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214
214화. 전풍을 구하라
유괴는 세심히 살피며 진군했다.
뻔히 열린 성문이 보이건만, 그것에 현혹되지 않고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느릿하게 움직인다. 그러다가 성 안팎의 조짐이 이상 없다는 걸 확인하고 긴장의 끈을 놓았다.
그 순간,
성문을 통과하려고 길게 늘어선 순간이었다. 5천 보병은 그것을 보았다.
-화르륵.
뜨겁게 올라오는 불꽃. 발광하는 붉은 기운이 순식간에 퍼진다.
-화아아악!!!!
화염과 검은 연기가 하늘 위로 충천한다. 불꽃은 병사들을 검은 재로 감싸 안으며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크아아악!”
“뜨, 뜨거워!!!”
아비규환. 사방 천지에 메아리치는 비명. 병사들은 저마다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거대한 불길은 순식간에 커지고 남문 주변을 잡아먹었다.
“젠장, 이게 무슨 일이야?!”
황권은 검은 연기를 보았다.
그리고 성벽 위 깃발이 뒤바뀐다. 펄럭이던 방희의 이름이 어느 순간 한중 태수의 그것으로 변했다.
빠드득.
황권은 어금니를 깨물었다. 이빨이 부서지듯 깨물고 이맛살을 좁혔다.
“당했다. 서량 것들이 언제?! 어느 사이에 자동을 점령했단 말인가.”
증오를 뱉었다. 황권의 얼굴은 굳을 대로 굳었고 손은 벌벌 떨려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드러냈다.
그러나
황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시커먼 연기와 시뻘건 불꽃.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병졸을 구할 수도, 더 가까이 다가가 다음 전쟁을 치르기도 어려웠다.
얼마나 왔던가?
적병이 얼마나 왔기에 자동을 차지해 버렸는가?
그럼 검관은?
검관은 무사하단 말인가?
조심해야 해.
섣불리 판단해선 안 된다.
황권이 이맛살을 좁히고 있자 살아남은 익주의 병사가 성문으로 뛰쳐나왔다.
아주 소수의 병사와 군관, 저들의 대장 유괴 또한 살았다.
그래 뛰어라, 뛰어나와 자동의 상황을 알려줘.
황권은 유괴를 응원했다. 어서 도망쳐 본진으로 합류하기를.
하지만 유괴의 모습이 엉망이다. 그의 몸에도 기름이 튀었는지 불길은 꺼지지 않고 화려한 갑주를 태운다. 지글지글. 뜨겁게, 시뻘건 불길이 커져가며.
“크으으윽.”
“누, 누가, 이 불길을 잡아줘!”
유괴는 낭패한 얼굴로 몸을 굴렸다. 그럼에도 불길이 꺼지지 않자 허물을 벗듯 갑주를 벗어던졌다. 거기다가 무기까지 버리고 달리기 시작한다.
어렵다. 심상치 않은 화상이요. 뒤에는 적병의 함성이 가득하다. 유괴는 살고자 뛰었다. 무기도 버리고 비단 전포도 벗었다.
벌거벗은 몸으로 달렸다.
그 모습을 본진 병력이 응원했다. 살고자 도망치는 병사를 응원하고 유괴가 어서 성문에서 멀어지기를 빌었다.
-어서! 도망치라고.
-살 수 있어, 다 왔다고. 뛰어! 뛰는 거야.
하지만 그 응원과 다르게 하늘에서 검은 비가 떨어진다.
비는 자동의 성벽을 떠나 하늘 가득 떨어졌다.
슉! 슈슈슈슈슈슉!!!
-아, 안돼!
-화살이다. 어서 피하라고.
-놈들이 패잔병을 죽이려고 한다.
병사들의 아우성, 군관과 장군들은 안타까운 탄식을 뱉었다. 이는 황권도 마찬가지로 얼굴이 구겨졌다.
도망치는 유괴와 그의 부하들. 그리고 그들을 노리는 수천 발의 화살.
퍽! 퍼버버버버벅!!!!!
“크윽.”
“크아아아악!”
“화, 화살이다.”
죽어갔다. 도망치던 자들이 모조리 넘어졌다. 그중 벌거벗은 유괴는 고슴도치가 되었다. 등판에 수십 발의 화살을 박아넣고 나자빠졌다.
저 정도면 절대 살아남지 못한다. 유괴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숨을 거뒀다. 자동 상황이 어떻게 되었다고 정보도 주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젠장.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어.”
황권은 분노했다. 이를 갈고 소리쳐 화를 냈다. 침착했던 황권이 소리치자 분노한 장군 중 몇몇이 뛰쳐나갔다.
저마다 칼을 뽑고 말을 달렸다.
그러자 이제야 정신을 차린 황권이 소리쳤다.
“뭣들 하느냐? 돌아와!”
“진정해! 진정해야 한다. 적의 유인계가 분명하다.”
그럼에도 멀리까지 쫓아간 장수들은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황권은 저들이 정보를 캐내기를 바랐다. 빠르게 달린 장수들이 훤히 열린 남문을 바라보고 그 안의 적병이 얼마인지? 알아내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 마음도 잠시.
풀썩.
주저앉는다. 달리던 군마가 주저앉고 깊게 빠진다.
그건 동시다발로 진행되었다.
이곳저곳에 함정이 있는지 장수들은 함정에 빠지고 군마의 다리가 꺾였다.
“크아아악!”
“함정이다.”
“조, 조심해!”
하지만 한 번 빠지기 시작한 장수들은 벗어날 수가 없었다. 군마의 다리가 꺾이고 이들은 낙마해 목덜미가 부러졌다.
그들 중 살아난 군관은 어렵사리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때를 노린 적병이 긴 장창으로 가슴팍에 구멍을 내기 시작했다.
학살.
감히 달려든 것에 대가.
죽어 나갔다. 훤히 보이는 길목에서 피를 뿌렸다.
군관들의 목이 떨어졌다. 그리고 다시금 숨어든 적병. 이들은 나타났던 숲속으로 몸을 숨겼다.
황권은 짧은 탄식을 뱉었다.
“이런 일이…”
입술을 하도 깨물어 피가 배어 나왔다. 참을 수 없는 분노. 완패. 황권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완패당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정보가 너무도 없어. 자동에 적병이 얼마나 있는지? 한중 태수가 정말 이곳에 있는지? 아는 게 없어.”
그 말에 오의가 대답했다.
“아무래도 물러나야 합니다. 전열을 갖추고 기회를 살펴야 합니다.”
그 말에 황권이 끄덕였다. 그리고 군병을 향해 소리쳤다.
“물러난다. 후퇴해!”
황권의 명령으로 커다란 북이 둥둥거렸다. 후퇴를 알리는 북소리와 깃발신호.
더는 싸우지 않는다.
적의 매복과 기습으로 사기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것에 불복하는 장수들이 있었지만, 황권은 그들에게 불호령을 쳤다.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라고,
거기다가 황권이 북을 치자 기다렸다는 듯이 자동의 성벽에서 기다란 장대가 걸렸다.
장대에 익숙한 수급을 매달렸다.
방희.
자동 태수의 방희의 수급이 달랑거린다. 그걸 알아본 병졸이 웅성거렸고 방희와 친분이 깊던 장수들은 분노했다.
“자동 태수가 매달렸습니다.”
“총사령, 이대로 돌아갈 순 없습니다. 공격해야 합니다.”
“맞습니다. 복수해야 합니다. 우리가 가진 병력으로 공격해야 합니다. 자동 따위는 충분히 부술 수 있습니다.”
웅성웅성. 분노한 장수들의 외침. 황권은 얼굴을 구겼고, 오의는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 대단한 심계했다. 적 참모가 누군지? 익주의 장군들을 도발하고 있었다.
역시 한중 태수 마대는 악독한 자다. 익주 장수들을 흔들다니. 듣던 대로 가장 꺼려대는 적장은 한중 태수야.
황권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떠들고 있는 장수들에게 소리쳤다.
“섣부른 행동은 용서하지 않는다. 한중 태수가 어떤 자인지 너희도 알지 않나. 놈과 싸울 때는 조심해야 해.”
황권은 소리쳤고 오의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리고 지금은 물러날 때. 황권이 알기에 한중 병력은 5만 이상이다. 그 병력이 자동으로 내려왔다면 수비하는 병력도 비슷할 터. 그들과 공성으로 싸우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물러선다. 이대로 멀찍이 후퇴해야 해.”
황권은 후퇴를 소리쳤다. 적장의 지독한 심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장에서 이탈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군을 물리는 중에 다시금 자동을 쳐다보았다.
“사기가 완전히 꺾였어. 마대에게 자동을 빼앗겼다. 완벽해. 어떻게 자동을 점령한 것일까?”
그것에 오의가 대답했다. 그도 비슷하게 생각했는지 대답은 바로 나왔다.
“오랫동안 준비했겠지요. 예전 한중도 비슷한 방법으로 점령했지, 않습니까?!”
“그랬지. 한중도 피흘리지 않고 얻었어.”
“세작을 오랜 시간 보낸 게 아닙니까? 그리고 전염병도 마대의 수작일지 모릅니다. 우물에 독을 풀었다던가? 아군이 먹는 것에 수작을 부렸을 경우가 큽니다.”
“그럴만하다. 놈이라면 그런 짓도 할 수 있어.”
“우선 물러나서 전열을 갖춰야 합니다.”
“맞는 말이다. 공성 장비도 갖춰야 하고.”
“최소 2주는 필요합니다.”
“그래야지. 자네가 수고해줘야겠어.”
황권은 오의에게 부탁했다. 그리고 돌아서는 어깨는 축 늘어져 있었다.
이 모든 게 오해에서 비롯한 심계.
법정은 마대의 명성을 이용했다. 그만큼 한중 태수의 명성은 상당했고, 조심해야 할 적장으로 자리 잡았다.
***
마대가 남피에 도착하자
원소가 패전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결정적으로 허유의 배신이 치명적.
허유는 교만한 성품으로. 관도대전에 공을 세우지 못하고 다른 참모에게 배척당했다. 그러던 중 친족이 저지른 부정이 발각되어 심배, 봉기에게 탄핵받아 그걸 벗어나기 위해 조조에게 돌아섰다.
그 결과로 오소烏巢가(군량 창고) 불타고, 군량이 없는 원소는 더는 전쟁할 수가 없었다.
“관도대전이 너무 빨리 끝났어.”
나는 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좀 더 싸워주기를 바랐는데, 빨리 끝나버린 전쟁이 아쉬웠다. 이는 성공영도 같은 표정으로 다음 말을 이었다.
“일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전풍을 구하지도 못하고 끝날지도 모르겠습니다.”
“가택연금에서 이제는 지하 감옥으로 잡혀갔다지.”
“전풍이 다음 명령으로 죽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원소는 참 뻔뻔한 인간입니다. 패전의 책임을 전풍에게 묻다니요.”
상황은 역사대로 흘렀다.
원소의 패전. 그리고 떨어질 사형까지…
우리의 도착이 조금 늦었다. 좀 더 빨리 와서 전풍을 가택연금에서 빼냈어야 했는데. 지금은 감옥에 갇혔다니 어떻게 만나야 할지? 감도 잡지 못했다.
“소가주님, 진림을 만나시지요. 그부터 찾아야 합니다.”
“그렇지. 진림이 있었지. 전풍의 친우에게 도움을 받아야겠어.”
*
수많은 사람이 바글거리던 진림의 학당.
오후 수업이 끝나고 조용한 시간이 찾아왔다. 그 시간에 진림과 최염은 전풍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보게, 공장(진림의 자) 이대로 전풍을 죽게 버려둘 작정인가?”
“나라고 별수 있나? 벌써 몇 번이나 탄원서를 보냈네. 그런데 주군께서 답장을 내주지 않아. 아무래도 단단히 마음먹은 것 같아.”
“원소의 변덕이 어디 하루 이틀인가? 계속 탄원서를 보내게. 분명 답이 있을 거야.”
“아니야. 내가 아는 주군은 전풍을 버린 것 같아.”
“몹쓸 사람. 그런 자가 주군이라고. 패전의 책임을 전풍에게 덮어씌우다니 그게 사람이 할 짓인가?”
그 말에 진림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리고 손가락을 입가에 대고 말했다.
“이보게 최염. 목소리를 낮추게. 우리 말을 듣는 자가 있을지 몰라?”
“들으라지. 누가 들어도 난 떳떳하네. 바보 같은 원소가 실수만 안 했어도 지는 전쟁이 아니었어.”
“목소리를 낮추라니깐.”
“아니 싫네. 나도 죽이라지. 전풍이 죽는 마당에 내 목숨이 문제인가?! 이제 원가는 끝이네. 끝난 집 안에 머물다가 횡액을 당할 테야.”
“그래서 다른 곳으로 가려고?”
“가야지. 갈 곳만 있다면 어디든 떠나고 싶네.”
“혹시 조가 놈에게 가려고?”
“아직 결정하지 않았네. 하지만 조가던 더 먼 곳이던 나를 받아줄 곳이 있다면 생각해보겠네. 그전에 전풍을 살려야지. 우리 친구 전풍을 감옥에서 빼내야지.”
“나도 같은 생각이야. 하지만 원소가 용서한다고 해도 전풍은 어떨지 모르겠어. 내가 생각한 전풍은 감옥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할지도 몰라.”
“안 온다면 강제로 끌고 가야지. 어디든 데려가 그를 살려야 해.”
“어디로 말인가?”
“어디든 말이지. 누군가 손을 내민다면 그곳으로 결정하겠네.”
최염은 험한 소리했다.
원소를 욕했고 전풍을 살릴 방법을 강구했다. 하지만 갈 곳이 없다. 받아줄 세력도 없고, 조조의 영향력은 점점 강해졌다.
그 순간, 누군가 찾아왔다.
학당 밖에 이름 모를 상단이 찾아왔다고 총관이 아뢰고 있었다.
그것에 두 사람은 눈을 크게 떴다.
서둘러 문밖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커다란 가죽을(호랑이) 내려놓는 상단이 있었다.
“진림 선생, 나오셨습니까?!”
마대의 말에 진림은 알아보았다. 그리고 그의 세력이 어딘지도 알았다.
“자네는 마가장에… 아니지, 이제는 뭐라고 불러야 하나?”
상황이 급변했다.
진림은 최염을 바라보고 설명했다. 그들이 원하던 일. 전풍을 살리고 떠나려던 일이 하나둘 만들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