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127
127화. 파재와 손건
관해는 조금은 건방져 보이는 위연을 두고 다음 말을 이었다.
“자네는 앞으로 내 밑에서…”
“호위장님, 그런데 어느 분이 파재 대방이고, 어느 분이 황소와 관해 장군입니까?!”
“뭐?!”
관해는 기분이 상했다. 위연이 건방진 건 알았지만 말까지 끊어놓자 얼굴이 구겨졌다. 하지만 위연이 뭘 모른다고 여기고 참기로 했다.
“내가 관해 소방이네. 그리고 경고하지만, 상관이 말할 때는 끊는 게 아니야.”
“송구하게 되었습니다. 조심하지요.”
그 말을 하는 위연의 눈꼬리가 올라간다. 관해를 눈여겨본다는 표정이 지금이었다.
관해는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지만 참았다. 그저 바라본 눈동자. 위연이 예의가 없는 것도 아니고 뭐라고 소리친 것도 아니었다. 단지 호승심 강한 자가 많기에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그것도 대련 한 번으로 끝날 것으로 여겼다.
“파재 대방은 정청에서 업무를 보시고, 황소는 성 밖에서 농토를 일구고 있지. 찾으려거든 어렵지 않을 테야.”
그 말에 위연이 끄덕였다. 그리고 관해가 좋아할 만한 소리를 했다.
“아, 그곳에 계시군요. 이제 알았습니다. 그리고 소방 어르신을 충심으로 보필하겠습니다.”
“하하하. 이제야 말귀를 알아먹는군. 자네 눈빛이 날카로워. 난, 딴생각을 품는다고 여길 뻔했지.”
“설마 그럴 이유가 있겠습니까?”
“없다고 말할 수 없지. 세상이 험하지 않나. 그리고 날 소방이라고 부르지 말게. 예전처럼 소방, 대방, 이렇게 말하지 않는게 불분율이야.”
“그럼, 뭐라고?”
“호위장이라고 부르게. 난 태수님을 보필하는 게 일이니.”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위연은 허리를 숙여 군례를 올렸고 관해는 받아들였다.
그만큼 여남은 발전했다. 치안은 날이 갈수록 안정되었고, 행정력도 살아나 인근 백성이 오고 가며 교류가 이뤄졌다.
거기다가 무상으로 곡식을 빌려준단 소문이 더 많은 백성을 끌어모아
지금 여남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
또다시 몇 주가 흘러.
여남 성문을 두드리는 자가 있었다.
그는 서주 자사 도겸陶謙의 서신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의 이름은 손건孫乾이었다.
하지만 그를 상대한 건 마대가 아닌 파재로,
태수가 출타 중인 상태에서 만나고 있었다.
손건은 수많은 누런 깃발을 지나쳐 정청으로 향했다.
지나치는 길목마다 창을 든 병사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또한, 소문으로 들었던 황건적이 사방으로 포진하고 있어 걸어가는 중에도 몇 번이나 놀란 얼굴을 했다.
‘정말, 여남이 황건적의 수중으로 떨어졌나?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가 잘못되었어. 분명 사예교위가 여남으로 내려간다는 게 예정이었는데.
사예교위는 없고 황건적이 여남을 집어삼켰어. 이 일을 어떻게 한다?’
손건은 고개를 흔들었다. 서주 자사에게 받은 임무를 해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품에 쥔 서신은 사예교위에게 넘겨야 할 임무. 하지만 보이는 건 온통 황건적뿐이니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굳은 얼굴로 관청으로 향했다.
정청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태사의에 앉은 황건적과 마주하게 되었다.
파재는 손건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서주 자사가 보냈는가? 한 번쯤 사신이 올 것으로 생각했어.”
그 말에 손건은 예의를 갖췄다. 그러자 다음 말이 이어졌다.
“난 파재라고 하네. 태수께서 부재중이라 임시로 이 자리에 앉았지. 전할 말이 있거든, 내게 말하게.”
손건은 그 말에 따라 파재를 보았다.
대방 파재. 이름난 황건적 두목 중 하나. 그리고 파재가 답한 임시란 말을 다시금 생각했다.
그리고 역시 고개를 흔들어 그 의미를 오해했다.
조정에서 태수를 내줄 이유가 없지. 아암, 황건적 따위에게 절대 여남 태수를 내주지 않아.
그래서 임시 태수라고 말한 것인가?
손건은 파재의 말을 오해하고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품에서 도겸의 서신을 꺼냈다.
“소신은 손건이라 하옵고, 서주 자사의 서신을 가져왔습니다.”
그 말을 하는 손건의 예법은 어긋나지 않았다.
하지만 유자儒者의 고루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고, 도적 떼 수장을 바라본 표정을 지었다.
파재는 그것을 대번에 알아보았다.
경멸의 시선.
황건적을 미워하고 눈 밑으로 두는 그런.
“…..”
파재는 입술 사이로 침음을 뱉었다. 그리고 좋았던 기분을 버리고 거친 언사로 응수했다.
“서신을 이리 가져오라. 도겸과 우리 사이에 볼일이 있던가?”
그 말에 손건의 말투도 변했다.
“소신은 사신입니다. 예의를 갖춰주십시오.”
“예의라. 내가 누군 줄 알면서 그런 말을 하는가?”
“알지요. 그러나 이웃했으니 그 정도 예의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처들은 고갯짓이 뻣뻣하군. 예전 같으면 절대 그럴 수 없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그걸 다행으로 알아라. 그리고 우리가 친서나 주고받을 사이던가?”
“저라고 여남에 오고 싶었겠습니까? 단지 자사의 명령을 따랐을 뿐. 공맹의 도리를 두고 말하자면…”
“그만! 허튼소리는 필요치 않아. 도겸이 전한 말이나 해보게.”
파재는 거칠게 응수했고 손건은 얼굴을 붉혔다. 그럼에도 외교 사자의 일을 잊지 않았다.
“사해가 동도라… 어지러운 시국에 서로가 친교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결론만 말하게. 시답잖은 소리로 내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그렇습니까? 그럼, 결론부터 말씀드리지요.
조조가 서주를 넘보고 있습니다. 자사께서 여남의 지원을 청하고 있습니다.”
손건은 거침없이 말했다. 지원을 요청하는 입장이지만, 이미 틀렸다고 여겼다. 그리고 파재의 말을 한 번 들어보잔 표정으로 고개를 빳빳하게 들었다.
그 표정에 파재가 고개를 흔들며 답했다.
“조조가 서주를 노릴 건 예상했어. 청주병도 얻었겠다.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하만이 없는 상태에서 온전히 힘을 쓰지는 못할 테야.
그리고 자네!
손건이라 했던가? 태도가 무뢰해.
나를 황건적이라고 생각했나? 인근 고을을 약탈하는 도적 떼라고 여겼겠지.”
“…..”
파재의 말에 손건은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얼굴은 분명해서 파재 보기를 도적 떼 두목으로 생각했다.
그 표정에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놈! 조롱은 그만이다.
네놈이 외교 사자라서 봐주고 있음을 모르더냐?! 그리고 네놈은 진정한 태평도를 아느냐?”
“그걸 알아야 합니까? 파재 태수님.”
“이노오옴!”
“태수께서 말씀하신 태평도의 진의는 모르겠으나 황건적이 어떤 패악을 끼쳤는지는 압니다.”
그 말에 파재가 할 말을 잃었다. 그럼에도 분기를 떨치지 못하고 부르르 떨었다.
손건은 그걸 보고 마지막 말을 했다.
“이야기가 끝났으면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손건은 그 말을 끝내고, 휙 하니 돌아섰다.
천천히 정청을 빠져나가는 손건의 모습. 그걸 바라본 파재는 구겨진 얼굴로 한동안 있었다.
그리고 긴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한동안 마음을 닦았다고 자신했다. 더는 손가락질을 받지 않겠다고 노력했지. 하지만 그대와 논쟁하니 한참 부족했음에 부끄럽기 그지없다.
이보라! 손건.”
파재는 손건을 불렀다. 손건은 그 자리에서 멈췄다. 그리고 몸을 돌려 파재의 말을 들었다.
“내 평정심을 깼으니 서신을 하나 주겠다. 그걸 가지고 도겸에게 전해라!”
“서신이요? 답서를 말입니까? 이미 거절한다고 말했지 않습니까??”
“원한대로 군병을 보내주지. 내가 원한 조건을 승낙한다면 말이야.”
“조건이요?”
“그래. 아무 조건 없이 원병을 보낼 순 없지. 그리고 내 조건을 승낙하면 여남의 모든 병력으로 서주를 돕겠다.”
“정말입니까?”
손건은 눈을 크게 떴다. 전 병력을 동원한단 말에 놀랐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사신으로 다녔지만. 아직 한 번도 지원병을 보내겠단 제후는 없었다.
다른 말로 고립.
조조에게 침범당한 서주를 돕는 곳은 없었다.
그런 과정 중 황건적 소굴에서 돕겠다니 참으로 귀를 의심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 눈빛으로 파재를 바라보자 파재가 괘씸하단 말투로 답했다.
“내가 농담하는 줄 아는가?”
“그 말이 아니라… 임시 태수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파재 대방 혼자서 결정하실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성밖을 보니 펄럭이는 깃발이 많았습니다. 관해, 황소, 여타 황건적의 이름까지. 그들과 의견을 나눠야 하는 것 아닙니까?”
“조율을…”
“그렇습니다. 관해와 황소를 따르는 황건적이 많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니 괜한 말로 무리하지 마시고. 아닌 건 아니라고 하십시오. 격장지계로 얻어낸 약속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괜히 서신을 가져갔다가 낭패당할 꼴은 거절입니다.”
“끝까지 날 무시하는군. 그대가 좋은 말로 돌렸다만, 그 말이 본심이 아닌 걸 안다. 그리고 한가지. 지원병은 분명히 약속한다. 그러니 너는 내가 보낸 서신을 도겸에게 전하라. 다음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정말이십니까? 군자는 허언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약속은 지킨다. 그리고 네놈도 책임져야 할 테다.”
“그게 무슨?”
“그걸 내 입으로 말해줄 순 없지. 그러니 너는 서신만 전하면 돼. 내 조건을 허락하면 그땐 출병할 테니.”
파재는 할 말만 하고 끝냈다. 그리고 손을 휙휙 내저어 손건을 쫓아냈다.
손건은 떠밀리듯 나갔지만, 답신은 얻었다. 그 안에 무슨 말이 있을지 모르지만? 조건만 허락하면 지원병을 내준다고 했다.
물론 격양된 파재에게 살기가 흘렀지만,
손건의 목숨으로 서주가 산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
몇 주가 지나 출타를 끝낸 마대가 돌아왔다.
회남일 때를 돌며 명사를 찾았다. 하지만 몇 주라는 시간에 인재를 찾는 건 어렵고, 찾았다고 해도 설득하기는 더 어려웠다.
물론 만나본 자는 꽤 있었다.
조금 더 노력하면 얻을 것도 같은데.
몇 번 더 찾아가면 될 것도 같은데…
장소와 진군.
한 명은 꼬짱꼬짱하기가 그지없고 또 다른 자는 뛰어난 인재인 걸 분명히 알았다.
아무튼, 그들과 친분을 쌓고 여남으로 돌아왔다.
동행한 화웅을 숙소로 돌려보내고 정청에 들어섰다.
처음 떠났던 여남과 지금의 분위기가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집무실로 들어갔을 때, 서류에 파묻힌 파재가 일어나 조용히 반겼다. 하지만 인사하는 얼굴이 밝지는 않다.
“오셨습니다. 소신이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파재의 이야기.
조조의 서주 침공.
하만이 빠진 청주병의 걱정과 전쟁.
손건과 언쟁. 그리고 약속까지.
파재는 매우 민망한 표정으로 죄를 고했다.
“제가 일을 저질렀습니다.”
그 말에 고개를 흔들어 답했다.
“월권이었지. 파재 장군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란 말입니다.”
“송구합니다. 손건의 격장지계에 정신이 나갔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원병의 대가로 막대한 양의 군량을 내걸었습니다.
도겸이 그 조건을 수락하지 않으면 저희가 군병을 내보낼 이유가 없습니다.”
“군량을 얼마나 걸었기에?”
“도겸이 군량을 내준다면, 지금 백성을 서량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군량을 가지고 한수와 싸움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 정도나.”
“제가 바보가 아닌 이상 그냥 넘어갈 일이 없지요. 그리고 하만이 빠진 청주병입니다. 어쩌면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파재의 말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내 고민에 파재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가 행한 월권이 부담스러운 듯 몇 번이나 죄를 청했다.
그럼에도 확실히 아닌 건 아니었다. 누가 최종결정권자인지 알려야 했다.
“다음에는 없습니다. 이번 같은 월권은 절대 용서하지 않습니다.”
“물론이지요. 소신의 목을 쳐도 달게 받겠습니다.”
“….”
입술을 꾹 다물었다. 파재는 연신 허리를 굽혀 사죄했다. 그것으로 끝을 보았다. 그리고 서주에 대한 결정을 내놓았다.
출병.
어차피 조조는 서주를 가질 수 없다. 수많은 백성이 죽겠지만, 결국 조조는 서주를 넘어서지 못한다. 거기에 더해 군량까지 얻을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출전하지요. 군량이 필요하던 참이니 허락합니다.”
“죄송합니다. 소신이 큰 공을 세워 주군의 명성을 드높이겠습니다.”
“아니요. 격전을 치르지 마십시오. 어차피 조조는 서주를 얻지 못합니다. 그리고 전쟁에 참전해도 군병이 상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그 말씀?”
“분명 그렇게 됩니다. 그러니 이번 원정은 파재 장군과 전예 둘이서 다녀오세요.”
“그것이면 되는 겁니까?”
“병사들 훈련시킨다고 생각하고 가볍게 다녀오셔야 합니다.”
내 명령에 파재가 끄덕거렸다.
물론 되묻고 싶은 말이 많겠지만, 그가 저지른 실수에 더는 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