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241
241화. 숙부, 서황, 그리고 나.
*
‘이토록 어려울 수 있다니…..’
어려운 전장,
어려운 싸움,
황규의 어리석음까지.
마등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탄식을 뱉다가 조카 녀석의 권유가 떠올랐다.
‘숙부님, 안 됩니다. 가면 안 됩니다.’
‘숙부님, 장수들의 인선이 잘못되었습니다.’
‘숙부님, 마초, 방덕을 꼭 데려가야 합니다.’
‘숙부님, 병졸의 숫자가 너무 작습니다.’
그 모든 걸 거절하고 혼쭐을 냈던 게 마등 자신이었다.
이렇게 해야 조조를 속일 수 있고, 황규의 군략에 완벽을 만들 수 있다고.
내 생각이 그러했고, 참모인 ‘그’의 생각도 그러했다고.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모든 게 부질없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앞으로 가야겠지.
황제를 구하려면 이 정도 어려움쯤이야.
고개를 흔들어 탄식을 털어냈다. 그리고 고삐를 내리쳤다. 조금 더 나아가니 조창의 패잔병이 보인다. 놈들을 후려쳐 잡아내니 이번에는 하후돈의 깃발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후돈, 나를 막으려고 오는가.”
5백 병력이 줄어 이제 2천뿐인 기병이지만, 사기는 충만했다. 그러나 하후돈이 가져온 병력도 기병이라서 놈들 뿌리치고 빠져나가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것도 5천 병력이니 포위하며 싸우고자 하겠지.
고삐를 내리쳤다. 함성을 질러 사기를 북돋았다.
“멈추지 않는다. 중원의 기병 따윈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 외치고 달려들었다. 하후돈의 기병도 마주보며 고삐를 내리치기에 난전이 예상된다. 하지만 서량 기병은 고르고 고른 정예. 하후돈과 호각으로 싸울 것이 분명하다.
숫자상의 약점은 무력으로 상쇄할 것이다.
마등은 고삐를 내리쳐 적 수뇌부를 찾았다. 하후돈을 잡는다면 이번 전투도 이긴다. 그다음 허창으로 진격.
마등의 분전이 시작되었다. 좌충우돌. 이곳저곳에서 승기를 점했다. 또한, 마등이 가진 부하들이 뛰어나다. 5천이나 되는 기병이 힘을 쓰지 못하고 뒷걸음을 칠 정도로 마등이 가진 기병은 상당했다.
그리고 그걸 본 하후돈은 참지 못했다.
고삐를 내리쳐 마등의 앞으로 나가기를 결정했다.
“멈추게! 마등. 오랜만이지. 자네가 황수아를 혼쭐냈다고 들었어.”
그 말에 마등이 코웃음을 쳤다. 그 웃음에 하후돈도 웃는다. 그리고 마등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래도 황수아를 죽이진 않았어. 분명 끝장낼 수 있었을 텐데.”
“하하하. 알아보았나. 역시 자네는 바보가 아니야.”
“어떻게 모르겠나. 조창 녀석을 죽지 않고 살려 보낸 게 자네의 배려인 것을.”
“솔직히 허창으로 가야한단 목적이 없었다면 나도 모르겠네. 어리석은 조창의 수급을 취하고 갔을지도.”
“알지. 시간이 부족했을 거야. 그리고 나를 상대하는 게 다음이니 더 촉박했을 테고. 그럼에도 부족한 조카를 살려줘서 고맙네.”
“고맙기는 우리가 동탁과 싸울 때는 전우가 아니었던가.”
“그랬지. 그때는 대의를 가진 동료였어.”
마등과 하후돈은 과거를 회상했다. 스치듯 지나가는 기억이지만, 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기도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맞붙었다.
탕! 타당!
불꽃이 튄다. 창과 언월도는 맑은 금속음을 울리며 불꽃을 튀겨냈다.
백전노장.
백전을 경험하고 싸운 자들.
두 사람은 싸우는 중에도 여유가 있었다. 물론 피가 튀고 혈육이 부서지는 살기가 흐르지만 그런 중에도 여유는 분명히 있었다. 그것이 오랜 시간 전쟁터를 누빈 자들의 기운이었다.
탕! 탕! 탕! 탕! 탕!
다시금 불꽃이 튀었다.
마등과 하후돈을 위해 커다란 원형 공간이 마련되었다.
양쪽 병사가 배려해 준 것처럼 그쪽으로 다가가지 않았다.
“세월 참, 빨라. 꼭 이래야 했나?”
창을 내지르며 전하는 마등의 음성. 하후돈은 그걸 듣고 답했다.
“마등, 항복하게. 장안을 내주고 승상께 항복해. 그리하면 내가 잘 말해주겠네.”
“맹덕이 받아주겠나. 허울뿐인 황제를 주무르는 그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해. 나는 한나라의 충신이지. 천자가 내린 명령을 받드는 것이 나란 사람이야.”
“고집은. 역시 안 되겠나?”
그 후는 말없이 싸웠다. 누군가 지치거나 쓰러질 때까지.
그런 그들에게 다가서는 자가 있었다.
그들만의 원형 공간에 은밀히 다가서는 사람. 이들의 대련이 흥미진진 하자 그걸 깨고 싶어서 은밀히 접근하는 장군.
물론 아닌 척 난입했지만, 흥은 깨져버렸다.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까?! 대결이면 이 몸도 능력이 있는데 말이지요.”
마등 주변으로 달려들었다.
칼을 맞댄 노장들은 미미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서황! 물러서.”
보다 못한 하후돈이 일갈했다. 그리고 마등도 크게 소리쳤다.
하지만.
서황에게 뭐라고 소리친 게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는 다른 것을 보고 소리친 목소리였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어째서 네가 그곳에 있는 것이냐?! 마휴야!!!!”
마등의 눈은 붉어졌다. 한움큼 눈물이 났다. 입가가 부르르 떨렸다.
마등은 마휴를 보았다. 오랏줄에 묶여 죽어버린 둘째 아들.
마휴의 하체가 사라져 가슴 아래로 아무것도 없었다. 오랏줄에 묶여 흙바닥에 쓸렸는지 핏물이 진득하게 흐른다. 그걸 본 마등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으아아아악!!!!! 둘째야!!!!! 네가 그곳에 있는 것이냐!!!!!”
오열했다. 두 눈은 광인처럼 변하고 흉성이 번뜩거렸다. 그 눈매와 함께 떨어지는 눈물. 턱밑을 타고 눈물이 흐른다.
“윽, 으윽. 둘째야. 네가 나보다 먼저 갔어.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으면 안 되는 일인데.”
마등은 광인이 되었다. 무방비로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 모습이 늑대 같았다.
“으아아아악! 카아하하하! 하하하하! 나는 무엇을 바랐던가?!”
그 말과 동시에 입가에 피가 흐른다. 답답한 마음이 만든 토혈. 물론 하후돈과 싸움으로 상처가 있기도 했다.
그런 마등을 바라본 서황이 대부를 휘둘렀다. 거대한 대부가 바람을 일으키며 후려쳤다. 기습적으로 후려친 공격.
그리고 그걸 보지 못한 마등은 하늘을 보고 있었다. 멍하니 눈물을 흘리며.
마등의 머리카락이 흩날린다. 대부의 칼날이 아닌 칼면으로 후려쳤으니 자연히 일어난 바람이었다.
부웅-!
퍽!!!!!!
터졌다. 칼날이 아니라 망치처럼 후려쳤으니 당연히 으깨진 소리였다.
마등의 머리가 으깨졌다. 깔끔하게 잘린 게 아니라 터져 버렸다.
그걸 본 서황은 황당함에 고개를 흔들었다.
“뭐, 뭐야? 피하지도 않고 그냥 맞았어. 이러려고 후려친 게 아닌데.”
서황은 그 말을 하며 눈치를 살폈다. 괜히 난입해 하후돈의 대결을 망쳤으니 조심스럽게 바라본 눈치였다.
하후돈은 이맛살을 좁혔다. 멋지게 승부를 내고 싶었는데, 서황이 망친 것이다.
“이노오오옴!!!!!”
불같이 화를 냈다. 서황은 미안함에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할 말이 있다는 듯 변명했다.
“일부로 그런 게 아닙니다. 마등이 피할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병사들의 피해를 생각해주십시오.”
“뭐라?! 그게 변명인가?!”
“변명이 아니라 승상께서 마등의 군대가 허창으로 들지 못하게 하라고 했습니다.”
“네가 아니라도 할 수 있었어.”
“아니지요. 마등을 막는 건 조창의 임무였고, 하후돈 장군께서 예비대였을 뿐입니다. 조창이 망친 임무였으니 당연히 도와야 합니다.”
“그게 대답인가.”
“소장은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이노오오옴!”
“화를 내실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소장의 임무였습니다. 그리고 예비대는 마지막에 나서야 하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니 화는 접어두시고… 아, 원한다면 마등의 시체를 가져가시지요. 장군께서 마등을 잡은 것으로 하시지요.”
“뭐라?! 나를 무엇으로 보고.”
“역시, 하후돈 장군은 그럴 분이 아니시지요. 그럼, 소장의 전공으로 하겠습니다.”
하후돈은 서황을 노려보았다. 백파적 출신인 서황이 마음에 안 들었다. 말투도 그렇고, 출세를 위해 전공만 따지는 씀씀이가 거슬렸다. 그럼에도 능력은 부족하지 않아 승상의 인정을 받았다.
능력만 되면 누구든 뽑아 쓰는 조조의 용인술에 적당한 인물이 서황이었다.
하후돈은 표정을 구겼지만 서황에게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 대신에 낮은 목소리로 경고하는 걸 잊지 않았다.
“대가가 있을 테야. 마초가 살아있고 그의 군대가 장안에 주둔해 있어.”
“마초 말입니까?! 그자의 수급도 제가 베겠습니다.”
“과신하지 마라. 네가 망친 일을 모르느냐?!”
“망치다니요. 잡으라고 해서 잡았고, 죽이라고 해서 죽였습니다. 그런데 무슨 잘못을 했단 말입니까?”
“살려야 했어. 그래야 마초의 항복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마초가 항복이나 했겠습니까?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마초는 항복하지 않고 이빨을 드러냈을 놈입니다. 아비가 죽든 말든 싸우려고 군대를 동원했을 겁니다.”
“그건 모르는 일. 참모들의 군략은 네놈이 한 일과 달랐다. 마등을 잡아 항복시키는 게 수순이었지. 그런데 네놈은 마등을 죽이고 마휴까지 살해했어. 이제 마초와 전쟁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마초가 덤빈다면 이기면 됩니다.”
“끝까지 말귀를 못 알아듣는군.”
“싸워야지요. 전쟁이 터져야 전공이 생기고 더 높은 관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역시, 시정잡배들은 생각하는 게 그래.”
“장군! 그 말씀은 아니라고 봅니다. 소장이 들을 말은 모욕입니다.”
“모욕이라니. 나는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그대가 백파적 출신인 건 분명하잖아.”
“백파적에 몸담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도적이 도적이 아니란 말이지. 네놈이 훔치고 빼앗지 않았단 말은 하지 말게. 그런 바보 같은 말에 호응해줄 순 없으니깐.”
“장군.”
서황은 눈에 불을 켰다. 하후돈은 서황의 얼굴을 무시했다. 그리고 몸을 돌려 말에 올랐다.
마등은 끝났고, 마휴도 죽었다. 먼 곳에 마철이 남았지만, 그도 끝장날 것으로 생각했기에 더는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하후돈이 돌아서자 서황은 투덜거렸다. 하지만 하후돈을 붙잡고 싸우기는 그의 직급이 미치지 못했다. 거기다가 하후돈이라면 조조의 중신 중의 중신. 조조의 오른팔이 그였고 조씨 일가를 대표하는 혈족이 하후돈이었다.
하후돈이 떠나가자 서황은 마등의 육신은 물론 마휴의 수급을 따로 챙겨 군마에 올렸다.
하후돈은 떠나는 중에 그 모습을 보았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멀리서 본 사람이 있었다.
너무 멀어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보았고 오열했다.
숙부의 마지막을 보고 아찔한 충격을 받았다.
분노, 절망, 한탄,
이렇게 끝날 일이 아닌데.
고삐를 잡은 손을 놓칠뻔했다. 하지만 여기서 쓰러진다면 끝이란 생각에 참았다.
역사는 손쉽게 바뀌는 게 아니었다.
황규란 작자를 믿는 게 아닌데. 그런 하찮은 자가 내놓은 군략에 놀아나다니.
하지만 한 가지
원래 죽었어야 할 마철은 살렸다.
그것으로 희망을 찾았다. 역사가 바뀌기는 한다. 완전히 뒤집을 순 없겠지만 천천히 진로를 달리하기도 한다.
그걸 믿고 부르르 떨었다. 울분과 분노로 부르르 떨었다.
‘서황, 네놈을 잡는다. 반드시 잡아서 생살을 씹어댈 것이다.’
서황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자 숙부의 남은 기병들이 움직인다. 죽자고 총돌격을 감행한다. 하후돈의 기병과 서황의 군병을 향해 미친 듯 뛰었다.
저들의 얼굴도 나와 다르지 않았다. 주군을 잃어버린 자들의 분노는 나만큼이나 뜨거웠다.
“돌격!!!! 주군의 복수를 할 것이다!”
그리고 들리는 악다구니. 아군이 내지르는 함성과 혈투. 한꺼번에 쏟아진 아군은 하후돈과 서황의 군대를 한차례 흔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저들 중 그 누구 하나 살아남지 못했다. 무턱대고 달려든 것에 대가가 분명했다. 하지만 장렬한 마지막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조조의 포로가 되어 항병이 되기보다 지금의 결단이 옳을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안다.
잘했다.
나라도 그리했을 것이다.
서령 기병이 희생해준 순간에 길이 열렸다.
너희의 희생으로 살아난 목숨.
반드시 갚아주마.
마초와 함께 저놈들을 용서치 않을 것이다.
고삐를 내리쳤다. 하후돈, 서황이 혼란한 틈에 빠져나갔다. 지금껏 숨어있던 움직임에서 재빠르게 길을 열었다.
“장안으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