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236
236화. 숙부와 함께 호랑이 굴에 들어가다.
*
지금 정청에서, 순유의 서신을 받고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그 서신보다 사신 일행과 함께 온 황규의 밀서가 더 문제였다.
그 밀서에는 황규를 비롯해 수많은 지자가 조조를 물리치고자 결집했다고 했다.
그것에 정청에 모인 관료들이 끝없이 웅성거리며 갑론을박을 터트렸다.
정청에서 결론이 안 나오자, 이제는 핵심 인사만 모인 연회에서 강력하게 반대의견을 내놓는 중이다.
“숙부님 허도로 가시면 안 됩니다. 관직을 올려주고, 작위를 수여한다는 명분에… 허도로 오라는 명령은, 그저 범의 아가리에 머리를 집어넣는 바보짓입니다.”
“….”
“황규의 밀서도 믿지 마십시오. 그것 또한 거짓일 수 있습니다.”
나는 어느 때보다 격렬했다.
지금까지 마대로 살아온 삶은 이 순간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역사서 한편에 쓰인 이야기.
허도에 올라온 마등과 그의 아들들은 나란히 죽는다. 그것은 반란의 대가였고, 어리석은 오랑캐에게 벌을 내린 조조의 작은 모략이었다.
그 한 구절을 비틀어 보고자 살아온 삶이 지금의 나였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막고자 했던, 인과관계가 다시금 돌아오고 있다.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 상황이 눈앞에 있다. 물론 현재 우리가 전혀 다르지만, 역사는 똑같아 보였다.
아니 된다. 아니 돼.
그 말을 대뇌이며
진행 중인 연회에서 온 힘을 다해 외치는 중이었다.
말하고, 설득하고.
반대하고, 화를 내고.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던 내가, 숙부를 바라보며 간청하고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점점 이상하게 돌아간다.
황규의 밀서를 바라보는 숙부의 눈길이 떠나지 않았다.
[만고의 충신, 마등은 듣거라.나를 도와다오.
와서, 역적 조조를 처단해야 한다. 그걸 해낼 사람은 오직 그대뿐이다. 부탁한다.]
짧은 밀서. 피로서 써진 혈서는 그리 말하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숙부의 눈동자가 뜨겁다.
‘어쩌란 말이냐?’
그 생각처럼 향긋한 향냄새가 진동했다. 꿀을 바른 떡처럼 달콤하다. 하지만 저것을 한입 베어 물면 치명적인 독소가 온몸에 퍼질 것은 자명한 일.
“………숙부님.”
숙부를 바라보다가 그제야 자리로 돌아왔다. 주변 사람들의 끊임없는 논의와 한잔 술로 지친 몸을 다독였다.
나도 한 잔, 두 잔, 술잔을 비우며 저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제는 숙부와 참모들의 이야기만 남았다.
하지만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른다.
“으흐.”
기혈이 막힌 것처럼 답답하다.
눈은 붉어지고 사지가 부르르 떨린다. 이내 답답한 마음을 털어내고 다시금 술잔을 가져갔다.
“크흐, 쓰리다.”
쓰린 속을 부여잡고 한껏 인상을 구겼다.
그러다가
쿵!
술잔을 비우던 자세 그대로 주안상을 향해 머리를 부딪쳤다.
술이 과했나?
술상의 안주가 튀고 술동이가 엎어져 바닥으로 흥건하다. 나는 깨진 술잔을 보고도 일어나지를 못했다.
그리고 그걸 본 숙부가 뭐라고 소리쳤다.
“오늘따라 조카가 취했어. 어서 숙소로 보내라.”
숙부는 인상을 찡그리곤 그렇게 말했다.
나는 항변하려고 입을 뗐지만, 기혈이 뒤집혔는지 쉽게 말하지 못했다. 윙윙거리는 모깃소리가 귓가에서 맴돌았다.
어지럽다.
정말 술이 과했나? 아니면 세상이 과한 것인가?
주창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업혀 가는 내내 힘겨운 목소리로 주절거렸다.
“어이 할꼬. 어쩌란 말이냐…”
*
장안, 마가장의 안채.
화타의 수제자, 이당지는 마대의 손목을 부여잡고 진맥을 확인했다. 심각한 표정은 아니지만, 좋지도 않은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기력이 머리로 쏠려 어지러움을 호소하신 것 같습니다. 일반인이라면 가벼운 급체로 끝날 병이지만, 소가주께서 선술을 배우셨기에 이리되신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채염이 놀라 이마를 찡그렸다. 그러자 이당지가 손사래를 치며 답했다.
“선술이란 정신 수양을 배가하는 수련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가벼운 체기라도 소가주께서 힘겨워합니다.”
“그럼, 어찌해야 합니까?”
“주모님. 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참에 잡다한 생각을 버리시고, 모처럼 쉬시면 나아질 병입니다.”
“그, 그런가요.”
이당지는 단언하듯 말했다. 하지만 채염은 안심이 안 되는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마대를 쳐다본다. 마대는 핼쑥해진 얼굴로 가냘픈 날숨을 내쉬고 있었다.
몇 주가 지나고.
순유가 던져놓은 불장난은 참모들에게 하나의 숙제로 남아 정청을 뜨겁게 달구었다.
하지만 심사숙고해서 나온 결론은 황제의 부름에 응한다는 것. 어차피 호랑이 아가리로 들어가는 마당에 대비는 충실해서 들이치자고 의견을 모았다.
5만 기마병.
정예 기병으로 허도까지 내려가는 길을 호위한다.
예전 마초의 신속기마대가 1만을 모태로 해서 새롭게 5만 정병을 만들었다. 그 기병으로 마등을 호위한다. 그리한다면 어떠한 도발도 쉽게 뿌리치고 앞길을 막을 자는 없을 것이다.
정청에 모인 관료들은 5만 정병을 믿고 허도 행을 결정했다.
조조도 공손찬의 백마의종을 본 따 호표기를 만들었지만, 호표기도 마초의 신속 기병에게 무너질 것으로 자신했다.
숙부는 자부심을 가지고 회의에서 외쳤다.
-우리는 황제의 부름을 받았다. 거기다가 조조에게 반대하는 세력이 준비 중이라고 한다.
기회를 잡았으니 실행만이 남았어.
할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참모들은 큰 그림을 그렸고, 여차하면 유비와 손권도 불러드려 추가로 공격할 계획도 세웠다.
모든 게 준비되던 어느 날.
출발을 며칠 남기고 이상한 일이 생겼다.
처음과 다르게 반대로 흘렀다.
5만에서 5천으로.
선봉으로 길잡이 노릇을 하던 마대는, 맨 뒤로 밀리고 치중의 임무로 좌천되었다. 그보다 더한 건 마초와 방덕까지 명단에서 빠진 것이다.
마치 운명의 수레바퀴가 그대로 돌고 있는 것처럼.
모든 게 똑같이.
거짓말처럼.
절망스러웠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얼마나, 막으려고 했던 현실인가?
하지만 그 현실은 더럽게도 다가왔다. 그걸 누군가 조장했다는 풍문도 있었다. 얼마 전 숙부와 조용히 독대했다던 참모. 그자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자와 이야기를 나눈 후 사건이 이상하게 돌아갔다고 했다.
나는 괴로웠지만, 할 수 있는 일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숙부님, 허창으로 가시면, 아니 됩니다.”
침울한 목소리. 예전과 다르게 무겁게 말하는 난. 지금이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숙부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숙부께서 고개를 흔들었다.
“끝난 이야기다.”
“아직 아닙니다. 재고해 주십시오.”
“그만! 그만하여라. 황제가 부르는데 어찌 안 갈 수 있겠나?”
“조조의 노림수입니다. 마초와 부간 군사도 이번 소환은 이상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허어~!”
숙부는 인상을 찌푸렸다. 처음 아니라고 가볍게 젓던 고개에서 이제는 불쾌한 표정까지 떠올렸다.
“네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는 알겠다. 하지만 호랑이를 잡으려면 당연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지.
황규의 밀서뿐만 아니라. 동승의 옛 부하들이 결집했음을 첩자의 보고로 확인했다.
나를 믿어라. 반드시 조조를 잡고 어지러워진 한나라를 바로 세울 테니.”
“숙부님.”
“되었다. 너는 내일 있을 출정식 준비나 하여라.”
“하지만…”
“그만!!!”
숙부는 미간을 좁히며 얼굴을 굳혔다. 따뜻한 눈빛. 다정스러운 목소리에서 이제는 찬바람이 부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고집을 부리는 것이냐?! 너를 그렇게 안 봤는데. 선을 넘는구나. 정녕, 누구의 말처럼 허도로 내려가는 게 두렵더냐?! 비겁하게도 목숨에 연연하다니.”
알 수 없는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을 이해하기보다 한줄기 눈물이 먼저였다.
흐르는 눈물을 훔치지 않고 입을 열었다.
“비겁자라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꼭 해야겠습니다. 바라옵건대, 사람의 일이란 치밀하게 준비해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이번 허도 행을 취소해야 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들지 않았다.
“끝났어. 이미 떠난 말이다. 이제 나아갈 뿐. 그것이 서량 무장이 해야 할 행동이다.”
“숙, 숙부님.”
“사사로운 의견으로 군략을 뒤집을 순 없어. 그만 나가보아라.”
축객령.
숙부는 깊은숨을 몰아쉬며 나지막하게 축객령을 내렸다. 분명 크지 않은 목소리지만, 그 의지만은 분명했다.
나는 그 말에 듣고 나갔다.
죽을 자리를 정한 사람처럼 고집스럽다.
어르고 달래도 소용이 없어.
원래 계획과 달라졌다.
그중 제일은 병력. 5만 정병이면 허창에 주둔 중인 12만 병력도 아군을 쉽게 보지 못한다. 그것 때문에라도 마초 형님과 부간 군사가 이번 계획을 수락한 것인데.
‘내가 가진 치중대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작은 3백 병력으로 역사를 바꿀 수 있을까?’
생각에 잠겼다. 지금 상황은 원 역사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건 내가 안다는 차이.
그 차이를 넘어서 역사를 바꾸고자 했다.
그 후는 마초를 찾아갔다. 그리고 치중대를 가병으로 채우고자 했다.
마초의 도움으로 3백 치중대를 풍부대로 바꾸고 준비했다.
그리고 성공영에게 모종을 임무를 내려 허창으로 미리 침투시켰다.
상인으로 첩보를 전할 것.
나는 성공영의 떠나가는 모습을 보며, 화웅에게 말했다.
“나머지 풍류대를 준비해라. 허창에서 부르면 달려올 수 있도록 대기해.”
그 말에 화웅은 응답했고, 성의에게 전투가 벌어질 걸 대비해 치중 물자 대신 전쟁 물품을 싣도록 명령했다.
***
수많은 군마의 말발굽과 투레질 소리. 황토색 모래 먼지를 일으키는 긴 행렬.
허창으로 가는 길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지나온 시간만 5일째.
긴 행렬을 쳐다보며 팽팽하게 긴장된 마음으로 잔뜩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건 나뿐만 아니라 병사들도 마찬가지여서 주변을 경계하며 걸어가는 건 쉽지 않았다.
허창까지 내려가는 것은 촌부들도 알고 있는 죽으러 가는 길이다.
가는 길 중간 기습은 없을까?
어둡고 험준한 협곡에서 병사들이 쏟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나와 병사들의 지치게 했다.
병사도, 장수도, 노심초사하는 심정으로 누구 하나 마음을 놓지 못했다. 그 압박감은 밥을 먹는 중에도, 숙영을 청하며 자는 중에도 계속이었다.
아무튼, 무거운 압박감을 이겨내고 낙양의 관문인 호뢰관을 넘었다.
이제 낙양을 지나쳐 허창의 문턱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허창이 보이기 시작하자 숙부는
영채를 세우고 장수들을 불러 모아 회의를 소집했다.
[막사 안]선봉의 마휴.
중군을 이끈 마등과 마철.
마지막 후위는 치중대를 이끈 마대가 회의에 참석해 숙부의 이야기를 들었다.
“전부 모였느냐.”
회의에 참석한 이들을 일일이 쳐다보았다.
마휴, 마철, 마대.
이들 말고도 장안에 장수가 많았다. 하지만 굳이 이들과 함께 허도행을 결정한 것이다.
원 역사의 그것처럼 옹기종기 모여 회의를 진행했다.
사촌 형제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참으로 얄궂다.
장안을 지켜야 할 마초, 방덕은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익주 정벌로 많은 장수가 빠진 틈에 이런 일이 벌어진단 말인가? 아마도 익주를 빼앗아, 세력이 커질 걸 우려한 조조의 모략이 분명하다.
나는 숙부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들어라. 어째서 5만 기병을 선택하지 않고, 5천만 데리고 왔는지? 의아하게 생각한다는 걸 안다.”
숙부는 그 말을 하면서 웃었다.
하지만 어렵다고 생각한 마철이 다시금 물었다.
“아버님 이해가 안 갑니다. 어째서 그러신 겁니까? 5만 기병으로 뚫어버리거나 익주 정벌이 끝난 뒤에 전쟁을 일으키는 게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느냐?”
숙부는 자신만만했다. 숨겨진 이유가 있었다는 듯 미소를 숨기지 않았다.
“나름 이유가 있어. 이제 말해주마.”
숙부의 말인즉, 밀사 말고도 여러 차례 밀서가 왔다고 했다.
그리고 정보가 유출될 것을 우려해 비밀스럽게 일을 진행했고, 많은 자가 조조를 죽일 계획을 완성했다.
숙부는 그 말을 하면서 확신에 찼다.
“조조를 죽일 수 있어. 우리가 허도로 내려가지 않아도 조조는 반드시 죽는다. 그러니깐 조조의 시선은 우리가 끌어야 해.”
숙부의 설명을 듣자니, 우리가 허창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계획은 성공이었다.
우리 목적은 조조의 눈을 가리는 일. 마치 조조의 계략에 빠진 것처럼 행동하고, 조조의 모략에 싸움을 거는 것. 그 행동이면 끝이었다.
원 역사와 많이 달랐다. 내가 오해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황규의 모략은 촘촘했다.
숙부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주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후위의 탈출로는 잡아둬야겠지.
그 생각을 가지고 숙부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