 낼 수 없는 전력을 보존하여 후일을 도모하기 위한.”
“…….”
“솔직히 말하면 저 활잡이도 후방으로 빼고 싶습니다만… 저 친구가 자리를 비우는 건 너무 티 나니까요. 안타까운 일이죠.”
보라뱀은 남은 손으로 수식을 지운 후 한쪽 방향을 가리켰다.
“아무튼… 어서 가세요. 탈영병으로 의심받을 걱정은 하실 필요 없습니다. 성주 쪽 인사와 처음부터 얘기된 부분이니까요.”
“정말이지…….”
은근 혹독한 성정이 뱀의 서늘한 체온과 같다 하여 보라뱀의 이명을 받은 이답다고 할까. 아크메이지는 침음을 삼키며 고개를 저었다.
“됐네. 병사들이 나를 보지 못했다면 모를까, 본 이들이 있지 않나.”
“이 혼란 속에서 이쪽을 신경 쓰는 이가 있어 봐야 얼마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무엇보다 나는 젊은이들의 목숨을 담보로 살고 싶진 않네. 그런 삶은 이미 살 만큼 살았어.”
“뭐… 의향이 그러시다면야.”
다행히 보라뱀은 그녀의 말에 순순히 수긍했다.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눈치긴 했으나, 강요까지는 하지 않은 것이다. 애시당초 강요할 처지이나 상황이 못 되기도 했고.
“아무튼, 자네는 여기서 죽을 각오를 다진 것이겠지?”
“이런 몸이니까요.”
“스스로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판단했고?”
“그럼, 뭐 있습니까?”
“있지 그럼.”
그렇다면 되었다. 아크메이지는 주인을 잃은 채 굴러다니는 지팡이 중 아무것이나 주워 땅을 짚었다. 그녀가 쓰던 것은 난리통에 잃어버린 상태라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
“차라리 제 걸 쓰시지요.”
“있나?”
“있지요.”
“좋군.”
한 마탑의 주인으로서 우뚝 섰던 사람의 것이라 그런가. 보라뱀의 지팡이는 마력 증폭기도 다섯 개나 박혀 있는 쌔끈한 제품이었다. 마력을 몇 번 주입해 본 아크메이지의 눈이 만족함으로 물들었다.
“자. 나는 이제 저 친구를 도울 것이니, 자네는 내가 마력을 요청하면 바닥까지 박박 긁어서 주게.”
“…그러죠.”
제대로 된 판도 없고, 마력을 보조해 줄 다른 마법사도 보라뱀뿐이지만 그래도 이거면 충분하다.
“목표는, 그래. 저 성에 우리가 짓밟히기 전에 저 새를 떨어트리는 걸로 하지.”
아크메이지의 눈이 파르라니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