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244
244화. 도주왕 마대. 쫓을 때면 얼마든지 오라고.
*
“아, 따분하다. 이제 서량 놈과 전쟁도 끝난 건가?”
“그러게 말입니다. 도대체 며칠째인지…..”
최후방인 곽회의 부대에는 지루함이 퍼졌다.
작전이 공표되고 움직인 것만 2주일째.
치밀한 전략대로 산길을 움직이고 어둠을 틈타 완벽한 포위망을 구사했다. 그만큼 병사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컸다. 또한, 곽회의 부대는 피로감과 상반하는 전투가 없었으니 더 지루했다. 그 지루함을 이기고자 전장의 한복판에서 기다리는 병사들은 삼삼오오 지루한 잡담만을 나누었다.
물론 군관들이 그걸 보았지만, 뭐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마등의 패잔병은 이미 끝났다고 여겼다.
하지만.
지축을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두쿠구구구구!!!!!
멀찍이 들리는 말굽소리였다. 그 소리는 매우 작고도 가냘파서 소리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모를 정도였다. 그리고 따분한 잡담을 늘어놓는 병사들은 크게 놀라워하지도 않았다.
멀찍이 보이는 깃발은 호표기의 것.
그것도 몇 번이나 보았던 구르거의 척후대가 분명했기에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호표기입니다. 아마도 포위전이 끝났다고 알리려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 말에 곽회가 끄덕였다. 지루한 대치는 끝나고 이제 허창으로 돌아가면 된다고 여겼다.
하지만 조금의 시간이 더 지나자 다른 보고가 이어졌다.
“마등이 잔당입니다.”
“뭐?!”
“호표기가 마등의 잔당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쫓긴다고? 하하하하. 그거 우습구나. 조순 장군이 자랑하던 호표기가 그런 꼴이라니.”
곽회는 희쭉 웃었다. 그리고 저 멀리 다가오는 자들을 보았다. 정말로 쫓기고 있었다. 척후대로 보인 구르거의 호표기가 몇백의 서량 기병에게 도망치고 있었다.
“정말이군. 아군이 득실거리는 이곳으로 도망치다니.”
곽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저들의 숫자를 물었다. 그러자 눈이 좋은 부관이 대답했다.
“호표기는 3백이 조금 넘고 서량 기병은 4백입니다.”
“4백이라 한 줌도 안 되는 병력이군. 그래 알았다. 호표기에게 영채의 문을 열어줘라. 아군인데 죽는 모습을 볼 수는 없지.”
그 명령으로 영채의 문이 활짝 열렸다. 허창에서 도망칠 수 있는 마지막 관문이 사라진 것이다. 그 열린 문을 통해 3백여 호표기는 들어왔고 나머지 서량 기병도 그 틈을 노렸는지 호표기를 따라서 들어왔다.
그리고 그것에 놀라지 않은 5천 보병들이 장창을 내질렀다.
전투, 혈전.
감히 호랑이 입으로 들어온 서량 기병을 잡아내려는 찰나.
또 다른 일이 벌어졌다.
아군 후미로 빠졌던 호표기가 반란을 일으켰다. 갑작스럽게 장창병 후미를 후리치고 단단하게 막아선 전열을 부숴버렸다. 그 이후는 난리가 났다.
사방에 말발굽소리.
보병들의 비명.
그걸 짓이기는 기병들은 난입까지.
곽회는 눈을 부릅떴다. 믿었던 호표기에게 당했으니 더 화가 나는 것이다.
“이게 뭐 하는 짓이냐?! 호표기 이놈들!!!!”
그 말에 부관이 소리쳤다.
“구르거가 배신했습니다. 오환족인 놈이 칼을 꺼꾸러 잡았습니다.”
“그럴 줄 알았다. 오환과 흉노의 잡것들로 기병을 만든다고 했을 때부터 불편했어.”
곽회의 말처럼 구르거로 보이는 오환 녀석이 유성추를 휘두른다. 놈의 힘이 대단했다. 거기다가 호표기 놈들이 언제부터 궁술을 배웠는지? 마사법으로 활을 쏘았다.
“큭! 더러운 꼴을 보았어. 하지만 이대로 당할 수는 없지.”
곽회가 소리치고 격전이 치러졌다. 영채 안에서 벌어진 전투는 말 그대로 혈전이었다. 이곳이 뚫리면 더는 이들을 막을 곳이 없었다.
“막아! 막아야 해!”
“놓치면 안 된다. 저들을 놓치면 승상께 무슨 꾸중을 들을까?!”
-돌파! 돌파해! 이제 들을 갈 수 있다.
-힘을 내! 할 수 있다고.
-서량으로 돌아가자!
호표기로 위장한 풍류대는 힘을 냈다. 이대로 쭉 내려간다면 도주하는 건 어렵지 않다고 느꼈다. 그렇게 한동안 뚫었다.
하지만 곽회의 방호도 만만하지 않아 정말 치열하게 싸웠다.
좁은 영채 안에서 벌어진 전투는 정말 피바다가 될 정도의 혈전이었다.
-와아아아아! 죽어!!!!
-말에서 끌어내! 놈들도 지쳤다.
-장창을 찔러!!!!
길을 뚫었다고 싶으며 그 자리에 새로운 병력이 들어서고
또 뚫었다고 싶으면 곽회의 용맹한 군관들이 기를 쓰고 버텼다.
곽회. 이자도 만만한 녀석은 아니었다. 악진만 대단한 줄 알았더니 곽회도 나름 뛰어난 인재였다.
말 그대로 인의 장막. 보병들의 피값으로 막아낸 치열함.
남은 아군은 2백 명이 전부.
“후우-.”
길을 열기는 했다. 아군의 혈채와 호롱병을(기름이 담긴) 던져 화공을 일으키고 벗어났다.
화르르륵. 활활활!!!!
사방에 불꽃이다.
미친 듯 따라붙는 곽회에게 불꽃을 던져 더는 덤벼들지 못하게 길을 막았다.
그리고 그 불꽃 너머에 새로운 적병도 보았다.
놈들은 화공을 넘지 못하고 대기했다. 풍류대가 들어온 영채 밖에서 깃대를 높게 들었다.
장료.
병주 기병과 함께 아군을 노려보는 장료의 눈빛이 차갑다.
나는 그걸 보았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과 영채가 길을 막지 않았다면 내게 달려들었겠지. 거기다가 놈이 가진 병주 기병을 보자 이건 안 된다고 여겼다.
“운이 좋았어. 장료까지 상대할 뻔하다니.”
숨을 들이켰다. 턱밑으로 떨어지는 땀을 훔치며 장료를 바라봤다.
그러자 장료가 뭐라고 손짓한다. 자세히 바라보니 목울대에 손을 가져가 좌에서 우로 긋는 행위를 한다.
나를 잡겠다고.
나를 잡아서 죽이겠다는 행동.
쳇, 미친 것들.
이놈 저놈 나만 잡겠다고 설치다니.
내가 그렇게 죽어줄 줄 알고. 이거나 먹어라!
감자 바위를 먹였다. 그러자 장료가 이맛살을 좁힌다. 욕인 걸 알아본 것 같았다.
그리고 놈이 더 화를 내기 전에 물러섰다. 화끈한 불꽃에게 보호받으며 돌아서는 길이었다.
쫓을 테면 얼마든지 하라고.
나는 더 멀리 도망칠 테니깐.
솔직히 병주 기마병은 부담스러웠다. 거기다가 장료라니.
*
장료는 멀어져가는 마대를 보았다.
참으로 우스운 꼴이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부관에게 물었다.
“불길이 잡히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어렵습니다. 차라리 우회하시는 게 나을 겁니다.”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럼 어느 길로….”
장료는 턱밑의 수염을 쓱쓱 매만졌다. 그리고 적당한 길을 찾아냈는지 부하들을 돌아보았다.
“길이 험하니 많은 병력을 데려갈 수는 없고… 소수의 정병만 데려간다.”
장료는 짧게 명령했다.
아주 작은 기병만 대동하고 떠난다고 하였다.
장료의 추격은 계속. 그것도 빠르고 날랜 자들만 쫓아가니 마대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여겼다.
***
장안으로 도망칠 길은 총 세 가지.
낙양, 홍농을 거쳐 장안에 이르는 빠른 길이 첫 번째.
완을 지나 상용으로 들어가는 길이 두 번째.
마지막 신야를 거쳐 형주로(유비의 진영) 물러서는 길이 세 번째였다.
모든 길에 장단점이 있지만, 가는 길마다 마가장의 숨겨진 상관이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은밀히 숨어드는 게 관건이었다.
더는 우르르 몰려다닐 수가 없었다.
뿔뿔이 흩어져 은밀히 돌아가야 했다.
1조는 난민으로 위장해 낙양, 홍농으로 넘어가고
2조는 상인으로 위장해 완을 지나 상용으로
3조는 형주로 삥 돌아가서 늦게 올라오기를 선택했다.
나는 부하들의 선택을 보았다. 이들은 오랜 시간 함께한 풍류대이기에 잘하리라고 여겼다.
각자 조장을 뽑아 출발 시키고 나도 숨어들었다. 우릴 쫓는 장료, 호표기, 곽회를 피해서 도망쳤다.
사방팔방 물러서는 흔적을 남겼다. 적들도 혼란에 빠질 것이다. 도저히 잡지 못해 괴로워하겠지. 그래야 한다. 나와 부하들은 어떻게든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가자. 정은, 장횡. 갈 길은 알지.”
내 말에 장횡이 답했다.
“알지요. 몇 번이나 상행을 오갔는데요. 추격대가 예상하지 못할 겁니다.”
그 말처럼 행동했다.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은 길에 변수를 두었다. 지금 쫓고 있는 자가 누군 줄 알기에 머리를 써야 했다.
변수 안에 변수.
장료는 무슨 생각으로 뒤를 잡으려고 할까?
시간이 오래 거리지만, 안전한 형주행?
아니면 상용을 통해 한중으로 올라가는 길?
3조까지 각자의 풍류대가 움직이고 나도 길을 나섰다.
형주, 상용, 낙양? 장료의 머릿속을 생각하며 움직이는 길이었다.
*
모든 풍류대가 떠나고 반나절이 지난 뒤.
잠시 머물렀던 흔적을 쫓은 추격대가 속속들이 들이쳤다.
특히나 제일 먼저 도착한 자는 장료와 소수 정예병.
이들은 어려운 우회로를 거쳐 왔는지 온몸에 상처가 즐비했다. 특히나 몇몇은 다리를 다쳐 절뚝거렸다.
장료는 부하들을 다독이며 휴식을 주었다. 그리고 풍류대가 머물다가 떠난 곳을 지켜보며 생각에 잠겼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후 장료는 말했다.
“세 방향 모두를 이용했어. 듣던 대로 여우 같은 녀석이야.”
그 말에 장료의 부관이 대답했다.
“그럼, 어디를 쫓아야 합니까? 마대를 잡아야 끝나는 일인데… 이래서는 승상께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쫓기는 해야겠지.”
장료는 이맛살을 구겼다. 생각할수록 어려운 놈이라고 여겼다. 그만큼 마대는 까다로운 상대였다. 그리고 이어진 명령이란.
“부대를 나눈다. 쫓을 수 있을 때까지 잡아야지.”
“부대를 나누겠습니다.”
“그건 자네가 알아서 하고. 각 관문과 항구의 문을 닫으라고 전해.”
장료는 그렇게 명령하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세 방향 중 한 곳을 선택해서 쫓았다.
***
허창. 승상부.
조조는 순유의 보고를 들으며 끄덕였다.
“마등을 끝냈는가?”
“전투가 끝났다고 들었습니다. 조금 후면 결과물을 가져올 겁니다.”
“끝났군. 참 오래 걸렸어.”
조조는 그렇게 말하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순유를 지그시 쳐다보며 다시금 말했다.
“자네 계책은 절묘했어. 황제가 부른다고 마등이 올 줄이야. 지금 생각해도 마등은 어리석은 자야.”
“황규와 엮었으니 그랬겠지요. 그리고 운이 좋아 저희가 이겼지. 그렇지 않았다면….”
“말도 말게. 내가 생각해도 어려울 뻔했어. 놈들이 그렇게 배신할 줄이야. 내가 내준 관직에 앉아 나를 노리다니.”
“황규의 잔당이 더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세밀한 조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지. 잡아들여. 모조리 잡고 심문해.”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사이 정청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그는 서황으로 예전과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조조는 서황을 보자 혀를 찼다. 예전 보았던 호탕한 모습은 사라지고 한없이 초라하고 기괴하게 변했다.
불타버린 머리.
한쪽 눈썹은 까맣게 타 정상이 아니었다.
그런 몸을 가지고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조조는 서황을 보자 혀를 찼다.
서황은 그 소리에 넙죽 엎드렸다.
“임무를 해냈습니다.”
그 말에 혀를 찬 조조가 말했다.
“그딴 걸 임무라고 볼 수 있나. 그 쉬운 걸 하면서 상처나 입고. 쯧쯧쯧. 그래 잡아오라는 것은 어떻게 되었고?”
“여기.”
서황은 그 말을 하면서 상자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걸 본 조조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원한 게 아닌지 이맛살을 좁혔다.
“너는 내 의중을 오해했구나. 이런 걸 가져오는 게 아니었어. 살아있는 자를 데려왔어야지. 그래야 마초가 항복할 게 아닌가.”
“소장도 그 말을 듣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놈들의 저항이 어찌나 심한지….”
“그게 변명인가?! 5천뿐인 적을 붙잡고 고전한 전투가.”
“저희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알아. 안다고. 그래서 다친 게 아닌가. 하지만 다쳐서는 아니 되었어. 이만한 상대를 두고 그런 상처를 입다니. 그래 자네에게 화공을 건 게 누구인가? 마등인가?”
“아닙니다.”
“그럼, 천수 태수 마휴?”
“아닙니다.”
“그럼 어느 태수가 자네를 다치게 했어?”
“지금은 영지가 없는 마대가.”
“마대였어. 그런 놈에게 이런 꼴을 당했어. 그놈은 어디에 있는가? 서황을 다치게 했으니 분명 잡았겠지?”
“아직입니다. 조순, 장료 장군이 쫓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이런. 아직도 못 잡았어. 이러다가 마초가 알면 어떻게 하려고.”
“전쟁을 준비하심이.”
“전쟁은 최후의 방법이지. 지금은 모략으로 마초를 끌어들여야 해. 마초에게 마등이 항복했으니 이곳으로 오라고 사신을 보내야 한다고. 그런데 마등의 시체를 가져오고, 마대까지 놓쳤다면 마초가 어떻게 나올까?”
“송구합니다. 거기까지는 생각 못 했습니다.”
“머리를 써야지. 싸움만이 능사가 아니야.”
“소장이 잡겠습니다. 마대를 쫓아가 놈이 발설하지 못하게 입을 틀어막겠습니다.”
“쯧쯧쯧. 또 이런다. 머리를 써야지. 너는 마등을 죽인 게 아니다. 마등은 우리에게 항복했고, 그걸 믿기로 마초를 끌어들여야지.”
“마초가 믿겠습니까?”
“믿게 만들어야지. 그리고 믿지 않으면 살아있는 마등은 허창에서 재판받고 죽어야지.”
“그, 그런.”
“마초는 천하의 불효자가 될 것이다. 아버지가 허창에 붙잡혀있는데 항복도 안 하고, 구하려고 오지 않았으니 얼마나 손가락질당할까? 그러기 위해서는 마대의 입을 막아야 해. 놈이 진실을 말하기 전해 붙잡아야 한다고.”
“소장이 나서서…”
“그만! 자네가 할 일이 아니야. 장료가 나섰다니 기다려보지. 그라면 마대를 잡아올 테야.”
*
마대는 북쪽을 향해 말을 몰았다. 하지만 쫓기는 와중이라 대로변을 이용하거나 민가가 많은 곳은 극도로 자제하였다.
그렇게 며칠.
쫓기는 중에도 조조의 부대와 마주치지 않았다. 일행이 은밀하게 움직인 것도 있지만, 포위망이 남양, 형주 방향으로 밀집되었단 소문도 있었다. 그쪽으로 내려간 풍류대가 걱정이었지만, 작은 단위로 나눴기에 도망치는 자들이 더 많을 것으로 여겼다.
그랬다. 나는 장료의 생각을 뒤집어 낙양으로 곧장 올라갔다.
안전한 형주를 버리고 상용 방향도 생각하지 않았다.
거대한 관문이 있는 호뢰관을 선택하고 그 너머의 몇 개의 관문이 있는 곳을 굳이 선택해 장료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그 결과로 무사히 움직이고 있었다.
우릴 쫓는 자도 없었고 추격대의 흔적도 찾지 못했다.
이대로 쭉 올라가면 가장 빠르게 마초에게 갈 수 있다. 마초에게 어서 달려가 전쟁을 준비해야지.
장안의 모든 병력을 소집해 조조를 박살낼 것이다. 그것이 내 바램이다. 숙부의 복수를 하고, 마휴의 원한을 풀어야지. 그것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길이다.
“한고비 넘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된다. 따르라!”
정은, 장횡과 소수의 풍류대를 바라보고 소리쳤다. 우리는 무사히 길을 걸어 또다시 하루를 보냈다.