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192
192화 장수의 결심.
*
다음날.
조조가 군사를 이끌고 들어왔다. 완을 완전히 잠식하기 위해 5만 병사 중 2만 병사를 들이고, 나머지 3만 병사가 성 밖에 대기 중이었다.
장수는 정욱이 전날 원했던 것처럼 성대한 연회를 열어 조조를 맞이했다. 그것도 항복하는 자의 예법에 맞게 말이다.
“따르라! 역시 남양의 음식은 맛이 좋아. 정욱의 말이 틀리지 않았어.”
술잔을 든 조조의 눈빛은 먹이를 노린 맹수처럼 사납게 빛났다. 그 눈빛이 좌우로 굴러가면 꿇어앉은 장수와 가후를 번갈아 노려본다.
“난 말이야. 내가 가지고 싶은 건 꼭 얻어야 직성이 풀리지. 그것이 몇 년이 걸리든 가지고 말아. 너희에게 오기 전 여포 또한, 그랬다. 감히 연주를 노리고 나에게 서주를 훔쳐가! 찢어 죽일 놈. 여포는 그렇게 죽었다. 그놈을 따르던 그 부하 놈들도 마찬가지지. 여포의 사촌이라고 했던가? 그래, 위속. 그가 여포를 붙잡아오지 않았어도, 난 반드시 여포를 찢어 죽였을 것이다.”
주사(酒邪)가 돌았는지?
조조의 험한 소리는 더 과격해지고 무서운 눈으로 장수를 노려본다. 그럴수록 장수의 표정은 굳어지고 온몸이 쪼그라든 심정으로 부르르 떨었다.
바로 그때야 장수를 흡족한 눈으로 바라보던 조조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내가 듣기로 이곳에 천하절색이 있다지. 그녀가 있어 장제가 죽었다고도 하던데…. 그녀를 데려와라. 그녀와 차 한 잔 마셔야겠다.”
그 말을 들은 장수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두 눈을 심하게 깜박이며 자기가 들은 소리가 환청인지? 몇 번이나 고개를 저었다. 그 행동에 다시금 조조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놈! 안 들리는 것이냐?!”
“….”
장수는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싶은 심정으로 두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감히, 조조의 명령을 거부하겠는가?
잠시 뒤 조조의 명령으로 한 여인이 끌려왔다. 조조는 그녀를 보자 매우 흡족한 표정으로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좋아. 네가 ‘추씨’로구나. 네가 보고 싶어 남양까지 달려왔다. 이리와 앉아라.”
병사의 손에 떠밀린 추씨가 조조의 옆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조조가 건네는 찻잔에 손이 갔다. 그럼에도 찻잔을 잡은 손이 떨리고 추씨의 시선은 연회장 바닥에 몸을 낮추고 있는 장수에게 향했다.
그걸 본 조조가 히쭉 웃고는 말했다.
“조카가 안쓰러운가? 하하하. 그건 걱정하지 마라. 내가 너에게 만족한다면 우린 모두 가족이 되는 것이야. 그러니 너 하기에 달렸지.”
조조는 그리 말하고 수하들에게 명령했다.
“되었다. 이제 장수와 그 아랫것들을 내보내라. 그들은 이제 내 부하들이다.”
조조의 명령으로 어렵사리 연회장에서 빠져나온 장수는,
숙소로 돌아와 털썩 주저앉았다.
꽤 오랫동안 무릎 꿇은 게 문제가 되었는지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몸의 아픔보다 마음의 상처가 컸다. 그리고 그걸 바라본 가후가 입을 열었다.
“태수께서 잘 참으셨습니다. 조조가 격장지계를 썼는데 우리가 피해낸 게지요. 어쩌면 조조는 우리가 부담스러워 죽이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조조 녀석.”
“일단 한 단계 넘었으니 쉽게 칼을 뽑지는 못할 겁니다. 명목 없이 죽일 순 없는 법이지요. 그것도 싸움 없이 항복한 자를 말입니다.”
“그건 알겠습니다. 그리고 숙모께서 조조에게 끌려갔어요. 말로는 차 한 잔 마신다고 했지만, 조조는 천하의 호색한입니다. 놈이 숙모께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일입니다.”
장수는 연회장 주변으로 사람을 풀어 숙모의 안전을 고려했다.
하지만 장수의 우려와 달리 차 한잔 마시고 풀려났다.
장수는 긴장을 풀고 편안한 마음으로 조조와의 관계를 모색했다.
그러나 해가 지고 어둠이 물려왔을 때,
장수는 잠에서 깨어났다. 호위병이 거칠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무, 무슨 일이냐??”
“주군, 꼭 아셔야 할 일이 있어 결례를 무릎 쓰고 보고합니다. 조조의 침소에 추씨가 붙들려갔습니다.”
“숙모께서?!”
“분명합니다. 조조의 부하들이 은밀히 행동했지만, 저희 눈을 속일 순 없지요.”
“조조 이놈! 나를 능멸해도 정도 것이지. 그래 가보자, 안내하라!”
장수는 호위병을 따라 조조의 침소가 보이는 곳까지 다가갔다.
하지만 조조의 침소가 멀리 보이고
그 앞까지 다가서기는 불가능했다.
그 앞의 지킨 호위장 전위가 거부하며 밀어낸다.
장수는 그런 전위를 노려보며 비켜서기를 바랐다.
그러나 전위는 비웃기만 할 뿐 길을 내주지 않았다. 추씨가 끌려갔고, 그녀만 데려가면 된다고 몇 번이나 사정했지만 소용없었다. 장수는 폭발하고 말았다.
“비켜라!”
“불가.”
“이놈! 나는 완의 태수다. 이곳은 나의 관할이야.”
“웃기는군. 여기는 조 승상의 침소. 네놈들이 다가올 곳이 아니지. 혹여, 접견을 원하거든 내일 아침에 오거라. 그때까지 이곳은 열리지 않아.”
“뭐라?!”
장수는 전위를 밀치고 다가서려 했다.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저 멀리 조조의 방문이 보이고 그곳으로 가고 싶지만, 전위의 힘앞에서 굴복하고 말았다. 지금도 발을 동동 구르며 핏기가 사라진 표정으로 고개를 저을 뿐이다.
그 순간.
여성의 찢어지는 비명이 들린다.
“까아아악!”
분명 추씨의 비명. 그 안에서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것에 장수가 주먹을 움켜쥐자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함께 들렸다.
“이년, 가만히 있어! 네년이 정말 남자를 잡아먹는 요녀인지? 내가 몸소 느껴보아야겠다.”
“제발, 이러지 마세요. 제발…..”
“하하하, 고년. 이러지 말기는 이곳은 나의 땅이고 내 백성들이 있는 곳이야. 그러니 너 또한 나의 것이지. 가만히 있어라!”
안에서 들리는 소리와 상황은 뻔했다.
장수는 두 눈이 벌게지고 눈물을 떨어뜨렸다. 어느새 검집을 잡은 손이 부르르 떨리고 눈앞의 전위를 잡아먹으려고 한 발 앞으로 나선다.
그러나.
장수의 몸을 움켜잡는 거센 손길에 고갤 돌려 그를 노려보았다.
“호거아.”
“주군, 안 됩니다. 이대로 나서면 개죽음입니다. 혹여 장제 주군의 말씀을 기억하십니까? 죽을 정도로 괴롭다면, 허심탄회하게 문화 선생에게 맡기라는 유언을 말이지요.”
“그래, 그랬지…. 그걸 잊고 있었어.”
장수는 추씨의 비명을 뒤로한 채 몸을 돌렸다. 돌아서는 장수의 얼굴에 귀기가 서렸다.
‘장제 숙부님 죄송합니다. 못난 조카가 숙모를 팔아먹었습니다.’
*
가후의 저택.
그곳에 수많은 사람이 모였다. 늦은 밤인데도 그곳은 바쁘게 움직였다.
호거아를 대동한 장수는,
가후의 집 앞에서 많은 사람을 보았다. 그리고 지나치는 군관을 붙잡고 그 이유를 물었다.
“어찌 된 일이냐? 어째서 이렇게 많은 군관이 모였어??”
“소장은 잘 모르겠습니다. 군사께서 조조의 침소가 소란스럽다는 말을 듣고 저희를 소집했습니다.”
“그래.”
장수는 가후의 빠른 조치에 놀라고 서둘러 가후를 만나려고 들어갔다.
*
가후는 지도를 펼쳐내고 수하들에게 일일이 지시했다.
그리고 방문이 열리자 장수를 바라보고 말했다.
“오셨습니까, 태수님. 호거아, 자네도 수고가 많았어.”
그 말에 두 눈을 치켜뜬 장수가 호거아를 노려봤다. 호거아는 머쓱해진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미처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군사께서 저를 보내신 겁니다.”
“허어… 그랬어. 여기서도 나만 바보처럼 행동했군.”
장수는 입맛을 다셨다. 입안이 쓴지 몇 번이나 침음을 삼켰다.
그 모습을 지켜본 가후가 말했다.
“태수님. 이제 결정을 보셨습니까? 제가 어찌하기를 바랍니까?!”
“…..”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장수의 귓가에 숙모의 비명이 들린다. 그리고 입수을 질끈 깨문 장수가 말했다.
“죽여야지요. 금수만도 못한 개종자는 죽어야 합니다.”
그 말에 허리를 숙인 가후가 대답했다.
“명命 받듭니다. 태수께서 원하는 대로 이뤄질 겁니다.”
그 말과 동시에 고개를 돌린 가후의 눈빛은 매서운 사자와 같았다.
그리고 모인 장수를 하나둘 쳐다보며 말했다.
“하룻강아지도 내 집에서 강하다. 하물며 사람인 우리가 이런 치욕을 당해야 하겠나? 콧대 높은 중원의 쓰레기에게 남양에도 사람이 있음을 보일 것이다.”
그와 동시에 장군들에게 지시가 내려졌다.
[하나. 성안의 모든 출입문을 봉쇄한다. 단 남문을 제외하여 한쪽으로 몰이사냥을 할 것이야.] [둘. 동문 앞에 주둔한 3만 조조 군에게 성안의 변고를 절대 들키지 않는다.] [셋. 호거아, 자네는 전위와 조조를 잡아라. 그곳에서 그들은 죽을 것이다.] [넷. 완성에 주둔 중인 조앙, 조안민의 부대는 내가 상대한다.]가후의 눈동자는 푸르게 빛났다. 차갑고 시린 눈동자가 거기에 있었다.
*
방문 너머로 가냘픈 여성의 비명이 들린다. 그것에 호응하듯 남성의 거친 신음도 함께였다. 하지만 문밖을 지킨 전위는 어떠한 움직임 없이 시선을 밖으로 두었다. 그는 집을 지키는 개처럼 착실하다.
시간은 자정을 넘어 어둠은 깊어지고 달 또한 구름에 숨어 안마당은 깜깜하기 그지없었다.
그때 한 무리의 병사가 다가오며 전위의 움직임에 변화가 생겼다.
“장군님, 야식을 내왔습니다. 식사하시죠. 번은 저희가 서겠습니다.”
그 말에 전위가 병사들을 쳐다본다. 두 눈에 힘을 주어 저들을 쳐다보지만, 달빛은 구름에 가려 어둡기만 했다. 하지만 이 시간에 야식을 내온 걸 보면 아군인 게 확실했다. 그것도 전위가 주문한 음식이 정확히 내왔지, 않던가.
“잠시 부탁한다.”
그리 말하고 전위는 성큼성큼 걸었다.
그러나 전위가 걸어간 거리는 단 몇 보로 음식 냄새가 방안으로 스며들지 못할 정도의 걸음이 전부였다.
쩝쩝. 후루룩. 꿀꺽.
배가 고팠는지 게걸스럽게 먹는다. 한참을 그리 먹으니 주방의 숙수가 마실 음료와 술까지 내왔다.
“좋은 향이군.”
코끝을 간질이는 술 내음은 군침을 삼켰다. 하지만 방문 너머로 삐꺽거리는 침대 마찰과 주군의 신음이. 전위로 하여금 술 대신 물을 들이켜게 했다.
그렇게 한참을 먹고 나니 배가 불렀다. 배가 부르니 식곤증이 몰려온다.
분명 긴장의 끈을 놓은 건 아니건만?
이상하게도 졸음이 몰려온다. 그것에 당황한 전위가 졸음을 쫓아내려 트림을 한다.
“꺼어어억!!”
경쾌하게 울리는 트림. 그것에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시원하시오? 전위 장군.”
건방진 목소리.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전위에게 농담을 지껄인단 말인가? 전위는 그 말을 한 병사를 찾으려고 두 눈에 힘을 주었다.
“네놈은 누구냐?! 감히 헛소리를 지껄여.”
그 말에 놈이 비웃는다. 입꼬리가 올라간 모양이 분명 비웃는 표정이다.
“허허허. 남의 집에서 행패를 부려놓고 그렇게 당당하십니까?”
“뭐라?!”
“부끄러운 줄 아시오.”
“이놈!!”
전위가 불쾌한 마음에 눈앞의 음식을 던졌다. 그리고 손을 뻗어 쌍철극을 찾았다. 하지만 없다. 분명, 있어야 했건만 없다. 이 정도로 감각이 무딘 전위가 아닌데 이상했다.
“어디에?”
전위는 몸을 일으켜 찾았다. 순간 몸의 균형이 앞으로 쏠리며 휘청거린다.
“뭐, 뭐지??”
전위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고 중심을 잡았다. 그런 전위에게 병사가 또 웃는다.
“하하하. 이것을 찾으시오.”
놈은 전위의 쌍철극을 들어 보이며 탕! 탕! 두들겨 보였다.
전위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이놈, 가만두지 않겠다.”
전위는 노호성을 치며 쌍철극을 든 자에게 달렸다. 하지만 놈은 한걸음 뒤로 빠지며 주변 병사에게 외쳤다.
“던져! 곰이 향긋한 꿀을 처먹었구나. 이제부터 곰 사냥이다.”
그 말과 동시에 수십 개의 올가미가 전위에게 던져진다. 전위는 날아오는 밧줄을 막으려고 양팔을 휘젓는다. 하지만 양손으로 막기에 그 수가 너무나 많았다. 그중 두 개의 줄이 전위의 몸통과 목에 팽팽하게 걸렸다.
“컥!”
전위는 참지 못하고 사레 걸린 신음을 쏟았다. 끄윽 소리치는 게 괴로운 인상을 썼다.
하지만 한 손으로 목덜미에 감긴 밧줄을 잡았고, 고개를 돌려 조조가 있을 방문을 살폈다.
그곳에 죽어버린 호위병이 보였다. 저들도 무슨 독을 먹었는지 입가에 피를 토하고 죽은 모습이다.
함정에 걸렸다.
하지만 어째서 전위에게 독을 쓰지 않은 것인지? 아마도 웬만한 독은 바로 알아차리고 뱉었을 걸 예측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