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It Bad That the Main Character’s a Roleplayer? RAW novel - Chapter (465)
465화 그래도 복될 것이고 (4)
“물리적인 건 확실히 의미가 없어 보이는데…….”
호크아이는 관통 화살을 두 개 소모한 뒤 결론을 내렸다.
하와인지 뭔지 하는 저 개체에겐 일반적인 공격이 의미 없다. 마력을 싣는단들 물리력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가면 안 통하기는 마찬가지고.
“폭발 화살이 걸린 게 뭔가요?”
“이것입니다.”
하면 공격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 좋겠지.
호크아이는 세형촉 화살을 내려 두고 미늘촉을 가진 화살을 새로 들었다. 빠드득. 세모꼴 모양의 화살촉이 시위를 따라 쭈우욱 당겨지며 활대에 촉이 닿을 듯 말 듯 하였다.
핑!
직후 시위가 맹렬한 관성을 그리며 화살을 날려 보냈다. 호크아이의 머리칼에 붙어 있던 나비 천 장식은 화살이 그리는 바람에 팔랑 날갯짓하는 중이다.
콰앙!
“엇, 맞은 겁니까?”
“네.”
유효한 마법이 무엇인지 알아낼 동안 잠깐의 휴식을 얻게 된 티마뉴크가 주먹을 꼭 쥐었다. 요격됐다는 사실은 알아도 자세한 내막은 모르는, 딱 평범한 일반인의 반응이었다.
“그럼 앞으론 폭발 마법만 부여하면 되겠습니까?”
“아뇨, 그건 좀 참아 보는 게 좋겠어요.”
하나 호크아이의 시야에선 이야기가 좀 달랐다.
그는 새로운 마법 화살을 장전하며 재차 시위를 당겼다. 욱신거리는 팔조차 지금은 신경 쓰이지 않았다.
흥분감으로 확장된 동공이 사위의 빛을 모조리 빨아들이며 하늘을 오가는 두 개의 색을 좇았다. 활대와 그곳에 걸린 화살은 미세한 반응을 보일지언정 둘을 쫓아 휙휙 이동하는 일이 결코 없다.
핑!
그러다 잠깐. 그는 새파란 창공을 향해 살을 쏘았다. 그 하늘을 향해 짙고 깊은 어둠이 쇄도한 건 바로 다음의 일이었다. 콰앙! 하와의 날개와 몸통을 잇는 부분에서 폭발이 일었다.
[저 미물이 아까부터……!]물론 그 공격은 치명타가 되지 못했다. 가죽을 뚫고 들어간 화살이 그 안쪽에 터졌음에도 살점이나 피 하나 비산하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아까도 확인한 바지만, 놈의 몸에는 충격을 흡수하거나 무시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쟤 화내는 거 보니까 통하는 것 같다, 야. 더 쏴 봐라.] [같잖은 짓을!]다만 문제는, 그 원인이 뼈나 근육, 살 따위가 없는 몸체에 있는지 아니면 저것이 가진 바 능력에 의한 것인지 잘 모르겠단 점인데…….
“으음.”
호크아이는 일단 주작의 말을 무시했다. 그는 남의 판단에 모든 걸 맡기는 부류가 아닐뿐더러, 주작의 말은 진실보다 도발에 더 가까웠다. 그러니까, 보기에는 그를 향한 말 같아도 실제로는 하와를 겨냥한 말 같단 소리다.
“저런 건 보통 얼리는 게 제일 효과 좋았는데 말이지…….”
부정형 악마의 경우, 마력을 담아 얼리거든 움직임을 멎게 할 수가 있었다. 죽진 않아도 사제를 불러와 죽음의 선고를 내릴 시간을 벌 수 있단 소리다.
[이 내가 당할 것 같으냐!]하지만 저 악마는 경우가 다르다. 저 덩치를 꽝꽝 얼리려면 대체 몇 개의 화살이 필요하단 말인가? 애시당초, 불꽃으로 이뤄진 주작 앞에서 얼음의 힘을 쓰는 게 가당키는 하고?
호크아이는 그런 사실들을 곱씹으며 화살통을 집어 허리에 걸었다. “엇.” 마지막으로는 화살을 만지작거리던 티마뉴크도 챙겼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죽어라!]하와가 허공에서 날갯짓을 한 순간 부패염이 비처럼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어딜!]물론 그것은 정지 비행을 한 대가로 주작에게 치였다. 그뿐만 아니라 그 목덜미도 물렸다. 후욱. 부정형의 새들이 추락 비행을 했다.
탁탁탁
그사이 호크아이는 부패염이 없는 다른 언덕 지대로 몸을 내뺐다.
다른 이들처럼 결계 안으로 들어간다면 불 피한다고 이리 고생할 일도 없겠으나, 요격에 용이한 지대를 찾으려니 어쩔 수 없었다.
호크아이의 배달에 익숙해진 티마뉴크가 사뿐히 바닥을 밟고 엉덩이를 땅에 붙였다.
캬아아악!
호루루루루!
그는 그런 후 시위를 다시 걸며 괴조들의 싸움을 슬 확인했다.
목덜미가 물린 하와는 주작의 정수리를 부리로 쪼는 한편 발톱으로는 몸통을 마구 할퀴고 있었다.
날개에 작게 달린─월주상골이 있는 부분이었다─조그만 갈고리 손 역시 주작의 날개를 붙잡고 마구 긁어 댔다. 저것이 의미 있는 행위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주작의 목깃이 부풀어 오른 걸 보면 마냥 무용하지도 않은 듯하다.
호크아이의 눈이 가늘어졌다.
“…혹시 폭발 마법을 다른 느낌으로 부여하는 것도 가능할까요?”
“어떤 식으로 말입니까?”
“몸통 내부로 화살이 파고든 순간 화살이 터지도록… 그러면서 냉기를 퍼트리도록요. 가능할까요?”
그는 타이밍이 도통 나오지 않는 괴수 대전을 보며─하필이면 주작이 그를 등지는 쪽에 있어서 하와를 맞히기가 까다로웠다─물었다. 티마뉴크의 얼굴이 고민으로 잠겼다.
“시간 마법과 폭발 마법, 냉기 마법입니까… 가능은 하지만, 이 상황에서 실현하기는 어렵습니다. 촉매도, 부여 대상의 소재도 좋지 않습니다.”
“그렇군요.”
“마법은 최대 두 개까지만 중첩이 가능합니다. 그마저도 제작 시간이 3배로 늘 테고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순진한 듯 담대한 이는 조용히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선 그어 주었다. 아쉽지만 그런대로 만족스러운 선이었다.
“그럼 시간 마법과 냉기 마법은─”
그러다 잠깐. 호크아이는 안전지대쪽에서 부자연스럽게 반짝이는 빛을 인지했다. 누군가가 결정 따위로 빛을 반사하여 이목을 끄는 모양새였다.
“잠깐만요.”
그리고 그 대상은 아무래도 호크아이 자신 같다. 호크아이는 그쪽으로만 계속 향하는 빛을 응시했다. 눈을 게슴츠레 모으니 반짝거림 옆에 판자 하나가 놓인 것이 보였다.
⌈강철 화살을 괴물의 체내에 박아 주게.
맞춰서 전기 구이를 만들어 버릴 테니.⌋
“오…….”
그리 길지 않으면서 그 노림새와 의지만큼은 확고한 문장이다. 호크아이는 글자에 적힌 의지를 단번에 읽어 내곤 슬쩍 웃었다.
“관통 마법을 아주 약하게 걸어 줄 수 있습니까?”
“……? 아주 약하게 말입니까?”
“저놈의 몸뚱이에 화살이 다 박히되, 뚫고 나가진 않을 수준으로요.”
“흐음. 이건 여러 번 조절을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만….”
“좋아요.”
어차피 화살은 많다. 단지 상황에 맞는 화살을 구하기가 힘든 거지.
해서 호크아이는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은 강철 화살을 시위에 올렸다. 이후 모든 화살의 잣대가 될 첫 화살이었다.
* * *
캬아아아악!
비늘이 벗겨진 순간, 용은 몸을 털어 내듯 가볍게 흔들었다. 물론 이때의 ‘가볍다’는 용의 입장에서나 통용되는 단어지, 그곳에 매달린 이에게까지 해당되지는 않았다.
“큭!”
베르세르크는 날카로운 웃음소리를 흘리며 용의 갈기를 콱 움켜쥐었다. 손가락 사이로 튀어나온 억센 털들은 한 가닥 한 가닥의 두께가 사람 손톱만 하다.
“후웁.”
그녀는 그것을 단단히 움켜쥔 채 둥실둥실 떠오르는 몸을 다시 낮췄다. 그녀를 상공으로 밀어붙이는 힘을 오롯이 팔심과 허리 근육만으로 이겨 낸 셈이다.
퉁. 베르세르크의 발이 멀쩡한 비늘에 달라붙듯 닿았다.
“도끼가 좋겠군.”
그녀는 그 자세에서 바람의 저항을 최대한 덜 받고자 허리를 낮추었다. 바짝 엎드린 몸은 이제 갈기를 붙잡은 손 중 하나를 막 떼어낸다.
일부러 손가락 부분을 뚫어둔 장갑 위로─정확힌 가죽에 둘러쌓이지 않은 맨 살갗에서─도낏자루 하나가 생겨났다. 쐐기가 한쪽 방향으로만 나 있는, 가장 흔한 장작 패기용 도끼였다.
콰직!
그녀는 그것을 냅다 뜯어낸 비늘 쪽으로 박아 넣었다. 비늘 안쪽에 가득하던 새하얀 지방질에 세로 금이 그어지는 순간이었다.
“후.”
콱, 콱, 콱!
그 뒤로도 베르세르크는 몇 번이나 도끼질을 했다. 빌어먹을 괴수의 지방은 보통 생물의 것과는 결이 달라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콰앙!
그녀를 둘러싼 환경도 문제는 문제였다. 한 팔로 휘둘러야 한다는 건 둘째 치더라도 몸이 날아가지 않도록 버텨야 하는 상황에서 하는 도끼질은 평상시 위력의 반조차 내기 힘들었다.
콰직! 결국 지방질의 단단함과 그녀의 힘을 이겨 내지 못한 나무 재질의 자루가 부러졌다.
“쯧.”
그녀는 그를 두고 혀를 한 번 찬 다음, 새 무기를 아공간 가방에서 꺼냈다. 바깥에 드러난 손가락 살이 아렸으나 그렇다고 추위에 굴하는 일은 없었다. 그녀의 다섯 손가락이 무기를 단단히 붙든 채 내려찍기를 수어 번 반복했다.
콱!
“……!”
한참 뒤, 끈끈한 지방질이 기어이 그 아래 속살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근막이 뚫린 듯, 내려칠 때의 감각이 미묘하게 변하며 핏물이 새어 나온 것이다.
베르세르크는 그를 확인하자마자 도끼로부터 손을 놓았다. 지금부터 할 일에는 예리함과 별도로 긴 날이 필요했던 까닭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써 온 도끼는 쐐기의 길이가 그렇게 긴 편이 아니었다. 고작해야 한 뼘 수준이었지.
퐁, 퐁.
새어 나온 핏방울과 박혀 있던 도끼가 풍압을 못 이기고 저편으로 날아갔다.
“후.”
한편, 베르세르크는 자신이 만든 상처에 새로운 칼을 박았다. 끄트머리가 뾰족하되, 두께감과 너비감이 있는 칼이었다. 까앙! 더불어 그것의 폼멜은 편편하여 무언가로 두드리기가 좋았으니. 까앙! 그녀는 그것을 이용해 칼을 더 깊숙이, 더 깊숙이 박아 넣었다. 사용하는 건 대장간에서나 쓸 법한 메다.
캬아아아아악!
슬슬 무시하기엔 너무도 커다래진 상처의 존재감에 용이 포효했다. 거슬림의 크기가 얼마나 컸던지, 놈은 직진하던 몸을 수직으로 틀어 위로 상승하기까지 했다.
캬오오오!
그렇게 위로 치솟기를 잠깐. 도시의 상공으로 떠오린 용이 몸을 이리 꼬고 저리 꼬며 몸부림을 쳤다. 그 모습이 마치 뭍 위로 던져진 물고기의 꼴이라 베르세르크의 입꼬리가 꺾였다.
“용인 줄 알았더니, 그냥 생선이었군!”
캬악!
다만 뭍 위의 물고기와 카인 사이의 차이점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아픔이 어디서 기인하는지를 아는가 모르는가라.
“하, 와중에 제 욕은 알아듣는가?”
수염 두 가닥을 휘날리는 카인의 머리통이 베르세르크가 있는 곳을 정확히 찾아냈다. 샛노란 용의 눈길과 쩌억 벌어지는 입의 방향은 그것이 무엇을 노리는지 명확히 보여 주는 상태다.
“하면 날 죽여 봐라, 짐승.”
그러나 그 강렬한 적의에도 그녀는 그저 코웃음만 쳤다. 까앙! 되레 도발하듯 칼을 다시 내려친 망치는 그녀의 철편과도 같은 자존심과 썩 닮아 있다.
캬아아악!
결국 머리를 떨며 두 번 포효한 용이 그대로 격노의 불꽃을 눈에 폼은 채 정지 비행을 끝냈다. 쐐애액! 희푸른 몸이 가르는 창공은 정확히 밤이 찾아오기 직전의 빛깔이다.
촤아아악!
베르세르크를 잡으려다가 애먼 몸만 씹을 걸 고려한 것인지, 카인의 몸이 둥글게 둥글게 회오리를 그리듯 움직였다. 한 바퀴를 돌 때마다 높아지는 고도가 조금만 더 낮았어도 몸과 몸이 부딪치며 마찰했을 수준의 회오리였다.
“……!?”
하나 베르세르크가 주목한 것은 그 위태로운 간극이 아니었다. 사위의 소리가 참으로 부자연스럽게, 또 시들어 가는 꽃처럼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다음으론 그녀의 체내 반응이 이상해졌다. 처음에는 심장과 그 주변이 꽉 눌리는 듯한 압박감이, 그 후로는 몸이 바싹바싹 말라 나무토막으로 화하는 듯한 위화감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욱!”
그 갑작스러운 변화에 무심코 숨을 참았을까, 그녀는 내장이 짓이겨지는 통증과 함께 피를 뱉었다. 식도가 아닌 기도에서 올라온 핏물이었다.
“이, 건!”
내부 장기가 당했다. 그 잠깐 동안 어떠한 공격이 이뤄진 것인지, 공격이 아니면 무엇이 원인인지. 그런 것 따위는 알지 못했지만, 아무튼 당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했다.
베르세르크의 눈이 일그러졌다.
꾸득, 꾸득.
그녀는 안구가 부푸는 듯한 감각에 눈을 질끈 감는 한편, 울렁거리는 속을 다잡았다. 저번 질투인지 뭔지 하는 악마를 잡을 때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았지만 그렇다고 질 수는 없었다.
까앙!
그녀의 손이 다시 망치를 들었다.
“날아.”
그리고 그녀의 바로 아래.
“태양을 꿰뚫을 것처럼.”
도시의 한 주점을 점거하다시피 했던 사내가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은빛 섬광이 하늘을 향해 쏘아 올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