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204
204화. 마운록과 왕쌍
***
남안의 관문을 지나쳤다.
양추가 이끄는 삼백의 기병대를 따라 당당히 지나쳤다.
덜커덕거리는 마차의 소음은 점점 더 심해져 지나치는 백성의 주의를 끌었다. 하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건 마차의 소음보다 마차 위에 펄럭거리는 한중 태수의 깃발.
여러 도시 중 금성 다음으로 부유했던 남안.
하지만 남안의 부유함은 이제는 옛말인 듯 더 이상 예전의 영화는 없었다.
지나치는 백성의 허름한 옷차림과 그들의 얼굴에 그늘진 고된 삶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는 줄 알게 했다.
그들을 지나치며 얼핏 들으니,
남안이 이렇게까지 가난해진 이유가, 염포가 한수의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내려놓은 제재 때문이라고 하였다.
염포는 살아생전 한수와 그 일당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들이 용서를 구하고 사정을 봐달라고 했지만, 절대로 항복한 자들에게 아무런 것도 주지 않았다.
세금.
세금은 군대를 키워주는 가장 중요한 수단. 그 세금의 징수 권리를 한수에게 주지 않았다. 장안에서 직접 걷고 필요하다면 차후에 내려주는 방식으로 한수를 억제했다.
염포의 강력한 억제에 한수는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다.
그 조치 이후 남안 재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빈약해졌다. 한수는 굴욕적인 조치에 몇 번이나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번도 한수가 원한 걸 받아 본 적이 없었다.
한수가 필요한 자금보다 더 부족하게 내주는 게 전부.
그런 남안에, 사람이 찾아온 것이다. 그것도 큰 권력을 가진 한중 태수 마대의 방문이니 백성들이 기대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것이고.
나는 백성의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저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었다. 그럼에도 근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호랑이의 등 위에 올라탄 형국.
꼭 그것이 지금의 마음이었다.
“소가주님, 남안이 예전과 다르게 남루합니다.”
“염포가 혹독하게 다뤘어.”
“그러게 말입니다. 한수를 짓누르다가 보니 백성이 곤란함이 큽니다. 차라리 한수를 남안 태수에서 해임하는 게 백성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기에 저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야. 한수의 입장에서 남안이 마지막 자존심일 테니까.”
“한수의 자존심과 백성의 곤궁함을 이용하면 기회가 있겠습니다.”
성공영은 그 말을 하면서 눈을 빛냈다. 그의 머릿속에 여타 계획이 있는 듯 보였다.
*
“묶어! 두목을 살리고 싶다면, 너희끼리 오랏줄을 걸어라!”
마운록은 왕쌍의 등 뒤에 바짝 붙어 소리쳤다. 하지만 살짝 드러난 그녀의 속살은, 달빛에 비쳐 영롱하게 보였다.
꿀꺽.
목울대를 타고 흐르는 침음. 도적들은 지금의 상황을 야릇하게 보았다.
자기들은 9명이나 되는 사내들이고 상대는 혼자뿐인 여자.
거기다가 왕쌍을 꼭 부둥켜안고 있지 않은가.
왕쌍은 목덜미에 겨눠진 단검보다 지금의 상황을 즐기는 듯했다. 등판으로 느껴지는 뭉클함.
거기다가 왕쌍의 무력 또한 만만치 않아 지금의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이라도 목덜미의 칼을 빼내고 여자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분명 연약한 여자일 것이다.
충분히 제압 가능하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이 즐겁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부하 놈들이 순순히 움직이지 않는다. 여자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명령했지만, 벌거벗은 여자라고 두려워하지 않는다. 또, 어떤 놈들은 슬쩍 돌아들어가며 기회를 노린다. 왕쌍은 그걸보고 불호령을 쳤다.
지금의 유희를 즐겨야 하는데. 저, 저, 왕삼이 녀석이 방해를 하려고…
그것에 버럭 고함을 쳤다.
“야! 야! 아가씨 말 안들려! 거기! 왕삼이 미쳤어. 내 목덜미에 바람구멍이 생긴다고 하시잖아! 날 죽이려고!!! 왕삼이 너는 내 손에 죽는다. 칼 내려놓고 서로를 묶어! 꼼꼼하게 묶으라고! 지켜본다!!!!”
왕쌍이 인상을 썼다. 마운록보다 더 큰 목소리로 눈깔을 무섭게 떴다.
그러자 도적들이 움직인다. 마땅치 않지만 두목 놈의 의중을 이해했다는 듯이 끄덕인다. 그들 중 몇놈은 왕쌍의 명령이 싫은지 바닥에 퉤, 하고 침까지 뱉었다.
지 혼자 즐기려고 한다고. 왕쌍을 두목으로 모셨는데 좋은 건 자기 혼자 독차지하려고 한다고 눈을 부릅떴다.
그것에 왕쌍이 더 무섭게 소리쳤다.
“돌삼이 죽고 싶어! 그 눈깔 뭐야?! 네놈은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지. 엉! 내 망치 맛을 안 봐서 모르나 봐! 나 말이야. 쌍두산의 왕쌍이야.”
-쳇. 그럽시다.
-예, 예, 알겠습니다.
-두목, 혼자만 즐기시면 저희도 가만 안 있습니다.
-믿습니다. 믿고 말고요.
그 말에 왕쌍이 더 버럭 소리쳤다.
“뒈지려고! 눈깔 안 깔아! 엉! 진짜 내 목덜미에 바람구멍 생기면 너희가 책임질 거야! 엉!”
왕쌍이 진짜 화를 냈다. 통제가 안 되는 도적놈들이 미웠다. 군율이라고는 일도 없는 오합지졸이 이들이었다. 물론 그 이면에 왕쌍의 욕심이 가득했지만 말이다.
-두목! 예전에 일 기억하시지요. 매월이요.
-아, 그 매월이.
-두목만 좋다고, 혼자서 독차지 했잖아요.
-그때만 생각하면… 쳇.
수하들은 웅성거리며 입맛을 쩝쩝댔다.
왕쌍은 눈을 부릅떠 쏘아보았고, 결국 버티지 못한 도적들은 서로를 묶었다.
그걸 묵묵히 바라본 마운록은 왕쌍의 목에 단도를 겨누고 다음 말을 이었다.
“네놈은 나를 잠시 따라온다.”
그리고 천천히 움직였다. 왕쌍의 목에 단도를 겨누고 천천히.
도적들이 끌고 온 마차까지 조심히 움직였다. 그리고 마차에 올랐다. 마차에서 왕쌍의 손발을 묶고 겨우 안심할 수 있었다.
“후우-.”
깊은 한숨이 나왔다. 겨우 찾은 평화.
그리고 주섬주섬 옷을 입기 시작했다.
왕쌍 놈이 눈을 힐끗거려 놈의 눈동자를 검은 천으로 가리고 갈아 입었다.
어서 옷을 입고 떠나야 한다.
마침 놈들이 가져온 말과 마차까지 있으니, 좀 더 빠르게 금성까지 다다랄 수 있을 것이다.
주섬주섬. 스르륵. 상의, 하의, 은밀한 곳을 감춰주던 속옷까지, 주섬주섬.
그러다가 놈들이 이 옷들을 가지고 했던 일들을 떠올렸다.
냄새를 맡는다고 킁킁,
또 어떤 놈은 얼굴이 벌게져 이상하게 웃기도 했다.
마운록은 그걸 떠올리자 결심했다. 결심한 그의 얼굴에 살벌한 냉기가 흘렀다. 하지만 그것도 모를 왕쌍은 야릇하게 웃는다. 눈을 가렸지만 마운록이 갈아입는 소리를 들었는지 입꼬리를 들썩였다.
미친놈.
퍽! 후려쳤다.
왕쌍의 볼따구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럼에도 왕쌍은 웃고 있었다.
왕쌍은 그녀의 손길이 좋았다. 아름다운 손으로 묶던 부드러운 손길이 좋았다. 또한, 야릇한 그녀의 복장과 향취. 그리고 이런 식으로 몸을 묶은 매듭쯤이야,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자극적이고 아름다운 여자다.
오늘은 죽어도 여한이 없어.
그것이 왕쌍이 묶이는 내내 느낀 감정이다. 그 감정을 즐기고 싶어서 어린애 장난 같은 엄포에 복종했다.
놀란척도 하고,
목덜미의 단도를 두려워서 벌벌 떠는 척도 하고.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제 연기는 끝났고 부하들도 멀리 있으니 가지리라. 아무도 없는 마차에서 그녀를 품을 것이다. 손목과 발목을 묶은 오랏줄을 풀고 그녀의 남자가 되리라.
“끄응.”
힘을 썼다. 그녀가 옷을 챙기느라 시선을 돌린 순간, 용을 썼다.
하지만 어떻게?
가느다란 팔에서 이런 묶음이 나왔지?
안 풀려?
어떻게?
젠장?!
“끄응.”
얼굴이 벌게지고 한 방울의 땀이 턱선 밑으로 떨어진다.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효과가 없었다.
작은 틈이라도 있으면 손목을 빼 보겠는데, 이건 뭐? 어떻게.
그렇게 버둥거리다가 보니 소리가 커지고 그럼에도 끙끙, 않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자 팔목은 벌겋게 부어오르고 핏기가 보일 정도로 상처가 났다.
아, 되었다. 이제 조금만 더!
그 순간,
척, 목덜미 위로 시퍼런 도가 날을 세웠다.
봉취도. 봉의 꼬리를 닮았다고 붙여준 이름. 여자가 쓰기에 무거운 봉취도가 시퍼런 살기를 발했다. 거기다가 눈동자를 가린 검은 천을 내려주자 보인다.
봉취도에 붙어있는 누군가의 육편조각.
비릿한 피냄새가 진동한다.
아, 어떻게 이 많은 살점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인거야?
놀랐다. 헉, 하고 헛바람을 뱉었다. 구겨진 표정에 핏기 없는 얼굴이 되었다.
그 얼굴을 본 마운록이 대답했다.
“더러운 눈동자. 더러운 웃음. 그딴 걸 얼굴에 걸고도 살기를 바랬나?”
“그, 그게… 제가 그러려고.”
“눈깔을 후벼 파 줄까?! 오라버니의 참모 중에 눈깔이 없던 사람도 있었다던데… 네놈은 어떨까?”
“그런 말을.”
“네놈이 장난질을 모를 줄 알고. 그리고 그딴 식으로 하니깐 뒈지는 거야.”
마운록은 그 말과 동시에 마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 묶여있는 도적들에게 다가갔다.
왕쌍은 눈을 크게 떴다. 마운록이 하려는 짓을 뻔히 알았다. 하지만 설마라고 생각했다. 저 무거운 봉취도를 자연스럽게 들 수도 또, 벨 수도 없을 거라고 믿었다. 봉취도는 여자의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무기라고 희망을…
그런데,
베어진다.
서걱, 서걱, 잘도 베어진다.
더러운 눈깔로 봤다고 돌삼이 머리가 떨어지고 연이어 왕삼이와 왕칠이, 그리고 그 옆에서 눈을 크게 뜨던 삼칠이 목까지 두둥실 떠오른다.
1합에 몇몇을 날린 건지 예사 무예가 아니었다.
살벌하다. 전장 경험이 풍부한 자만이 할 수 있는 손속과 날렵함.
마운록은 그걸 해내고 왕쌍을 쏘아보았다.
“더러운 손길에 대가가 따른다. 네놈은 눈깔을 후벼파야겠는데.”
그 말에 왕쌍이 놀랐다. 진심이다. 부하들은 죽었고 다음 차례는 왕쌍이었다. 그것과 동시에 욕설도 나왔다.
죽는 마당에 무슨 말을 못할까.
“이런 쌍!”
하지만 그 입놀림에 대가는 바로 따랐다.
-서걱.
베어졌다. 왕쌍의 머리 옆에 달린 귀.
그것이 쌀뚝 잘려지고 덜렁거린다. 왕쌍은 기겁했다. 목덜미를 따라 피가 흐르고 귀땡이 한쪽이 잘려 아팠다.
거기다가 마운록은 보통 사람이 아니란 걸 이제야 알았다. 그냥 이쁜 여자인 줄 알았는데, 절대 그런 게 아니었다.
그것에 눈을 크게 뜬 왕쌍이 되물었다.
“도대체 누구십니까? 어째서 저에게 이러십니까?”
그러자 마운록이 무섭게 눈을 뜨고 대답했다.
“너는 내게 왜 그랬는데. 응?!”
“저, 저야… 도와드리려고. 여자 혼자서, 이 무서운 숲속을 헤매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래?! 내가 그래 보였어. 내 옷도 너희가 주워준 것이고.”
“네. 네. 그러고 말고요. 소인이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그냥 도와드리려고 그러다가 보니깐.”
“그래서 눈깔도 더럽게 떴고 말이지.”
“아닙니다. 제가 눈깔을 더럽게 뜬 게 아니고. 그냥 제 눈깔이 원래 이렇게 생겼습니다. 그러니 살려주시고 오해를 풀어주시면 안 될까요?”
“널 살려주라고.”
“제발 살려주십시오. 시키시는 일 뭐든지 하겠습니다.”
“내가 네 부하들을 죽였는데도?”
“저놈들이요?! 저들과 친분이 깊지도 않습니다. 도적들에게 무슨 의리가 있겠습니까?? 없어요. 그런 거. 그리고 저, 처음부터 도적이 되려고 한 게 아닙니다. 원래 량주목의 부하가 되려고 했다고요.”
“네가?”
“맞습니다. 하지만 장안까지 내려가는 여비가 없어서… 이렇게 돈을 구하다가 보니깐.”
“네놈이 아버님의 부하가 되려고 했다고?”
“아버님이요?? 량주목이 아버지가 되십니까?”
“그럼 내가 누군 줄 알았는데.”
왕쌍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잘못 걸렸다고 생각했다. 그도 소문은 듣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