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231
231화. 사생결단
그리고 나를 본 정욱이 소리쳤다.
“어찌해서 자객을 들였어?!”
제일 먼저 나를 알아본 목소리. 하지만 남만 복장 때문에 내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한 것 같았다. 대신에 전만에게 역정을 내며 혼내는 것이다. 그만큼 전만의 무력을 믿는 것일 테지.
어리석게.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내가 실종되었다가 3년 만에 나타났기 때문일까?
조조의 세작들도(장안에 숨어든) 내가 죽었다고 생각한 것일까??
“전만! 뭘 멍청하게 눈을 뜨고 있어. 놈이 달려들지 않느냐?! 막아! 막아야 한다!!! 너희 아비가 실패한 호위장의 임무를 반복하지 마라!”
그 말에 전만의 표정이 바뀌었다. 정욱이 경황없이 외친 소리겠지만, 전만에게 효과가 있었다. 천추의 한으로 남을 이야기가 바고 지금이었다.
조조를 지키다가 죽어버린 전위.
적병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죽어버린 전위의 과거가 전만을 일으켰다.
아무튼, 정욱이 이죽거리지 않아도 전만의 눈에 붉은 기운이 어린다. 전만이 휘두른 쌍철극이 바람을 갈랐다.
-탕! 다당! 탕! 타당!
불꽃이 튀고 거친 고함을 질렀다. 전만의 두 눈에 분노가 가득했다.
속았다는 자괴감.
감히 쌍철극을 막고 있는 남만 놈의 무예에, 분노가 치솟은 것이다.
“이것들이 나를 우롱해?! 네놈과 저놈도 죽어 마땅하다! 죽어!!!”
분노한 전만은 눈앞에 검을 든 내가 아니라 마속에게 달렸다. 나는 하인이라고 생각했고, 원흉은 마속이라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하인 놈.
검은 얼굴에 알록달록한 복장을 입은 남만인이 몇 번이나 길을 막는다. 그것에 답답한 마음을 품은 전만이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비켜라! 종놈의 새끼가 끼어들 일이 아니야!”
“싫은데.”
“죽고 싶더냐?! 네놈의 수급을 치고 부채를 든 서생의 혀를 뽑을 것이다.”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해보시지.”
흥분한 전만을 더욱 도발했다. 놈이 흥분할수록 허점은 도드라졌다.
전만은 화가나 무턱대고 쌍철극을 휘둘렀다. 그걸 막아야 할 나는 죽을 맛을 느꼈다.
쾅! “윽.”
힘이 셌다. 투박하게 휘두른 쌍철극에 거력이 담겼다. 역시나 전위의 아들. 전만의 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했다.
그것도 2개나 되는 쌍철극을 어린애 장난처럼 휘두른다. 양쪽으로 빠르게 휘저을 때면 주변 공기가 찢기는 소리가 났다.
휘릭, 휙!
쾅!
“크윽.”
몇 번의 부딪침으로 내가 가진 평범한 검에 이가 빠져나갔다. 그건 검뿐만이 아니다. 쌍철극을 막을수록 주르륵 밀린다. 마당 한 가운데에서 시작한 전투는 점점 외곽으로 몰린다. 이렇게 밀렸다가 마속이 어렵게 막고 있을 싸리문까지 다가갈 추세였다.
묵창이 있어야 했어.
검이 아니라 창을 들어야 했어.
손에 익지 않은 검술로 상대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그것에 반해 쌍철극을 든 전만은 가진 무예를 마음껏 뽐냈다. 그렇지 않아도 좁은 공간에서 내가 크게 동작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이해하고 몰아붙였다.
그럼에도 질 수는 없겠지. 이렇게 당할 내가 아니다.
“아직이다. 이것도 받아봐라.”
칠성검을 뽑았다. 한 손에 평범한 검, 다른 손에 칠성검을 들고 그었다.
쌍철극을 막고는 칠성검으로 내리쳤다. 철극을 잘라내고자 예리한 검날로 철극쯤은.
-그극, 그그극!
섬뜩한 소리가 들리고 철극에 손상을 가했다. 하지만 잘리지 않는다. 두꺼운 통짜 쌍철극은 칠성검의 예리함으로 잘라낼 게 아니었다.
‘이런.’
몸을 뒤로 뺐다. 다음 공격을 대비해 한걸음 물러섰다. 그러자 다른 손의 쌍철극이 날아오며 전만이 비웃는다.
“흐흐흐. 네놈 같은 녀석이 몇몇 있었지. 그러다가 뒈지는 꼴을 많이 봤어.”
-부웅! 머리 위로 쌍철극이 지나친다. 허리를 숙여 옆으로 굴렀다. 그리고 일어나니 전만이 비릿하게 웃으며 달려든다.
접전. 다시금 싸웠다.
20합이 넘을 정도로 서로가 후려치기를 멈추지 않는다. 거기다가 나는 전만과 정욱, 저 멀리 마속의 분투를 지켜보느라 신경이 분산된 상태.
정욱은 여차하면 도망치려고 슬금슬금 눈치를 본다. 전만과 혈투를 주고받는 중에도 도망치려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던 중 변화가 찾아왔다.
저 멀리 고함을 지르는 주창이 보인다. 주창은 싸리문을 지키는 마속을 돕고자 했다. 불쑥 튀어나와 병사들을 학살하며 뛰었다.
나는 주창을 보고 소리쳤다.
“주창은 싸리문을 지켜야 한다. 절대 한 놈도 들어오고 못하게 막아야 해!”
그 말에 주창이 끄덕였다. 병졸을 학살하는 과정에도 소리친 대답. 그걸 보자 안심이 되었다. 이제 마속은 한동안 위험하지 않겠지. 전만과 싸우다가 고개를 돌리는 정신없음이 진정되겠지.
그 순간에도 전만의 쌍철극에 곤욕을 치렀다. 투박한 그의 휘두름에 생채기가 생겼다. 하지만 이대로 밀려서는 안 되지. 주창이 왔으니 마속이 날 도와줘야 한다.
“마속은 무엇하더냐?! 넌 백면서생이 아니야. 마씨 가문의 무예를 배웠으니 날 도와야 해.”
“형님 당연합니다. 제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힐끗 돌아본 마속의 상태도 온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의기만은 대단해서 손에 쥔 검으로 주창을 노리는 몇몇 병사를 베고자 했다. 그런 마속도 피를 흘린다. 하얀 학창의가 붉게 변했다. 어깨를 다쳤는지 그곳에서 조금씩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병사를 베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마속, 그곳은 주창에게 맡기고 하나만 부탁하자.”
그 말과 동시에 정욱을 지목했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고 있는 정욱을 콕 집어 소리쳤다.
“죽여!”
정욱은 내 소리침을 들었다. 두 눈을 크게 뜨고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허리춤의 검을 뽑는다. 마속에게 지지 않겠다는 듯 엄한 표정.
마속은 그걸 보고도 다가갔다. 정욱을 죽이겠단 의지가 있었다. 하지만 마속이 손에 쥔 검이 형편없다. 병사들과 몇 번이나 싸우더니 반토막이 날 정도로 부서졌다. 마속은 타격을 흘리는 법을 모르는 것이다. 무예를 배우기는 했지만, 아직 설익은 것이다.
저 상태로 이길 수나 있을지?
그 생각이 들자 오른손에 든 검을 던져주며 말했다.
“받아라! 내가 전만을 붙잡고 있을 테니 정욱에게 다가가.”
그 말과 동시에 전만에게 붙었다. 마속이 다가갈 길을 막은 전만을 압박하며 길을 열었다. 손에든 칠성검은 작았지만, 놈과 바짝 붙었다.
“전만, 방해치 마라!”
기세로 압박하며 그의 품으로 붙었다. 중병기인 쌍철극의 허점을 노렸다.
붕, 부웅-!
“어딜!”
전만의 고함과 쌍철극이 날아온다. 피하고 붙고 칠성검을 휘저었다.
서걱, 서걱,
놈의 갑주를 잘라내고 가슴팍을 찌르고자 했다. 전만은 움찔 놀라 쌍철극을 휘두르던 걸 멈췄다.
칠성검을 밀어내고자 오른손의 철극을 방패처럼 사용했다. 거기다가 다른 쌍철극이 움직이자 전만의 왼손을 잡았다.
덥석, 검 하나는 밀고, 다른 손은 전만의 손목을 붙잡고.
힘 대결처럼 변했다. 그것에 전만의 얼굴에 비웃음이 흘렀다. 감히 힘 대결을 건 것에 우습다는 표정.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마속이 정욱에게 다가가자 당황하여 소리쳤다.
“어디가? 어린놈아, 멈춰!
비켜! 남만의 광대 놈은 저리 꺼지고.”
전만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본연의 임무는 정욱을 지키는 것. 그걸 잃어버리자 사정없이 흔들린 눈빛이 되었다.
“비킬 순 없지. 나는 정욱만 죽으면 돼.”
“뭐라?! 비켜서라! 그렇지 않으면 네놈의 머리통을 부숴주마.”
쾅!
전만의 철극이 날았다. 내가 붙잡지 못한 철극이 움직였다. 그걸 어렵게 막고는 밀었다. 놈의 허리춤을 붙잡고 안쪽 다리를 걸었다. 씨름 기술을 응용했다.
“이큭.”
전만이 밀린다. 순간 기지를 발휘해 밀어내니 밀렸다.
쿵!
넘어갔다. 둔중한 충격이 전만의 뒤통수에서 울렸다. 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걸 노려, 전만의 허리 위로 올라탔다. 그리고 주먹을 말아쥐어 후려쳤다.
-퍽! 퍽! 퍼버버벅!
연신 내려쳤다.
전만의 얼굴에서 피가 튄다. 코에서 핏물이 터지고 묵사발이 되었다.
하지만 그대로 뻗어버릴 전만이 아니었는지 허리에 올라탄 내 가슴팍을 움켜쥐고 잡아당겼다. 그리고 어금니를 꽉 깨물어 힘을 썼다.
뒤집기.
반전된 상황.
전만이 올라타고 나는 아래로 내려서고,
전만의 코에서 핏물이 주르륵 흐른다. 그 피는 내 얼굴로 떨어졌다.
흉신악살의 얼굴이 전만에게 있었다. 그리고 비릿하게 입꼬리를 비틀어 말했다.
“다 했겠다.”
말아쥔 전만이 주먹을 내려쳤다.
퍽! 퍽! 퍽!
충격. 얼굴에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머리가 흔들려 눈동자가 뒤집힐 뻔하고, 귓가에 종소리가 울리듯 둥둥거렸다.
“큭.”
핏물을 삼켰다. 두 눈이 터질 듯 아팠다. 토혈을 뱉었다. 그럼에도 놈의 주먹은 멈추지 않는다. 내가 했던 그대로 돌려주고 있었다.
“내게서 힘 자랑을 해! 네놈 머리통을 부숴주마!”
그 말과 동시에 전만은 두 주먹을 깍지 끼고 높게 들었다. 한 번의 내리침으로 끝내겠다고. 마치 망치를 내리치듯 말이다.
그 순간, 전만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끅, 끄윽.”
핏물이 주르륵 흐른다. 전만의 목덜미를 뚫고 나온 검날. 칠성검이었다.
전만이 살고자 목덜미를 움켜잡았다.
그리고 내가 밀자 그대로 넘어갔다.
전만을 찌른 사람이 누군 줄 알았다. 그는 내게 손을 뻗으며 말하고 있었다.
“평안 형님 괜찮으십니까?”
마속. 정욱과 싸웠던 마속이 나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그것에 고개를 돌리니 저 멀리 정욱이 보였다.
정욱은 두 무릎을 땅에 붙이고, 가슴 위로 있어야 할 수급은 바닥을 구렀다.
그걸 보자 해냈음을 알았다. 마속이 해낸 것이다. 그토록 죽이고 싶던 원수 놈을 잡은 것이다.
-쿨럭.
핏물을 토했다. 원수를 잡고 긴장이 풀리자 참았던 고통이 올라왔다. 두 눈은 흐릿했으며 정신은 멍했다. 하지만 상황을 끝내야 했기에 몸을 일으켰다.
마속이 내준 검으로 전만의 수급을 끊고 정욱의 수급 또한 챙겼다.
원수의 머리는 스승의 제사상에 올릴 것이다. 그리고 주창에게 다가가 소리쳤다.
“원수를 잡았다. 병사들을 뚫고 간다!”
사력을 다해 싸웠다. 병졸들은 전만과 정욱의 수급을 보았고 겁에 질렸다. 그만큼 우리는 강했고 놈들은 놀랐다. 거기다가 마속이, 아군이 오고 있다고 모략을 걸자 병사들은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우리가 쫓고 놈들이 도망쳤다. 조그만 시골 마을에 난리가 났다. 너무도 외진 곳이라 패잔병을 도울 자들은 없었다.
“주살하라! 한 놈도 도망치지 못하게 잡아! 놈들이 우리의 행적을 알리지 못하도록 죽여!!!”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한동안 싸웠다.
상처가 즐비하고 턱밑으로 피가 흐르지만, 고통은 없었다. 상황을 끝냈다. 서서의 노모를 빼앗기지 않았다. 또다시 역사를 바꾼 것이다. 무엇보다 스승의 원수를 잡아서 기뻤다.
“해냈어. 해내야 할 일을 한 거야.”
입안으로 비릿한 혈향이 올라온다. 몇 번이나 핏물을 토해냈지만,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냄새. 그리고 힘겨움에 잠시 눈을 감았다.
조금은 쉬고 싶었다.
원수를 잡았으니 잠시 쉬어도 괜찮겠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